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미국의 약값을 어떻게 끌어내려야 할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보고서에서 매년 항암제 중 30억 달러어치가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아주 간단한 이유가 있었다. 시중에 공급되는 이들 치료제의 약병에 담긴 1회분이 대부분 환자의 평균 필요량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로운 케터링 암센터와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지난 3월 1일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약품을 1회분으로 공급해 제약사가 이익을 챙기도록 하는 규제의 폐지를 촉구했다(연구진은 메모리얼 슬로운 케터링의 피터 백, 레이먼드 멀러, 제프리 슈노어, 레너드 샐츠 그리고 시카고대학 레나 콘티 등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약들은 일단 개봉하면 투여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며 “환자의 체구가 약병에 담긴 분량과 일치할 가능성이 희박해 거의 항상 약간씩 남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아서 버리더라도 약값은 지불해야 한다. 그런 약 중 다수가 병 당 수천 달러를 호가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예컨대 골수에 암을 유발하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보르테조밉은 미국에선 3.5㎎ 약병 포장으로만 공급된다. 그러나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환자 당 필요한 평균 투여량은 2.5㎎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보르테조밉 중 3분의 1에 가까운 3억900만 달러어치가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이렇게 남는 약물을 다른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는 의사나 병원은 거의 없다. 규정상 약품의 개봉 후 6시간 이내에 전문 약제실에서만 나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올해 판매 예상액 기준 미국 내 상위 20대 암 치료제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장) 청구내역과 전국 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약병을 개봉해 약물을 투여한 뒤 이들 약물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계산했다. 그들의 추산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그 비율은 1~33% 사이였다.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제인 리툭시맙의 경우 판매액 26억 달러 중 버려지는 7%의 가격을 따지면 2억5400만 달러에 달했다.

연구팀은 특히 다른 서방 국가와 달리 약값 협상에서 정부의 발언권이 없는 미국의 사례를 살폈다. 예컨대 영국에선 보르테조밉이 미국에 공급되는 3.5㎎ 버전 대신 1㎎ 용기에 담겨 판매된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 이익을 보는 쪽은 제약회사뿐이 아니다. 약값을 청구하는 병원과 의사들도 올해 10억 달러 이상의 이윤을 남길 게 ‘거의 확실하다’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연방정부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그리고 민간보험사들도 함께 환자와 마찬가지로 그 비용을 부담한다.

그들의 조사는 종양 치료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1회용 약병과 투여량의 불일치는 암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연구팀은 평했다. 예컨대 천식약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분량도 실제로 필요한 분량에 비해 비슷하게 넘친다.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이 모두 약값을 끌어내리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동안 연구팀은 낭비를 없애고 비용을 낮추는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제약회사들은 작은 체구의 노파에게 미식축구 선수에게 투여할 만큼의 약을 구입하도록 강요하는 식으로 조용히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규제당국은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보고서 공동작성에 참여한 메모리얼 슬로운 케터링의 보건정책·결과센터 소장인 피터 백이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려면 분명 이것부터 줄여야 한다.”

- 엘리자베스 휘트먼 IBTIMES 기자

의학자들이 암세포의 ‘아킬레스건’을 추적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은 이 방법을 이용해 효과적인 맞춤 암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3월 3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그들은 2년 뒤에는 실험에 착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MIT·하버드·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연구팀이 악성 종양 내의 독특한 표지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들은 이 방법을 이용해 신체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집중 공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껏 이 같은 백신(신체 면역체계가 종양을 근절하도록 유도하는 종류)의 개발 노력은 대부분 실패했다. 한 가지 주된 이유는 종양의 악성 세포들이 똑같지 않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변형이 생기는 데 있다. 더욱이 이들 세포는 항상 변화한다. 영국 암연구소(Institute of Cancer Research)의 마코 걸린저 박사는 “많은 암세포는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한다”며 “이들이 이동 표적이라는 점에서 통제가 어렵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그러나 종양이 자라고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때도 그 세포들은 공통의 유전적 돌연변이를 유지한다. 이번 조사에선 연구팀의 조사 대상 폐암 환자 2명에게서 종양 세포의 표면 단백질(surface protein)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후 자라난 모든 암 세포에 나타났다. 이 표면 단백질이 종양 구성에서 ‘깃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그들은 썼다.

조사를 이끈 암 전문가 찰스 스완튼은 “종양들이 본질적으로 자멸의 씨앗을 뿌린다는 사실을 우리가 처음 발견했다”며 “종양에는 모든 종양 세포에 존재하는 표면 단백질을 인지하는 면역세포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말했다.

스완튼 연구팀은 조사 결과 몇몇 경우엔 면역체계가 이들 ‘깃발’을 바탕으로 악성 세포를 공격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도 너무 힘이 약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구는 이들 깃발을 활용해 그런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한 가지는 의사들이 종양생검으로 유전자 분석을 실시해 종양의 악성 세포에 이 같은 유형의 깃발이 존재하는지 판별하는 방법이다. 그 다음 기존에 그런 깃발을 이용해 세포를 공격하는 종양 내 면역세포들을 찾아내 그들을 실험실에서 배양한 뒤, 일종의 추가접종으로 환자에게 다시 주사하는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단백질 깃발들을 체내에 주사함으로써 면역체계를 자극해 더 강하고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접근법이 모든 암에 주효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첫 인체실험 대상은 폐암 환자가 될 것으로 스완튼 연구원은 예상한다. “이는 의학의 최첨단을 달리는 연구다. 다음 단계는 이 접근법을 더 큰 그룹으로 확대해 임상실험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 대미언 샤코브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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