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목숨은 당신 종교에 달렸다?
피고인 목숨은 당신 종교에 달렸다?
클라렌스 대로우의 말이 맞았다. 내가 어떤 종교를 믿느냐는 형사재판 피고인과 중죄인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 ‘장로교인이 침착하고 비판적인 표정으로 배심원석에 앉는다면 그 사람은 배심원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피고측 변호사로 유명했던 대로우는 1936년 에스콰이어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배심원 선택하는 법’에서 이렇게 적었다. ‘그는 무덤처럼 차갑다.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알지만 ‘옳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장 칼뱅과 영원한 단죄를 믿는 사람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 또한 대로우 변호사의 충고를 뒷받침한다. 복수의 신을 믿는 사람은 죄수가 사회에 복귀하는 걸 반대하고, 신이 사랑과 용서를 베푼다고 믿는 사람은 갱생이나 복귀 프로그램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 ‘용서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받아들인 사람일수록 범죄자 지원 프로그램을 더 많이 지지한다’는 게 미국 미주리주 주민 3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조사 결과다.
과거 연구도 미주리주 조사 결과를 뒷받침한다. “근본주의자는 처벌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경전의 가르침을 믿는다”고 네바다대학(리노 캠퍼스)의 모니카 밀러 교수는 말했다. 밀러 교수는 성경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도나 근본주의자는 사형을 더 많이 지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약보다 구약의 말씀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다. ‘종교의 여러 특성은 사형 및 판결에 대한 태도와 연관된다. …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 근본주의적 믿음을 가진 사람, 신이 살인자의 사형을 명령한다고 믿는 사람, 자신의 종교가 사형을 지지한다고 믿는 사람은 배심원 후보로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2007년 발표한 기고문에서 밀러 교수는 밝혔다.
“하느님의 힘은 사랑에 있지 위압적 무력이나 처벌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루이지애나 감리교회 목사이자 툴레인대학과 로욜라대학 기독교센터 이사장으로 있는 모건 가이튼은 말했다. 십자가야말로 범죄자를 향한 신의 용서를 상징한다고 그는 믿는다. 예수 또한 율법을 어긴 죄로 십자가에 못 박혔고, 그와 나란히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들을 용서했기 때문이다. 참회하기도 전에 목숨을 빼앗기는 건 비극이라고 믿는 가이튼 목사는 사형을 반대한다. ‘구원과 죄 씻김을 믿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면 아무리 냉혈한 살인마라 해도 사형당해선 안 된다는 것을 온 힘을 다해 저항해야 한다’고 가이튼 목사는 지난해 9월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예수가 이들을 구원한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자연적 죽음을 맞기 전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복음을 들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그러나 다른 기독교 분파는 좀 더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무고하게 흘린 피에 대해 하느님은 심판을 원한다”고 남부침례교대회 윤리종교자유위원회 러셀 무어 의장은 2014년 팟캐스트에서 창세기를 인용해 말했다. “사람의 피를 흘린 자, 그 자도 사람에 의해서 피를 흘려야 하리라.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기 때문이다.” 사형을 옹호하는 무어 의장은 권력기관이 칼을 어떻게 휘두를지 표현하기 위해 로마서를 인용했다. “공권력을 통한 단죄의 칼은 악인에게만 휘둘러야 한다고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칼을 받아야 하는 건 악을 행한 자이지, 무고한 자가 아니다.”
미국의 형사 사법제도의 역사는 종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지난해 12월 발표된 논문 ‘죄수의 사회 재편입에 대한 신앙과 대중의 지지’에서 저자 갈란드와 동료 연구진은 말했다. ‘식민시대 미국에서 처벌은 그 성격상 신체적 처벌을 의미했다. 잔인한 육체적 형벌이었고 ‘지은 죄’에 대한 보복의 의미였다’고 주장한 논문은 미국혁명 이후 죄인 교정에 대해 용서를 주장한 퀘이커교와 단죄를 주장한 복음주의 사이의 대립을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큰 퀘이커교가 정치적 운동을 이끌며 ‘회개에 기반한 처벌’을 원칙으로 교도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사회와 격리된 죄수들은 완전한 침묵 속에 낮과 밤을 보냈다’고 논문은 적었다. 사법행정정책리뷰에 게재된 논문은 범죄 보고서에서도 처음 다뤄졌다. ‘퀘이커 교도는 범죄자 행동변화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모든 인간이 선천적으로 선하며 신과 바로 연결되는 빛을 가진다고 믿었다.’ 반대로, 같은 시기 뉴욕에서는 전통 칼뱅주의와 청교도에 뿌리를 둔 복음주의자가 주도권을 잡았다. 인간의 타락과 악한 본성을 믿는 종파다. ‘뉴욕 개혁파의 눈에 태형은 교도소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신의 분노를 느껴야 죄수가 회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범죄자 사회 복귀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이끌기 위해 2007년 입안된 기념비적 법안 ‘제2의 기회법(Second Chance Act)’ 또한 의회 토론 중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정치적 지원을 규합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거나 근본주의자일 경우 범죄자와 죄수에 대해 더 엄격해진다는 주장이야말로 옛날 연구를 근거로 삼은 구닥다리 이론이라고 이의를 제기한 학자도 있다. “성경을 고지식하게 믿는 사람은 용서에 관한 성경의 격언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 마크 존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성령강림파와 남부 침례교 또한 다른 종파와 마찬가지로 죄수의 사회 복귀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존스 교수는 전과자를 향한 기독교인의 태도 연구를 최근 마무리했다. 연구 결과, 전과자에게 가장 후한 사람은 일원주의를 믿는 유니테리언 교도, 가장 냉정한 건 로마 가톨릭 교도였다. 기독교 주요 종파와 복음주의는 중간적 입장이었다.
1936년 에스콰이어에 기고한 글에서 대로우 변호사는 가이튼이나 감리교·무어·남부 침례 교도가 80년 후 범죄자와 피고를 향해 어떤 태도를 취할 지 예상했다. 동정심이 많은 배심원을 선택하기 위해 그가 피고측 변호인에 내민 조언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확고해 보인다.
‘감리교인은 고려할 가치가 있다. 이들은 흙에 더 가깝다. 이들의 믿음은 사랑과 자선으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대로우 변호사는 썼다. ‘감리교와 침례교 사이에 선택해야 할 때 온기를 원한다면 감리교 쪽으로 가라.’
- 조시 사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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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연구 결과 또한 대로우 변호사의 충고를 뒷받침한다. 복수의 신을 믿는 사람은 죄수가 사회에 복귀하는 걸 반대하고, 신이 사랑과 용서를 베푼다고 믿는 사람은 갱생이나 복귀 프로그램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 ‘용서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받아들인 사람일수록 범죄자 지원 프로그램을 더 많이 지지한다’는 게 미국 미주리주 주민 3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조사 결과다.
과거 연구도 미주리주 조사 결과를 뒷받침한다. “근본주의자는 처벌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경전의 가르침을 믿는다”고 네바다대학(리노 캠퍼스)의 모니카 밀러 교수는 말했다. 밀러 교수는 성경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도나 근본주의자는 사형을 더 많이 지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약보다 구약의 말씀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다. ‘종교의 여러 특성은 사형 및 판결에 대한 태도와 연관된다. …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 근본주의적 믿음을 가진 사람, 신이 살인자의 사형을 명령한다고 믿는 사람, 자신의 종교가 사형을 지지한다고 믿는 사람은 배심원 후보로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2007년 발표한 기고문에서 밀러 교수는 밝혔다.
“하느님의 힘은 사랑에 있지 위압적 무력이나 처벌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루이지애나 감리교회 목사이자 툴레인대학과 로욜라대학 기독교센터 이사장으로 있는 모건 가이튼은 말했다. 십자가야말로 범죄자를 향한 신의 용서를 상징한다고 그는 믿는다. 예수 또한 율법을 어긴 죄로 십자가에 못 박혔고, 그와 나란히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들을 용서했기 때문이다. 참회하기도 전에 목숨을 빼앗기는 건 비극이라고 믿는 가이튼 목사는 사형을 반대한다. ‘구원과 죄 씻김을 믿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면 아무리 냉혈한 살인마라 해도 사형당해선 안 된다는 것을 온 힘을 다해 저항해야 한다’고 가이튼 목사는 지난해 9월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예수가 이들을 구원한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자연적 죽음을 맞기 전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복음을 들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그러나 다른 기독교 분파는 좀 더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무고하게 흘린 피에 대해 하느님은 심판을 원한다”고 남부침례교대회 윤리종교자유위원회 러셀 무어 의장은 2014년 팟캐스트에서 창세기를 인용해 말했다. “사람의 피를 흘린 자, 그 자도 사람에 의해서 피를 흘려야 하리라.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기 때문이다.” 사형을 옹호하는 무어 의장은 권력기관이 칼을 어떻게 휘두를지 표현하기 위해 로마서를 인용했다. “공권력을 통한 단죄의 칼은 악인에게만 휘둘러야 한다고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칼을 받아야 하는 건 악을 행한 자이지, 무고한 자가 아니다.”
미국의 형사 사법제도의 역사는 종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지난해 12월 발표된 논문 ‘죄수의 사회 재편입에 대한 신앙과 대중의 지지’에서 저자 갈란드와 동료 연구진은 말했다. ‘식민시대 미국에서 처벌은 그 성격상 신체적 처벌을 의미했다. 잔인한 육체적 형벌이었고 ‘지은 죄’에 대한 보복의 의미였다’고 주장한 논문은 미국혁명 이후 죄인 교정에 대해 용서를 주장한 퀘이커교와 단죄를 주장한 복음주의 사이의 대립을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큰 퀘이커교가 정치적 운동을 이끌며 ‘회개에 기반한 처벌’을 원칙으로 교도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사회와 격리된 죄수들은 완전한 침묵 속에 낮과 밤을 보냈다’고 논문은 적었다. 사법행정정책리뷰에 게재된 논문은 범죄 보고서에서도 처음 다뤄졌다. ‘퀘이커 교도는 범죄자 행동변화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모든 인간이 선천적으로 선하며 신과 바로 연결되는 빛을 가진다고 믿었다.’ 반대로, 같은 시기 뉴욕에서는 전통 칼뱅주의와 청교도에 뿌리를 둔 복음주의자가 주도권을 잡았다. 인간의 타락과 악한 본성을 믿는 종파다. ‘뉴욕 개혁파의 눈에 태형은 교도소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신의 분노를 느껴야 죄수가 회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범죄자 사회 복귀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이끌기 위해 2007년 입안된 기념비적 법안 ‘제2의 기회법(Second Chance Act)’ 또한 의회 토론 중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정치적 지원을 규합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거나 근본주의자일 경우 범죄자와 죄수에 대해 더 엄격해진다는 주장이야말로 옛날 연구를 근거로 삼은 구닥다리 이론이라고 이의를 제기한 학자도 있다. “성경을 고지식하게 믿는 사람은 용서에 관한 성경의 격언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 마크 존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성령강림파와 남부 침례교 또한 다른 종파와 마찬가지로 죄수의 사회 복귀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존스 교수는 전과자를 향한 기독교인의 태도 연구를 최근 마무리했다. 연구 결과, 전과자에게 가장 후한 사람은 일원주의를 믿는 유니테리언 교도, 가장 냉정한 건 로마 가톨릭 교도였다. 기독교 주요 종파와 복음주의는 중간적 입장이었다.
1936년 에스콰이어에 기고한 글에서 대로우 변호사는 가이튼이나 감리교·무어·남부 침례 교도가 80년 후 범죄자와 피고를 향해 어떤 태도를 취할 지 예상했다. 동정심이 많은 배심원을 선택하기 위해 그가 피고측 변호인에 내민 조언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확고해 보인다.
‘감리교인은 고려할 가치가 있다. 이들은 흙에 더 가깝다. 이들의 믿음은 사랑과 자선으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대로우 변호사는 썼다. ‘감리교와 침례교 사이에 선택해야 할 때 온기를 원한다면 감리교 쪽으로 가라.’
- 조시 사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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