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와의 전쟁’ 지금부터 시작
‘지카와의 전쟁’ 지금부터 시작
몇몇 브라질 의사들이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연관성을 밝혀내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지난 2월 13일 토요일은 브라질의 D데이였다.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와의 전쟁에서 지금껏 가장 중요한 전투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이집트 숲모기는 황열·뎅기열·치쿤구니야 그리고 요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지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매개체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한 브라질 정부의 거의 모든 각료가 살충제와 전단을 손에 들고 수천 명의 군인들을 대동한 채 길거리로 나섰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안의 모기를 없애라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1981년 브라질에서 뎅기열 환자가 처음 발생한 뒤 30여년 동안 이루지 못한 일을 앞으로 몇 개월 이내에 완수해야 했다(뎅기열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독감 같은 질병이다). 바로 매개체인 이집트 숲모기의 퇴치 작업이다.
이집트 숲모기는 브라질의 5000여 개 카운티 중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는 고유종 흡혈곤충이다. 바로 이 한 종의 모기가 브라질에서 매년 수백 명 때로는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유행병의 유발자다. 브라질 주민은 뎅기열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지만 지난해 초 몇 개월 사이 새로운 모기 매개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벼운 열과 하루 이틀 만에 사라지는 분홍색 발진 등 독감 같은 증상을 일으켰다. 지역의 대다수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그것을 뎅기열로 취급했다. 그러나 클레버 루스 박사는 환자 증상을 보고는 곧바로 뎅기열이 아닐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히우그란지두노르치 주의 주도 나탈의 감염병 전문가인 그는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의 연구원인 동료 카를로스 브리토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은 페르남부쿠 주에 있는 브라질의 가장 저명한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 중 하나다. 모기·진드기를 비롯한 기타 절지동물이 옮기는 뎅기열·황열·웨스트나일 등의 아르보바이러스(arboviruse)를 전문적으로 연구한다. 루스 박사는 “우리는 500여 개 샘플을 수집한 뒤 뎅기열이 아니라 더 새롭고 긴급한 대책을 요하는 종류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다른 가능성들을 일일이 확인해 제외한 뒤 지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카의 존재는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알려졌지만 남미에선 한 번도 확산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그들의 결론은 신뢰를 얻지 못했다. 보건부에 보고했지만 정부는 반신반의했다. 유행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위험한 증상이나 지속적인 영향이 없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감염 사례 보고를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이 끝나면서 지카에 관한 우려도 수그러들었다. 루스 박사는 “그것이 지카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다”며 “브라질에 지카가 유입되리라는 것을 보건 당국은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요즘 세계적으로 질병이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 과소평가한다.” 벽에 부닥친 의사들은 그 바이러스를 조사하기 위한 그룹을 직접 구성하기로 했다.
브라질에 무시무시한 선천성 기형의 물결이 몰려온다는 첫 징후는 지난해 8월에 나타났다. 페르남부쿠 주의 주도 헤시페에서 소아신경학자 바네사 반 데르 린덴에게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한 여성이 남아 쌍둥이를 출산한 참이었다. 그중 한 아이에게서 심각한 선천성 소두증이 나타났다. 소두증은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게 태어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의사들은 원인을 찾지 못했다. 반 데르 린덴 박사는 “개인병원이라서 가능한 모든 원인을 조사하고 갖가지 검사를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뭔가 이상이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밝혀낼 수 없었다.” 당시엔 특이한 사례인 듯했다. 어쨌든 단 하나의 아기에게 발생한 희귀 사례였다.
그러나 2주 뒤 반 데르 린덴 박사는 정기 회진 중 소두증을 가진 아기 3명을 더 발견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엔 2명이 추가로 나타났다. 그는 “소아신경학자인 어머니에게 전화했더니 그쪽에도 7건이 발생했다”며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불과 2주 사이에 소두증 환자가 15명 이상 나타났다. 평상시 1년 동안 발견되는 숫자보다 많았다. 한번은 “하루 밤에 3명의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반 데르 린덴 박사는 말했다. “보통 4개월 동안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던 때다. 조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데르 린덴 박사는 경종을 울린 첫 의사였다. 박사는 페르남부쿠 주 보건부에 연락했다. 당국자들이 지역 병원들을 조사한 뒤 박사 말이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소두증 발생 기록이 전해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그중 어느 것도 풍진, 거대세포 바이러스, 톡소플라스마증, HIV 또는 파보바이러스 등 소두증의 더 보편적인 원인에서 비롯되지 않은 듯했다. 브라질 보건부에 보고가 올라갔다. 정부 당국의 대책은 카를로스 브리토 박사를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브리토 박사는 단순하게 시작했다. 최근 소두증 아기들을 낳은 산모 수십 명을 면접하고 질문했다. 그중에는 14세의 어린 산모도 있었다. 신생아의 소두증은 계속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심했다. 브리토 박사는 “대단히 고통스럽고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른다면 그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신속히 답을 찾아야 했다.”
며칠 간의 조사 끝에 그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소두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브리토 박사는 산모들의 모두 나이가 달랐고 유사한 약을 복용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주거지가 판이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너무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었다. 풍진 같이 타액으로 옮겨지는 질병 또는 갑작스런 면역력 저하에 따른 거대세포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유행일 순 없었다. 매개체가 필요했다.” 모든 산모가 지카의 일반적인 원인에 음성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모두 임신 첫 3개월 중 지카 증상인 발진과 발열을 나타냈다. 지난해 초의 지카 발생 때와 정확히 일치했다.
브리토 박사의 마음 속에서 맞을 경우의 두려움과 틀릴 경우의 두려움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지카일 경우 소두증이 일반 감기처럼 널리 확산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집트 숲모기는 브라질 각지의 모든 도시에 존재하며 30년 동안 그 모기를 방제하려는 브라질 정부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박사가 틀릴 경우 공황을 유발해 소두증의 원인을 파헤치는 데 필요한 조사를 더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브리토 박사는 동료 루스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히우그란지두노르치 주에서도 같은 패턴이 발생하는지 물었다. 그 전해 지카의 초기 환자들이 발생했던 곳이다. 루스 박사는 “12시간 사이 11건이 발생했다”며 “임신시점이 지카가 발생하기 시작할 때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어떤 아기든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지카 증상은 보통 하루 이틀 뒤에는 사라진다. 바이러스는 항체 말고 체내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항체는 감염병과 싸우기 위해 유기체가 만들어내는 고유의 단백질이다. 그리고 당시엔 산모나 신생아의 혈액 샘플에서 항체의 존재를 검출할 만한 검사법이 없었다.
지카와 소두증 간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뉴스가 확산될 때 브라질 각지의 과학자들은 소두증 신생아에서 징후를 찾으려 했다. 예컨대 페르남부쿠 주의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 과학자들은 중합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는 기법을 적용해 바이러스 DNA의 흔적을 증폭시켰다. 소두증 신생아에서 지카 DNA 흔적을 찾아보겠다는 기대였지만 실패로 끝났다.
탐색작업은 한 달 뒤까지 소득이 없었다. 아드리아나 멜로 박사가 치료 중인 임부 2명의 태아는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듯했다. 두 태아는 또한 소뇌(근육·청각·시각을 관장하는 두뇌 부위) 발육이 부진했다. 통상적으로 선천성 소두증과 관련된 증상은 아니었다. 멜로 박사는 “의사 경력 17년 동안 그런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며칠 뒤 한 연구 그룹에서 소두증과 지카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문자를 받았다. 그때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한 설명은 그것뿐이었다.” 멜로 박사는 동료들에게 수소문해 두 임부가 지카에 감염됐는지 검사할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그녀가 통상적으로 이용했던 사설 연구소 어디에도 필요한 도구가 없었다. 멜로 박사는 “보건부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지카 연구에 착수한 공공 연구소는 몰랐다”며 “방법을 찾는 데 2개월 가까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윽고 한 친구가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의 한 연구원을 언급했다. “내 생일인 11월 5일 그녀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며 “손님들이 내 생일을 축하할 때 우리는 2시간 동안 리오데자네이루로 양수를 보낼 방법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검사결과가 도착했을 때 멜로 박사의 예감이 확인됐다. 양수에 지카 바이러스의 흔적이 있었다. 그 바이러스가 기형 신생아와 접촉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브리토 박사는 “바로 소두증과 지카 간의 연관성 확인에 필요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부는 연관성이 ‘아주 크다’고 간주하면서도 확언하지는 않았다. 2주 뒤인 11월 28일 브라질의 또 다른 연구재단이 사산아의 뇌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확인했다. 그날 브라질 보건부는 지카가 소두증 발생의 원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질 정부가 국가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세계보건기구(WHO)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WHO가 전 세계에 경보를 발동하는 데 또 다시 6주가 걸렸다. 독립적인 전문가 위원회의 채근을 받은 뒤 WHO는 지난 2월 마침내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딸 셋을 둔 브리토 박사는 몇 주 동안 밤잠을 설치던 끝에 마침내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3개월 전 브라질 북동부의 소규모 의사진에 처음 발견된 의료 위기에 세계가 마침내 눈을 뜬 것이다.
미 대륙의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요즘 지카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려 안간힘을 쓴다. 과학과 픽션의 중간지대쯤에 자리 잡은 연구 프로젝트들이 등장한다. 예컨대 실험실에서 이집트 숲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한 뒤 야생에 풀어놓아 개체군 전체의 생식 능력을 단시일 내에 없애거나 모기의 내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일종의 트로이 목마로 이용해 모기의 생식능력을 차단할 수 있는 분자를 투입하는 방법 등이다. DDT를 부활시키는 것과 같은 최후의 방안도 있다.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DDT가 환경 황폐화를 유발한다고 밝힌 뒤 거의 쓰이지 않게 된 강력한 신경 독성 살충제다.
그뿐 아니라 더 평범한 해법도 있다. 예컨대 이집트 숲모기가 집에 들어올 경우 지카를 식별하고 감염을 피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과 도구(환경친화적인 살충제)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또 피임과 낙태 합법화 같은 더 나은 가족계획 방안을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합법적인 수단이 없는 남미 지역이 주요 대상이다. 임신과 출산을 조절하는 능력을 여성에게 부여하면 진짜 걱정거리, 즉 감염된 여성이 소두증에 걸린 아기를 낳을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많다.
예방책으로는 아마도 문제 국가의 모든 시민에게 백신을 공급하는 방법이 진짜 만병통치약일 듯하다. 그런 해법이 곧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미국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는 최근 1단계 임상실험에 성공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백신의 응용에 초점을 맞춘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라질 공공 연구소인 부탄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손잡고 뎅기열 백신 임상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진행 중이다. 그들은 그 처방을 이용해 지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도 유럽 연구소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다. 대형 제약사들도 백신 개발을 검토한다. 일례로 사노피 파스퇴르는 최근 승인 받은 뎅기열 백신으로 얻은 연구 결과를 지렛대 삼아 단시일 내에 지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여기서 ‘단시일 내’는 상대적인 용어다. 현실적으로 백신의 개발·실험·공급에는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껏 브라질에서 소두증 의심 사례는 3893건, 확인 사례는 508건이었다. 이들 중 41건에서 지카 감염과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지난 2월 19일 WHO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 그리고 브라질 북동부 바히아 주와 파라이바 주의 한 바이오테크 업체가 사망한 소두증 신생아 대상으로 실시한 부검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카와 소두증 간의 연관성이 더 확실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선 소두증 유행의 ‘진짜’ 원인을 두고 음모론이 난무한다. 백신 특허기간 만료, 유충구제제의 사용, 또는 형질전환 모기설 등이다. 콜롬비아 같은 다른 나라에선 지카의 존재가 발견됐지만 소두증은 없다는 사실이 이 같은 음모론을 부채질한다.
루스 박사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브라질에 들어오기 전에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 확신이 설 때까지 몇 개월을 기다릴 수는 없다.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리즈 브라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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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숲모기는 브라질의 5000여 개 카운티 중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는 고유종 흡혈곤충이다. 바로 이 한 종의 모기가 브라질에서 매년 수백 명 때로는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유행병의 유발자다. 브라질 주민은 뎅기열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지만 지난해 초 몇 개월 사이 새로운 모기 매개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벼운 열과 하루 이틀 만에 사라지는 분홍색 발진 등 독감 같은 증상을 일으켰다. 지역의 대다수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그것을 뎅기열로 취급했다. 그러나 클레버 루스 박사는 환자 증상을 보고는 곧바로 뎅기열이 아닐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히우그란지두노르치 주의 주도 나탈의 감염병 전문가인 그는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의 연구원인 동료 카를로스 브리토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은 페르남부쿠 주에 있는 브라질의 가장 저명한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 중 하나다. 모기·진드기를 비롯한 기타 절지동물이 옮기는 뎅기열·황열·웨스트나일 등의 아르보바이러스(arboviruse)를 전문적으로 연구한다. 루스 박사는 “우리는 500여 개 샘플을 수집한 뒤 뎅기열이 아니라 더 새롭고 긴급한 대책을 요하는 종류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다른 가능성들을 일일이 확인해 제외한 뒤 지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카의 존재는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알려졌지만 남미에선 한 번도 확산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그들의 결론은 신뢰를 얻지 못했다. 보건부에 보고했지만 정부는 반신반의했다. 유행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위험한 증상이나 지속적인 영향이 없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감염 사례 보고를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이 끝나면서 지카에 관한 우려도 수그러들었다. 루스 박사는 “그것이 지카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다”며 “브라질에 지카가 유입되리라는 것을 보건 당국은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요즘 세계적으로 질병이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 과소평가한다.” 벽에 부닥친 의사들은 그 바이러스를 조사하기 위한 그룹을 직접 구성하기로 했다.
브라질에 무시무시한 선천성 기형의 물결이 몰려온다는 첫 징후는 지난해 8월에 나타났다. 페르남부쿠 주의 주도 헤시페에서 소아신경학자 바네사 반 데르 린덴에게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한 여성이 남아 쌍둥이를 출산한 참이었다. 그중 한 아이에게서 심각한 선천성 소두증이 나타났다. 소두증은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게 태어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의사들은 원인을 찾지 못했다. 반 데르 린덴 박사는 “개인병원이라서 가능한 모든 원인을 조사하고 갖가지 검사를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뭔가 이상이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밝혀낼 수 없었다.” 당시엔 특이한 사례인 듯했다. 어쨌든 단 하나의 아기에게 발생한 희귀 사례였다.
그러나 2주 뒤 반 데르 린덴 박사는 정기 회진 중 소두증을 가진 아기 3명을 더 발견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엔 2명이 추가로 나타났다. 그는 “소아신경학자인 어머니에게 전화했더니 그쪽에도 7건이 발생했다”며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불과 2주 사이에 소두증 환자가 15명 이상 나타났다. 평상시 1년 동안 발견되는 숫자보다 많았다. 한번은 “하루 밤에 3명의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반 데르 린덴 박사는 말했다. “보통 4개월 동안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던 때다. 조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데르 린덴 박사는 경종을 울린 첫 의사였다. 박사는 페르남부쿠 주 보건부에 연락했다. 당국자들이 지역 병원들을 조사한 뒤 박사 말이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소두증 발생 기록이 전해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그중 어느 것도 풍진, 거대세포 바이러스, 톡소플라스마증, HIV 또는 파보바이러스 등 소두증의 더 보편적인 원인에서 비롯되지 않은 듯했다. 브라질 보건부에 보고가 올라갔다. 정부 당국의 대책은 카를로스 브리토 박사를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브리토 박사는 단순하게 시작했다. 최근 소두증 아기들을 낳은 산모 수십 명을 면접하고 질문했다. 그중에는 14세의 어린 산모도 있었다. 신생아의 소두증은 계속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심했다. 브리토 박사는 “대단히 고통스럽고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른다면 그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신속히 답을 찾아야 했다.”
며칠 간의 조사 끝에 그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소두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브리토 박사는 산모들의 모두 나이가 달랐고 유사한 약을 복용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주거지가 판이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너무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었다. 풍진 같이 타액으로 옮겨지는 질병 또는 갑작스런 면역력 저하에 따른 거대세포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유행일 순 없었다. 매개체가 필요했다.” 모든 산모가 지카의 일반적인 원인에 음성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모두 임신 첫 3개월 중 지카 증상인 발진과 발열을 나타냈다. 지난해 초의 지카 발생 때와 정확히 일치했다.
브리토 박사의 마음 속에서 맞을 경우의 두려움과 틀릴 경우의 두려움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지카일 경우 소두증이 일반 감기처럼 널리 확산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집트 숲모기는 브라질 각지의 모든 도시에 존재하며 30년 동안 그 모기를 방제하려는 브라질 정부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박사가 틀릴 경우 공황을 유발해 소두증의 원인을 파헤치는 데 필요한 조사를 더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었다.
브리토 박사는 동료 루스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히우그란지두노르치 주에서도 같은 패턴이 발생하는지 물었다. 그 전해 지카의 초기 환자들이 발생했던 곳이다. 루스 박사는 “12시간 사이 11건이 발생했다”며 “임신시점이 지카가 발생하기 시작할 때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어떤 아기든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지카 증상은 보통 하루 이틀 뒤에는 사라진다. 바이러스는 항체 말고 체내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항체는 감염병과 싸우기 위해 유기체가 만들어내는 고유의 단백질이다. 그리고 당시엔 산모나 신생아의 혈액 샘플에서 항체의 존재를 검출할 만한 검사법이 없었다.
지카와 소두증 간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뉴스가 확산될 때 브라질 각지의 과학자들은 소두증 신생아에서 징후를 찾으려 했다. 예컨대 페르남부쿠 주의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 과학자들은 중합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는 기법을 적용해 바이러스 DNA의 흔적을 증폭시켰다. 소두증 신생아에서 지카 DNA 흔적을 찾아보겠다는 기대였지만 실패로 끝났다.
탐색작업은 한 달 뒤까지 소득이 없었다. 아드리아나 멜로 박사가 치료 중인 임부 2명의 태아는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듯했다. 두 태아는 또한 소뇌(근육·청각·시각을 관장하는 두뇌 부위) 발육이 부진했다. 통상적으로 선천성 소두증과 관련된 증상은 아니었다. 멜로 박사는 “의사 경력 17년 동안 그런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며칠 뒤 한 연구 그룹에서 소두증과 지카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문자를 받았다. 그때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한 설명은 그것뿐이었다.” 멜로 박사는 동료들에게 수소문해 두 임부가 지카에 감염됐는지 검사할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그녀가 통상적으로 이용했던 사설 연구소 어디에도 필요한 도구가 없었다. 멜로 박사는 “보건부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지카 연구에 착수한 공공 연구소는 몰랐다”며 “방법을 찾는 데 2개월 가까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윽고 한 친구가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의 한 연구원을 언급했다. “내 생일인 11월 5일 그녀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며 “손님들이 내 생일을 축하할 때 우리는 2시간 동안 리오데자네이루로 양수를 보낼 방법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검사결과가 도착했을 때 멜로 박사의 예감이 확인됐다. 양수에 지카 바이러스의 흔적이 있었다. 그 바이러스가 기형 신생아와 접촉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브리토 박사는 “바로 소두증과 지카 간의 연관성 확인에 필요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부는 연관성이 ‘아주 크다’고 간주하면서도 확언하지는 않았다. 2주 뒤인 11월 28일 브라질의 또 다른 연구재단이 사산아의 뇌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확인했다. 그날 브라질 보건부는 지카가 소두증 발생의 원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질 정부가 국가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세계보건기구(WHO)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WHO가 전 세계에 경보를 발동하는 데 또 다시 6주가 걸렸다. 독립적인 전문가 위원회의 채근을 받은 뒤 WHO는 지난 2월 마침내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딸 셋을 둔 브리토 박사는 몇 주 동안 밤잠을 설치던 끝에 마침내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3개월 전 브라질 북동부의 소규모 의사진에 처음 발견된 의료 위기에 세계가 마침내 눈을 뜬 것이다.
미 대륙의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요즘 지카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려 안간힘을 쓴다. 과학과 픽션의 중간지대쯤에 자리 잡은 연구 프로젝트들이 등장한다. 예컨대 실험실에서 이집트 숲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한 뒤 야생에 풀어놓아 개체군 전체의 생식 능력을 단시일 내에 없애거나 모기의 내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일종의 트로이 목마로 이용해 모기의 생식능력을 차단할 수 있는 분자를 투입하는 방법 등이다. DDT를 부활시키는 것과 같은 최후의 방안도 있다.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DDT가 환경 황폐화를 유발한다고 밝힌 뒤 거의 쓰이지 않게 된 강력한 신경 독성 살충제다.
그뿐 아니라 더 평범한 해법도 있다. 예컨대 이집트 숲모기가 집에 들어올 경우 지카를 식별하고 감염을 피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과 도구(환경친화적인 살충제)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또 피임과 낙태 합법화 같은 더 나은 가족계획 방안을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합법적인 수단이 없는 남미 지역이 주요 대상이다. 임신과 출산을 조절하는 능력을 여성에게 부여하면 진짜 걱정거리, 즉 감염된 여성이 소두증에 걸린 아기를 낳을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많다.
예방책으로는 아마도 문제 국가의 모든 시민에게 백신을 공급하는 방법이 진짜 만병통치약일 듯하다. 그런 해법이 곧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미국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는 최근 1단계 임상실험에 성공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백신의 응용에 초점을 맞춘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라질 공공 연구소인 부탄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손잡고 뎅기열 백신 임상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진행 중이다. 그들은 그 처방을 이용해 지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오스발도 크루스 재단도 유럽 연구소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다. 대형 제약사들도 백신 개발을 검토한다. 일례로 사노피 파스퇴르는 최근 승인 받은 뎅기열 백신으로 얻은 연구 결과를 지렛대 삼아 단시일 내에 지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여기서 ‘단시일 내’는 상대적인 용어다. 현실적으로 백신의 개발·실험·공급에는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껏 브라질에서 소두증 의심 사례는 3893건, 확인 사례는 508건이었다. 이들 중 41건에서 지카 감염과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지난 2월 19일 WHO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 그리고 브라질 북동부 바히아 주와 파라이바 주의 한 바이오테크 업체가 사망한 소두증 신생아 대상으로 실시한 부검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카와 소두증 간의 연관성이 더 확실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선 소두증 유행의 ‘진짜’ 원인을 두고 음모론이 난무한다. 백신 특허기간 만료, 유충구제제의 사용, 또는 형질전환 모기설 등이다. 콜롬비아 같은 다른 나라에선 지카의 존재가 발견됐지만 소두증은 없다는 사실이 이 같은 음모론을 부채질한다.
루스 박사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브라질에 들어오기 전에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 확신이 설 때까지 몇 개월을 기다릴 수는 없다.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리즈 브라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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