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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임혜연·최경은 엘루오씨앤씨 공동대표] 온라인 마케팅도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창조가&혁신가 | 임혜연·최경은 엘루오씨앤씨 공동대표] 온라인 마케팅도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임혜연·최경은(오른쪽) 엘루오씨앤씨 공동대표가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지난해 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고객사와 관련된 키워드를 주기적으로 집계하던 엘루오씨앤씨의 김 과장은 A고객사에 대해 ‘짜증’ ‘개판’ ‘왜이래’ 등 부정적인 단어가 급증하는 것을 발견했다.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김 과장이 A사에 문의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내에서 폭력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문에 보도됐다. 하지만 ‘사건’이 아닌 ‘A사 측의 빠른 대응’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내외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감지한 A사가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7일 서울 마포구 엘루오씨앤씨 본사에서 만난 최경은(41)·임혜연(46) 공동대표는 “기업 평판 지수를 파악하고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할 것을 코칭한 엘루오버즈 서비스 효과”라며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업에 대한 게시글이나 댓글을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부정적인 글이 노출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루오씨앤씨는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마케팅과 컨설팅을 진행하는 모바일 종합 솔루션 기업이다. 최근 ‘엘루오버즈’를 출시하고 시험운영에 들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획·마케팅 전문가와 디자이너의 만남
최경은·임혜연 공동대표는 창업 동지이자 동업자다. 2002년 20대 후반의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최 대표가 디자이너로 일하던 임 대표에게 함께 회사를 운영해보자고 제의한 것이 계기였다. 2005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공동대표에 오른 후 10년 넘게 한 사무실에서 책상을 나란히 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자계산학 공부 후 LG데이콤 마케팅본부를 거친 최 대표가 기획·마케팅(Strategy MKT)을 책임지고, 디자인 전공 후 디자인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임 대표가 디자인총괄(Creative Director)을 맡았다. 2005년 임직원 5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100여명이 일하는 e비즈니스 솔루션 업계 중견기업이 됐다.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을 넘어섰다.

최 대표는 “우리는 사업 초기부터 대형 에이전시의 재하청 방식 대신 대기업과 직접 비즈니스를 진행했다”며 “스토리텔링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접목한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엘루오씨앤씨의 프로젝트 수주율은 70% 이상이라고 한다. 현재 이마트·KT·스타벅스·로레알코리아·네파 등 유명 기업 10여 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엘루오씨앤씨는 7, 8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SM(System Maintenance)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365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은 웹사이트 운영’이 콘셉트다. 임 대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비즈니스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고객사의 웹·앱 개발뿐 아니라 이벤트 등 마케팅 콘텐트를 함께 개발하고 구축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오프라인에서는 제일기획과 같은 큰 기업이 고객사와 마케팅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온라인에선 전무했다.

최근 선보인 이마트 앱의 ‘우리집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냉장고 안의 물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우유의 유효기간이 2일 남았습니다’ 등의 관련 정보가 제공되는 서비스다. 매장에서 물건을 골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앱 장바구니에 넣은 후 결제하면 집으로 배송되는 이마트 앱 ‘스캔쇼핑’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SM 전략 덕분에 고객사는 이마트에서 이마트몰·이마트문화센터, KT에서 올레샵·올레닷컴·마이올레 등으로 확장됐다. 최 대표는 “단순 오퍼레이터가 아닌 고객사의 마케터가 된 덕분에 우리 밥그릇이 커졌다”며 웃었다. 제조업으로 치자면 주문자상표부착 생산(OEM)에서 제조자개발생산(ODM)으로 발전한 셈이다.

엘루오씨앤씨의 SM 서비스를 통해 성공적으로 성장한 기업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베이비페어 열풍을 주도했던 ‘베페’다. 주로 코엑스에서 오프라인 전시를 진행했지만 이젠 전시회인 베이비페어를 기반으로 온라인 베페, 모바일 베페, 베페몰 등 전시와 온라인 사업을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페 맘스쿨, 태교음악회 등을 통한 문화교육 서비스도 확대 중이다. 최 대표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 회사가 컨설팅했다”며 “베페는 전시산업 시장의 롤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모바일 온리’시대 투자 필요
최근 시험 운영에 들어간 SNS 평판 관리 서비스 ‘엘루어버즈’ 역시 e비즈니스 솔루션 업계 리더다운 시도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조원석 부사장은 “특정 기업명을 입력해 SNS 상에 오르는 키워드를 모두 분석하는 시스템”이라며 “단어가 긍정적인 요소인지 부정적인 요소인지를 ‘무드 센싱’해 이에 대한 분석과 대응을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깬다’ ‘틘다’ 등 우리말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단어의 앞뒤 문맥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조 부사장은 “결국 키워드에 대한 방대한 사전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필요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모든 기업엔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중요한 것은 미리 파악해 확산되는 걸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빠른 응대인데 소비자의 불만은 사실을 숨기고 차일피일 해명을 늦추는 것에서 더욱 증폭된다”며 “SNS가 홍보의 수단이 아니라 고객지원센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엘루어버즈 서비스는 시험단계로, 무료서비스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e비즈니스 솔루션 업계 역시 레드오션 상태다. 하지만 두 대표는 “레드오션에도 기회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웹·앱 사이트는 기업의 홍보 화면이 아니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라며 “일부 기업의 경우 맞춤복이 아닌 기성복을 입고 고객을 만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 역시 “온라인몰 구축은 오프라인의 쇼핑몰 하나를 오픈하는 것과 맞먹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모바일 온리 시대엔 실제 매장을 둘러보는 것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반응이 즉각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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