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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2) 에스티앤컴퍼니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2) 에스티앤컴퍼니

에스티앤컴퍼니는 교육기업 종사자들에게 몇 년 전부터 주목 받아 온 회사다. 급성장하면서 잦은 야근에 업무량 과다 등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일하기 좋은 기업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에스티안의 4가지 특성 - *에스티안은 에스티앤컴퍼니 직원들이 자신들의 특성을 종합해 일컫는 말
“내 꿈은 교육으로 세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장 못사는 나라와 잘 사는 나라 차이는 교육이에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어려운 나라에 나눠주고 싶습니다” 2010년 신림동 어느 커피숍. 윤성혁 대표가 이화여대 역사교육학과 졸업을 앞둔 김가희 씨에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당시 윤 대표는 컨설팅 기업에 근무하다 교육 사업에 뛰어든 새내기 경영인이었다. 김 씨가 물었다. “알겠습니다. 회사 위치는요?”, “네. 저기 저쪽에 있어요”

며칠이 지났다. 김 씨 휴대폰이 울렸다. “합격하셨습니다.” 조금 지나 윤 대표가 김 씨를 데리러 나왔다. 대표가 데리고 간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김씨는 대표가 왜 사무실 위치를 알려 주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평균 연령 31세, 교육기업 중 만족도 최고
2016년 설을 앞둔 지난 2월 초. 서울 삼성동 오토웨이 타워의 에스티앤컴퍼니(이하 에스티) 사무실에서 만난 김가희(29,여)씨가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처음엔 다단계 회사가 아닐까 의심했어요. 사무실도 형편없었죠. 아마 대표님보다 회사를 먼저 봤다면 가지 않았을 거예요.”

에스티 초창기 멤버인 김 씨는 당시 전화 상담, 선생님 강의 메이크업, 전단지 부착과 같은 궂은일을 도맡았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어떤 일이든 제 일이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당시엔 ‘나한테 월급줘도 되나?’ 할 정도로 회사 사정은 여의치 않았어요. 그래도 신났습니다. 돈이 아닌 도움을 목적으로 한다는 대표의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죠.”

2010년 직원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불과 6년 만에 1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교육기업으로 성장했다. 2016년 잠정 매출은 2770억원이다.

이 회사는 ‘야근과 잔무가 많고 대면 서비스업으로 업무 강도도 높은 교육기업은 직원 만족도가 낮다’는 통념을 깨뜨린 회사로도 유명하다. 에스티 직원들은 자신들을 ‘에스티안’이라 부를 만큼 그들의 회사와 직무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직원 평균연령은 31세다. 젊은이들의 희망 직장이 된 비결을 직원들은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에스티는 안선영(26, 여) 공단기 기획팀 CD에게 첫 직장이다. 2014년, 에스티가 영단기로 시장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을 때 인턴으로 입사했다. CD는 에스티의 직책 중 한 가지다. 에스티에는 하는 일의 특성과 연차를 고려해 CD(Creative Director), ID(Innovative Director), VD(Vision Director), CVD(Creative Vision Director)가 있다. 안 씨는 처음 직장을 구할 때 고용안정성이 높은 공기업에 지원했지만 적성검사에서 탈락했다. 이후 안 씨는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에스티앤컴퍼니에 지원했다. 현재는 프리패스 상품 기획과 강사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입사하고 보니 발전 가능성이 곧 고용안정성이더라고요.” 안씨가 꼽은 에스티앤컴퍼니의 또다른 강점은 ‘좋은 동료’다. “이 회사는 흔히 말하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아요.” 안 씨가 말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직장 내 어느 부서든 구성원들을 괴롭게 만드는 독특한 직원이 있다’는 뜻으로 젊은 직장인 사이에 통용되는 말이다.

김가희 브랜드본부 VD 는 ‘좋은 동료’를 ‘인생의 전우’라고 표현했다. “저는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회사를 살고 있어요. 그러니 동료들은 인생의 전우인 셈이죠.” 김 씨는 “에스티는 성공 방정식을 알고 있는 회사”라고 자랑했다. 그의 말이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브랜드를 강화해 팬층을 두텁게 만들었어요. 방법은 이들이 원하는, 필요한 콘텐트를 공급하는 것이죠. 영단기, 공단기, 경단기와 같은 콘텐트 브랜드를 추가하게 된 것도 일부러 회사 규모를 키운 게 아니라 필요한 것들을 추가하다 보니 만들어 진 것뿐이에요. 직급과 상관없이 기획부터 마무리를 믿고 맡기는 회사 분위기 덕분이기도 하고요.”

김 씨는 에스티의 과제도 설명했다. “회사가 젊고 임산부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에스티앤우먼 프로젝트를 시행 중에 있어요.” 김 씨에 따르면 에스티는 직원들이 출산 후 겪을 수 있는 경력 단절을 해소하고 회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직장 어린이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 씨는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건으로 “머무르는 시간이 즐거운 회사”라고 답했다.

올 초 에스티 시무식에선 윤성혁 대표의 깜짝 발표가 있었다. 모든 직장인들이 듣고 싶은 말. ‘급여 인상’ 발표였다. “사람 때문입니다. 오래 고민했던 주제에 대한 회사의 결론이기도 했어요.” 강명관 VD의 말이다. 설립 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에스티의 경영진은 향후 5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고민했다고 한다. ‘생존의 시기’를 버텨내고 성장한 회사가 직원들에게 ‘좋은 동료가 머무는 회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 ‘업계 최고 대우’라는 것이다.
 대표가 “업계 최고 대우” 깜짝 발표
“직원들이 행복하게 직장을 다니기 위한 첫 조건은 ‘합리적인 연봉과 보상체계’라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었습니다.” 강 씨는 현재 임팩트혁신본부 소속이지만 회사가 조직을 개편한 얼마 전까지 인사를 총괄했다. 때문에 이 회사의 인사와 관련해선 누구보다 전문가다. 에스티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직원 수가 250명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콘텐트 브랜드가 론칭되면서 신입, 경력직원을 대거 채용했고 스카이에듀 인수와 같은 비즈니스 시너지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도 활발했던 덕분에 연말엔 직원 수가 946명까지 늘었다. 직원 10명 중 7명이 지난해 입사한 셈이다. 이들 중 경력직 입사자와 신입 입사자 비율은 6대 4정도이다. 자회사로는 공무원학원 윈플스, 대입전문브랜드 스카이에듀, 교육용앱 제작회사 워터베어소프트, 뷰티교육전문 뷰티르샤, 디자인회사 웨더디자인 등 11개가 있다.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업무 매뉴얼을 마련해 직원들의 착근을 도울 필요가 생겼어요.” 그는 덧붙였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적게는 5명, 많게는 20명의 신입 직원들의 인사소리로 시끌벅적합니다.”

에스티는 사내 포털을 소셜 미디어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 매뉴얼 역시 기준을 마련해 언제든 참고할 수 있도록 작업 중에 있다.

김현주(29, 여) 영단기 토익팀 CD는 ‘수평적 문화’를 에스티앤컴퍼니의 매력으로 꼽았다. 지난해 4월 경력직으로 입사한 그는 이직할 때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복지’를 우선순위로 두었다. “토익 시장이 치열하기 때문에 물론 에스티도 경쟁업체들처럼 야근도 많고 업무 강도도 센 편입니다. 교육업의 특성이지 단순히 ‘힘든 업종’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를 버티게 하는 건 자유롭고 편안한 회사 분위기에요.”

에스티의 수평적 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행복섬김위원회(이하 행섬위)다. CD급으로 구성된 행섬위는 회사의 문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M&A나 투자와 같은 경영활동을 제외한 회사 내 중요한 정책 결정에는 행섬위가 의견을 개진하고 경영진은 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에스티가 회사를 오토웨이타워로 옮긴 것도 행섬위의 의견이고 회사 내 복지제도 대부분이 행섬위에서 나온 안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스티의 복지제도는 소소하다. 부서마다 단기 목표가 있는데 이를 달성하면 전 직원에게 치킨을 제공한다. 김 씨는 “○○부서 덕분에 치킨을 먹는다며 서로 인사를 건네다보면 타부서 소식, 회사 이야기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표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복지”라고 말했다. 에스티 대표는 따로 집무실을 두고 있지 않다. 직원들과 동일한 규모로 함께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어 직원이 아니고선 대표 자리를 짐작하는 건 어렵다. 직원들은 대표가 자리에 없으면 카톡을 보내거나 포스트잇을 대표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둔다. 내용은 건의사항부터 넋두리까지 다양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일이 답해준다”고 귀띔했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임현동 기자
 [박스기사] 교육 기업 직장 만족도, 정말 낮을까?
일반적으로 교육 기업은 급여는 적고 업무량이 많으며 대면 업무가 많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사실일까? 잡플래닛 분석에 따르면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부문은 산업군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1점대로 평가받은 곳도 여럿 있었다.

앞선 평가는 대학교를 제외한 결과다. 대학 교직원을 포함하면 전 부문에서 보통 이상의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산업군별 베스트 기업을 비교해 보면 교육업에선 한

동대학교 직원들의 총만족도(4.1)는 한국산업은행(4.2), 한국가스공사(4.2)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업무와 삶의 균형 부문에선 4.3으로 한국가스공사(4.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사내문화 부문(4.6)에선 산업별 베스트 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결국 ‘교육 기업은 직장 만족도가 낮다’는 평판은 대형학원에 해당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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