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첩보부대 8200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비밀병기
비밀 첩보부대 8200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비밀병기
이스라엘 방위군(Israel Defense Forces)의 비밀 첩보부대 8200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허상의 사이버보안 및 스파이 부대가 아니다. 실제 존재하는 8200 부대는 IT 업계의 판도를 뒤바꾼 수백 개의 기술 스타트업을 양성한 세계 최고의 기업가 학교다. 그동안 감춰져 왔던 8200 부대 내부를 샅샅이 파헤쳐보자.1990년대 초반,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비샤이 아브라하미(Avishai Abrahami·45)는 그 나이 때에 이스라엘 국민 대부분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바로 이스라엘 방위군 입대다. 입대 후 아브라하미는 부모님에게조차 언급해선 안 되는 부서에 배정받았다. 사이버보안 및 첩보를 담당하는 정예팀 ‘8200 부대(Unit 8200)’다.
아브라하미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에나 나올 법한 임무를 맡았다. 이스라엘 적대국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것이다. 임무를 수행하려면 여러 난관을 넘어야 했다. 첫째, 적대국의 컴퓨터에 들어가야 했고, 둘째, 데이터 암호를 푸는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바로 마지막 난관이었다. 바로 암호 해독에 필요한 말 그대로 ‘엄청난’ 컴퓨터 연산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목표 컴퓨터 해킹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아브라하미는 다른 적대국 컴퓨터 2대에 침입해 이들 컴퓨터 연산력을 끌어와 첫 번째 컴퓨터의 데이터를 빼냈다. 스파이 기술의 정점을 이룬 대단한 활약이었다. 원시적 형태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실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모든 걸 그는 텔아비브 작전실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해냈다. 다행히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에게도 면 들키지 않았다. 10년 전만 해도 공개적으로 언급되거나 확인되지 않았던 8200 부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브라하미의 이름은 대중에 알려지긴 했다. 8200 부대를 제대한 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클라우드 기반 웹개발 플랫폼 윅스(Wix)를 공동 창업했기 때문이다.
“제대 후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이를 거액에 매각한 동료·지인만 100명이 넘는다”고 아브라하미는 말했다. “부대에서는 10명씩 팀을 이루어 한 방을 썼다. 나는 그 방을 ‘매직 룸’이라고 불렀다. 제대 후 팀원 모두가 회사를 창업했는데 이들 회사의 평균 시가총액이 5억 달러였기 때문이다.” 윅스의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니까 아브라하미도 자기 몫을 한 셈이다.
론 레이터(Ron Reiter·31) 또한 8200 부대 출신이다.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최근 5000만 달러에 오라클이 인수했다. 아브라하미의 한참 후배인 그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3억 달러를 받고 애플에 스타트업을 넘긴 동료도 있다. 시스코가 5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스타트업도 있다. 창업자 둘 다 8200 부대 시절 내 룸메이트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국가(Startup Nation)’로 불린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뉴저지보다 작은 면적에 전체 인구는 뉴욕 시보다 적지만, 이스라엘은 미국과 중국의 뒤를 이어 나스닥에 가장 많은 기업을 상장 시킨 국가다. 1인당 기준으로 벤처 투자사와 스타트업, 과학자, 기술 전문가 수가 가장 많은 국가도 바로 이스라엘이다.
대단한 수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지 이해하려면 우선 베일에 싸인 8200 부대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지금껏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언제나 5000명 정도의 요원을 유지하는 걸로 포브스는 추산한다. 요원은 최첨단 기술을 응용하라는 임무를 받고, 다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상황 속에서 상부의 지시나 안내 없이 혼자서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어떻게 할지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아브라하미는 말했다. “상관은 그냥 ‘가서 알아내’라고만 한다. 100% 자율성을 주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엄청난 자유가 있다. ‘나 아니면 아무도 없다’는 분위기다. 기업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프로젝트 5개, 10개, 20개를 하고 나면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결과물을 3개쯤은 얻게 된다.” 수십 년간 배출된 IT 천재 수천 명이 각각 3개의 스타트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8200부대 출신이 웨이즈(Waze)부터 체크 포인트(Check Point), ICQ 모기업 미라빌리스(Mirabilis)에 이르기까지 약 1000여 개 기업(포브스 추산 통계)을 창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보인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전채 요리를 먹어 치우듯 이들 8200 부대 벤처회사를 이것저것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인수 상황은 다음과 같다. 개인정보 보안업체 아달롬(Adallom)은 마이크로소프트가 3억 2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모바일앱 데이터 분석업체 오나보(Onavo)는 페이스북이 1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가져갔다. 해킹을 예측하는 싸이액티브(CyActive)는 페이팔(PayPal)이 6000만 달러를 주고 채갔다.
8200 부대의 특별한 비법은 대체 무엇일까? 전직 8200 부대 요원 20여 명과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하면 5개 요인으로 압축된다. 이 모든 요소를 갖추면 ‘스타트업 국가’로 명성을 날릴 만한 훌륭한 청사진이 만들어진다. 성공적 기술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한 효과적 커닝 페이퍼도 될 수 있다.
모집: 8200 부대는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이 발발하기 전, 영국 식민통치를 받던 1930년대에 창설됐다. 처음에는 ‘뉴스 서비스’를 뜻하는 히브리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 ‘신멤(Shin Mem) 2’로 불렸던 조직은 아랍부족의 폭동 계획을 알아내기 위해 전화선을 도청하는 등의 활동을 주로 했다.
8200 부대의 전환점은 1973년 이스라엘 국가 설립과 함께 찾아왔다. 적국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시리아의 선제공격에 허를 찔리며 역사상 최악의 첩보전 실패로 남은 욤 키푸르 전쟁이 일어난 이후였다. 첩보 및 국가안보 분야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언론인 요시 멜만에 따르면, 848 부대 장교가 시리아에 포로로 잡히면서 상당한 정보를 시리아 군에 넘기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은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는 시간을 가졌고, 처음부터 새롭게 구조를 짜는 ‘리부트’를 했다. 부대 이름은 무작위로 만들어진 숫자 ‘8200’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조직을 더 세분해 분권화를 시켰다. 다른 팀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전혀 모르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각 부서는 하나의 스타트업이 되어 각자 알아서 꾸려나가야 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중대 결정도 내렸다. 다시 말해, 미국 기술 산업에 의존해 첨단 기술을 얻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다짐이었다. 그렇게 8200 부대는 R&D 허브로 기능하며 ‘스타트업 국가’를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되었다. 8200 부대가 정체를 꽁꽁 감췄던 대신에 첩보기관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스라엘 스파이 기관 모사드(Mossad)는 “첩보 자료의 90%를 8200 부대에서 얻었다”고 야이르 코헨(Yair Cohen)이 말했다. 지난 33년간 8200 부대에서 일한 코헨은 마지막 5년(2001~05년)은 지휘관 임무를 수행했다. 1985년 크루즈선 아킬레 라우로(Achille Lauro)호가 테러리스트에 불법 나포되며 미국인 1명이 사망했을 때 테러 공격과 아무 상관없다고 부인하던 야세르 아라파트에게 그가 연루되었음을 입증하는 도청 내용을 들이민 건 8200 부대였다. 2007년 이스라엘이 시리아 원자로 의심시설을 폭격한 작전에서도 8200 부대가 제공한 정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3년 후 이란 핵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파괴한 스턱스넷 웜 또한 CIA와 8200 부대의 코딩 합작품이다. 8200 부대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영향력 또한 커져갔다. 이스라엘 국민이라면 남녀 가릴 것 없이 고등학교 졸업이 가까워질 때 방위군 심사를 받게 된다. 이 때 8200부대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누구든 데려갈 수 있다. 고등학생이 되기 이전부터 대상자 선별 심사가 시작될 때도 있다. 이 경우에는 컴퓨터 천재나 해커를 따로 모아 가르치는 고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마그시밈(Magshimim)’을 공급 경로로 활용한다.
“8200 부대는 상위 1% 중에서도 1%를 데려올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8200 부대에서 복무하며 22세의 나이에 8200 부대 사관학교 교직원팀을 총괄한 인발 아리 엘리(Inbal Arieli)는 말했다.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모집 과정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내가 심사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그녀는 말했다. 일단 가능성 있는 청소년을 파악하면, 철저한 면접과 시험을 거쳐 필요한 수업을 받게 된다. 보통 6개월 이상 걸리는 교육과정은 통신기술부터 전기 엔지니어링, 아랍어 등 필요한 모든 주제를 가르친다.
모집을 할 때에는 고위 관료가 아니라 20대 초반의 8200 부대 군인들이 직접 면접관으로 나선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를 인계받을 사람을 직접 만나 이들에게 실무 수행역량이 있는지 살핀다. 이들 청년은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평판 조회를 받게 된다.
그럼 8200 부대에서 원하는 자질은 무엇일까? 수학과 컴퓨터,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면 당연히 가산점을 받지만, 8200 부대가 정말 찾는 건 바로 잠재력이다. 빠른 학습능력, 변화에 대한 적응성, 팀과 함께 목표를 이루는 능력,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일을 해내는 능력이다. 도르 스컬러(Dor Skuler)는 고등학교 2학년 때 8200 부대의 관심을 받았지만, “학교에서 나는 정말 형편없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8200 부대원들은 문제학생 스컬러에게서 아직 꽃피우지 못한 천재성을 알아챘다. 현재 모습보다 잠재력에 집중하며 스컬러에게서 훌륭한 정보요원의 자질을 발견한 덕분에 그는 이후 스타트업 3개를 설립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문화: 8200 부대 지휘관이었던 야이르 코헨은 1980년 대 초반 부대에 합류한 후 수행했던 임무를 지금도 기억한다. “3억 달러가 필요한 일이야. 그런데 300만 달러만 줄 수 있어!”라고 당시 지휘관이 말했다. “10명이 필요한데 3명밖에 없어. 그러니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분석해봐. 우리 적들이 미래에 필요한 걸 사서 사용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 해.”
이 경험을 바탕으로 코헨은 제대 후 이스라엘 최대 방위 전자업체 중 하나인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의 사이버 부서를 만들었다. 스타트업의 마음가짐은 R&D 부서뿐 아니라 8200 부대 전체에 퍼져 있다. 고등학교 때 형편없는 문제아였던 스컬러는 이스라엘 적국의 신호 트래픽을 수집·분석해 미가공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 대표로 임명됐다. 위협을 신속히 진압해야 할 때에는 소수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함께 방에 들어가 5일 만에 방법을 찾은 적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믿기 힘들 정도로 행동이 제약될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어느 쪽으로 도박을 할지 내가 직접 결정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칩 1개를 가지고 룰렛 테이블에 앉아서 마지막 칩을 어디에 놓을지 결정하는 기분이었다.”
나이 어린 팀원이 가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스컬러는 말했다. “수일, 혹은 수주 내에 반드시 현장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찾아내곤 했다.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었다.” 선입견 없는 청년의 순수함과 똑똑한 머리가 합쳐지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물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스컬러는 말했다. “그냥 ‘이런 문제가 있어. 가서 해결해’라는 말만 해줬다. 기한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짧았다. 그래서 모험 정신을 발휘해 일단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나중에 깨닫는 경우도 있었다. 의미를 모르겠어도 일단 해야 한다.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려면 다른 선택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논쟁을 즐긴다. 이런 문화는 민주주의에 활기를 불어넣고, 갈등과 긴장을 건전한 방식으로 완화하도록 돕는다. 이스라엘 방위군 전투부대의 경우, 다른 모든 군 조직처럼 기강과 명령체계가 항상 토론보다 우선시된다. 그러나 8200 부대에서는 일개 병사라 하더라도 상사의 결정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계급을 무시하고 총사령관에게 바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부대원들은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군대에 통상적 위계질서가 없기 때문에 스컬러는 혼자 ‘현장’에 나가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의견을 묻는 “최고위 의사결정권자 중 한 명”과 직접 통화를 한 경우도 있다. “19살 때였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대학교 과제를 하는 동안, 나는 그런 경험을 했다.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가장 큰 책임을 지고 다른 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스컬러는 부대에서 배운 교훈을 (알카텔-루슨트 조직 내에서 시작한 2개 사업을 제외하고) 자신의 3번째 스타트업 인튜이션 로보틱스에 적용 중이다.
동기 부여: 키라 라딘스키(Kira Radinsky)는 수 개월간 이어진 첫 군사훈련을 마친 후 8200 부대 내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싸인 81 부대에 배정 받았다. 최첨단 개발 기술(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플랫폼)을 응용해 전투원에게 제공하는 부대다.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8200 부대 5000명의 군인 중 20%가 81부대에 배정되는 걸로 보인다. 이스라엘 방위군 링크드인 프로필에 8200 부대는 포함되어 있지만, 81부대는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일이 거의 없다.
“81 부대는 정보전을 위한 장난감 공장, 일종의 워크숍”이라고 국가안보 전문 기자이자 『아마겟돈에 맞선 스파이: 이스라엘의 비밀 전쟁(Spies Against Armageddon: Inside Israel’s Secret Wars)』 공동저자 멜만(Melman)은 말했다. “그들은 장비를 만든다. 필요한 걸 그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면 주문한 그대로 만들어 준다. 돌처럼 보이는 지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그렇게 보이는 지뢰를 만들어 주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라딘스키는 동료와 함께 일한 경험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나처럼 15살에 대학에 입학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3개 학위 과정을 한꺼번에 듣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에서는 자신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되지만, 이스라엘의 8200 부대와 81 부대의 경우 이들이 찾아내는 답에 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덕분에 등록금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강한 동기가 만들어졌다.
“많은 걸 성취하려 할수록 가족처럼 함께 싸운다는 동지애가 싹텄다”고 2004~07년 81 부대에서 복무했던 라딘스키는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풀까 말까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했다.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그런 문제였다. 이건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의미를 갖는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일을 해내고 만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격무 속에서 기술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환경”이라고 스컬러는 설명했다. “현실 속에서 진짜 선택을 해야만 했다. 누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눈 것처럼 격렬한 스트레스 속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유의미한 영향을 만들기 위해 일한다.” 라딘스키는 ‘특수 작전’이나 ‘현장’에서 기술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24~48시간씩 교대 근무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장시간의 근무가 끝나면 사무실 한 공간에서 쪽잠을 잤다. 팀이 개발한 솔루션이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생중계 비디오를 뚫어져라 보던 날도 있었다.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지면 팀원 모두는 환호성을 지르며 맥줏집으로 달려갔다.
제대 후 라딘스키는 생사를 결정짓던 경험을 민간 부문에 적용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그녀는 역사적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이용해 130년 만에 (쿠바에서) 또다시 콜레라가 발생할 것을 예측하기도 했다. 지금은 매출 유지·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일즈프리딕트(SalesPredict)의 공동 창업자로 일하고 있다. 직원은 8200 부대 출신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아드레날린이 가득했던 부대 생활에서 벗어나 ‘가족’이 되어 함께 일한다. 그녀는 부대에서 복무하던 시절 “실패해도 서로 비난하지 않고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기면 같이 이기는 거고, 지면 다같이 진 거다. 우리가 함께 세상과 맞서 싸우는 거다.” “기업의 직원 동기부여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스컬러는 덧붙였다.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하면 된다.”
교체: 8200 부대 지휘관직을 가장 최근에 떠난 사람이 세계시장 1위의 사이버보안 연합체를 세웠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나다브 자프리르(Nadav Zafrir)는 ‘팀8’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다. 팀8은 사이버보안 부문 최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을 초반부터 구상해서 설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5년간 8200 부대 지휘관직을 수행한 그는 2013년 엘리트 과학 천재들을 모아 온라인 전쟁을 감독하는 ‘사이버 사령부’를 방위군 내에 설립한 후 부대를 떠났다.
8200 부대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한 다른 2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자프리르는 종잣돈으로 4000만 달러를 모집했고, 알카텔-루슨트, 액센추어, AT&T, 시스코, 노키아, 에릭 슈미트의 이노베이션 인데버 등을 망라하는 초호화 연구 파트너 및 투자자 라인업을 구성했다. 8200 부대에서 그가 했던 일을 조금이라도 물어보려 하면 자프리르는 물 샐 틈 없는 철통 방어를 펼친다. 그러나 8200 부대가 왜 글로벌 경제에 완벽히 들어맞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제든 자세한 설명을 해줄 기세다.
그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통계 중 하나가 바로 부대원 교체율이다. 평균 복무기간이 4년인 이 곳에서 최첨단 기술 임무를 수행하는 엘리트 부서의 연간 인원 교체율은 25%다. 대기업 이직률이 이 정도라면 걱정할 일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세계에서는 엄청난 자산이라고 자프리르는 주장했다. “매년 어리고 똑똑하며 의욕과 열정 넘치는 젊은 남녀가 8200 부대로 밀려 들어온다.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파악한다”고 그는 말했다. 덕분에 자프리르는 선임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문제를 새로운 팀원에게 던져줄 수 있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수십 번 시도하고 실패했단 말은 해주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교체율이 높다 보니 8200 부대 팀원들은 상품이나 시스템을 설계할 때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자신이 발명한 결과물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전 개발자 다수가 팀을 떠나기 때문에 새로 합류한 팀원이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부대원은 한 번 나가고 끝이 아니라 나중에 다시 들어와 새로운 걸 배우기도 한다. 다른 이스라엘 방위군 병사와 마찬가지로, 8200 부대 군인들 또한 제대 후 40대 초반까지 1년에 3주는 예비역으로 복무해야 한다. 그러니까 제대 후 수십 년간, 전직 8200 부대원들은 후임이 개발한 최신 기술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렇게 지속적 교육을 하는 건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때때로 8200 부대는 인재 양성기관의 역할을 하며 부대원 중 최고의 인재를 정규직원으로 고용한다. 8200 부대에서 2013년까지 6년간 복무한 버락 페렐만(Barak Perelman) 대위는 원래 자기 사업을 시작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상사는 페렐만을 부대에 계속 둘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8200 부대를 도울 수 있는 혁신적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필요한 인력을 부대에서 제공해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방안이었다. 페렐만은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부대를 떠나 화학공장 등 주요 인프라 시설의 사이버 보안을 책임지는 회사 인디지(Indegy)를 차렸다. 8200 부대의 지원을 받으며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이다. “서로에게 윈윈이었다”고 말한 페렐만은 8200 부대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양성 모델이 여러 번 활용된 적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경제에도 이득이다.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고 이스라엘 최고의 기술 인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8200 부대 출신이 제대 후 스타트업을 차렸다가 이를 3억 달러 등에 매각했음을 안다. 단순히 포브스에서 기사로 읽어 아는 게 아니다”라고 자프리르는 말했다. “‘저 사람 나도 아는데, 저 사람이 했다면 나도 4억 달러를 벌 수 있겠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네트워크: 엘라드 벤자민(Elad Benjamin)의 아버지 메나쉬(Menashe)는 8200 부대에서 25년을 복무하며 소속 부서 지휘관으로 근무하다가 의료 영상촬영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창업했다. “아버지가 8200 부대에서 얻은 자산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면 회사를 창업하기 힘들었을 것”라고 엘라드는 말했다. 그 또한 의료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자신의 스타트업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연결선이 있다.”
실제 연관성은 그보다 두텁다. 메나쉬의 회사를 코닥이 인수했을 때 총 직원 55명 중 절반은 8200 부대 출신이었다. 그의 절친도 거의 8200 부대 출신이다.
8200 부대 출신이 구축한 네트워크가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국가’로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8200 기술 부서에서 복무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친구를 알게 되면, 그에게서 같은 부서 동료의 제대일을 알아내 이들이 제대하는 즉시 하나씩 채용한다”고 벤자민은 말했다. “전화를 해서 ‘당신의 전 팀장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데 같이 일해보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면 된다.”
- RICHARD BEHAR 포브스 기자
키라 라딘스키: (29)가 지금까지 이룬 업적은 아주 눈부시다. 우선, 8200 부대의 파생 조직 81 부대에서 했던 활약을 인정 받아 이스라엘 국방 부문에서 최고의 영예에 해당하는 방위상(Israel Defense Prize)을 수상했다. 제대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정치 폭동이나 전염병 발병(쿠바 콜레라 발병) 등, 전세계적 파급력을 가지는 사건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계적 인정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난 후에는 예측 분석기법을 응용해 기업의 고객 모집 및 유지 전략을 혁신해주는 세일즈프리딕트를 공동 창업했다. 스타트업 경영과 함께 이스라엘의 MIT라 할 수 있는 테크니온(Technion)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이스라엘 국민 수백만 명의 의료 이력 데이터를 통해 이들이 향후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에 걸릴 지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나다브 자프리르: (46)는 2005년 8200 부대에 입대한 후 2009~2013년 지휘관을 역임하며 이스라엘 방위군의 ‘사이버 사령부’를 세웠다. 지금은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사이버전쟁에 참여했던 인재를 모아 사이버보안 기업 ‘팀8’을 공동 창업하고 CEO로서 경영에 임하고 있다. “가장 뛰어난 인재가 모이는 엘리트 부대에서 복무하려는 이스라엘 청년이 많다”고 그는 말했다. “30년 전에는 ‘최고 엘리트 부대’라고 하면 전투부대를 의미했다. 그러나 기술 쪽에 관심 있는 요즘 청년이라면 단연코 8200 부대가 이들의 꿈이 되고 있다.” 23세의 나이에 8200 부대를 제대한 바로 그 날,
도르 스컬러: (39)는 대학 학위도 없이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처음으로 창업한 스타트업 징(Zing)의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청취자 참여 양방향 라디오 및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한 ‘징’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그는 이후 8200 부대 동문과 함께 사이버 보안업체 사펜드(Safend)를 창업했다. 그 다음에는 알카텔- 루슨트에 들어가서 전용 하드웨어 대신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클라우드밴드 (CloudBand)를 운영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튜이션 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를 운영 중이다. 아직은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전세계 가정이 ‘스마트 소셜 로봇’을 구비하도록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비영리기관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의 전략파트너십 부사장
인발 아리엘리: (40)는 8200 부대 출신 부대원과 연계해 진행하는 이스라엘의 첫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 곳에서 그녀는 자신이 “8200 부대의 DNA이자 소프트 스킬”이라 부르는 교육 부문을 담당하며 창업을 원하는 초보 기업가를 교육하고 새로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8200 부대는 아랍에서도 IT 창업붐을 이끌 수 있을까? 희망적 신호는 있다. 아랍계 이스라엘 국민은 병역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8200 동문 네트워크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최근엔 이들도 8200 부대 네트워크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는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 내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 갈등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만들고 있다.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은 전체 이스라엘 인구에서 20%를 차지하지만, 기술 산업에서의 비중은 2%밖에 되지 않는다. 텔아비브 증시에서 아랍인이 대표로 있는 상장기업은 단 한 개도 없다.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방위군에서 기술 관련 훈련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화적 이유도 있다. 아랍계 부모들은 자녀가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트업으로 진출하는 걸 원하지 않고, 고용이 보장되고 안정된 직업을 선택하길 원한다. 그러나
자파르 사바(Jafar Sabbah)를 비롯한 아랍계 이스라엘 창업가는 이런 상황을 바꿔놓을지 모른다. 아랍계가 제대로 성공했다는 스토리 하나만 만들어져도 다른 아랍인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테크니온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히브리 대학에서 법학 학위로 졸업한 사바는 이 임무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는 지금까지 3개 회사를 창업했다. 2000년 유대계 이스라엘인 3명과 함께 아랍어 인터넷 포털 트리플 비전(Triple Vision)을 처음 창업한 그는 동료 중 한 명이 “사업 계획서에 적은 자신의 이름 옆에 항상 8200을 써 넣는 걸 봤다”고 말했다. “궁금한 걸 참다가 그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그러자 동료는 웃으면서 “첨단 기술산업 쪽에서는 8200 부대를 높이 쳐준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아랍계에도 8200 부대 DNA 전파이제는 사바도 확실히 안다. 6년 전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의 인발 아리엘리가 조직한 6개월짜리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할 것을 권유받았기 때문이다. 8200 부대 전임 및 현직 병사들이 전도유망한 아랍계 기업가를 직접 만나 지식과 전문성을 가르치는 심화 프로그램이었다. “8200 부대의 DNA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었다”고 아리엘리는 말했다.
처음에는 논란이 많았다. “아무리 민간 프로그램이라 해도 아랍계 이스라엘인에게 8200 프로그램 합류를 권유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벤처 투자자들이 염려했다”고 아리엘리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텼다. 연수 프로그램 입학은 8200 부대에 입대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매년 이스라엘에 있는 유대인 경영 스타트업 300개 정도에서 지원을 하는데 최종 합격자 수는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2014년 당시 사바는 자신의 3번째 스타트업 빔 라이더스(Beam Riders)를 한참 키워가고 있었다. 신경 자극 및 피드백을 통해 인지 및 학습 기술을 개선해주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이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그는 아랍계 이스라엘인으로서 처음으로 프로그램에 입학했다. 사바는 프로그램을 통해 상품 디자인부터 마케팅 자금 모집까지 많은 걸 배웠다. 물론 네트워크도 더욱 넓어졌다. “이제는 아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회사 인지도도 높아졌다”고 그는 말했다. “8200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말하면 투자자들은 ‘와!’하고 놀란다. 나한테는 좋은 일이다.” 사바를 비롯한 아랍인이 길을 닦아 놓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스라엘의 아랍계 시민도 8200 부대에 입대하는 날이 올 지 모른다. 그럼 전세계는 ‘와!’하고 놀랄 것이다. 이스라엘한테도 좋은 일이다.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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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하미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에나 나올 법한 임무를 맡았다. 이스라엘 적대국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것이다. 임무를 수행하려면 여러 난관을 넘어야 했다. 첫째, 적대국의 컴퓨터에 들어가야 했고, 둘째, 데이터 암호를 푸는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바로 마지막 난관이었다. 바로 암호 해독에 필요한 말 그대로 ‘엄청난’ 컴퓨터 연산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목표 컴퓨터 해킹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아브라하미는 다른 적대국 컴퓨터 2대에 침입해 이들 컴퓨터 연산력을 끌어와 첫 번째 컴퓨터의 데이터를 빼냈다. 스파이 기술의 정점을 이룬 대단한 활약이었다. 원시적 형태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실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모든 걸 그는 텔아비브 작전실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해냈다.
‘세계 최고의 기업가 학교’ 8200 부대
“제대 후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이를 거액에 매각한 동료·지인만 100명이 넘는다”고 아브라하미는 말했다. “부대에서는 10명씩 팀을 이루어 한 방을 썼다. 나는 그 방을 ‘매직 룸’이라고 불렀다. 제대 후 팀원 모두가 회사를 창업했는데 이들 회사의 평균 시가총액이 5억 달러였기 때문이다.” 윅스의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니까 아브라하미도 자기 몫을 한 셈이다.
론 레이터(Ron Reiter·31) 또한 8200 부대 출신이다.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최근 5000만 달러에 오라클이 인수했다. 아브라하미의 한참 후배인 그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3억 달러를 받고 애플에 스타트업을 넘긴 동료도 있다. 시스코가 5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스타트업도 있다. 창업자 둘 다 8200 부대 시절 내 룸메이트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국가(Startup Nation)’로 불린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뉴저지보다 작은 면적에 전체 인구는 뉴욕 시보다 적지만, 이스라엘은 미국과 중국의 뒤를 이어 나스닥에 가장 많은 기업을 상장 시킨 국가다. 1인당 기준으로 벤처 투자사와 스타트업, 과학자, 기술 전문가 수가 가장 많은 국가도 바로 이스라엘이다.
대단한 수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지 이해하려면 우선 베일에 싸인 8200 부대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지금껏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언제나 5000명 정도의 요원을 유지하는 걸로 포브스는 추산한다. 요원은 최첨단 기술을 응용하라는 임무를 받고, 다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상황 속에서 상부의 지시나 안내 없이 혼자서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어떻게 할지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아브라하미는 말했다. “상관은 그냥 ‘가서 알아내’라고만 한다. 100% 자율성을 주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엄청난 자유가 있다. ‘나 아니면 아무도 없다’는 분위기다. 기업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프로젝트 5개, 10개, 20개를 하고 나면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결과물을 3개쯤은 얻게 된다.”
제대한 천재들이 1000여 개 기업 창업
8200 부대의 특별한 비법은 대체 무엇일까? 전직 8200 부대 요원 20여 명과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하면 5개 요인으로 압축된다. 이 모든 요소를 갖추면 ‘스타트업 국가’로 명성을 날릴 만한 훌륭한 청사진이 만들어진다. 성공적 기술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한 효과적 커닝 페이퍼도 될 수 있다.
모집: 8200 부대는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이 발발하기 전, 영국 식민통치를 받던 1930년대에 창설됐다. 처음에는 ‘뉴스 서비스’를 뜻하는 히브리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 ‘신멤(Shin Mem) 2’로 불렸던 조직은 아랍부족의 폭동 계획을 알아내기 위해 전화선을 도청하는 등의 활동을 주로 했다.
8200 부대의 전환점은 1973년 이스라엘 국가 설립과 함께 찾아왔다. 적국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시리아의 선제공격에 허를 찔리며 역사상 최악의 첩보전 실패로 남은 욤 키푸르 전쟁이 일어난 이후였다. 첩보 및 국가안보 분야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언론인 요시 멜만에 따르면, 848 부대 장교가 시리아에 포로로 잡히면서 상당한 정보를 시리아 군에 넘기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은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는 시간을 가졌고, 처음부터 새롭게 구조를 짜는 ‘리부트’를 했다. 부대 이름은 무작위로 만들어진 숫자 ‘8200’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조직을 더 세분해 분권화를 시켰다. 다른 팀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전혀 모르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각 부서는 하나의 스타트업이 되어 각자 알아서 꾸려나가야 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중대 결정도 내렸다. 다시 말해, 미국 기술 산업에 의존해 첨단 기술을 얻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다짐이었다. 그렇게 8200 부대는 R&D 허브로 기능하며 ‘스타트업 국가’를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되었다. 8200 부대가 정체를 꽁꽁 감췄던 대신에 첩보기관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스라엘 스파이 기관 모사드(Mossad)는 “첩보 자료의 90%를 8200 부대에서 얻었다”고 야이르 코헨(Yair Cohen)이 말했다. 지난 33년간 8200 부대에서 일한 코헨은 마지막 5년(2001~05년)은 지휘관 임무를 수행했다. 1985년 크루즈선 아킬레 라우로(Achille Lauro)호가 테러리스트에 불법 나포되며 미국인 1명이 사망했을 때 테러 공격과 아무 상관없다고 부인하던 야세르 아라파트에게 그가 연루되었음을 입증하는 도청 내용을 들이민 건 8200 부대였다. 2007년 이스라엘이 시리아 원자로 의심시설을 폭격한 작전에서도 8200 부대가 제공한 정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3년 후 이란 핵 원심분리기 프로그램을 파괴한 스턱스넷 웜 또한 CIA와 8200 부대의 코딩 합작품이다.
8200 부대가 찾는 건 천재적 ‘잠재력’가진 학생
“8200 부대는 상위 1% 중에서도 1%를 데려올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8200 부대에서 복무하며 22세의 나이에 8200 부대 사관학교 교직원팀을 총괄한 인발 아리 엘리(Inbal Arieli)는 말했다.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모집 과정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내가 심사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그녀는 말했다. 일단 가능성 있는 청소년을 파악하면, 철저한 면접과 시험을 거쳐 필요한 수업을 받게 된다. 보통 6개월 이상 걸리는 교육과정은 통신기술부터 전기 엔지니어링, 아랍어 등 필요한 모든 주제를 가르친다.
모집을 할 때에는 고위 관료가 아니라 20대 초반의 8200 부대 군인들이 직접 면접관으로 나선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를 인계받을 사람을 직접 만나 이들에게 실무 수행역량이 있는지 살핀다. 이들 청년은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평판 조회를 받게 된다.
그럼 8200 부대에서 원하는 자질은 무엇일까? 수학과 컴퓨터,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면 당연히 가산점을 받지만, 8200 부대가 정말 찾는 건 바로 잠재력이다. 빠른 학습능력, 변화에 대한 적응성, 팀과 함께 목표를 이루는 능력,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일을 해내는 능력이다. 도르 스컬러(Dor Skuler)는 고등학교 2학년 때 8200 부대의 관심을 받았지만, “학교에서 나는 정말 형편없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8200 부대원들은 문제학생 스컬러에게서 아직 꽃피우지 못한 천재성을 알아챘다. 현재 모습보다 잠재력에 집중하며 스컬러에게서 훌륭한 정보요원의 자질을 발견한 덕분에 그는 이후 스타트업 3개를 설립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문화: 8200 부대 지휘관이었던 야이르 코헨은 1980년 대 초반 부대에 합류한 후 수행했던 임무를 지금도 기억한다. “3억 달러가 필요한 일이야. 그런데 300만 달러만 줄 수 있어!”라고 당시 지휘관이 말했다. “10명이 필요한데 3명밖에 없어. 그러니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분석해봐. 우리 적들이 미래에 필요한 걸 사서 사용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 해.”
이 경험을 바탕으로 코헨은 제대 후 이스라엘 최대 방위 전자업체 중 하나인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의 사이버 부서를 만들었다. 스타트업의 마음가짐은 R&D 부서뿐 아니라 8200 부대 전체에 퍼져 있다. 고등학교 때 형편없는 문제아였던 스컬러는 이스라엘 적국의 신호 트래픽을 수집·분석해 미가공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작업 대표로 임명됐다. 위협을 신속히 진압해야 할 때에는 소수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함께 방에 들어가 5일 만에 방법을 찾은 적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믿기 힘들 정도로 행동이 제약될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어느 쪽으로 도박을 할지 내가 직접 결정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칩 1개를 가지고 룰렛 테이블에 앉아서 마지막 칩을 어디에 놓을지 결정하는 기분이었다.”
나이 어린 팀원이 가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스컬러는 말했다. “수일, 혹은 수주 내에 반드시 현장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찾아내곤 했다.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었다.”
모험 정신을 발휘해 주어진 임무 해결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스컬러는 말했다. “그냥 ‘이런 문제가 있어. 가서 해결해’라는 말만 해줬다. 기한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짧았다. 그래서 모험 정신을 발휘해 일단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나중에 깨닫는 경우도 있었다. 의미를 모르겠어도 일단 해야 한다.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려면 다른 선택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논쟁을 즐긴다. 이런 문화는 민주주의에 활기를 불어넣고, 갈등과 긴장을 건전한 방식으로 완화하도록 돕는다. 이스라엘 방위군 전투부대의 경우, 다른 모든 군 조직처럼 기강과 명령체계가 항상 토론보다 우선시된다. 그러나 8200 부대에서는 일개 병사라 하더라도 상사의 결정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계급을 무시하고 총사령관에게 바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부대원들은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군대에 통상적 위계질서가 없기 때문에 스컬러는 혼자 ‘현장’에 나가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의견을 묻는 “최고위 의사결정권자 중 한 명”과 직접 통화를 한 경우도 있다. “19살 때였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대학교 과제를 하는 동안, 나는 그런 경험을 했다.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가장 큰 책임을 지고 다른 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스컬러는 부대에서 배운 교훈을 (알카텔-루슨트 조직 내에서 시작한 2개 사업을 제외하고) 자신의 3번째 스타트업 인튜이션 로보틱스에 적용 중이다.
동기 부여: 키라 라딘스키(Kira Radinsky)는 수 개월간 이어진 첫 군사훈련을 마친 후 8200 부대 내에서도 철저히 비밀에 싸인 81 부대에 배정 받았다. 최첨단 개발 기술(주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플랫폼)을 응용해 전투원에게 제공하는 부대다.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8200 부대 5000명의 군인 중 20%가 81부대에 배정되는 걸로 보인다. 이스라엘 방위군 링크드인 프로필에 8200 부대는 포함되어 있지만, 81부대는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일이 거의 없다.
“81 부대는 정보전을 위한 장난감 공장, 일종의 워크숍”이라고 국가안보 전문 기자이자 『아마겟돈에 맞선 스파이: 이스라엘의 비밀 전쟁(Spies Against Armageddon: Inside Israel’s Secret Wars)』 공동저자 멜만(Melman)은 말했다. “그들은 장비를 만든다. 필요한 걸 그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면 주문한 그대로 만들어 준다. 돌처럼 보이는 지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그렇게 보이는 지뢰를 만들어 주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라딘스키는 동료와 함께 일한 경험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나처럼 15살에 대학에 입학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3개 학위 과정을 한꺼번에 듣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에서는 자신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되지만, 이스라엘의 8200 부대와 81 부대의 경우 이들이 찾아내는 답에 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덕분에 등록금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강한 동기가 만들어졌다.
“많은 걸 성취하려 할수록 가족처럼 함께 싸운다는 동지애가 싹텄다”고 2004~07년 81 부대에서 복무했던 라딘스키는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풀까 말까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했다.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그런 문제였다. 이건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의미를 갖는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일을 해내고 만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격무 속에서 기술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환경”이라고 스컬러는 설명했다. “현실 속에서 진짜 선택을 해야만 했다. 누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눈 것처럼 격렬한 스트레스 속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유의미한 영향을 만들기 위해 일한다.”
‘이건 반드시 내가 해내야 한다’
제대 후 라딘스키는 생사를 결정짓던 경험을 민간 부문에 적용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그녀는 역사적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이용해 130년 만에 (쿠바에서) 또다시 콜레라가 발생할 것을 예측하기도 했다. 지금은 매출 유지·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일즈프리딕트(SalesPredict)의 공동 창업자로 일하고 있다. 직원은 8200 부대 출신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아드레날린이 가득했던 부대 생활에서 벗어나 ‘가족’이 되어 함께 일한다. 그녀는 부대에서 복무하던 시절 “실패해도 서로 비난하지 않고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기면 같이 이기는 거고, 지면 다같이 진 거다. 우리가 함께 세상과 맞서 싸우는 거다.” “기업의 직원 동기부여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스컬러는 덧붙였다.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하면 된다.”
교체: 8200 부대 지휘관직을 가장 최근에 떠난 사람이 세계시장 1위의 사이버보안 연합체를 세웠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나다브 자프리르(Nadav Zafrir)는 ‘팀8’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다. 팀8은 사이버보안 부문 최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을 초반부터 구상해서 설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5년간 8200 부대 지휘관직을 수행한 그는 2013년 엘리트 과학 천재들을 모아 온라인 전쟁을 감독하는 ‘사이버 사령부’를 방위군 내에 설립한 후 부대를 떠났다.
8200 부대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한 다른 2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자프리르는 종잣돈으로 4000만 달러를 모집했고, 알카텔-루슨트, 액센추어, AT&T, 시스코, 노키아, 에릭 슈미트의 이노베이션 인데버 등을 망라하는 초호화 연구 파트너 및 투자자 라인업을 구성했다. 8200 부대에서 그가 했던 일을 조금이라도 물어보려 하면 자프리르는 물 샐 틈 없는 철통 방어를 펼친다. 그러나 8200 부대가 왜 글로벌 경제에 완벽히 들어맞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제든 자세한 설명을 해줄 기세다.
그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통계 중 하나가 바로 부대원 교체율이다. 평균 복무기간이 4년인 이 곳에서 최첨단 기술 임무를 수행하는 엘리트 부서의 연간 인원 교체율은 25%다. 대기업 이직률이 이 정도라면 걱정할 일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세계에서는 엄청난 자산이라고 자프리르는 주장했다. “매년 어리고 똑똑하며 의욕과 열정 넘치는 젊은 남녀가 8200 부대로 밀려 들어온다.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파악한다”고 그는 말했다. 덕분에 자프리르는 선임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문제를 새로운 팀원에게 던져줄 수 있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수십 번 시도하고 실패했단 말은 해주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연간 인원 교체율 25%의 최첨단 기술세계
때때로 8200 부대는 인재 양성기관의 역할을 하며 부대원 중 최고의 인재를 정규직원으로 고용한다. 8200 부대에서 2013년까지 6년간 복무한 버락 페렐만(Barak Perelman) 대위는 원래 자기 사업을 시작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상사는 페렐만을 부대에 계속 둘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8200 부대를 도울 수 있는 혁신적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필요한 인력을 부대에서 제공해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방안이었다. 페렐만은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부대를 떠나 화학공장 등 주요 인프라 시설의 사이버 보안을 책임지는 회사 인디지(Indegy)를 차렸다. 8200 부대의 지원을 받으며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이다. “서로에게 윈윈이었다”고 말한 페렐만은 8200 부대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양성 모델이 여러 번 활용된 적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경제에도 이득이다.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고 이스라엘 최고의 기술 인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8200 부대 출신이 제대 후 스타트업을 차렸다가 이를 3억 달러 등에 매각했음을 안다. 단순히 포브스에서 기사로 읽어 아는 게 아니다”라고 자프리르는 말했다. “‘저 사람 나도 아는데, 저 사람이 했다면 나도 4억 달러를 벌 수 있겠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네트워크: 엘라드 벤자민(Elad Benjamin)의 아버지 메나쉬(Menashe)는 8200 부대에서 25년을 복무하며 소속 부서 지휘관으로 근무하다가 의료 영상촬영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창업했다. “아버지가 8200 부대에서 얻은 자산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면 회사를 창업하기 힘들었을 것”라고 엘라드는 말했다. 그 또한 의료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자신의 스타트업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연결선이 있다.”
실제 연관성은 그보다 두텁다. 메나쉬의 회사를 코닥이 인수했을 때 총 직원 55명 중 절반은 8200 부대 출신이었다. 그의 절친도 거의 8200 부대 출신이다.
8200 부대 출신이 구축한 네트워크가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국가’로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8200 기술 부서에서 복무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친구를 알게 되면, 그에게서 같은 부서 동료의 제대일을 알아내 이들이 제대하는 즉시 하나씩 채용한다”고 벤자민은 말했다. “전화를 해서 ‘당신의 전 팀장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데 같이 일해보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면 된다.”
- RICHARD BEHAR 포브스 기자
[박스기사] The 천재
키라 라딘스키: (29)가 지금까지 이룬 업적은 아주 눈부시다. 우선, 8200 부대의 파생 조직 81 부대에서 했던 활약을 인정 받아 이스라엘 국방 부문에서 최고의 영예에 해당하는 방위상(Israel Defense Prize)을 수상했다. 제대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정치 폭동이나 전염병 발병(쿠바 콜레라 발병) 등, 전세계적 파급력을 가지는 사건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계적 인정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난 후에는 예측 분석기법을 응용해 기업의 고객 모집 및 유지 전략을 혁신해주는 세일즈프리딕트를 공동 창업했다. 스타트업 경영과 함께 이스라엘의 MIT라 할 수 있는 테크니온(Technion)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이스라엘 국민 수백만 명의 의료 이력 데이터를 통해 이들이 향후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에 걸릴 지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박스기사] The 리더
나다브 자프리르: (46)는 2005년 8200 부대에 입대한 후 2009~2013년 지휘관을 역임하며 이스라엘 방위군의 ‘사이버 사령부’를 세웠다. 지금은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사이버전쟁에 참여했던 인재를 모아 사이버보안 기업 ‘팀8’을 공동 창업하고 CEO로서 경영에 임하고 있다. “가장 뛰어난 인재가 모이는 엘리트 부대에서 복무하려는 이스라엘 청년이 많다”고 그는 말했다. “30년 전에는 ‘최고 엘리트 부대’라고 하면 전투부대를 의미했다. 그러나 기술 쪽에 관심 있는 요즘 청년이라면 단연코 8200 부대가 이들의 꿈이 되고 있다.”
[박스기사] The 사업가
도르 스컬러: (39)는 대학 학위도 없이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처음으로 창업한 스타트업 징(Zing)의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청취자 참여 양방향 라디오 및 음성인식 기술을 보유한 ‘징’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그는 이후 8200 부대 동문과 함께 사이버 보안업체 사펜드(Safend)를 창업했다. 그 다음에는 알카텔- 루슨트에 들어가서 전용 하드웨어 대신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클라우드밴드 (CloudBand)를 운영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튜이션 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를 운영 중이다. 아직은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전세계 가정이 ‘스마트 소셜 로봇’을 구비하도록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박스기사] The 연결자
인발 아리엘리: (40)는 8200 부대 출신 부대원과 연계해 진행하는 이스라엘의 첫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 곳에서 그녀는 자신이 “8200 부대의 DNA이자 소프트 스킬”이라 부르는 교육 부문을 담당하며 창업을 원하는 초보 기업가를 교육하고 새로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박스기사] The 미래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은 전체 이스라엘 인구에서 20%를 차지하지만, 기술 산업에서의 비중은 2%밖에 되지 않는다. 텔아비브 증시에서 아랍인이 대표로 있는 상장기업은 단 한 개도 없다.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방위군에서 기술 관련 훈련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화적 이유도 있다. 아랍계 부모들은 자녀가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트업으로 진출하는 걸 원하지 않고, 고용이 보장되고 안정된 직업을 선택하길 원한다. 그러나
자파르 사바(Jafar Sabbah)를 비롯한 아랍계 이스라엘 창업가는 이런 상황을 바꿔놓을지 모른다. 아랍계가 제대로 성공했다는 스토리 하나만 만들어져도 다른 아랍인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테크니온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히브리 대학에서 법학 학위로 졸업한 사바는 이 임무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는 지금까지 3개 회사를 창업했다. 2000년 유대계 이스라엘인 3명과 함께 아랍어 인터넷 포털 트리플 비전(Triple Vision)을 처음 창업한 그는 동료 중 한 명이 “사업 계획서에 적은 자신의 이름 옆에 항상 8200을 써 넣는 걸 봤다”고 말했다. “궁금한 걸 참다가 그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그러자 동료는 웃으면서 “첨단 기술산업 쪽에서는 8200 부대를 높이 쳐준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아랍계에도 8200 부대 DNA 전파이제는 사바도 확실히 안다. 6년 전 ‘스타트업 네이션 센트럴’의 인발 아리엘리가 조직한 6개월짜리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할 것을 권유받았기 때문이다. 8200 부대 전임 및 현직 병사들이 전도유망한 아랍계 기업가를 직접 만나 지식과 전문성을 가르치는 심화 프로그램이었다. “8200 부대의 DNA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었다”고 아리엘리는 말했다.
처음에는 논란이 많았다. “아무리 민간 프로그램이라 해도 아랍계 이스라엘인에게 8200 프로그램 합류를 권유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벤처 투자자들이 염려했다”고 아리엘리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텼다. 연수 프로그램 입학은 8200 부대에 입대하는 것만큼 어려웠다. 매년 이스라엘에 있는 유대인 경영 스타트업 300개 정도에서 지원을 하는데 최종 합격자 수는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2014년 당시 사바는 자신의 3번째 스타트업 빔 라이더스(Beam Riders)를 한참 키워가고 있었다. 신경 자극 및 피드백을 통해 인지 및 학습 기술을 개선해주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이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그는 아랍계 이스라엘인으로서 처음으로 프로그램에 입학했다. 사바는 프로그램을 통해 상품 디자인부터 마케팅 자금 모집까지 많은 걸 배웠다. 물론 네트워크도 더욱 넓어졌다. “이제는 아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회사 인지도도 높아졌다”고 그는 말했다. “8200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말하면 투자자들은 ‘와!’하고 놀란다. 나한테는 좋은 일이다.” 사바를 비롯한 아랍인이 길을 닦아 놓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스라엘의 아랍계 시민도 8200 부대에 입대하는 날이 올 지 모른다. 그럼 전세계는 ‘와!’하고 놀랄 것이다. 이스라엘한테도 좋은 일이다.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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