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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설왕설래’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설왕설래’

국내 최대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은 2015년 11월 26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최근 방영되고 있는 금연광고가 흡연자 인권을 침해한다”며 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최근 보건당국이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을 위한 세부적인 움직임을 개시하면서 한동안 이슈였던 그림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담배에 흡연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은 2002년 16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된 이후 10년 넘게 11차례나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그동안 단 한 번도 국회를 통과한 적이 없었다. 이제 경고그림이 실제로 도입되기까지 남은 기간은 1년 남짓. 우여곡절 끝에 법은 통과됐지만, 정부와 보건당국이 세부 시행안을 마련하는 것을 두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015년 초 담뱃세 인상을 단행한 정부와 보건당국은 음식점 전면 금연을 시작으로 금연구역을 점차 확대하는가 하면 TV, 지하철 등에 금연광고를 진행하고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에 나서는 등 각종 비가격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을 명분으로 이런 규제들의 금연효과를 내세우지만, 실제 그 효과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서민증세’ 논란을 무릅쓰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담뱃세 인상의 금연유도 효과가 예상에 못 미치자, 정부와 보건당국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각종 규제 도입에 애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담뱃세 인상 당시 정부는 가격을 올리면 담배 소비량이 3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담배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월까지 누적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감소에 그쳤다. 반면 지금까지 담배 판매로 거둬들인 세수는 9조원에 달해 2014년 한 해동안 거둬들인 담배 세수 6조7000억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당초 정부가 내세운 담뱃세 인상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5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담뱃값 인상이 결국 서민 증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담뱃갑 경고그림이 시행되면 금연 효과 더 크게 날 것”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특히 최근 보건당국이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을 위한 세부적인 움직임을 개시하자 한동안 뜨거웠던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2014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말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2015년 9월 7일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경고그림 제정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담뱃갑 포장지 상단에 경고그림을 표시하고, 담배 판매를 위해 진열할 때도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에 경고그림 도입이 생계와 직결된 담배 판매점주들이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담배 소매상들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는 2015년 11월 13만 담배 판매인의 92.8%가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을 도입하면서 진열을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내용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경고그림 제정위원회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5년 10월 28일 개최된 경고그림 제정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한 제정위원들을 살펴보면 다수가 금연관련 전문분야 및 관련 단체 이사 등의 인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현재 금연운동 협의회, 금연학회 인사 등으로 구성된 제정위가 밀실 회의로 경고그림 주제 및 그림을 선정한다면 공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이기준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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