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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카카오 게임총괄 부사장

남궁훈 카카오 게임총괄 부사장

5월 12일 카카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425억원이라고 밝혔다. 게임 플랫폼 매출은 70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3.3% 증가했다. 게임 부문 역대 최대 매출이다. 지난 1월 게임사업 총괄로 카카오에 합류한 남궁훈 부사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남궁훈 부사장은 인터뷰 내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었다. 그는 한국 게임산업의 대부 격이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양평 용문산 자락에서 ‘게임 어벤저스’ 네 사람이 머리를 맞댔다. 카카오 자회사인 엔진의 남궁훈 대표, 취임한지 두 달 지난 임지훈 카카오 대표, 카카오 게임팀의 권미진 팀장, 카카오의 투자 전문회사 케이큐브벤처스의 신민규 상무다. 이 자리는 두 달 동안 매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사무실에 모여 카카오 게임사업의 돌파구를 찾았던 워크숍의 종착 지점이었다. 지난해 1분기 699.9억원을 기록한 게임 부문 매출이 2분기 539.8억원으로 감소한데다 게임 개발사와 대형 퍼블리싱 업체가 플랫폼을 이탈하는 탈(脫) 카카오 현상이 일어나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이었다.

남궁훈 카카오 게임사업 총괄(부사장)은 “지난 4월 발표한 게임사업 계획 대부분을 이때 세웠다”며 “그때는 그저 자회사 대표로서 허심탄회하게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용문산 워크숍까지 마치고 주말에 임지훈 카카오 대표에게서 카톡이 왔다. “사업 계획은 정해졌고, 이걸 누가 맡으면 좋을까요?” 남 부사장은 “워크숍을 하면서 자연히 위기의식을 갖게 됐고 모른척할 수 없어 고민 끝에 남궁훈이라는 카드를 쓰라고 했다”고 카카오에 합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합류 네 달 전부터 임지훈 카카오 대표와 머리 맞대
‘게임 마니아’ 남궁훈 부사장은 사진 촬영을 위해 취재진이 잠시 준비하는 그 순간에도 게임에 빠져들었다.
최고게임책임자(CGO)로 부임한지 4개월 반이 지났다. 성과는 나쁘지 않다. 카카오가 5월 12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게임사업 매출은 70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3.3% 증가했다. 분기 게임사업 매출이 700억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4월 22일에는 게임 개발사 파트너들을 상대로 ‘2016 카카오게임 파트너스데이’를 열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표했다. 중소 게임 개발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발표한 내용 중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카카오가 직접 퍼블리싱(배급) 하는 ‘카카오게임S’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이다. 기존에는 ‘게임하기’ 플랫폼만 제공했다. 수익구조를 보면 앱 마켓이 수익의 30%, 카카오 플랫폼이 21%를 가져가고 남은 49%를 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가 나눴다. 카카오가 자체 유통을 하면 플랫폼 수수료는 면제하고 앱 마켓 수수료 30%를 제외한 70% 수익을 카카오와 개발사가 각각 6대 4로 나누는 구조로 바뀐다. 올해 들어 카카오가 자체 유통할 게임 6개와 계약을 했다. 이중 액션RPG(역할수행게임) ‘원’은 사전예약자 90만 명을 모았다. 이들 게임은 5월 말에 출시할 계획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액션이 적절히 어우러진 게임을 4개 정도 더 계약하려고 한다. 퍼블리싱 부문 매출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이다.



자체 퍼블리싱 외에도 여러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 IP(지적재산권)를 사용한 게임도 늘릴 계획이다. 연말까지 3~5개 계약이 목표다. 오늘(17일) 달리기 게임인 ‘프렌즈런’이 출시됐다. 안정성 점검을 위해서 사전 출시를 했는데 사전예약이 111만 명을 넘었다. 정말 재미있다. 요즘 가장 즐겨 하는 게임 중 하나다. 또 하반기에 카카오게임 애드플러스(AD+)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게임 화면에 광고를 노출하는 것으로 중소 인디 게임 개발사에 추가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공존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자는 의도다. 또 300억원 규모의 성장나눔게임펀드를 조성해 능력 있는 중소 개발사들을 지원하려 한다.



임지훈 대표 등과 워크숍을 할 때 강조한 내용이 있다면.


형평성이다. 모든 개발사로부터 똑같이 수수료 21%를 받는 것이 공정한가. 소득세도 구간이 있는데 한가지 가격정책만 고집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얘기했다. 고객맞춤형 계약구조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중소 인디 개발사에게는 애드플러스로 추가 수익을 제공하고, 중견 개발사들은 자체 퍼블리싱과 라이센싱 게임 중심으로 함께하고 넷마블이나 네시삼십삼분 같은 대형 퍼블리싱 업체는 내가 직접 일대일로 만나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다양한 모델을 구상했다.



탈카카오 현상이 심각했나.


넷마블의 콘, 넥슨의 히트 같은 게임은 카카오에 입점하지 않았다. 업계에서 불만이 있었다. 나 역시 카카오에 오기 전 게임회사 대표로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아무래도 중소 개발사들은 수수료 부담이 컸고 대형 퍼블리싱 업체는 마케팅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수수료는 계속 나가는데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안 했으니까. 카카오를 통한 모객효과가 떨어진다고 봤다.

남궁 부사장은 “한 마디로 기존 플랫폼 모델이 앉아서 접수 받는 것이라면 이제 직접 찾아가서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형 게임사에 인수된 개발사들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장에 다시 경쟁의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남궁 부사장이 인수한 게임배급사 엔진은 카카오 자회사로서 배급 업무와 함께 신사업 개척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탈카카오 막기 위한 남궁훈호, 출발 순조로워


가상현실(VR) 진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여러 가상현실 관련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가상현실 골프 게임을 선보일 ‘마음골프’와는 배급계약을 해 곧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대대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가상현실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됐을 때 이점이 별로 없다. 실패했을 때 상처만 남는다. 모바일 게임 역시 넷마블이나 넥슨이 일찍 진출한 편이 아닌데도 성공했다. 그래서 대형 게임사들이 서로 눈치를 본다. VR 외에도 스마트TV용 게임 등 다양한 분야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1999년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함께 한게임을 창업했고 네이버와 합병 후 NHN 한국 게임 총괄, NHN USA 대표 등을 역임했다. NHN과 결별한 이후에도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냈다. 2013년에는 후학 양성을 목적으로 비영리 재단인 게임인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당시 재단 감사였던 임 대표와 이때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7월 엔진을 인수하며 기업인으로 돌아온 지 5개월 만에 카카오 게임사업을 이끌게 됐다.



게임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삼성SDS가 첫 직장이다. PC통신 유니텔 사업부에서 기획·마케팅 일을 했다. 대학생 때부터 PC통신을 좋아했다. 업무시간에 유니텔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직장생활을 1년 반쯤 하니 회사에서 좀 유명하다 싶은 사람들은 다 나가더라(김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삼성 SDS 출신이다). 이때쯤 그만둬야 나도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 묻어가나 싶어서 사표를 냈다. 하하하. 정부지원으로 사무공간을 하나 얻어 할 일이 없으니 결국 게임을 하더라.



그때 무슨 게임을 했나.


PC통신 하이텔 가입자만 할 수 있는 고스톱 게임이 있었다. 근데 이게 처음 접속하면 게임비 3만원을 주고 돈을 따서 5만원이 되든 10만원이 되든 다음에 새로 접속하면 또 게임비는 3만원이다. 재미없었다. 인터넷을 이용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고스톱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김 의장과는 어떻게 동업을 하게 됐나.


아, 그때 김 의장이 PC방을 차려 아주 잘 나간다는 소문이 있었다. 거길 갔더니 엄청나게 큰 PC방을 운영하고 있더라. 한 달 매출이 2000만원이었다. ‘앞으로 뭐 할거냐’고 묻기에 고스톱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어, 나도 그런 거 만들 거야’라고 해서 같이 하게 됐다. 당시 개발자동기들한테 고스톱 게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다 거절했다. ‘그런 거 만들려고 삼성에서 나온 줄 아느냐고’. 근데 김 의장만 좋아했다. 하하하.

정작 카카오에 들어오고 나서는 서로 바빠 개인적으로 만날 시간이 없단다. 남궁 부사장에게 카카오 전반의 사업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게임 외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엔진 대표에서 카카오라는 큰 조직에 다시 들어왔다. 많이 달라졌나.


오랜만에 일하니 재미있다. 최근 1~2년 동안 인생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주변 상황이 바뀌었다. 사실 재단 일을 할 때 업계 사람들에게 서운한 일도 많았다. 괜히 나서서 일을 벌렸나 싶기도 했는데 요즘 게임회사 사람들을 만나면 첫 마디가 ‘재단 설립한 게 인상 깊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얘기가 잘 통해 계약한 업체들도 있다. 헛수고한 건 아니구나 싶다.



업무가 갑자기 많아져 힘들지는 않나.


원래 일 중독자다. NHN, 위메이드에 있을 때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카카오에도 있다. 이 직원들이 ‘많이 나아졌다’더라. 그때는 새벽 4, 5시에 게시판에 업무 메모를 올리곤 했다. 요즘은 7시 이후에 올리니 ‘깰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냐’고 한다.



많은 회사에서 일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


NHN에서 10년 있었고 카카오는 5년 계약에 이후 2년 동안은 이직 금지다. 그러면 내 나이 쉰이 넘어간다. 업계에서 종착지가 아닐까 싶다. 거쳐온 곳마다 배운 것이 있었고 아쉬움도 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제일 힘들었던 곳은 어디인가.


참, 뭐…흠. 아무래도 ‘서든어택 사건’ 때가 제일 힘들었다. 성과가 제일 안 났고. 전문경영인이 성과 안 나면 할 말 없는 거 아닌가.

2011년 CJ E&M 게임즈(현 넷마블) 대표였던 남궁 부사장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총쏘기 게임 ‘서든어택’ 개발사와 재계약에 실패해 대표이사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CJ 입사가 1월 4일 월요일이었는데 이번 카카오 입사일이 1월 4일 월요일이라고 해서 5일로 바꿔달라고 했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려줬다.

남궁 부사장은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요즘도 자기 전 꼭 게임을 한다고. 하루 일과에 ‘게임하기’가 늘 있다. 개발사들과 잘 소통하기 위한 사업적 이유도 있지만 “개발사 CEO 순위를 앞질러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그는 게임 자체를 즐기는 듯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남궁 부사장이 게임 개발사 창업, 대형 배급사 대표, 인디 개발사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재단 이사장까지 여러 위치에서 게임산업을 바라봤기에 좀 더 깊이 있는 시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끌고 갈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가 요즘 즐겨 하는 게임도 인디 개발사의 제품이다. “직접 보여드릴게요. 스타나이트라는 게임인데 전 직원 3명이 카페에서 만들었대요. 인디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좋아 보이는 게임은 다운받아 직접 해봐요.”

 “게임이 모든 산업의 근간될 것”


게임 마니아 남궁훈이 바라보는 미래의 게임산업은 어떤 모습인가.


(진지한 표정으로) 예전에 인터넷이 처음 들어왔을 때 새로운 영역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사업의 근간이 되지 않았나. 게임 역시 그렇게 변화할 거라고 본다. 가령 체중계를 ‘다이어트워’라는 게임 앱과 연결해 전세계 사람들과 경쟁, 협력하며 재미있게 살을 뺄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도 오늘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간 사람 중에 누가 가장 빨랐나 경쟁하는 거다. 게임이 기존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자연스럽게 바뀌지 않을까.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사는 법을 만드는 것이 답답하다. ‘12시 되면 인터넷 꺼’ 이런 법이 있다면 얼마나 이상한가. 게임이 게임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한국 게임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게임인재단을 설립한 이유가 게임특성화고등학교를 세우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교육대학원에서 철학수업을 들으면서 아직 학교를 세울 만큼 깊이가 없다고 느꼈다. 사업은 10년, 기업은 100년, 학교는 1000년을 보고 하라는데 준비가 안됐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사명감이 깊어지고 경제적 여유도 더 생기면 게임특성화고를 세우고 싶다. 꿈처럼 남아있는 목표다.



고등학교를 세우면 뭘 맡을 건가.


흠, 이사장… 그리고 교장? 하하하하

- 글 최은경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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