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뒷걸음질 치는 삼바 경제

뒷걸음질 치는 삼바 경제

탄핵 위기에 몰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져 어떤 실질적인 국가재정 개혁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은 정치 부패, 경제위축, 높은 사회보장비 지출,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락의 4중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다. 중남미의 성공 신화에서 신흥시장의 ‘루저’로 전락했다. 하지만 2016년에도 먹구름이 가실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구 2억 명의 브라질에 닥칠 어둠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2009년의 상황과는 완전 딴판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당시 대통령은 브라질이 곧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우리는 미국과 다르지만 그들을 따라잡는 중이며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가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뒤 그가 한 말이다. 2010년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6%였다. 당시 브라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 나라 전통의 카니발 퍼레이드만큼이나 축제 무드였다.

그러나 세계 8위 경제대국인 브라질 경제는 지난해 3.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올해에도 3% 가까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마지막으로 경제성장을 기록했던 2014년 1분기 대비 8% 정도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9월 이후 3대 신용평가 기관 중 2곳에서 브라질 채권을 정크(투기) 등급으로 끌어내렸다. 그에 따라 브라질의 차입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실업률은 지난 12개월 사이 두 자리수로 뛰었고 올해 12%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재정정책 개혁 노력은 벽에 부닥쳤다. 호아킴 레비 재무장관은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지난해 12월 물러났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성향 집권 노동자당(PT)의 비타협적인 태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긴축재정 강경파인 레비의 후임으로는 더 온건 성향의 넬슨 바르보사가 임명됐다.

12월 31일 호세프 대통령은 2016년 예산의 지출삭감 수정안 50여 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저소득 가정에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대규모 프로그램의 삭감안이 대표적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올해 흑자재정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브라질은 지난해 12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져 어떤 실질적인 국가재정 개혁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 국가 신용등급 하향조정, 레비 재무장관 사임의 결합은 재앙을 부르는 레시피”라고 경제 연구단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코스 카사린 선임 경제분석가가 이메일로 답했다. “2016년의 1인당 소득은 2009년 수준으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는 아직도 바닥을 치지 않았다.”

브라질의 경제난에 2건의 대형 스캔들까지 겹쳐 의정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중 하나는 현재 진행 중인 국영 에너지 대기업 페트로브라스 수뢰 스캔들이다. 정치인들이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부풀린 가격에 계약을 따내도록 주선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다. 현역 의원 32명이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데 대다수가 호세프의 노동자당 소속이다.

제2의 스캔들은 호세프 대통령과 하원의장 간에 진행 중인 분쟁과 관련된 문제다. 에두아르도 쿠냐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국영은행을 이용해 무단 채권발행과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공적 지출을 은폐하려 했다며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호세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 자신도 윤리 문제로 별도의 조사를 받고 있는 쿠냐 하원의장이 쿠데타 지지 세력을 끌어 모으려 한다고 비판한다.

“브라질의 2016년은 드라마틱하고 예측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대통령의 탄핵과 사임 이후 가장 위험한 정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아메리칸대학 국제관계학부의 매튜 M 테일러 부교수가 최근 대학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브라질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콜로르는 알선수뢰 혐의로 탄핵을 받았다.

올해 정치인들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브라질 경제는 동력을 잃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중국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원자재 판매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의미다. 철광석·대두·석유 같은 브라질의 핵심 원자재 수요가 급감했다. 스레딧 스위스 은행이 집계하는 브라질 원자재 지수는 2011년 고점 대비 41% 하락했다(이코노미스트 보도).

브라질은 과거 커다란 위기를 겪었다. 예컨대 1985년 20년간의 군사지배가 종식된 뒤 10년간 불황과 초인플레가 뒤따랐다. 1997~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도 브라질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브라질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은 과거의 경제위기와 비슷하다. 그리고 성장세로 돌아서는 데 여러 해가 걸릴 수 있다. 오는 8월 리우에서 2주간 올림픽이 열릴 때쯤에는 브라질 국민은 당면한 시름을 잠시라도 잊게 해줄 새로운 볼거리를 환영할 것이다.

- ANGELO YOUNG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고려대, 등록금 ‘5.49% 인상’ 검토

2바이든, 13일 ‘외교 성과’ 연설...한미일 협력 언급 전망

3‘역대급 추위’에...서울서 ‘수도 계량기’ 동파 속출

4유엔이 전망한 ‘한국 경제’ 성장률...“올해 2.2%”

5‘악마, 베르사체도 입을까’...“프라다, 인수 검토 중”

6대체거래소 출범해도 IPO 기업은 상장일 다음날 거래…왜일까

7현대차와 ‘드리프트 킹’의 만남...‘아이오닉 5 N DK 에디션’ 첫 선

8“작지만 강하다”...한국 ‘여권 파워’ 세계 3위

9“무안공항 참사, 잘못된 표현”...국토부·유가족 협의 ‘공식 명칭’은

실시간 뉴스

1고려대, 등록금 ‘5.49% 인상’ 검토

2바이든, 13일 ‘외교 성과’ 연설...한미일 협력 언급 전망

3‘역대급 추위’에...서울서 ‘수도 계량기’ 동파 속출

4유엔이 전망한 ‘한국 경제’ 성장률...“올해 2.2%”

5‘악마, 베르사체도 입을까’...“프라다, 인수 검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