- 중국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

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은 중국에는 정치적 성과일지 몰라도 중국 금융시장의 세계화를 견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것은 중국 정부가 폐쇄된 채권시장을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개방하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
지난 11월 30일 저녁 IMF 집행이사회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의를 열고 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포함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준에 부합됐다”고 IMF는 밝혔다. IMF는 자체 보유통화와 회원국 지분을 파악하거나 회원국들에 대한 무담보 융자용으로 SDR을 사용한다.
중국은 재수 끝에 바스켓 편입에 성공했다. 중국은 먼저 2010년 SDR 편입을 시도했지만 위안화가 외환거래에서 널리 사용돼야 하는 요건을 맞추지 못해 탈락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IMF 통화 편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위안화의 편입을 두고 “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시스템 통합 과정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묘사했다.
5년마다 재평가되는 SDR 통화구성은 2000년에 마지막으로 변경됐다. 당시 독일 마르크와 프랑스 프랑화가 제외되고 유로화가 추가됐다.
SDR 바스켓은 1969년 IMF가 회원국의 외환보유고 보충수단이자 자금상환 위기에 직면한 회원국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준비 자산이다. SDR은 통화도 IMF에 대한 청구권도 아니다. 하지만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통화와교환 할 수 있으며 사실상 통화에 가까운 기능을 한다.
SDR은 지난해 글로벌 준비자산의 2.4%를 차지했다. SDR 바스켓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모두 내년 10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용자에게 바스켓 변화에 적응 할 시간을 충분히 주려는 목적이다.

IMF의 이번 결정으로 각국 중앙은행 준비자금 관리자와 글로벌 자산 관리자들이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위안화의 세계화는 중국 자본시장의 완만한(일부에선 ‘굼벵이 기어가는 속도’라고 꼬집는) 대외 개방을 계속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훨씬 더 많이 좌우된다.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해 위안화가 널리 사용되면 오랫동안 미국 달러가 지배해온 국제 통화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투자자들이 통화를 교환하는 목적은 주로 순수한 투기보다는 자국 통화가 아닌 통화로 표시된 자산을 구입하려는 데 있다. 중국의 거대한 자본시장은 외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만 대체로 외국인들의 접근이 제한돼 있다. 그런 정책은 통제 불가능한 경제 변수에 주도권을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하지만 그것은 위안화 수요를 억제하는 역효과도 있다.
예컨대 중국 채권시장의 세계화 역사는 13년도 되지 않았다. 중국은 중국 은행들이 지배하는 국내시장을 2002년부터 외국 기업에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여러 해에 걸쳐 단편적인 조치들이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중앙은행 같은 외국의 정부 자산 매입 주체가 본토 시장에서 채권 매입에 대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요건을 폐지했다.
외국인들은 한동안 외국계 기업이 홍콩 채권시장에서 발행하는 훨씬 규모가 작은 위안화 표시 ‘딤섬 채권’ 시장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위안화의 세계적인 사용은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약 35조9000억 위안(약 5조6000억 달러)에 달한 중국 국내 채권시장에의 접근에 좌우될 전망이다.
“채권시장을 통해 중국의 고도 성장에 편승하려는 투자자들은 계속 장벽에 부닥친다. 유통되는 각종 채권이 생소한데다 투자자와 투자방법을 비롯해 기타 중국 채권시장의 여러 측면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골드먼은 최근 리서치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위안화의 바스켓 편입은 IMF의 경제적 결정이었지만 정치적인 냄새가 짙게 풍긴다. 2009년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는 IMF의 SDR이 ‘초국적 준비통화’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0월 워싱턴 방문 중 중국의 위안화 편입 노력을 지지해준 미국에 공개적으로 감사 표시를 했다.
IMF의 규정에 따르면 통화는 ‘자유롭게 사용 가능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조항이다. 중국은 여전히 자본통제를 실시하고 수출 증대 목적으로 통화를 조작한다고 비난받아 왔다. 위안화 거래는 불규칙하게 부상하고 있다. 홍콩이 위안화 거래 중심지 역할을 하고 그 밖의 노력들이 런던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 IMF 측도 위안화가 세계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IMF 집행위에는 그런 결정을 내릴 만한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런 엄연한 경제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IFM 총재가 중국의 요구에 굴복했다고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의 에드윈 트루먼 선임 연구원은 지적했다. 중국에 관한 한 기축통화 관련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지만 전체 구성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잘것없다. IMF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반이 11조5000억 달러 규모다.
“라가르드 총재가 중국에 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시키는 정치적인 트로피를 안겨주면서 개인적인 업적을 남기려고 작정한 듯하다”고 트루먼 연구원이 블로그에 기고했다.
IMF가 위안화를 SDR 바스켓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한 다음 날인 12월 1일 중국에선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났다. 중국 경제개방의 주요 이정표인가, 아니면 실질적 의미 없는 상징적인 제스처인가?
주류 미디어와 일부 국제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치가 위안화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평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Global Times)는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역사적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한편 상하이의 동팡자오바오(Oriental Morning Post)는 그 기사로 1면을 도배하면서 SDR 바스켓에서 위안화의 10.92% 비중은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그런 글로벌 통화를 따라잡은 데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온라인 뉴스 사이트 ‘팽배신문망(The Paper)’의 한 댓글은 “그 뉴스를 기다리다 밤잠을 설쳤다. 축하하자”고 썼다. “중국 경제발전을 세계가 인정한다는 상징”이라는 메시지도 올라 왔다.
몇몇 국제적인 평론가도 같은 의견이었다. 홍콩 HSBC 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리서치 보고서에서 그 조치가 위안화의 국제화에 “주요 이정표”라고 평했다. “위안화는 갈수록 ‘주요 통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다.”영국 BBC 방송은 위안화의 편입을 가리켜 가난에서 글로벌 경제의 주축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강력한 상징으로 묘사했다. 중국의 SDR 바스켓 편입은 “세계 경제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의 핵심 견인차라는 점은 갈수록 명확해진다. 그 핵심은 “이번 결정이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데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반론도 있었다. SDR 바스켓은 환구시보도 인정했듯이 전체적으로 세계 외환 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바스켓에서 중국의 10% 비중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애널리스트 앤디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SDR은 회계단위일 뿐이다. 실생활에선 아무 의미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8월 위안화의 갑작스런 평가절하 이후 중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는 시점이다. 이번 조치는 그런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달러를 매입하지 말도록 중국인을 설득하려는” 의도가 깔린 중국 정부의 깜짝 쇼라는 관측이다.
일부 여론도 냉소적이었다. SDR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일부 전문가가 예측했던 수준보다 오히려 낮았다고 팽배신문망의 한 댓글은 지적했다. 또 다른 댓글은 위안화가 정말로 “자유롭게 거래 가능하고 교환 가능한” IMF 기준에 부합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는 정말 위안화를 해외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가? 제약이 있는 듯하다.” 중국인의 위안화 환전 규모를 연간 5만 달러로 제한한 규제를 가리키는 비아냥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최근 해외에서 중국인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을 제한하는 규칙도 새로 도입했다.환구시보 영어판의 한 기고문도 이번 조치의 의미를 두고 “지나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세계 외환준비고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외국 중앙은행과 기타 이해관계자가 한 통화에 투자하느냐의 열쇠는 그 통화, 그리고 통화 발행국 경제의 신뢰성이라고 기고문은 설명했다. “일본 엔화가 SDR에 편입된 이후 준비자산으로서 사용된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로 IMF의 조치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는 일정부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포함한 중국 경제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려는 중국 개혁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었다. 동팡자오바오도 대표적인 증권사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말을 인용해 위안화의 SDR 편입은 “금융 자유화를 향한 돌이킬 수 없는 전진이며 이는 중국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차이나 데일리’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중국의 중앙은행에 “투명성을 확대하고, 국제시장과 소통방식을 개선하라는 압력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8월 위안화 평가절하의 미숙한 처리로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ANZ 은행 홍콩 지점의 류리강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을 언급했다.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자본 유입을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위안화 채권에 할당하는 자산액이 늘어나리라고 본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IMF의 결정으로 위안화의 신뢰도와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이 위안화가 가치 저장수단으로서 유동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임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인증이 되기 때문”이다.
HSBC 보고서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개혁 노력을 촉진하고 “환율을 시장 자율에 맡겨도 되겠다는 더 큰 자신감”을 중국 지도자들에게 심어주리라고 내다봤다. 이것이 IMF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HSBC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미국 달러 대비 가치 변동폭을 현재의 하루 +/- 2% 범위에서 약간 더 확대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조치가 위안화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절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HSBC 보고서는 밝혔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를 매입하는 중국인 투자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에 따라 현재의 달러 대비 약 6.35위안 수준에서 연말에는 약 6.5위안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쌍방향으로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더 큰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CARTER DOUGHERTY, RACHEL MIDDLETON, DUNCAN HEWITT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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