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로 이겨내는 전쟁의 상처

아이만의 남자 형제 3명을 포함한 온 가족이 요르단 북부의 자타리 난민촌에 도착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2013년 요르단 정부가 시리아 국경 여러 곳을 폐쇄했기 때문에 이들은 시리아 동부의 위험한 지역과 시리아-요르단-이라크 국경을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이 난민촌에 도착했을 때 아이만은 시리아에서 겪은 끔찍한 전쟁의 기억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우리가 난민촌에 처음 도착했을 때 아이만은 말을 하지 못했다”고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시리아에서는 말을 잘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됐다. 상태가 아주 나빴다. 밤에 잘 때 오줌도 쌌다. 지금은 말을 하지만 여전히 언어에 문제가 있다.” (아이만의 아버지는 신변 안전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뉴스위크에 요청했다.)
“그 애는 매우 공격적이었다”고 아이만의 유치원 선생님 사파예가 국제 아동구호 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에 밝혔다. “하지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만의 공격적인 성향은 활동과잉으로 바뀌었다. 아이만은 수업에 매우 활발하게 참여하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만에게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축구가 큰 역할을 했다. “축구가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난민촌의 다른 어린이들과 축구 경기를 할 때 특히 그랬다. 아이만은 갈수록 자신감이 늘었다. 취미로 그림도 그렸다. 그 애는 그림에 소질이 있다.”지난 3월 13일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 장의 사진을 올린 뒤 상황은 더 좋아졌다. 나르시시즘에 빠졌다는 비난을 자주 듣는 그가 아들 크리스티아누 주니어와 나란히 앉아 아이만의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아이만의 아버지는 아들보다 더 열렬한 호날두의 팬이다. “그는 2004년부터 호날두의 팬이었다”고 히자지 사진가는 말했다. “호날두에 관한 뉴스는 꼬박꼬박 챙겨 봤고 발롱도르 상을 받는 모습도 지켜봤다. 그리고 아들에게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일러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가르쳐줬다. 이제 아이만은 호날두를 훨씬 더 가깝게 느낀다.”
아이만의 가족은 자타리 난민촌에서 2년 3개월 동안 살고 있다. 아버지는 언젠가 아들이 바깥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호날두가 경기하는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바우에 가볼 수 있다면 더 좋겠고 말이다. “아들이 호날두를 만날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다”고 아이만의 아버지는 말했다. “아이만에겐 나쁜 기억이 많다. 끔찍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 호날두를 만나면 축구를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호날두는 이기적이라는 평판과 달리 최근 자선활동에 나서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의 홍보대사이기도 그는 지난 3월 다섯 살짜리 팔레스타인 고아 소년 아메드 다와브샤를 만났다. 그 아이의 부모는 지난해 7월 마드리드에서 유대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알려진 화염병 공격으로 사망했다.
호날두는 2005년부터 자선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인도네시아에 가서 2004년 쓰나미 피해 어린이 마르투니스를 만났다. 놀랍게도 나중에 마르투니스는 호날두가 200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로 이적하기 전 처음 몸담았던 스포팅 리스본(포르투갈)에 입단했다.
요즘 마르투니스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성을 호날두로 쓴다. 지난 3월 15일에는 호날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아이만과 호날두, 크리스니아누 주니어의 사진을 리포스팅했다.
아이만의 아버지는 “최근에 호날두가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후원한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호날두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난민에 대한 인식 제고에 도움을 줘 정말 고맙다.”
아이만의 가족은 여전히 자타리 난민촌의 이곳저곳을 떠돌며 산다. 하지만 호날두의 관심과 지원은 이들 가족이나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희망을 준다.
- 테디 커틀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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