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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주 - 허이그룹 부회장

앨런 주 - 허이그룹 부회장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유쿠투더우(Youku Tudou,優酷土豆)는 중국 콘텐트 시장의 절대 강자다. 유쿠투더우의 신성장동력인 영화 사업을 맡고 있는 앨런 주(Allen Zhu) 부회장을 만나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중국 베이징 장강상학원(CKGSB)에서 앨런 주 허이그룹 부회장이 중국 콘텐트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모바일을 통해 보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의 기업들이 돈이 아닌 콘텐트를 쌓는데 집중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콘텐트를 확보하고 있는지’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축적하고 있느냐’와 같은 의미로 해석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포브스코리아가 유쿠투더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유쿠투더우가 한 달에 5억 명 이상이 방문하는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이자 중국 영화 산업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일컬어지는 11월 11일 ‘솔로데이’에 ‘중국의 명동’으로 불리는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동팡광창 (東方廣場)에서 유쿠투더우를 운영하는 허이(合一)그룹의 앨런 주(朱輝龍)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한달에 나흘, 이곳에 위치한 CKGSB에서 EMBA를 수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유쿠투더우를 인수한다”는 기사가 쏟아진 지 일주일도 채 안된 때였다. 그런데도 앨런 주는 시종일관 유쾌한 표정이었다. 유쿠투더우가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매출은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하루 평균 사이트 접속 건수는 1억7000만건, 연매출은 40억위안(약 7320억원)이다.) 그런데도 중국을 넘어 전 세계가 알아주는 부자인 마윈이 유쿠투더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앨런 주는 “중국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 영화, 드라마 등 동영상 콘텐트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윈의 인수설에 대해서도 “괘념치 않는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찰리우드가 할리우드 제친다”
유쿠투더우는 2012년 유쿠(Youku)가 가장 큰 경쟁 상대였던 투더우(Tudou)를 인수·합병하면서 만들어졌다. 유쿠 설립자인 빅터 쿠(Victor Koo)는 중국 포털사이트 ‘소호’의 총재를 지내다 미국 유학길에 올랐는데, 미국에서 동영상 콘텐트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중국으로 돌아와 유쿠를 창업했다. 앨런 주는 빅터 쿠가 소호 총재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알게 됐는데, 두 사람 모두 NBA를 좋아해 금세 두터운 친분을 쌓게 됐다. 2006년 빅터 쿠의 제안으로 앨런 주가 유쿠에 합류하게 된다.

“중국도 대중들에게 콘텐트 제작권이 넘어갔어요. 창의성과 스토리의 힘을 갖춘 젊은 감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지요. ‘좋은 콘텐트라면 소비한다’는 공식은 중국에서도 통합니다.” 그의 말처럼 양질의 동영상 콘텐트를 원하는 흐름을 타고 유쿠투더우는 급성장했다. 앨런 주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모바일을 통해 콘텐트를 소비하기 때문에 TV 시청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은 여전히 퇴근 후 집에서 드라마 시청을 즐기는데, 중국의 방송 기업이 40개에 달하기 때문에 프로그램마다 한정된 채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여건입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동영상 콘텐트가 있는 유쿠투더우를 통해 TV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콘텐트를 접하고 있지요.” 유쿠투더우가 중국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의문의 한 가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앨런 주 부회장은 유쿠투더우가 신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영화 사업을 맡고 있다. 그는 왜 영화 시장에 주목하게 됐을까? “5년 전, 유쿠의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미국에 갔을 때 숙소 건너편에 영화관이 있었어요. 임원들과 새벽까지 연달아 여러 편의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빅터 쿠와 영화 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됐죠. 당시만 해도 유쿠엔 영화 서비스가 없었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쳐 유쿠는 영화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앨런 주는 “당시 제가 빅터 쿠에게 ‘영화가 중국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영화 산업은 지난 10년간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어요. 내년이면 중국의 영화 시장이 할리우드를 제치고 세계 최대 마켓이 될 겁니다.”

앨런 주의 장담처럼 중국의 영화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영화관 티켓판매 규모만 5조원이 넘는다. 전문가들도 1~2년 내로 중국의 영화 시장이 세계 1위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앨런 주 부회장은 중국 영화산업의 성장 배경으로 ‘중소도시로의 스크린 확대’를 꼽았다. 앨런 주는 유쿠투더우의 영화제작사인 허이필름(合一影業) CEO도 겸직하고 있다. 허이필름은 자사의 멀티스크린 관객들을 대상으로 얻어진 5억 개의 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관객의 선호에 맞는 영화를 제작하고 마케팅과 배급망을 확장하고 있다.

영화산업이 성장하려면 상영관도 늘어나야 하지만 핵심은 콘텐트다. 콘텐트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 법이다. “저는 한국 영화산업이 발달한 배경 중 하나가 창의적인 스토리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한국보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많은 나라입니다. 그러니 영화 콘텐트의 힘이 강할 수밖에 없겠지요.”

앨런 주의 대답에서 은근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실제 G2로 성장한 중국은 자본을 무기로 근래 개봉하는 영화마다 중국인, 중국 음식, 중국 도시 등 중국 문화를 스며들게 하고 있다. 액션, 재난, 히어로 영화일 수록 그렇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에서 미국 나사의 우주인(맷 데이먼 분)을 중국 우주관제센터의 도움으로 구출하는 내용은 ‘중국의 힘’을 콘텐트에 녹여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산업도 직간접적으로 중국 자본 또는 기업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웹 콘텐트가 각광을 받으면서 웹 드라마, 웹 예능은 아예 중국 현지에서 제작하거나 프로그램 포맷을 중국 기업과 제휴해 판매, 제작하기도 한다. CJ는 아예 중국에서 CGV영화제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유쿠투더우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를 후원하고 한국기업 CJ, 롯데시네마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인들이 한국영화를 볼 수 있는 별도의 채널도 운영 중이다. “한국 시장 직접 진출요?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중국 내 성장을 뒷받침하는데 주력할 생각이에요. 다만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의 협업은 계속할 겁니다. 한국과도 공동투자를 넘어 공동제작을 계속 진행할 것이고요.”

알고 보니 앨런 주는 한국의 영화계와도 인연이 많았다. “김기덕·김태균·강제규 감독과 친분이 많아요. 김기덕 감독과는 북경 뒷골목에서 2원짜리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저랑 위챗하는 사이인데 주로 제가 말을 걸죠.” 이 유쾌한 젊은이에 주목하는 한국의 기업인들과 영화인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베이징(중국)=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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