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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영화의 진실 혹은 거짓

저널리즘 영화의 진실 혹은 거짓

‘스포트라이트’. 마크 러팔로, 레이철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이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헤치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로 나온다(왼쪽). ‘트루 스토리’. 조나 힐이 해고당한 뉴욕타임스 기자 역할을 한다.
최근 할리우드는 왜 기자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릴까? ‘스포트라이트’는 기자와 그들이 하는 일에 관한 영화 중 가장 최근의(그리고 최고의) 작품이다. 영화적 장점도 많지만 뉴스 산업을 정확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보기 드문 저널리즘 드라마라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최근 영화 7편의 잘잘못을 살펴본다.

 스포트라이트(2015, 국내 개봉 2월 25일)


저널리즘 영화로 볼 만한 요소: 토머스 매카시의 이 작품은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과 은폐를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은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잘한 점: 기자들의 형편없는 패션 감각부터 우선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중요한 기사 대신 뉴스 속보 취재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등 거의 모든 것이 완벽하다.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과의 인터뷰 수십 건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보도 과정의 실상에 초점을 맞춘 보기 드문 저널리즘 영화다. 저널리즘 영화의 표본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음모’(1976)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보스턴 글로브의 기자 사샤 파이퍼(영화에서는 레이철 맥아담스가 연기했다)는 ‘스포트라이트’가 “사실에 충실한 진짜 실화 영화”라고 평했다.



잘못한 점: 다른 많은 저널리즘 영화처럼 이 작품도 기자라는 직업을 미화한다는 비난을 들을 여지가 있다.

 트루 스토리(2014)


저널리즘 영화로 볼 만한 요소: 제목이 말해주듯이 ‘트루 스토리’는 마이클 핀켈이라는 기자의 진짜 이야기를 다룬다. 기사 조작 문제로 뉴욕타임스에서 해고된 핀켈은 오리건주에서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잘한 점: 일부 저널리즘 영화는 어떤 스캔들을 파헤치는 것으로 끝맺는다. ‘트루 스토리’는 그런 이야기가 시작 부분에 나오며 잘나가던 기자가 한 가지 잘못으로 얼마나 빨리 몰락할 수 있는지를 잘 조명했다. 대다수 기자가 두려워하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잘못한 점: 어떤 기자가 뉴욕을 떠나 몬태나주의 시골로 가겠는가? ‘내가 뉴욕을 떠나는 이유’ 같은 제목의 글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
 나이트 크롤러(2014)
‘나이트 크롤러’. 제이크 질렌할이 사고 현장의 자극적인 영상을 촬영하려고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비디오그래퍼로 나온다(왼쪽). ‘탑 파이브’. 로사리오 도슨이 코미디언을 취재하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등장한다.


저널리즘 영화로 볼 만한 요소: ‘나이트 크롤러’는 자동차 사고, 화재, 총격 사건 등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의 현장을 담은 비디오를 TV 방송국에 제공하는 프리랜서 비디오 그래퍼들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제이크 질렌할이 좀 더 충격적인 영상으로 경쟁에서 이기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쓰는 비도덕적인 사이코패스로 나온다.



잘한 점: 기자라는 직업을 미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저널리즘적 영화다. 도덕도 자부심도 공익에 기여한다는 정신도 찾아볼 수 없다. 방송국들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오직 시청률만을 생각하며 때때로 볼거리를 위해 전통적인 기준을 무시한다.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방송에 그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다.



잘못한 점: 프리랜서 비디오그래퍼나 그들의 영상을 구매하는 지방 뉴스 프로듀서들의 세계가 이 영화에서 묘사하는 만큼 비도덕적이고 잔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가 뉴스업계에 은밀히 퍼지고 있는 경향을 끄집어내 비현실적일 정도로 왜곡했다고 해도 그런 경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저널리즘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샅샅이 탐험한 영화다.

 탑 파이브(Top Five, 2015)


저널리즘 영화로 볼 만한 요소: 로사리오 도슨이 한물간 코미디언(크리스 록)을 취재하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나온다.



잘한 점: 유명인사 취재는 복잡하고 어렵다. 그 인물이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요소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 땐 특히 그런데 이런 측면을 잘 묘사했다.



잘못한 점: 여기자가 취재 대상과 잠자리를 하는 진부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정에 의존한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2015)
‘나를 미치게하는 여자’. 틸다 스윈튼이 저질 남성 잡지 편집장을 연기한다.


저널리즘 영화로 볼 만한 요소: ‘뛰는 백수 나는 건달’(1999)이 금융 소프트웨어에 관한 영화가 아니듯이 이 작품도 저널리즘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에이미 슈머가 저질 남성 잡지 기자로 나온다(그녀는 취재 대상인 의사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장면 중 일부가 이 잡지의 작은 사무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잘한 점: 이 영화는 뉴스룸을 취재와 글쓰기에 영감을 주는 곳이 아니라 21세기의 파렴치한 콘텐트 팜(content farm, 자극적인 콘텐트로 방문자들을 유인해 검색엔진 순위와 광고 수입을 올리려는 회사)으로 묘사한다. 저널리즘 영화의 뉴웨이브에 속한다고 할까? 이 작품은 또 코미디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잘못한 점: 틸다 스윈튼처럼 쿨한 편집장이 현실에도 있을까? 여기자가 취재 대상과 잠자리를 하는 설정이 또 다시 등장한다.
 스티브 잡스(2015, 국내 개봉 1월 21일)


저널리즘 영화로 볼 만한 요소: 조연 캐릭터 중 한 명인 남성 월간지 GQ 기자(존 오리츠)가 자주 등장한다. 잡스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그를 취재한다. 또 1983년 타임지 커버 스토리에 대한 잡스의 반응이 여러 차례 강조된다.



잘한 점: 테크놀로지 전문 기자들의 강박적인 스타일을 잘 묘사했다. 그들은 업체의 계획을 예견하거나 누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영화에서처럼 잡스의 애플 복귀 계획을 누설하는 등). 또 잡스는 실제로 자신이 1980년대 초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리라고 굳게 믿었다.



잘못한 점: 테크놀로지 제품 출시 설명회 대다수는 기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매우 지루한데 영화에서는 재미있게 묘사된다.
 로즈워터(Rosewater, 2014)


저널리즘 영화로 볼 만한 요소: ‘로즈워터’는 2009년 이란에서 스파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악몽 같은 118일을 보낸 뉴스위크 기자 마지아르 바하리의 실화에 초점을 맞췄다.



잘한 점: TV 토크 프로 ‘데일리 쇼’의 진행자 존 스튜어트의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는 외국인 특파원의 끔찍한 악몽을 잘 묘사했다. 대다수 기자들이 ‘데일리 쇼’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바하리에겐 악몽을 되살리는 괴로운 경험이었다.



잘못한 점: 훌륭한 영화는 아니지만 바하리의 회고록에 꽤 근접한 작품이다. 한 장면에서 바하리는 심문관들에게 뉴스위크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쓴다. 그는 이제 종이 시사주간지는 예전처럼 중요한 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 ZACH SCHONFELD, RYAN BORT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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