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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짙어진 스마트카 시장] 국내선 삼성·현대차·LG ‘新삼국지’ ... 해외선 IT·완성차 공룡 ‘춘추전국시대’

[전운 짙어진 스마트카 시장] 국내선 삼성·현대차·LG ‘新삼국지’ ... 해외선 IT·완성차 공룡 ‘춘추전국시대’



summary | 삼성이 스마트카를 내세워 자동차 사업에 사실상 다시 뛰어든다. 삼성이 영역을 넓힌 것은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삼성·현대차·LG가 상생의 경쟁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삼성이 스마트카를 내세워 자동차 사업에 사실상 다시 뛰어든다. 삼성은 차량에 들어가는 각종 정보기술(IT) 장비를 뜻하는 전장(電裝)사업에 초점을 맞췄지만, 궁극적으로는 스마트카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위기 여파로 지난 2000년 르노자동차에 삼성자동차를 넘기며 시장에서 철수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12월 9일 조직을 개편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신임 사업팀장에 박종환(55) 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으로 구성된 기존 3대 사업축에 ‘스마트카’를 더한 것이다. 전장사업팀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사업을 관장하는 권오현(63)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꾸려 무게감을 실었다. 삼성SDI도 이날 자동차용 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배터리 소재센터’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영역을 넓힌 것은 I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5~6년 전만 해도 스마트카는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를 의미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첨단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이 탑재되고, 고도의 센싱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자동차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현재 35% 수준인 자동차의 전장부품 비율이 2020년 5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 주행 자동차’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는 대표적인 스마트카다. 특히 자율 주행 자동차는 스마트카 관련 기술의 총아로 꼽힌다. 이 차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센서로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달린다. 사람이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는 만큼 차량 주행 중 탑승자는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사람이 아예 타지 않는 무인 항공기와 달리 자율 주행 자동차는 운전자가 필요없을 뿐 차량 내 탑승자가 승차하는 게 일반적이다. ‘무인차’로도 불리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구글은 이미 2009년부터 도로에서 자율 주행차 주행 시험을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초 자율 주행차인 ‘F015’를 선보였다. ‘커넥티드 카’는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외부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차를 말한다. 전기와 모터로 달리는 전기차도 스마트카로 분류된다. 전기차는 그 자체가 커다란 디지털 제품이어서다.

차량의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는 세계 자동차·IT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만일 스마트카 시스템이 다운되면 이는 그대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된 상태에서라면 해킹 등을 통해 주행 중인 차의 시동을 켜거나 끄는 일도 가능하다. 차량 제어권을 빼앗긴단 얘기다. 실제 지난 8월 테슬라의 모델S는 외부 해킹으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삼성은 스마트카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보고 삼성전자(시스템과 반도체)와 삼성SDI(배터리)·삼성전기(카메라 등 부품)·삼성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예컨대 센서와 같은 첨단 동작 인식 장치가 필수적인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카의 핵심 부품 사업에서 삼성은 이미 세계 톱 랭크 기업이다. 뇌에 해당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배터리·카메라 등은 모두 삼성의 주특기다. 자동차에 응용할 수 있는 전자 기술도 많다.
 15년 만에 자동차 사업에 재진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현대차 부스에 전시된 현대차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연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예컨대 연비 향상 보조장치에 사용하는 ‘인버터’와 전동컴프레서 등은 이미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각종 차량 제어·관리시스템은 스마트폰에 탑재한 기술과 비슷하다. 이미 주요 계열사는 다양한 분야의 자동차 전장부품을 생산해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그간 GM의 댄 애커슨 회장, 일본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호 회장,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 포드의 앨런 멜러리 회장 등과 꾸준히 접촉을 늘려왔다”며 “자동차와 IT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면서 전장사업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당분간 단기에 성과를 볼 수 있는 부품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되,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분야로 영역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전장사업팀 신설로 국내외 스마트카 시장의 경쟁구도가 더욱 복잡해졌다. 우선 국내에선 삼성·현대차·LG그룹의 ‘신(新) 삼국지’가 펼쳐진다. 외환위기 때 빅딜이 이뤄지고 난 후 처음으로 한국 대표기업 ‘빅3’가 하나의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특히 각 그룹 오너들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선만큼 자존심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는 삼성에 IT전략으로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현대차는 핵심 전장부품인 지능형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기로 했다.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외부에 생산을 맡기는 식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칩을 지금처럼 외부에서 사 와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가 12월 9일 공개한 프리미엄카 ‘EQ900’에는 차선이탈 방지 및 앞차와의 간격 조절 등의 기능을 갖춘 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탑재됐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스마트카, 자율주행 시스템 등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보다 빨리 전장부품 사업에 뛰어든 LG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카는 구본준(65) LG 부회장이 10여년 전부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전사 차원에서 집중하는 분야다. 그는 2013년 전장부품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현재 LG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협력사, GM의 차세대 전기차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되며 삼성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월 10일 증시에서 LG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6.21% 하락했다. 삼성이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LG전자를 위협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현대차의 입지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삼성이) 엔진 등 핵심부품, 안전성과 디자인 등에서 따라오기 힘든 면이 많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전장사업은 대표적인 B2B(기업간 거래)인데 (삼성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공룡들도 스마트카 시장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의 전기차·자율주행차 개발에 한창이다. 포드 엔지니어 출신이자 아이폰 개발을 이끈 스티브 자데스키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래 자동차에서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SW)”라며 “이른 시일 내에 자동차에서 아이폰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완성차 업체보다 높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160만㎞ 무사고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구글은 차량의 실시간 위치를 15×30㎝ 오차 범위 내로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2019년 면허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국 샤오미는 지난 7월 자동차 제어, 내비게이션, 주차 정보를 비롯한 스마트 차량 관련 특허를 제출했다.

주요 해외 완성차 업체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벤츠는 2013년 자율주행차로 신호등과 교차로, 보행자와 자전거 등 다양한 상황에서 100㎞를 달리는 데 성공했다. 아우디는 지난 1월 자율주행이 가능한 A7 모델로 시속 110㎞ 이내 속도로 차선 변경, 추월까지 자유롭게 하며 운전자 도움 없이 900㎞를 달리는 데 성공했다. 하칸 사무엘슨 볼보 CEO는 “자율주행차 사고는 볼보가 모두 책임진다”며 2017년 자율주행차 출시를 목표로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내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연구소(TRI)를 설립하고 5년간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외 업체, 자율주행차 개발에 초점
전문가들은 삼성의 진출로 스마트카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기계에서 IT로 바뀌고 있는 만큼 독자 개발은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한 이종(異種) 업체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벤츠·BMW, 구글이 아우디와 손잡고 스마트카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회사끼리 치열한 대결구도를 형성하기보다, 서로의 기술 개발을 자극하며 상호발전하는 경쟁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전자·자동차 분야만큼 상호 협력해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은데 한국은 두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미국·일본처럼 IT·완성차 업계가 경쟁 속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 손해용·김현예·김기환 중앙일보 기자 sohn.yong@joongang.co.kr

☞ 스마트카(smart car) : 자동차에 정보기술(IT)을 입혀 더 안전하고, 똑똑해진 차를 뜻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스마트카를 ‘자동차 기술에 차세대 전기전자·정보통신·기능제어 기술을 접목해 자동차 내외부 상황을 실시간 인식하는 차량’이라고 정의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는 대표적인 스마트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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