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고 세척력 강한 ‘효소 세제’

과학자 출신 창업자들은 그 방법을 이용해 좀 더 친환경적이고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세제를 개발하는 일로 눈을 돌렸다. 그들은 예를 들어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간헐천의 끓어넘치는 유황물에서 특수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도구가 우리를 독성 물질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창업지원 단지 ‘스카이데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 입주한 회사 신더바이오는 일부 산업용 화학 세제를 대체할 수 있는 호극성 미생물 효소 기반의 친환경 세제를 개발했다.
효소는 소화를 위해 단백질을 분해하듯이 모든 세포 안에서 화학 반응을 가속화하는 작은 ‘기계’인 셈이다. 생물물리학자로 신더바이오를 공동 창업한 질 퍼스는 “모든 세포 활동에는 효소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바라는 일을 해주는 자연 효소를 찾는 게 우리 임무였다.” 효소는 그 자체로선 생명체가 아니며 번식할 수도 없지만 세포 밖에서도 똑같이 작용할 수 있다.
효소는 수천 년 동안 이용됐다. 고대 그리스·로마인은 효모를 사용해 술을 빚었다. 효모균 세포 속의 효소를 이용한 사례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효소를 직접 만들어 추출한 다음 그 특수한 능력을 세포 밖에서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은 20세기 들어서였다. 1914년 독일 화학자 오토 롬(나중에 아크릴을 발명했다)은 동물의 소화기관에 있는 효소로 실험에 성공한 뒤 최초의 효소 기반 세탁용 세제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그 세제가 작은 봉지로 출시됐을 때 주부들은 그것으로 어떻게 세탁하느냐며 믿지 않아 결국 더 큰 박스 포장으로 재시판됐다.
효소는 설탕 산업에서도 혁명을 일으켰다. 식품 과학자들은 효소를 이용해 옥수수를 액상과당으로 전환했다.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보다 가격이 더 싸고 단맛은 더 강하다. 산업용 효소는 맥주 양조의 발효 과정을 돕고 빵을 부드럽게 만드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동물 사료에도 첨가돼 가축의 소화와 영양 흡수를 돕는다. 집안 청소용 세제와 탈취제에도 효소가 사용된다. 이처럼 효소는 42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자들이 더 많은 효소를 발견하고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면서 이 산업은 연간 7%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효소 사용에는 제한이 많다. 대부분의 효소는 중온성 동물(인간처럼 20~45℃에서 최적 성장하는 동물)의 세포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탁에는 주로 미생물이 살 수 없는 아주 뜨거운 물이 사용된다. 대부분의 효소는 그런 고온에선 작용할 수 없다. 그러나 신더바이오가 개발한 효소는 50∼105℃의 고온에서 활동한다. 또 옐로스톤 공원의 유황 온천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배터리처럼 독성 강한 액체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고온과 산성 액체를 사용하는 산업에 적합하다.

화학 세제는 단점이 많다. 세척 분자는 추첨용 공처럼 용액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단백질 가닥에 우연히 부닥치면 그것을 분해한다. 과정이 느리고 임의적이며 분자가 1회만 사용되면 끝이다. 반면 효소는 단백질 가닥을 신속히 찾아내 조각낸다. 퍼스 공동창업자는 “사실상 가위와 같다”고 말했다.
신더바이오는 유제품 제조 공장에서 첫 제품을 테스트했다. 화학 세재 대신 효소 세제를 사용하자 우유 탱크와 파이프 청소에 필요한 물이 30% 절약되고 시간도 25% 단축됐다. 신더바이오의 CEO인 생물화학자 스티븐 야논은 “우리 제품이 화학 세제보다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우유 탱크를 청소했다”며 제품 개발이 마무리되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화학 세제의 세척 분자와 달리 효소 하나는 단백질 가닥 수백만 개를 분해할 수 있어 크게 유리하다.
장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효소 세제를 제조하고 사용하는 과정도 화학 세제보다 훨씬 친환경적이다. 야논 CEO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대부분은 10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생체 분자는 지구와 그 위의 생명체가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다루는 방법을 터득했다.” 신더바이오의 효소는 세제로서 임무를 마쳐도 여전히 유기 분자다. 따라서 다른 미생물의 먹이가 될 수 있어 자연 순환이 가능하다. 게다가 신더바이오의 효소는 지구상 거의 모든 기온에선 휴면하다가 50℃ 이상 돼야 깨어나 활동한다. 강이나 관개수에 흘러 들어가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다.
합성생물학 부문 창업지원 기관 인디바이오의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투자 파트너인 라이언 베던코트는 효소 기술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5∼10년 안에 대기업 대부분이 화학 세제를 친환경 산업용 세제로 교체할 것이다. 환경에도 좋지만 대량으로 사용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효소 세제의 제조 원가는 효소 배양에 필요한 설탕물 값 정도다.”
퍼스 공동창업자는 신더바이오의 효소가 세척 외에 섬유·제지 같은 산업에도 이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옐로스톤 공원의 끓어오르는 유황 온천에서 산업 현장으로 어어지는 경로가 상상을 초월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생명체는 지난 30억 년 동안 진화하며 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 그랜트 버닝햄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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