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최신 트렌드 ‘탈엄마 경제’
실리콘밸리 최신 트렌드 ‘탈엄마 경제’
오늘날 우리는 ‘탈엄마 경제(post-Mom economy)’를 구축하고 있다. 엄마를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지만, 탈엄마 경제는 우리 모두를 더 행복하고 부유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50년 전 꿈꿨던 미래로 우리를 인도한다. 10년이 지나면 우리는 직장에서 하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어질 듯하다. 체육관에 운동하러 가거나 가상현실 스타워즈 술집에서 3D프린터로 버번을 내려마시는 일 외에는 말이다.
탈엄마 경제의 핵심은 아무도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동시에 모두가 다른 사람의 집안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태스크래빗 같은 플랫폼들은 허드렛일과 구직자를 연결해준다. 초기 탈엄마 업체인 워쇼는 빨래를 대신 해준다. 더플은 여행 가방을 대신 싸줄 사람을 찾아준다. 트렁크클럽은 패션에 둔감한 남자들에게 뭘 입으면 좋을지 알려준다. 이 기업들은 모두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수천 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
개발자 아지즈 섀밈은 올해 초 화제가 된 트윗 메시지를 통해 탈엄마 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누가 그러는데, 요새 실리콘밸리 IT업체들은 엄마가 안 해주는 일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더라.” 많은 사람은 섀밈의 촌평을 IT업계를 향한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인류는 지구온난화·빈곤·고도비만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20대 기업가들은 그 뛰어난 재능과 막대한 비용을 철없는 20대 젊은이들의 욕구 충족에 쏟아붓는다. 자기 삶 속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 문제들이란 대체로 더 이상 부모가 주변에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이를 노동력 절감이라는 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 전기와 자동화는 전후 급성장하는 경제와 맞물리면서 인간을 고단한 단순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새로운 미래상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세탁기·식기세척기·진공청소기·전동 공구·전자렌지·전기 잔디깎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 간 손으로 하던 집안일은 일상생활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당시 기술의 앞날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그처럼 거침없이 진행되는 자동화를 막을 것은 없어 보였다. 1960년대 애니메이션 ‘젯슨가족’엔 청소로봇 로시가 등장했다. 로시는 공상과학의 산물일 뿐 아니라 머지 않아 도래할 현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은 난관에 부닥쳤다. 자동화는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옷을 개거나, 심부름을 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지난 50년 간 어떤 발명품이 지긋지긋한 집안일을 자동화했나? 기껏해야 로봇청소기나 자동정화 고양이 화장실 정도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연동 로봇 잔디깎이조차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는 우리에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집안일을 할 로봇 대신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서로의 집안일을 해주는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제 모두가 자신이 효율적으로 잘하는 집안일은 하고, 싫어하거나 잘 못하는 집안일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일 교환이 어떻게 우리 모두의 부를 증진하는지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19세기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고안한 비교우위 이론이다. 리카도는 그 이론을 국가 간 자유무역에 적용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가장 잘하는 산업에 집중하면서 서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교환한다면 모든 나라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낮은 가격으로 고품질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들도 비교우위를 받아들였다. 핵심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것이 흔히 통하는 승리 전략이었다. 오늘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사상 최초로 개인 간 비교 우위의 거래를 쉽고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도 리카도의 이론을 이용할 수 있다.
탈엄마 기업의 설립자들은 그저 힘든 일을 피하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잘하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더 잘하는 사람들에게 맡길 방안을 제시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시스템은 누구나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가장 좋은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해준다. 리카도가 맞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선순환 고리다.
일각에선 탈엄마 기업이 유행에 불과하다고 조롱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다수 탈엄마 기업이 시작된 미국에서 20대 젊은이들은 인구가 많다. 확고한 시장을 기반으로 이제 막 독립한 대규모 1인 가구를 흡수하기 좋은 여건이다. 이 인구 집단은 10년 내로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산더미 같은 일들 가운데 제각각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그렇게 된들 그들이 워쇼 같은 편리함을 포기할까?
물론 아니다. 식기세척기를 쓰면서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를 보라. 그들에게 식기세척기가 없는 집을 팔아보라. 일단 새로운 편의를 맛본 세대는 일생 동안 그것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지금 20대는 심리스나 블루에이프런 같은 업체에서 주문하는 대신 매일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삶, 매디슨리드의 도움 없이 스스로 헤어스타일을 가꿔야 하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사실 탈엄마 추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다음 세대에서 이는 지금의 스타트업 업계를 파괴할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은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탈엄마 서비스의 밑바탕이 될 듯하다. 자율주행차가 아이들을 등·하교시키고, 인공지능 학원 강사나 피아노 강사가 교육을 맡을 것이다. 집안일을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면 로시 같은 로봇도 머지않아 실현된다.
첨단기술이 궁극적인 탈엄마 발명품이 될 로봇 엄마를 내놓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면 선순환 고리는 완성된다. 로봇 엄마는 지치지도 않고 우리에게 집안일을 하라고 잔소리할 테니 말이다.
- KEVIN MANEY NEWSWEEK 기자 / 번역 이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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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엄마 경제의 핵심은 아무도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동시에 모두가 다른 사람의 집안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태스크래빗 같은 플랫폼들은 허드렛일과 구직자를 연결해준다. 초기 탈엄마 업체인 워쇼는 빨래를 대신 해준다. 더플은 여행 가방을 대신 싸줄 사람을 찾아준다. 트렁크클럽은 패션에 둔감한 남자들에게 뭘 입으면 좋을지 알려준다. 이 기업들은 모두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수천 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
개발자 아지즈 섀밈은 올해 초 화제가 된 트윗 메시지를 통해 탈엄마 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누가 그러는데, 요새 실리콘밸리 IT업체들은 엄마가 안 해주는 일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더라.” 많은 사람은 섀밈의 촌평을 IT업계를 향한 비판으로 받아들였다. 인류는 지구온난화·빈곤·고도비만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20대 기업가들은 그 뛰어난 재능과 막대한 비용을 철없는 20대 젊은이들의 욕구 충족에 쏟아붓는다. 자기 삶 속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 문제들이란 대체로 더 이상 부모가 주변에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이를 노동력 절감이라는 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 전기와 자동화는 전후 급성장하는 경제와 맞물리면서 인간을 고단한 단순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새로운 미래상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세탁기·식기세척기·진공청소기·전동 공구·전자렌지·전기 잔디깎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 간 손으로 하던 집안일은 일상생활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당시 기술의 앞날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그처럼 거침없이 진행되는 자동화를 막을 것은 없어 보였다. 1960년대 애니메이션 ‘젯슨가족’엔 청소로봇 로시가 등장했다. 로시는 공상과학의 산물일 뿐 아니라 머지 않아 도래할 현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은 난관에 부닥쳤다. 자동화는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옷을 개거나, 심부름을 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지난 50년 간 어떤 발명품이 지긋지긋한 집안일을 자동화했나? 기껏해야 로봇청소기나 자동정화 고양이 화장실 정도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연동 로봇 잔디깎이조차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자율주행차가 아이들 등·하교시켜
집안일 교환이 어떻게 우리 모두의 부를 증진하는지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19세기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고안한 비교우위 이론이다. 리카도는 그 이론을 국가 간 자유무역에 적용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가장 잘하는 산업에 집중하면서 서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교환한다면 모든 나라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낮은 가격으로 고품질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들도 비교우위를 받아들였다. 핵심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것이 흔히 통하는 승리 전략이었다. 오늘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사상 최초로 개인 간 비교 우위의 거래를 쉽고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도 리카도의 이론을 이용할 수 있다.
탈엄마 기업의 설립자들은 그저 힘든 일을 피하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잘하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더 잘하는 사람들에게 맡길 방안을 제시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시스템은 누구나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가장 좋은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해준다. 리카도가 맞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선순환 고리다.
일각에선 탈엄마 기업이 유행에 불과하다고 조롱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다수 탈엄마 기업이 시작된 미국에서 20대 젊은이들은 인구가 많다. 확고한 시장을 기반으로 이제 막 독립한 대규모 1인 가구를 흡수하기 좋은 여건이다. 이 인구 집단은 10년 내로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산더미 같은 일들 가운데 제각각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그렇게 된들 그들이 워쇼 같은 편리함을 포기할까?
물론 아니다. 식기세척기를 쓰면서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를 보라. 그들에게 식기세척기가 없는 집을 팔아보라. 일단 새로운 편의를 맛본 세대는 일생 동안 그것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지금 20대는 심리스나 블루에이프런 같은 업체에서 주문하는 대신 매일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삶, 매디슨리드의 도움 없이 스스로 헤어스타일을 가꿔야 하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사실 탈엄마 추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다음 세대에서 이는 지금의 스타트업 업계를 파괴할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은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탈엄마 서비스의 밑바탕이 될 듯하다. 자율주행차가 아이들을 등·하교시키고, 인공지능 학원 강사나 피아노 강사가 교육을 맡을 것이다. 집안일을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면 로시 같은 로봇도 머지않아 실현된다.
첨단기술이 궁극적인 탈엄마 발명품이 될 로봇 엄마를 내놓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면 선순환 고리는 완성된다. 로봇 엄마는 지치지도 않고 우리에게 집안일을 하라고 잔소리할 테니 말이다.
- KEVIN MANEY NEWSWEEK 기자 / 번역 이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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