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미래 신산업② 드론] 중국은 고공비행 한국은 걸음마

중국 드론, 세계 시장에서 훨훨 날아

중국은 규제가 거의 없다. 세계 1위 드론 업체인 DJI 비행전문팀의 엘라 장은 “사전 허가 없이 어디서든 드론을 띄울 수 있다”며 “공항 반경 5㎞ 이내, 군사용이나 정부 시설 정도가 비행 제한 구역”이라고 했다. 한국이 주춤한 동안 중국 DJI는 ‘드론 세계 1위’를 넘어 ‘드론 생태계 조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의료·농업·재난구조·가상현실 등의 분야에서 업계 1위 기업의 제품을 자사의 드론에 얹겠다는 전략이다. 케빈 온 DJI 상무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애플처럼 DJI식 드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무인기 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승환(드론프레스 대표)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드론산업은 단순 제조(1차)에서 열상 카메라 등 관련 장비의 장착(2차), 교육·서비스·파이낸스 등 연관 서비스(3차)로 진화한다”며 “아직까지 한국은 1차 산업 육성책을 논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희망이 없진 않다. 대전의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이 시연한 시뮬레이션 상황을 하나 보자. 2022년 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다. 서해상을 감시하던 틸트로터 무인항공기 ‘KUS-VT’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북한 경비정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해군 222 전진기지에 신속하게 전송한다. 우리 해군 군함이 출동하자 북한 경비정은 줄행랑을 친다. 틸트로터 무인기는 군함 갑판 위로 헬리콥터처럼 수직 착륙하며 임무를 완수한다. 강완구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연구기획팀장이 개발 막바지 단계인 ‘세계 최초 틸트로터 상용 무인기’로 북한 경비정을 쫓아내는 시뮬레이션 상황을 연출했다. 틸트로터는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이동 중엔 회전 날개를 기울여 일반 비행기와 같은 방식으로 비행하는 차세대 항공기술이다. KUS-VT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대한항공이 공동 개발, 2011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확보한 원천기술로 탄생했다. 헬리콥터보다 두 배 빠른 최대 시속 250㎞로 지상 4.5㎞의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어 넓은 지역을 감시·수색·정찰에 좋다. 김인화 연구원장은 “틸트로터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2020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2024년엔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군용 무인기 기술 수준은 수준급
문제는 규제다. 무인항공기 분야의 성장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국내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에선 무인기 사업이 안보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무인항공기 소관 부처도 국토교통부·국방부·산업 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또 비행금지 구역인 서울 도심 상공에서 허가없이 드론을 날리면 항공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국내 무인항공기 제조 업체인 엑스드론의 진정회 대표는 “무인기 운용의 핵심인 공역(空域·비행 공간)을 넓히고 제각각으로 사용되는 주파수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인기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우연의 주진 본부장은 “기획재정부에서 ‘규제 자유 지역(free zone)’을 두고 각종 신기술을 개발하도록 하는 데 내년에 3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 중 무인기 연구·개발과 관련한 예산이 3000억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서도 드론 연구에 한창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무선 사업부에 15명으로 구성된 무인기 사업팀을 꾸려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화는 무인항공기 분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2007년 관성항법 전문 업체 센텍을 연구소에 합병한 데 이어 2010년엔 초소형 무인항공시스템인 크로우의 개발사 ‘마이크로에어로봇’도 인수했다. 기술이나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 수립이다. 한국항공대학교의 송용규 교수(기계공학부)는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지 말고 드론산업 육성을 위해 10년 앞을 내다보는 구체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이현택·곽재민 기자 mdfh@joongangco.kr
무인항공기(UAV):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서 움직이는 비행체로, 드론(Drone)으로 불린다. 드론의 원래 '벌이 윙윙거린다'는 뜻이다. UAV가 마치 벌처럼 윙윙거리며 나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업용이나 취미용 드론의 경우 RC(Radio Control)와도 비교된다. RC는 수동 조작인데 비해 드론은 사전에 프로그램된 좌표나 명령에 따라 자율 또는 반자율 비행할 수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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