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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을 이기는 법

아마존을 이기는 법

온라인 당일 배송을 실시한 쿠팡의 기습 공격으로 제프 베조스는 한국에 들어올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투자를 아끼지 않은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재벌 부럽지 않은 부자가 됐다.지난해 일이다. 한국프로야구(KBO) 5판 3승제 플레이오프 3번째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3회 초, 1점 앞선 서울 홈팀 두산 베어스는 주자를 2명 내보낸 NC다이노스의 득점을 막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밤이었지만 날씨는 따뜻했고, 안개가 낀 듯 대기는 축축했다. 통로 쪽에서는 오징어 어묵 튀김과 치킨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김범석 쿠팡 대표(38)는 다이노스팀 선수대기석 몇 줄 뒤 자리에 앉아 있었다. 기가 막히게 좋은 자리였지만, 눈은 내야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페퍼다인(Pepperdine)에서 온 에릭 테임즈 선수”라고 그가 스코어보드에 적힌 이름을 영어로 말해줬다. 다이노스팀의 덩치 큰 1루수가 배트를 들고 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김 대표는 위키피디아에서 테임즈의 기록을 찾아 읊었다. “KBO 역사상 최초로 40-40(홈런-도루) 클럽을 달성한 선수…200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219번째로 지명됨. 시애틀, 볼티모어, 휴스턴에서 활동.”

위협적이지 않은 속구가 들어왔고, 테임즈가 이를 낚아채듯 강타를 날렸다. 그제야 김 대표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고개를 들었다. 주자 1명이 들어왔고, 다이노스 응원 객석에서는 ‘KBO의 배리 본즈’를 위해 열광적으로 응원가를 부르며 일사불란한 춤을 췄다. 수년 동안 KBO 경기를 관람하지 못한 레드삭스 골수팬 김 대표에게는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어디 팬인지는 사실 중요치 않다. 어차피 경기를 볼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을 대표하는 그는 하루 종일 일만 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아마존닷컴에 가장 가까운 사이트가 쿠팡이다. 그러나 중요 부분에서는 아마존보다 더 낫다고도 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가 인구 5100만 명의 한국 시장에 섣불리 진출하지 못하는 것도 쿠팡과 그 창업자 김범석 대표 때문이다. 6년 전 시작한 스타트업 쿠팡은 2014년 3억 달러의 돈을 벌어들였다. 쿠팡은 일본 텔레콤 기업 소프트뱅크가 주관한 투자금 라운드에서 50억 달러의 가치를 평가받고 10억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초창기 알리바바에 투자해 대박을 쳤던 소프트뱅크는 쿠팡으로 그 영광을 재현하리라 믿고 있다.
 ‘쿠팡맨’ 활용한 당일배송
김 대표가 보유한 쿠팡 지분 19%의 가치는 9억5000만 달러 정도다. 급작스런 자연 재해나 불경기만 없으면 억만장자의 대열에 오를 예정이다. 소수 대기업 재벌에 부(富)가 집중된 한국에서 이 정도 자수성가는 보기 드문 업적이다. 김 대표의 인생 역정은 여러 팀을 돌아다니며 기록을 쌓은 에릭 테임즈 선수와 비슷하다. 미국에서의 불확실한 커리어를 포기하고 한국에 와서 엄청난 스타가 됐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점만 다르다. 돈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불편해 했다. 재산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을 들은 그는 쿠팡으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 “엄청난 시장 기회다. 그런데 완전히 간과돼왔다. 지금 우리는 아마존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온디맨드(주문형) 상거래와 당일 로켓 배송, 즉각적 만족. 쿠팡을 대표하는 말은 이 외에도 많다. 어떤 이름이 붙든 상관없다. 고객 만족 극대화를 위해 수익 마진을 과감히 축소하는 쿠팡의 불가능한 사업방식을 아마존은 미친 듯이 좇는 중이다. 쿠팡 때문에 당일배송은 시장 표준이 됐다. 아마존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외주업체를 고용해 우버와 비슷한 배송기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드론을 활용해 며칠은 걸리던 배송을 수 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당일배송 서비스는 지금도 27개 도시로 한정되어 있다.

반면 쿠팡은 맞춤화 트럭과 알고리즘으로 제어하는 물류 창고,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친절한 쿠팡맨 3600명으로 구성된 배송 네트워크를 2년 만에 구축해 회사와 고객의 대문을 연결했다. 온라인 쇼핑 배송이 보통 2~3일 걸리는 한국에서 쿠팡은 추가 배송료를 전혀 받지 않고 주문 대부분을 당일에 고객 문 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배송이 시작된 주문을 취소할 수 있고, 막판에 배송지를 변경할 수도 있다. 아마존과는 사뭇 다르다.

아마존이 미적거릴 때 김 대표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배송 기간을 1일, 심지어 1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그의 공언은 회의와 의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속할 수 없는 관행으로 경쟁사를 두려움에 떨게 한다는 의미로 농담 삼아 쿠팡을 ISIS에 비유했다. 현대증권의 김근종 애널리스트는 “레드오션”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쿠팡의 손실액이 3억2500만 달러에 달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세간의 수군거림을 과감히 무시한다. 스타트업은 아직 한국에서 낯선 개념이라고 그는 말했다. 쿠팡이 올바로 만들어졌다면 이베이의 지 마켓이나 옥션을 추월해 한국 최대의 온라인 오픈마켓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정도 규모에 익숙치 않고, 장기적 시각으로 봐주지도 않는다. 우리의 노력을 잘못 해석한다 해도 우리 노력으로 고객이 혜택을 받고 있다면 상관없다.”

미국인들은 아마존이 해외에서는 그렇게 엄청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사실, 아마존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13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 포함되지 않은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인터넷 쇼핑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득과 인터넷 보급률, 인구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1인당 GDP가 높다. 게다가 거의 모든 사람이 고속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을 1대쯤 가지고 있고,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해서 물류 구조도 단순한 편이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이런 조건 덕분에 한국에서는 인터넷 쇼핑이 전체 소매 쇼핑의 15%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인터넷 쇼핑 비중은 9%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국 최대의 온라인 오픈마켓’ 넘봐
그렇다면 제프 베조스는 왜 이런 시장에 진작 진출하지 않았을까? 아마존은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시장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중국에서는 처참히 실패했다. 20억 달러를 투자한 인도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 결과를 가늠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아마존에 있을 때 항상 한국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아마존 중국 사업부 운영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헨리 퐁(Henry Fong)이 말했다. 아마존을 나온 그는 쿠팡 글로벌 운영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애쓰다 보니 투자할 자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항상 ‘지금은 아냐’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마존의 부재로 덩그러니 남은 기회를 김 대표가 잡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현대그룹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파견 근무로 7살이 됐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13살이 되어서는 매사추세츠 기숙사 학교로 진학했고, 그 곳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레드삭스 팬이 되어 이들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봤다. 학교 레슬링 대표, 육상 대표로 활약하면서도 하버드 대학에 들어갈 정도로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가장 처음 매료된 산업은 바로 미디어다. 잡지 <뉴리퍼블릭> 에서 인턴을 했고, 학생 잡지 <커런트(current)> 를 창간했다. 커런트는 김 대표가 2000년 학교를 졸업하고 1년 후 뉴스위크에 인수됐다. 2006년에는 <베니티 페어(vanity fair)> 와 비슷한 콘셉트로 만든 하버드 동문 잡지<02138> 창간을 위해 투자금 400만 달러를 모집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오면서 사업을 접었다.

2010년에는 하버드 MBA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원은 1년만 다니고 그만뒀다. 여름방학 때 한국을 방문하고 MBA 입학 전 서울대학교에 다녀본 적이 있는 그는“(한국에서) 상거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루폰의 ‘데일리 딜(daily deal)’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어서 상거래 사업은 “투자금을 얻기 쉬웠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서울로 간 그는 그루폰과 비슷한 소셜커머스 사업을 한국에서 30번째로 시작했다. 미국에서 투자금을 좀더 쉽게 얻기 위해 회사는 미국 유한책임사로 등록했다. 이후 광고비로만 100만 달러를 지출하며 한국 페이스북 최고 광고주로 떠올랐다. 광고가 한창일 때에는 한국의 페이스북 가입자가 한 달에 72개의 쿠팡 광고를 봤을 정도였다.

그러나 고객유지율이 낮은 데일리 딜은 제대로 된 사업모델로 발전할 수 없었고, 그루폰도 이를 나중에 깨달았다. 2013년 여름 포브스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일회성 핫딜에서 벗어나 이베이 스타일의 오픈마켓을 만드는 데 힘을 다했다고 밝혔다. 재고관리와 영업 및 상품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했지만, 제품의 포장과 운송은 여전히 외부 업체를 통해 처리하고 있었다.

2년 뒤 쿠팡이 또 다른 변화에 성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그동안 쿠팡은 세콰이어 캐피탈, 블랙록 등의 벤처 투자업체로부터 4억 달러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기저귀와 생수, 쌀 등 자주 구입하는 필수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신속 배달하려면 재고 확보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다. 6월에 소프트뱅크의 투자금이 유입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쿠팡은 21개 물류 창고와 트럭 군단, 그리고 ‘쿠팡맨’으로 이루어진 물류 인프라 강화를 위해 13억 달러를 투자했다. 빠른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고객이 쿠팡에서 더 많은 주문을 할 때 투자는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고객을 바꿀 순 없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러나 고객이 원하는 대로 우리를 바꿀 순 있다.”

인천에서 아침 배송을 준비하는 ‘쿠팡 맨’ 최학용(32)을 만났다. 서울 남동쪽에 위치한 운송 허브 인천에서 쿠팡은 새로운 물류창고를 열었다. 축구장 15개에 해당하는 100만 평방피트(약 9만3000㎡) 면적이다. 푸른색 폴로 셔츠를 입고 쿠팡맨 스냅백 모자를 쓴 그는 물류창고와 별개로 있는 지역 유통센터에서 배달 박스를 옮겼다. 깨끗한 트럭 바닥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신발을 벗은 상태였다. 그와 인천 지역 동료 배송기사 89명은 매일 10시간을 근무하며 쿠팡 배송앱으로 들어온 이동 경로를 따라 각자 120개 정도의 포장상품을 배송한다.

쿠팡에는 총 3600명의 로켓배송 기사가 있다. 이들은 쿠팡 마케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풍선이나 사탕을 나눠주고 모든 고객에게 정중히 응대하며, 상품을 배송할 때면 고객이 안심하도록 제품을 사진으로 찍어 확인 문자와 함께 보내준다. 운전을 하다가 고층 아파트 단지에 배송 트럭을 세운 그는 매직을 꺼내 배송 상자 위에 짐을 들어올리려다 허리를 삐끗해 괴로워하는 사람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우리는 남자라 안 무거워요”라고 그가 다소 서툰 영어로 말했다. “고객은 여성분이죠. 무거워요!”
 마케팅전문가 등 200명 외국인 영입
쿠팡의 타깃 소비자집단인 가정주부들은 쿠팡맨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 고객만족도를 보여주는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에서 쿠팡맨은 100점 만점 중 97점을 받았다. 외부 물류업체를 통해 배송하는 업체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점수다. 쿠팡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배송 건수를 기준으로 급여를 지불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배송해야 하는 택배 기사들은 성의 없이 굴며 서둘러 배송만 완료한다고 대학생 김규리는 말했다. “쿠팡맨 서비스는 쇼핑에 인간적인 얼굴을 입혔다”고 그녀는 말했다. 스타트업 사업을 하는 J.D. 양은 최저가가 쿠팡이 아니더라도 돈을 좀 더 내고 편리함과 친절함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남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미국식 서비스 덕분에 쿠팡은 모바일 쇼핑 1위였던 지마켓을 따라잡은 후 큰 격차로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쿠팡 마케팅 총괄 다린 샤모(Darrin Shamo)는 자포스(Zappos)에서 11년간 경력을 쌓은 마케팅의 귀재다. 그는 김 대표의 구애를 받고 지난 해 아내와 자녀 3명을 데리고 서울에 왔다. 쿠팡에는 샤모 말고도 200여 명의 외국인이 있다.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쿠팡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서구 전문가의 시각을 활용하기 위해 김 대표가 데려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아마존 중역, 컨설턴트,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들 외국인 경영진과 한국 직원 사이의 의사소통을 도울 통번역사도 대거 고용했다. 시벨(Siebel) 물류 소프트웨어를 설계했던 쿠팡의 최고기술책임자 짐 달(Jim Dal)은 자신의 스타트업이 쿠팡에 인수되면서 한국에 왔지만, 지금도 쿠팡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있는 글자를 하나도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별로 중요치 않다. 좋은 코드는 국적에 상관 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은 쿠팡의 배송 체인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설계했다. 그 덕분에 쿠팡은 한국에서 가장 빠른 배송을 실현하면서 고객의 문 앞에 두고 온 상품의 환불 및 배송지 변화를 민첩하게 처리할 수 있다. 쿠팡은 알고리즘을 통해 직원에게 어떤 상품이 어디로 배송 중인지 알려주고, 특정 시간대 구매율이 높은 아이템을 해당 배송기사와 가장 가까운 물류창고로 이동시킨다.

쿠팡의 자체 재고는 2015년 7배 증가해 연매출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금 속도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2년 후에는 쿠팡의 자체 소매판매 사업이 규모 면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모델로 옮겨간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특정 사업계획에 얽매여 있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경영진에게 경쟁업체의 실수를 제대로 파악할 것을 지시한다. 중요 직책을 맡은 직원이 새로 합류할 때마다 회사는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The Everything Store)』를 한 권 씩 나눠준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쿠팡을 몽고 제국에 비유한다. 징기스칸의 군대가 극동 지역에서 유럽까지 드넓은 땅을 정복할 수 있었던 건 병사들의 다양한 전투 방식을 유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든 한다.”

서울 삼성동 쿠팡 본사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전형적인 CEO 소품으로 꾸며져 있지 않았다. 제일 의미가 깊은 소품은 바람이 살짝 빠진 야구공이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빌 벨리칙 감독이 사인한 공이다. “과묵하게 승리로 실력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보스턴 이외 지역에서는 ‘공공의 적’인 벨리칙 감독처럼 김 대표는 경쟁자와 거리를 벌리는 공격적인 경영방식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일주일에 80시간을 일하며 과감한 방식을 시도하는 직원이 많다. 이런 쿠팡의 범상치 않은 행보를 경쟁업체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대체 언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억만장자인 정용진 신세계 CEO가 대표적이다. 백화점을 보유한 유통 대기업 신세계는 10년 전 월마트가 한국에서 세력을 확장하려 할 때 이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쿠팡이 신세계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그의 내부 발언은 언론에 보도됐다. “쿠팡에 고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어쩌자고 이런 문제를 무시하며 해결하지 않고 있나?”

택배업체도 견제에 나섰다. 이들은 쿠팡이 영업용 화물차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 차량을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섰지만, 결국 택배 업체의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9월에는 국회가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행위를 논하며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3사 대표에게 국정감사장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길거리 농구를 하다가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김대표는 쿠팡 정책실장을 감사장에 대신 보냈다.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한 언론은 재빠르게 쿠팡을 질책했다. “이런 모습으로 감사장에 가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김 대표는 커다란 깁스 신발을 신은 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곤란한 질문은 또 있다. 쿠팡은 대체 언제, 그리고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회사의 사업별 매출 및 비용에 대한 정보 요청을 수 차례 거절한 김 대표는 로켓배송에 13억 달러를 투자하기 전에도 현금흐름은 긍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과 엄청난 모바일 쇼핑 점유율(한국 사람 51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쿠팡 앱을 다운로드)을 확보한 쿠팡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금을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아마존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묻자 니케쉬 아로라(Nikesh Arora) 소프트뱅크 부회장은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즉각적 활동 개시를 위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 지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인프라를 완벽히 확보할수록 다른 기업이 덤비기 어려워진다.” 2014년 아마존 해외사업부를 총괄했던 디에고 피아센티니(Diego Piacentini)는 <이코노미스트> 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유의미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되려면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며 이를 거의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경쟁자가 넘볼 수 없다는 건 좋다. 그러나 한국 시장을 점령한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 중국은 알리바바가, 일본은 라쿠텐이 꽉 잡고 있다. 쿠팡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만 잡아도 충분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쿠팡의 해외시장 진출에 관해 그린옥스에서는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그린옥스 캐피탈의 닐 메타 이사는 말했다. 대신 쿠팡이 진출할 수 있는 다른 사업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있다. 아마존 FBA처럼 회사 물류창고를 이용해 중소 판매업체 상품을 포장 및 운송해주는 물류 서비스가 그 중 하나다. 김 대표는 바빠서 아마존을 의식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전망이 밝은 전자상거래 시장 중 한 곳에서 초반 우위를 확보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아직 1회 초 밖에 되지 않았다.”

- RYAN MAC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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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김범석(Kim Bom·38)


쿠팡(Coupang) 창업자 및 CEO, 한국


하버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김범석은 제프 베조스와 동일한 전략으로 한국 시장에서 보기 좋게 그를 이겼다.
 호르헤 파울로 리만(Jorge Paulo Lemann·76)


3G 캐피탈 공동 설립자, 미국


워렌 버핏의 지원을 받은 브라질 최고 부호(3G 캐피탈 본사는 뉴욕시에 위치)는 버드와이저, 버거킹, 하인즈 케첩, 젤로에 이르기까지 성장이 정체된 브랜드를 인수해 새로운 이미지를 입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계약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가 되었다. 비결은? 가차 없는 비용 절감이다. 관리자는 매년 예산으로 쓰인 돈에 대해 마지막 한 푼까지 지출 근거와 효과를 설명해야만 한다. 3G 캐피탈이 지분을 가진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의 영업마진 32%는 업계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회사는 글로벌 경쟁사 사브밀러(SABMiller) 인수에 10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출하며 이 거룩한 복음을 더욱 널리 전파하려 한다.
 마윈(Jack Ma·51)


알리바바 창업자, 중국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는 아마존과 이베이, 페이팔의 서비스를 결합해 한번에 제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원스톱’ 인터넷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현재 알리바바는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을 통해 금융 서비스에 더 깊숙이 진출하고 런던과 밀라노 등 해외 도시에 새로운 사무소를 여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2014년 알리바바는 역사상 최대 IPO로 25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매출은 매년 50%대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2015년 매출은 123억 달러, 수익 마진은 45% 가량을 기록했다.
 존 밀리건(John Milligan·55)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CEO, 미국


다른 어떤 기업보다 바이러스의 세계를 깊숙이 연구한 길리어드는 HIV 바이러스 발현을 억제하는 약물과 C형 간염 치료율이 95%에 달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길리어드의 C형 간염 치료제 하보니(Harvoni)는 이미 세계적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도 C형 간염으로 1억 5000만 명이 고통받고 매년 5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을 생각했을 때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회사의 연매출은 3년 만에 3배로 증가해 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엘론 머스크(Elon Musk·44)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 스페이스X 공동 창업자 및 CEO, 미국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가 엘론 머스크는 하늘을 뚫을 만큼 높은 야심을 가지고 있다. 골프 카트와 비슷했던 전기차를 로켓 발사선처럼 바꾸고, 로벳 발사선은 자동차처럼 (재사용이 가능하게) 바꾸겠다는 꿈이다. 테슬라가 최신 선보인 ‘모델 3’차는 이전 차량보다 좀더 가격이 낮아졌다. 출시를 발표한 첫 날에만 75억 달러에 달하는 선주문을 받았다. 수직으로 통합된 구조를 갖춘 회사는 3년간 매출이 114% 증가했다. 네바다에 위치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에서는 곧 전세계 모든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많은 리튬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옛날만 해도 인생은 거지 같았다. 인류의 지식은 아주 제한적이었고, 젊은 나이에 뭔지도 모르는 끔찍한 질병에 걸려 죽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나이까지 살아 있었다면 이빨도 다 빠져 있었을 거다.” 2012년 4월 9일
 페더 홀크 닐슨(Peder Holk Nielsen·60)


노보자임스(Novozymes) CEO, 덴마크


노보자임스는 정제 및 식품 공장 등에서 사용하던 유해 화학물질을 대신할 수 있는 효소를 개발했다. 덕분에 지금의 제조 공장은 훨씬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20년까지 노보자임스 제품은 1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신앙을 실천하듯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의 과학자들은 회사의 배려 덕분에 연구 시간의 10%를 개인 연구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다.
 래리 페이지(Larry Page·43)


알파벳(구글) 공동창업자 및 CEO, 미국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검색 엔진의 모회사 알파벳은 인터넷 시장의 AT&T가 되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현재 회사는 달 탐사급의 야심에 찬 프로젝트 수십 개를 추진하느라 바쁘다. 위험이 큰 만큼 보상도 엄청난(고결한 소명을 가진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중에는 무인자동차, 독창적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컴퓨터, 개도국의 외딴 지역에서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벌룬 네트워크(network of balloons)’ 등이 있다. 10년 전 106억 달러, 2014년 657억 달러를 기록했던 알파벳의 압도적 최대 자회사 구글의 매출은 2015년 745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사이러스 푸나왈라(Cyrus Poonawalla·74)


세럼 인스티튜트 오브 인디아(Serum Institute of India), 인도


생산량 기준 세계 최대 백신 기업이다. 매년 13억 회 접종분의 백신을 생산하며, 지금까지 전세계 아동의 3분의 2에게 면역 백신을 접종시켰다. 6억 2000만 달러로 추정되는 세럼의 수입액은 연평균 30% 증가했고, 수익은 연평균 40% 증가했다. 유니세프와 범미주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140개국에 저비용으로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설사 치료제 및 자궁 경부암, 폐렴, 결핵 백신 개발에 집중 중이다.
 하칸 사무엘슨(Hakan Samuelsson·65)


볼보 자동차그룹 CEO, 스웨덴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볼보는 교통사고를 당해도 차 안에서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당하는 일이 절대 없는 차를 2020년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볼보는 2015년 매출 2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배 증가해 7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볼보 자동차는 전세계에서 50만3127대가 판매됐다. 회사의 89년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62)


스타벅스 CEO, 미국


슐츠는 하나의 상품에 불과했던 커피를 수익률이 높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들었다. 덕분에 스타벅스는 디지털 지향, 친환경, 진보 정치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스타벅스의 사회 실험은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70개국에 2만4000개 지점을 열었으며, 특히 지난 5년간 무려 6000개의 지점을 오픈했다. 2015년 매출은 17% 증가해 192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는 시민의식과 인류애를 고양할 수 있다.” 2016년 3월 21일
 써니 바키(Sunny Varkey·59)


젬스 에듀케이션(GEMS Education) 설립자,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대학 문턱도 밟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사립중등교육재단을 만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젬스 에듀케이션 산하 기관 대부분은 교육을 받기 힘든 외딴 지역 여아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17개국 240개 학교에서 25만 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향후 4년간 아프리카와 바키의 고국 인도에서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항공사가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로 가격을 구분해 동일한 목적지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을 도입했다.” 2014년 4월 14일
 왕타오(Frank Wang·35)


DJI 창업자 및 CEO, 중국


드론을 가지고 있다고? 그럼 프랭크 왕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선전에 본사를 둔 DJI는 소비자 드론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이 있다. 중국 IT기업은 대부분 서구 경쟁기업이 시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모방해 따라가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DJI는 완전히 새로운 전자제품 카테고리를 만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중이다. 직원 4000명 중 1500명이 R&D 부서에 속해 있다. 지난해 매출은 2배 신장해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사람보다 똑똑해지면 된다. 대중보다는 한 발 앞서 나가야 한다. 그렇게 대중과의 거리를 만들어낸다면 성공할 것이다.” 2015년 5월 25일
 야나이 다다시(Tadashi Yanai·67)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 창업자 및 CEO, 일본


재고가 턱 밑까지 쌓이기 쉬운 리테일 시장에서 야나이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유니클로는 디자인부터 출시까지 시간을 놀랍게 단축하며 ‘패스트 패션’을 이끌고 있다. 판매가 시원치 않은 제품이 있으면 지체 없이 매장에서 빼내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한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현재 17개 국에 문을 연 1700개 유니클로 매장 외에도 데님에 집중한 J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2월에는 미국 무슬림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의류 브랜드를 출시했다. 매출은 지난 5년간 연 15%의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31)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및 CEO, 미국


‘하루 이용자 10억명.’ 이 세 단어면 되지 않나 싶다. 지금 지구상에 살아 있는 사람 7명 중 1명, 인터넷 사용 가능한 사람 3명 중 1명이 매일 페이스북에 로그인한다. 게다가 사용자의 84%는 미국 외 시장에 거주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5년간 연평균 49%씩 성장해 2015년 1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익은 37억 달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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