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으로 방송. 통신업계가 뜨겁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미디어 시장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우월적 사업자가 탄생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합리적 흐름이 아니라고 말하는 심영섭 교수. 방송협회는 방송생태계가 황폐화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통신기업인 KT와 LGU+는 방송과 통신 장악으로 소비자의 권익이 훼손될 수 있다며 비판광고를 내는 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공정거래법 7조에 따라 전국시장과 지역시장 둘 다에서 독점력이 강화되는 기업결합이 될 것이다.
SK텔레콤은 결합상품으로 유무선 양쪽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했다. 유료 방송시장에서도 26%를 확보했다. KT가 유료방송시장 30%인데 왜 문제 삼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지만 KT는 예전부터 공기업이었다. 자회사를 설립해서 인수합병으로 자연적으로 30%까지 성장한 것이다. 반면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 인위적으로 성장했다. 또 다른 인수합병으로 인위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현재의 약 50% 가까운 이동통신 점유율과 유료방송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포털 네이버의 사례도 있지만 우월적 사업자가 탄생하면 그 사업자 주도로 모든 서비스의 가격결정이 가능해진다. SK텔레콤이 시장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면 콘텐트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격 협상 여지가 작아질 것이다. 미디어 시장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우월적 사업자가 탄생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합리적 흐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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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적 사업자보다 다양성 담보돼야
이번 인수합병 추진이 방송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SO는 방송권역이 좁지만 직사채널을 통해 지역정보제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CJ헬로비전은 78개 권역 중 23개 권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KBS와 MBC의 19개 지역 방송국에 준하는 제 4의 전국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방송산업은 소유자가 다양할 때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 대형사업자 몇 개만 남으면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론이 조성될 우려가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로서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는 통합방송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어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 이 법에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점사업자의 등장을 금지하고 있다. 개인적 의견은 통합방송법이 제정되고 나서 정부가 인수합병을 심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상 미비한 규정이 있는데, 심사당국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정리하는 게 순서다.
합병 후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적극 출시하면서 요금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합상품은 표면적으로는 요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독점사업자가 얼마든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예컨대 결합상품 가격을 낮게 출시하면서 통화료를 올린다든지 IPTV를 공짜로 주면서 VOD 결제를 유도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 즉, 결합상품 가격이 내려갈 것인지 올라갈 것인지는 소비자 입장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결합상품 자체의 가격보다 가입자들에게 개별 서비스 과금을 어떻게 유도하는지가 중요하다.
- 오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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