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연기보다 감독을 하지
차라리 연기보다 감독을 하지
슈퍼히어로는 사람들을 구하는 존재 아닌가? 그런데 어째 벤 애플렉(43)은 망토를 두르거나 마스크를 쓸 때마다 본인이 더 처참해지는 것 같다. 애플렉은 지난 3월 말 개봉한 워너브러더스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배트맨 역을 맡았다. 그는 1997년 ‘굿 윌 헌팅’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 후 그의 연기에 대한 평은 엇갈렸지만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배트맨 대 슈퍼맨’은 형편없다. 흥행수입도 평단의 반응만큼 보잘것없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미국과 한국 모두 3월 넷째 주 개봉 첫 주말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2주차에 접어들면서 관객 수가 뚝 떨어졌다) 애플렉으로서는 이 시점에 또 하나의 실패작이 나올 경우 배우 진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는 2003년 슈퍼 히어로 영화 ‘데어데블’에 출연한 이후 8년 동안 흥행 참패를 이어오다 최근 5년 동안 조용히 명성을 회복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2014년 ‘나를 찾아줘’로 화려하게 컴백한 배우 벤 애플렉에게는 확실히 나쁜 소식”이라고 남캘리포니아대학의 마케팅학 교수 지텐더 셰데브가 말했다(그는 배우로서의 자질과 각본가·감독으로서의 능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본다). “애플렉은 최근 할리우드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무척 애썼다. 업계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그가 다른 주연급 배우들에 비해 스타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그런 면에서 애플렉에게 도움이 안 된다. 이 영화가 평단의 조롱을 받는 주된 이유가 그의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의 혹평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가 그 진창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진짜 히어로가 필요할 지경이다. 로튼 토마토(북미 비평가들의 평점을 모아 통계를 내는 사이트)에 따르면 개봉 전 이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3%에 불과했다.
데일리비스트의 젠 야마토는 이렇게 썼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야심작인 이 작품은 슈퍼 히어로 영화를 한 발짝 후퇴시켰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아이들처럼 유치하게 아웅다웅하는 걸 2시간 30분씩이나 지루하게 지켜봐야 한다. 초점 없는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다시는 배트맨이나 슈퍼맨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제작 과정에서 엄청난 착오가 있었다는 말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흥행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해도 그것이 곧 배우로서 애플렉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진 않는다. “벤 애플렉의 이름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사람들이 그를 할리우드의 진정한 A급 스타로 인식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셰데브 교수는 말했다. 그는 만화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흥행 요인은 배우의 능력보다 원작의 시장성 있는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경우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얻을 때는 배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애플렉은 2003년 슈퍼 히어로 영화 ‘데어데블’에 출연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 그 영화는 평단의 반응과 흥행 성적이 모두 좋지 않았다. 미국 내 흥행 수입이 1억2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주연 배우로서 애플렉의 입지에 타격을 줬다. 그때부터 2010년 ‘타운’이 나올 때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 수입 5000만 달러 이상을 올려본 적이 없다[‘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가 9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제니퍼 애니스턴, 드루 베리보어, 브래들리 쿠퍼, 스칼렛 요한슨 등 A급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 그 작품에서 애플렉은 조연이었다]. ‘갱스터 러버’ ‘저지 걸’ 등 그 기간 동안 애플렉이 주연한 영화 대다수가 실패작이었다.애플렉이 감독한 ‘타운’이 전환점이 됐다. 2007년 ‘가라 아이야 가라’(애플렉의 감독 데뷔작) 이후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그는 ‘타운’과 2011년 ‘아르고’에서 감독과 주연을 다 맡아 훌륭한 연기로 좋은 평을 받았다. ‘아르고’는 201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2014년 애플렉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에 캐스팅돼 감독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애플렉이 새롭게 찬사를 받는 배우의 길로 들어선 듯 보였다. 그런 시점에 왜 ‘배트맨 대 슈퍼맨’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출연 제의를 받은 작품이 별로 없지 않고서는 이런 영화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셰데브 교수가 말했다.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이 여전히 애플렉을 ‘진짜’ 배우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애플렉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크리스천 베일과 조지 클루니도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했지만 평단의 찬사와 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승승장구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클루니는 1997년 ‘배트맨과 로빈’에, 베일은 2005년 ‘배트맨 비긴스’ 이후 몇 편의 배트맨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배트맨 영화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그 전에 주연을 맡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마블 스튜디오는 작품에 A급 배우를 여러 명 출연시키는 ‘앙상블 캐스팅’(영화 ‘어벤저스’가 그 예다)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캡틴 아메리카’와 ‘토르’)에는 ‘진짜’ 배우를 주연으로 쓰지 않는다. ‘아이언맨’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예외다. 하지만 다우니는 마약중독을 극복한 후 컴백 작품으로 이 시리즈를 이용했다.
애플렉의 ‘배트맨 대 슈퍼맨’ 출연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볼 만한 이유는 또 있다. 이 영화는 워너브러더스와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의 전편이다. ‘사업이 우선, 예술은 둘째’로 치는 프로젝트로 크리스천 베일을 주인공으로 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와는 사뭇 다르다.
“스나이더 감독은 슈퍼히어로 영화 시리즈를 위한 150분짜리 예고편을 만들어 달라는 DC 코믹스의 요청에 응했다”고 힛픽스(연예 전문 사이트)의 드루 맥위니는 썼다. “유감스럽게도 대다수 해설식 광고가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실속보다 허세가 많다. 2시간 30분 동안 그런 광고에 시달리면 거기서 뭘 팔든 사지 않겠다는 마음이 든다.”
어쩌면 애플렉의 이번 역할은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애플렉이 새로운 배트맨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배트맨 영화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애플렉이 ‘굿 윌 헌팅’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은 건 연기가 아니라 각본 부문이었다(이 영화에서 애플렉은 맷 데이먼과 대본을 공동 집필하고 함께 주연했다). 애플렉의 진정한 재능은 그쪽에 있는 듯하다.
“이번 작품이 벤 애플렉에게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셰데브 교수는 말했다. “이 영화는 그가 카메라 앞이 아니라 뒤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될 듯하다.”
- 알렉스 개로팔로 IBTIMES 기자 지난 3월 28일 로튼 토마토가 집계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지지율은 29%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터넷무비 데이타베이스 (IMDB) 평점 7.5를 받았으며 만화책 팬 일부는 영화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BBC 뉴스에 따르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렇게 엇갈린 평가 속에 개봉 후 첫 5일 동안 세계적으로 4억24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미국에서만 1억701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3월 개봉작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 만화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중 최악은 아닐지 모른다.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는 팬들을 실망시키고 평단의 혹평을 받은 작품이 많았다. 슈퍼히어로 영화 중 최악의 작품 8편을 소개한다.
1. ‘그린 랜턴’(2011)
라이언 레이놀즈가 할 조던 역을 맡았던 ‘그린 랜턴’은 각본과 CGI(조던의 의상을 100% CGI 기술로 제작했다) 관련 문제로 비난 받았다. 이 영화는 새 시리즈를 출범시키는 작품으로 기획됐지만 부정적인 평가와 흥행 실패로 속편 제작 계획이 취소됐다. 영화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레이놀즈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현재의 부인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만났다.
2. ‘엘렉트라’(2005)
엘렉트라라는 캐릭터는 ‘데어데블’에서 강한 인상을 주며 데뷔했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에서는 그 이미지를 지키지 못했다. 제니퍼 가너가 주연한 ‘엘렉트라’는 당시 마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중에서 흥행 성적이 가장 나빴다. 분위기가 너무 심각한 데다 줄거리도 탄탄하지 못했다. 이 캐릭터는 넷플릭스의 ‘데어데블’ 시즌 2에서 활기를 되찾았다.
3.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울버린은 ‘엑스맨’ 영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은 대체로 실패했다. 2009년 개봉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그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힌다. 남성 잡지 GQ의 제임스 멀링거는 이 영화의 플롯이 ‘단조롭고’ 구멍투성이라고 썼다. 이 작품은 또 영화 말미에 입이 꿰매져 말을 할 수 없게 설정된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의 묘사로도 비난 받았다. 최초의 ‘헐크’ 영화는 에릭 바나, 제니퍼 코넬리, 샘 엘리엇, 조시 루카스 등 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바나는 부루스 배너 역을 훌륭히 소화했지만 영화 길이에 비해 액션 장면이 충분치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2008년 에드워드 노튼을 주연으로 한 속편 ‘인크레더블 헐크’가 나왔다. 헐크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마블 코믹스의 만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슈퍼히어로 영화 시리즈)에서 가장 사랑 받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됐다.
5. ‘스파이더맨 3’(2007)
‘스파이더맨’ 영화 중 1·2편은 재미있고 탄탄했지만 3편에서 길을 잃은 듯하다. 캐릭터가 너무 많아 플롯에 부담을 줬고 악당 중에서는 제일 멋진 베놈(토퍼 그레이스)의 비중이 너무 작았다. ‘감성적인’ 피터 파커(토비 매과이어)가 이끌어가는 한 장면을 보면 ‘스파이더맨 3’가 왜 실망스러운지 금세 알 수 있다.
6. ‘판타스틱 4’(2015)
이 영화는 ‘판타스틱 4’ 시리즈의 재시동을 꾀한 작품이지만 오히려 영영 묻혀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평단의 악평이 쏟아졌고 현재 IMDb 평점이 4.3, 로튼 토마토 지지율은 9%다. 감독 조시 트랭크는 지난해 8월 트위터에서 자신은 이 영화의 멋진 버전을 갖고 있었지만 20세기 폭스가 다른 버전을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7. ‘캣우먼’(2004)
할리 베리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이 형편없는 영화를 구하진 못했다. 저명한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가장 혐오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베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섹시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감독을 비난했다.
8. ‘고스트 라이더’(2007)
니컬러스 케이지가 출연한 영화 중에는 수작도 많지만 졸작도 꽤 있다. ‘고스트 라이더’는 후자에 속한다. 로튼 토마토에서 현재 지지율은 26%이며 “우스꽝스런 말장난과 부자연스런 대화 속에 침울하고 과장된 분위기가 스며든 이상한 작품”이라는 평이 실렸다. 2012년 제작된 속편 ‘고스트 라이더: 복수의 화신’은 전편보다 더 형편없다는 평을 듣는다.
- 브렛 보드너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배트맨 대 슈퍼맨’은 형편없다. 흥행수입도 평단의 반응만큼 보잘것없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미국과 한국 모두 3월 넷째 주 개봉 첫 주말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2주차에 접어들면서 관객 수가 뚝 떨어졌다) 애플렉으로서는 이 시점에 또 하나의 실패작이 나올 경우 배우 진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는 2003년 슈퍼 히어로 영화 ‘데어데블’에 출연한 이후 8년 동안 흥행 참패를 이어오다 최근 5년 동안 조용히 명성을 회복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2014년 ‘나를 찾아줘’로 화려하게 컴백한 배우 벤 애플렉에게는 확실히 나쁜 소식”이라고 남캘리포니아대학의 마케팅학 교수 지텐더 셰데브가 말했다(그는 배우로서의 자질과 각본가·감독으로서의 능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본다). “애플렉은 최근 할리우드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무척 애썼다. 업계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그가 다른 주연급 배우들에 비해 스타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그런 면에서 애플렉에게 도움이 안 된다. 이 영화가 평단의 조롱을 받는 주된 이유가 그의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의 혹평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가 그 진창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진짜 히어로가 필요할 지경이다. 로튼 토마토(북미 비평가들의 평점을 모아 통계를 내는 사이트)에 따르면 개봉 전 이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3%에 불과했다.
데일리비스트의 젠 야마토는 이렇게 썼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야심작인 이 작품은 슈퍼 히어로 영화를 한 발짝 후퇴시켰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아이들처럼 유치하게 아웅다웅하는 걸 2시간 30분씩이나 지루하게 지켜봐야 한다. 초점 없는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다시는 배트맨이나 슈퍼맨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제작 과정에서 엄청난 착오가 있었다는 말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흥행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해도 그것이 곧 배우로서 애플렉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진 않는다. “벤 애플렉의 이름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사람들이 그를 할리우드의 진정한 A급 스타로 인식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셰데브 교수는 말했다. 그는 만화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흥행 요인은 배우의 능력보다 원작의 시장성 있는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경우처럼 부정적인 반응을 얻을 때는 배우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애플렉은 2003년 슈퍼 히어로 영화 ‘데어데블’에 출연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 그 영화는 평단의 반응과 흥행 성적이 모두 좋지 않았다. 미국 내 흥행 수입이 1억2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주연 배우로서 애플렉의 입지에 타격을 줬다. 그때부터 2010년 ‘타운’이 나올 때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 수입 5000만 달러 이상을 올려본 적이 없다[‘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가 9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제니퍼 애니스턴, 드루 베리보어, 브래들리 쿠퍼, 스칼렛 요한슨 등 A급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 그 작품에서 애플렉은 조연이었다]. ‘갱스터 러버’ ‘저지 걸’ 등 그 기간 동안 애플렉이 주연한 영화 대다수가 실패작이었다.애플렉이 감독한 ‘타운’이 전환점이 됐다. 2007년 ‘가라 아이야 가라’(애플렉의 감독 데뷔작) 이후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그는 ‘타운’과 2011년 ‘아르고’에서 감독과 주연을 다 맡아 훌륭한 연기로 좋은 평을 받았다. ‘아르고’는 201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2014년 애플렉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에 캐스팅돼 감독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애플렉이 새롭게 찬사를 받는 배우의 길로 들어선 듯 보였다. 그런 시점에 왜 ‘배트맨 대 슈퍼맨’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출연 제의를 받은 작품이 별로 없지 않고서는 이런 영화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셰데브 교수가 말했다.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이 여전히 애플렉을 ‘진짜’ 배우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애플렉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크리스천 베일과 조지 클루니도 슈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했지만 평단의 찬사와 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승승장구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클루니는 1997년 ‘배트맨과 로빈’에, 베일은 2005년 ‘배트맨 비긴스’ 이후 몇 편의 배트맨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배트맨 영화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그 전에 주연을 맡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마블 스튜디오는 작품에 A급 배우를 여러 명 출연시키는 ‘앙상블 캐스팅’(영화 ‘어벤저스’가 그 예다)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캡틴 아메리카’와 ‘토르’)에는 ‘진짜’ 배우를 주연으로 쓰지 않는다. ‘아이언맨’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예외다. 하지만 다우니는 마약중독을 극복한 후 컴백 작품으로 이 시리즈를 이용했다.
애플렉의 ‘배트맨 대 슈퍼맨’ 출연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볼 만한 이유는 또 있다. 이 영화는 워너브러더스와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의 전편이다. ‘사업이 우선, 예술은 둘째’로 치는 프로젝트로 크리스천 베일을 주인공으로 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와는 사뭇 다르다.
“스나이더 감독은 슈퍼히어로 영화 시리즈를 위한 150분짜리 예고편을 만들어 달라는 DC 코믹스의 요청에 응했다”고 힛픽스(연예 전문 사이트)의 드루 맥위니는 썼다. “유감스럽게도 대다수 해설식 광고가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실속보다 허세가 많다. 2시간 30분 동안 그런 광고에 시달리면 거기서 뭘 팔든 사지 않겠다는 마음이 든다.”
어쩌면 애플렉의 이번 역할은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애플렉이 새로운 배트맨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배트맨 영화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애플렉이 ‘굿 윌 헌팅’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은 건 연기가 아니라 각본 부문이었다(이 영화에서 애플렉은 맷 데이먼과 대본을 공동 집필하고 함께 주연했다). 애플렉의 진정한 재능은 그쪽에 있는 듯하다.
“이번 작품이 벤 애플렉에게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셰데브 교수는 말했다. “이 영화는 그가 카메라 앞이 아니라 뒤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될 듯하다.”
- 알렉스 개로팔로 IBTIMES 기자
[박스기사] 우리를 실망시킨 영웅들 - 관객과 평단의 혹평을 받은 슈퍼히어로 영화 8편을 살펴본다
BBC 뉴스에 따르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렇게 엇갈린 평가 속에 개봉 후 첫 5일 동안 세계적으로 4억24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미국에서만 1억701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3월 개봉작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 만화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중 최악은 아닐지 모른다.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는 팬들을 실망시키고 평단의 혹평을 받은 작품이 많았다. 슈퍼히어로 영화 중 최악의 작품 8편을 소개한다.
1. ‘그린 랜턴’(2011)
라이언 레이놀즈가 할 조던 역을 맡았던 ‘그린 랜턴’은 각본과 CGI(조던의 의상을 100% CGI 기술로 제작했다) 관련 문제로 비난 받았다. 이 영화는 새 시리즈를 출범시키는 작품으로 기획됐지만 부정적인 평가와 흥행 실패로 속편 제작 계획이 취소됐다. 영화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레이놀즈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현재의 부인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만났다.
2. ‘엘렉트라’(2005)
엘렉트라라는 캐릭터는 ‘데어데블’에서 강한 인상을 주며 데뷔했지만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에서는 그 이미지를 지키지 못했다. 제니퍼 가너가 주연한 ‘엘렉트라’는 당시 마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중에서 흥행 성적이 가장 나빴다. 분위기가 너무 심각한 데다 줄거리도 탄탄하지 못했다. 이 캐릭터는 넷플릭스의 ‘데어데블’ 시즌 2에서 활기를 되찾았다.
3.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울버린은 ‘엑스맨’ 영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은 대체로 실패했다. 2009년 개봉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그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힌다. 남성 잡지 GQ의 제임스 멀링거는 이 영화의 플롯이 ‘단조롭고’ 구멍투성이라고 썼다. 이 작품은 또 영화 말미에 입이 꿰매져 말을 할 수 없게 설정된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의 묘사로도 비난 받았다.
4. ‘헐크’(2003)
5. ‘스파이더맨 3’(2007)
‘스파이더맨’ 영화 중 1·2편은 재미있고 탄탄했지만 3편에서 길을 잃은 듯하다. 캐릭터가 너무 많아 플롯에 부담을 줬고 악당 중에서는 제일 멋진 베놈(토퍼 그레이스)의 비중이 너무 작았다. ‘감성적인’ 피터 파커(토비 매과이어)가 이끌어가는 한 장면을 보면 ‘스파이더맨 3’가 왜 실망스러운지 금세 알 수 있다.
6. ‘판타스틱 4’(2015)
이 영화는 ‘판타스틱 4’ 시리즈의 재시동을 꾀한 작품이지만 오히려 영영 묻혀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평단의 악평이 쏟아졌고 현재 IMDb 평점이 4.3, 로튼 토마토 지지율은 9%다. 감독 조시 트랭크는 지난해 8월 트위터에서 자신은 이 영화의 멋진 버전을 갖고 있었지만 20세기 폭스가 다른 버전을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7. ‘캣우먼’(2004)
할리 베리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이 형편없는 영화를 구하진 못했다. 저명한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가장 혐오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베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섹시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감독을 비난했다.
8. ‘고스트 라이더’(2007)
니컬러스 케이지가 출연한 영화 중에는 수작도 많지만 졸작도 꽤 있다. ‘고스트 라이더’는 후자에 속한다. 로튼 토마토에서 현재 지지율은 26%이며 “우스꽝스런 말장난과 부자연스런 대화 속에 침울하고 과장된 분위기가 스며든 이상한 작품”이라는 평이 실렸다. 2012년 제작된 속편 ‘고스트 라이더: 복수의 화신’은 전편보다 더 형편없다는 평을 듣는다.
- 브렛 보드너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공조본 “尹측 오후 6시 현재 연락 없어…변호인 선임계도 제출 안돼”
2국내 벤처기업 총매출 재계 3위 수준…총매출 242조원 기록
3머스크 꿈 ‘텍사스 유토피아’ 만들어지나…스페이스X 우주기지 직원들 지자체 만들기 청원
4‘테라’ 권도형 몬테네그로에서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중형 가능한 미국행?
5가계대출 이용자 1인당 평균 대출 잔액 9500만원 기록…3년 만에 500만원 상승
6회계 부정 신고 올해 179건이나…최고 포상금 2억700만원
7“소송에 세금 사용하지 말라”…가수 이승환, 콘서트 취소한 구미시장에 법적 대응
8“한국은 경쟁국보다 규제 과도해”…대한상의 ‘첨단 전략산업 규제 체감도 조사’ 결과 발표
9실손보험료 내년에 더 많이 오른다…3세대 실손은 20%까지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