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로 마음을 읽는다
뇌파로 마음을 읽는다
우리가 눈을 깜빡이거나 생각하거나 움직일 때마다 뇌는 전기를 일으킨다. 뇌의 뉴런(신경세포) 각각이 그런 동작에 필요한 정보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뉴런이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면 이론상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놀라운 기술이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다. 정보 한 가지를 전송하는 뉴런 하나가 만들어내는 전기의 양은 아주 적다. 약 1000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우리 뇌는 전부 합해 전기 약 20와트를 생산한다. 겨우 백열등 하나를 밝힐 수 있는 정도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경과학자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뇌파전위기록(EEG)으로 수면의 각각 다른 단계를 말해주는 신호나 간질 발작으로 일어나는 뇌 내부의 전력 증가를 탐지하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다른 전기가 전혀 없는 방에서 실시하고, 측정 대상자의 머리를 면도한 뒤 끈끈한 전도성 유액을 사용해 두피에 수십 개의 전극을 붙여야 했다.
그러다가 2007년 필립 로가 캘리포니아대학(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수면매개 EEG 자동인식 시스템(SPEARS)’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는 SPEARS로 전극 하나(전문 용어로 ‘단일 채널 EEG’라고 부른다)에서 얻은 데이터만 사용해 뇌활동의 종합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전엔 소수의 채널만 사용하는 EEG 장치는 신통치 않았다. 실제로 유용한 데이터를 얻으려면 사람의 머리를 전극으로 완전히 뒤덮어야 했다. 그런 장치를 착용하고는 일상활동이 불가능했다.
SPEARS가 나오기 전엔 단일 채널 EEG가 장난감 시장에서만 쓸모 있었다. 2007년 실리콘밸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회사 뉴로스카이가 아주 간단한 비디오게임 ‘뉴로보이의 모험’을 개발했다. 플레이어가 저렴한 단일 채널 EEG 헤드세트를 쓰고 염동력을 가진 주인공을 조종하는 게임이었다. 199달러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로의 알고리즘으로 얻을 수 있는 정확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장치는 다른 이유에서 획기적이었다. 전도성 유액 없이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마른 전극’을 사용한 최초의 일반 소비자용 EEG 기기였다.
의학계가 ‘마른 전극’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전도성 유액은 몇 시간 뒤면 마르거나 녹아버린다. 따라서 유액이 필요 없다면 더 오랫동안 장치를 착용할 수 있다. 더구나 사용자는 전극의 전도 부분이 두피에 닿도록 신경 쓰기만 하면 된다.
EEG 기술이 이처럼 발전하자 탠 리 같은 기업가의 야심도 커졌다. 그는 일반 소비자용 EEG 장치를 제조하는 회사 이모티브의 CEO다. 이모티브의 이전 제품은 마니아의 틈새 시장을 겨냥한 아주 복잡한 기기였다. 이런 기기에 취미를 가진 골수팬만 구입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로 EEG 사용이 비교적 쉬워지자 리 CEO는 일반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기기로 눈을 돌렸다. 마음을 위한 ‘핏비트’(Fitbit,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건강관리 기기)인 셈이다.
그는 “불안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치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자폐증 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마커(marker, 표식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마커를 더 일찍 발견해 추적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요즘의 신경과학은 기본적인 결함이 있다. “대부분 뭔가 잘못된 뒤에야 뇌를 검사한다”고 그는 문제를 짚었다. 문제 없어 보이는 뇌를 가진 사람은 아예 뇌파측정 대상이 아니었다. 최근까지도 판독 가능할 만한 EEG 결과를 얻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착용형(웨어러블) 건강 기술이 부상하면서 “뇌를 관찰·추적하고 뇌에 관해 더 많이 배우며 환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를 위한 더 나은 뇌 모델을 만들 기회가 생겼다”고 리 CEO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충분한 인원이 ‘인사이트’(이모티브의 최신 EEG 제품)를 사용해 데이터가 축적되면 신경과학자는 건강한 뇌가 다양한 일상적 자극을 처리할 때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경과학자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신경장애의 초기 마커를 더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다.
SPEARS 알고리즘을 개발한 로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SPEAR 알고리즘을 만든 직후 EEG에 초점을 맞춘 회사 뉴로비질을 설립했다. 그 회사는 지난 수년 동안 잘 알려진 기관이나 인물을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에 전념했다. 뉴로비질이 개발한 단일 채널 EEG 장치 ‘아이브레인’은 루게릭병 환자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의사소통 장치 부품으로 사용됐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용 키트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제는 뉴로비질이 더 큰 프로젝트로 눈을 돌릴 시기라고 그는 말했다. “고령자 요양업계가 노인들이 치매 진단을 받기 전에 그들의 뇌활동을 집중 관찰하기 위해 우리에게 연락해왔다. 우리는 미국 노인주택협회(ASHA)와 함께 일하며 노인요양원 여러 곳에 단일 채널 EEG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운영기관과 계약을 체결했다.” 로 CEO의 장기 계획은 ‘아이브레인’을 모든 사람을 위한 일상적인 기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늘 혈압을 측정한다”며 “앞으로 뇌파 검사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로 CEO는 궁극적으로 약물의 심리적 효과도 연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약을 먹기 전과 후의 뇌를 ‘아이브레인’으로 계속 관찰하면서 약이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고 싶다.” 그의 관심이 과학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열 번째 생일에 그는 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봤다. 자신을 속인 은행원을 총으로 협박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복용하던 수면제가 그런 행동을 촉발했다는 근거로 곧 풀려났다. 로 CEO는 “그 수면제가 많은 사람을 아주 공격적으로 만든 게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십대로서 그 범죄가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라 수면제의 잘못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컴퓨터 신경생물학으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그때 그의 논문 지도교수인 J 크리스천 질린은 그 수면제로 실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 약을 사용하지 마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약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몇 가지 지표에 따르면 머지않아 우리는 EEG로 마음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른다. EEG 제조업자에게 오랫동안 풀기 어려운 문제였던 비용도 크게 낮아졌다. 2009년 12월 리 CEO는 애호가용으로 ‘에폭’이라는 EEG 기기를 시판하면서 가격을 500달러 아래로 낮추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2011년 12월 파키스탄 페샤와르 소재 국립컴퓨터·신생과학대학의 학생들이 단일 채널 EEG를 사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루게릭병 환자가 생각으로 조종하는 문자 메시지 기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12달러 미만의 저렴한 장치였다.
다른 한편으로 로와 리 CEO가 꿈꾸는 일반 소비자용 대규모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건강한 사람이 EEG 장치를 착용하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자신의 일상적인 뇌활동 데이터를 과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해 광고주들이 약간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상적 EEG 열풍이 곧 사생활 침해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제된 상황에서 EEG로 의사가 환자 뇌의 신호를 파악하는 것과 일면식도 없는 과학자가 일반인의 뇌파 데이터를 매일 볼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료정보 보호 규정에 따르면 의사들은 환자의 EEG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용 EEG 기기는 그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리 CEO는 이모티브 헤드세트를 사용하는 고객이 개인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설득했다. 그들은 EEG 데이터만이 아니라 나이와 성별, 잘 쓰는 손, 학력, 사용 언어, 음악 능력 등 ‘신경학적으로 관련된 데이터’까지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통제된 실험실에서 전도성 유액을 바르고 수십 개의 전극을 머리에 부착한 사람의 EEG 신호를 해석하긴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시끄럽고 혼란스런 현실 세계에서 일상적인 일을 하며 ‘인사이트’나 ‘아이브레인’을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얻는 신호는 제대로 읽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기술의 기적으로 우리는 처음으로 신경이 서로 대화할 때 내는 ‘소음’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 마음을 읽으려면 그 소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경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문제의 연구는 이제 겨우 시작됐다.
리와 로 CEO는 자신의 회사가 뇌의 전기신호와 의미를 일치시킬 수 있고, EEG 데이터를 필요한 만큼 방대한 규모로 처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리 CEO가 말했다. 예를 들어 ‘이모티브’ 헤드세트 사용자는 이사·결혼·이혼·가족 사망 같은 생애의 큰 사건과 두피출혈이나 가벼운 뇌진탕 등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상에 관한 정보를 요청을 받는다.
뇌파를 읽는 것이 반드시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이 없더라도 뇌파에 취미가 있는 개인이나 학계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생각으로 조종되는 의사소통 기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어낸 파키스탄 팀은 EEG 신호를 증폭해 노트북 컴퓨터의 사운드카드에서 읽을 수 있는 방법도 개발했다. 다시 말해 가정에서 EEG 실험을 하고 싶다면 기초적인 설명에 따라 아주 저렴하고 간단한 EEG 장치를 직접 만들면 된다는 뜻이다.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자신도 몰랐던 자기 속마음을 알 수 있을런지.
- 벳시 아이작슨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놀라운 기술이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다. 정보 한 가지를 전송하는 뉴런 하나가 만들어내는 전기의 양은 아주 적다. 약 1000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우리 뇌는 전부 합해 전기 약 20와트를 생산한다. 겨우 백열등 하나를 밝힐 수 있는 정도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경과학자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뇌파전위기록(EEG)으로 수면의 각각 다른 단계를 말해주는 신호나 간질 발작으로 일어나는 뇌 내부의 전력 증가를 탐지하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다른 전기가 전혀 없는 방에서 실시하고, 측정 대상자의 머리를 면도한 뒤 끈끈한 전도성 유액을 사용해 두피에 수십 개의 전극을 붙여야 했다.
그러다가 2007년 필립 로가 캘리포니아대학(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수면매개 EEG 자동인식 시스템(SPEARS)’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는 SPEARS로 전극 하나(전문 용어로 ‘단일 채널 EEG’라고 부른다)에서 얻은 데이터만 사용해 뇌활동의 종합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전엔 소수의 채널만 사용하는 EEG 장치는 신통치 않았다. 실제로 유용한 데이터를 얻으려면 사람의 머리를 전극으로 완전히 뒤덮어야 했다. 그런 장치를 착용하고는 일상활동이 불가능했다.
SPEARS가 나오기 전엔 단일 채널 EEG가 장난감 시장에서만 쓸모 있었다. 2007년 실리콘밸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회사 뉴로스카이가 아주 간단한 비디오게임 ‘뉴로보이의 모험’을 개발했다. 플레이어가 저렴한 단일 채널 EEG 헤드세트를 쓰고 염동력을 가진 주인공을 조종하는 게임이었다. 199달러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로의 알고리즘으로 얻을 수 있는 정확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장치는 다른 이유에서 획기적이었다. 전도성 유액 없이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마른 전극’을 사용한 최초의 일반 소비자용 EEG 기기였다.
의학계가 ‘마른 전극’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전도성 유액은 몇 시간 뒤면 마르거나 녹아버린다. 따라서 유액이 필요 없다면 더 오랫동안 장치를 착용할 수 있다. 더구나 사용자는 전극의 전도 부분이 두피에 닿도록 신경 쓰기만 하면 된다.
EEG 기술이 이처럼 발전하자 탠 리 같은 기업가의 야심도 커졌다. 그는 일반 소비자용 EEG 장치를 제조하는 회사 이모티브의 CEO다. 이모티브의 이전 제품은 마니아의 틈새 시장을 겨냥한 아주 복잡한 기기였다. 이런 기기에 취미를 가진 골수팬만 구입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로 EEG 사용이 비교적 쉬워지자 리 CEO는 일반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기기로 눈을 돌렸다. 마음을 위한 ‘핏비트’(Fitbit,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건강관리 기기)인 셈이다.
그는 “불안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치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자폐증 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마커(marker, 표식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마커를 더 일찍 발견해 추적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요즘의 신경과학은 기본적인 결함이 있다. “대부분 뭔가 잘못된 뒤에야 뇌를 검사한다”고 그는 문제를 짚었다. 문제 없어 보이는 뇌를 가진 사람은 아예 뇌파측정 대상이 아니었다. 최근까지도 판독 가능할 만한 EEG 결과를 얻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착용형(웨어러블) 건강 기술이 부상하면서 “뇌를 관찰·추적하고 뇌에 관해 더 많이 배우며 환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를 위한 더 나은 뇌 모델을 만들 기회가 생겼다”고 리 CEO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충분한 인원이 ‘인사이트’(이모티브의 최신 EEG 제품)를 사용해 데이터가 축적되면 신경과학자는 건강한 뇌가 다양한 일상적 자극을 처리할 때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경과학자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신경장애의 초기 마커를 더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다.
SPEARS 알고리즘을 개발한 로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SPEAR 알고리즘을 만든 직후 EEG에 초점을 맞춘 회사 뉴로비질을 설립했다. 그 회사는 지난 수년 동안 잘 알려진 기관이나 인물을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에 전념했다. 뉴로비질이 개발한 단일 채널 EEG 장치 ‘아이브레인’은 루게릭병 환자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의사소통 장치 부품으로 사용됐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용 키트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제는 뉴로비질이 더 큰 프로젝트로 눈을 돌릴 시기라고 그는 말했다. “고령자 요양업계가 노인들이 치매 진단을 받기 전에 그들의 뇌활동을 집중 관찰하기 위해 우리에게 연락해왔다. 우리는 미국 노인주택협회(ASHA)와 함께 일하며 노인요양원 여러 곳에 단일 채널 EEG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운영기관과 계약을 체결했다.” 로 CEO의 장기 계획은 ‘아이브레인’을 모든 사람을 위한 일상적인 기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늘 혈압을 측정한다”며 “앞으로 뇌파 검사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로 CEO는 궁극적으로 약물의 심리적 효과도 연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약을 먹기 전과 후의 뇌를 ‘아이브레인’으로 계속 관찰하면서 약이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고 싶다.” 그의 관심이 과학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열 번째 생일에 그는 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봤다. 자신을 속인 은행원을 총으로 협박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복용하던 수면제가 그런 행동을 촉발했다는 근거로 곧 풀려났다. 로 CEO는 “그 수면제가 많은 사람을 아주 공격적으로 만든 게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십대로서 그 범죄가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라 수면제의 잘못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컴퓨터 신경생물학으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그때 그의 논문 지도교수인 J 크리스천 질린은 그 수면제로 실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 약을 사용하지 마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약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몇 가지 지표에 따르면 머지않아 우리는 EEG로 마음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른다. EEG 제조업자에게 오랫동안 풀기 어려운 문제였던 비용도 크게 낮아졌다. 2009년 12월 리 CEO는 애호가용으로 ‘에폭’이라는 EEG 기기를 시판하면서 가격을 500달러 아래로 낮추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2011년 12월 파키스탄 페샤와르 소재 국립컴퓨터·신생과학대학의 학생들이 단일 채널 EEG를 사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루게릭병 환자가 생각으로 조종하는 문자 메시지 기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12달러 미만의 저렴한 장치였다.
다른 한편으로 로와 리 CEO가 꿈꾸는 일반 소비자용 대규모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건강한 사람이 EEG 장치를 착용하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자신의 일상적인 뇌활동 데이터를 과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해 광고주들이 약간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상적 EEG 열풍이 곧 사생활 침해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제된 상황에서 EEG로 의사가 환자 뇌의 신호를 파악하는 것과 일면식도 없는 과학자가 일반인의 뇌파 데이터를 매일 볼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료정보 보호 규정에 따르면 의사들은 환자의 EEG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용 EEG 기기는 그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리 CEO는 이모티브 헤드세트를 사용하는 고객이 개인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설득했다. 그들은 EEG 데이터만이 아니라 나이와 성별, 잘 쓰는 손, 학력, 사용 언어, 음악 능력 등 ‘신경학적으로 관련된 데이터’까지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통제된 실험실에서 전도성 유액을 바르고 수십 개의 전극을 머리에 부착한 사람의 EEG 신호를 해석하긴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시끄럽고 혼란스런 현실 세계에서 일상적인 일을 하며 ‘인사이트’나 ‘아이브레인’을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얻는 신호는 제대로 읽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기술의 기적으로 우리는 처음으로 신경이 서로 대화할 때 내는 ‘소음’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 마음을 읽으려면 그 소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경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문제의 연구는 이제 겨우 시작됐다.
리와 로 CEO는 자신의 회사가 뇌의 전기신호와 의미를 일치시킬 수 있고, EEG 데이터를 필요한 만큼 방대한 규모로 처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리 CEO가 말했다. 예를 들어 ‘이모티브’ 헤드세트 사용자는 이사·결혼·이혼·가족 사망 같은 생애의 큰 사건과 두피출혈이나 가벼운 뇌진탕 등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상에 관한 정보를 요청을 받는다.
뇌파를 읽는 것이 반드시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이 없더라도 뇌파에 취미가 있는 개인이나 학계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생각으로 조종되는 의사소통 기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어낸 파키스탄 팀은 EEG 신호를 증폭해 노트북 컴퓨터의 사운드카드에서 읽을 수 있는 방법도 개발했다. 다시 말해 가정에서 EEG 실험을 하고 싶다면 기초적인 설명에 따라 아주 저렴하고 간단한 EEG 장치를 직접 만들면 된다는 뜻이다.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자신도 몰랐던 자기 속마음을 알 수 있을런지.
- 벳시 아이작슨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6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7“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8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9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