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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구안, E220 블루텍

티구안, E220 블루텍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감소했다. 7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하지만 정체 분위기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모델은 존재한다. 성별, 연령대 등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 덕분이다.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서 잘 팔린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오션, 메르세데스-벤츠 E220 블루텍, BMW 520d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차는 모두 11만6749대가 팔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2.6% 감소한 수치로, 7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디젤 게이트의 여파 때문으로 분석한다. 수입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수입차 판매량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68.85%였던 디젤차 비중은 올해 상반기 64.82%로 줄었다.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판매가 늘어난 모델은 존재했다. 성별, 연령대 등을 겨냥한 정확한 타깃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여성을 겨냥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가격대를 낮춘 고급 세단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상반기 수입차 베스트셀링 톱 10 중 3개가 SUV였다.
 비싼 차 많은 벤츠, 장사 잘 했네
브랜드 별로 보면 올 상반기엔 메르세데스-벤츠가 장사를 가장 잘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총 2만4488대를 팔아 1위에 올랐다. BMW보다 1300대 가량 적은 2만3154대가 판매됐다. 아우디가 1만3058대, 폴크스바겐이 1만2463대, 포드가 5738대를 팔아 뒤를 이었다. 랜드로버(5502대), 렉서스(4489대), 미니(4312대), 도요타(4282대), 혼다(3112대)도 1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전체와 올 상반기의 점유율을 보면 메르세데스-벤츠가 19.27%에서 20.97%, BMW가 19.63%에서 19.83%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말부터 디젤게이트 사건에 휘말린 폴크스바겐과 같은 그룹의 아우디는 각각 14.67%에서 10.68%, 13.34%에서 11.18%로 추락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폴크스바겐의 판매량은 33.1%나 줄었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 상위 4개 브랜드 중 가장 큰 감소세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점유율 2.94%에서 올 상반기 4.71%로 급상승해 눈에 띈다.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은 BMW 5시리즈다. 5시리즈는 520d가 2987대 팔린 것을 비롯, 520d xDrive 1916대, 528 1258대, 528 xDrive 916대, 530d xDrive 198대 등 총 7275대가 팔렸다. 6806대가 팔린 아우디 A6가 뒤를 이었고,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6595대로 3위에 올랐다.

단일 모델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올해 상반기 4164대가 팔려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했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판매가 주춤해지자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매량은 15.5%가 줄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젤차인 E220 블루텍은 지난해 상반기 9위에서 올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많은 3236대를 팔았다. 지난 6월 7년 만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인 신형 E클래스가 출시되기 전 재고 소진이 이뤄진 탓이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 선전이 눈부시다. 렉서스는 NX300h가 738대로 전년 대비 102.7%, ES300h가 2631대로 19.2% 늘었다. 아우디 Q7도 669대가 팔려 전년 대비 130.7% 급증했다. 혼다 파일럿은 지난해 29대에서 올해 307대로 958.6%나 뛰었다. 12위에 오른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는 1842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11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어코드(14위)는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1738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가 늘었다. 수입차 시장의 대표적 친환경차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도 지난해 11월 가격경쟁력을 높인 새 트림을 추가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월 평균 50대 판매에서 올 상반기 190대로 크게 늘었다.

한편 BMW코리아는 “520d 모델이 실제로 가장 많이 팔렸다”고 주장한다. 수입차협회 측에서 520d(2987대 판매)와 520d xDrive(4륜구동, 1916대 판매)를 분리해 등록실적을 잡는 바람에 순위가 각각 4위와 10위로 매겨졌지만, 두 트림을 합치면 4903대가 된다는 설명이다.
 1억원 넘는 차도 1만대 팔려
1억원 이상 수입차도 1만 대 가까이 팔렸다. 메르세데스-벤츠 S 350d 4매틱,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3.0 TDV6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선 판매된 1억원 이상 차량은 9779대로, 1만 대 가까이 팔려나갔다. 그 중에서 1억5000만원이 넘는 차량도 4076대나 팔렸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가 다른 독일 자동차 회사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상반기에 판매한 2만4488대 중 4374대가 1억원 이상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4만7000여 대를 팔아 국내 매출액 3조1415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 3조원을 넘긴 수입차 회사는 벤츠코리아가 처음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액도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1억~3억원에 달하는 고급 세단 S클래스의 인기 덕분이다. 6월에만 1332대(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클래스 84대 포함)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S 350d 4매틱은 6개월 동안 1686대나 팔렸다. 1억5000만원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S 400 4매틱과 S 500 4매틱도 각각 620대, 606대가 팔렸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랜드로버도 상반기 쏠쏠한 장사를 했다. 1억이 넘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3.0 TDV6가 672대 팔렸고, 1억5000만원이 넘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4.4 SDV8도 370대가 팔렸다. 랜드로버의 1억원 이상 차량 판매 대수는 1207대에 이른다. BMW는 1억원 이상 모델을 2423대, 포르셰는 774대를 팔았다.

고가 차량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법인(기업) 구매가 늘고 있는 것과 맞물린다. 올 상반기 법인 구매는 모두 4만698대. 폴크스바겐의 골프 2.0 TDI가 1336대로 가장 많았지만 1억원대 차량이 순위에 다수 올라있다. BMW 520d가 1236대, 아우디 A6 35 TDI가 914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가 877대 팔렸다. BMW 530d xDrive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3.0 TDV6도 700대 이상 팔렸다.

‘디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폴크스바겐 차량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여성들이 구입한 수입차는 모두 2만3158대. 이 중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961대, 골프 2.0 TDI가 582대였다. 여성들은 메르세데스-벤츠 E220 블루텍, BMW 118d Urban과 320d 등 비교적 덩치가 작은 차량을 선호했다.
 하반기도 콤팩트 SUV 경쟁 치열
여성들은 콘팩트한 모델을 선호했다.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 렉서스 ES300h
수입차 관계자는 “수입차를 구매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이를 겨냥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경쟁이 뜨겁다”며 “쌍용자동차 ‘티볼리’ 출시로 촉발된 국산 완성차 업체들의 소형 SUV 판촉 불길이 수입차 시장으로 옮겨 붙었다”고 말했다. 콤팩트 SUV는 배기량 1,600cc 안팎의 소형·준중형 SUV와 2,000cc 안팎의 중형 SUV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최근 들어 높은 연료 효율과 합리적인 가격,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콤팩트 SUV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젊은층과 여성들이 콤팩트 SUV를 선호한다.

수입차업계는 브랜드별로 특화된 모델을 선보이고 판매 확대에 나서 수입차 시장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차 6종 중 4종이 오픈카다. SUV는 2종이다. 눈길을 끄는 차는 3분기 출시 예정인 ‘더 뉴 S클래스 카브리올레’다. S클래스 오픈카 모델을 더해 고급 대형 세단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뉴 클래스 카브리올레’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BMW는 이미 촘촘한 라인업을 갖춘 상황에서 친환경차를 통해 차별화를 원하는 고객을 공략할 계획이다. 3시리즈와 7시리즈, 중형 SUV ‘X5’를 기반으로 한 PHEV 모델 3종을 선보인다. 아우디는 베스트셀링 세단인 A6를 기반으로 산길과 진흙·자갈길도 달릴 수 있는 ‘뉴 아우디 A6 올로드 콰트로’를 선보인다. 링컨은 럭셔리 세단 ‘올 뉴 컨티넨탈’을 출시할 예정이다.

수입 SUV 시장은 올 하반기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규어는 브랜드 최초 SUV인 ‘F-페이스’로 새로운 프리미엄 SUV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랜드로버는 SUV 오픈카인 ‘레인지 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을 선보인다. 이탈리아 명차 브랜드 마세라티는 오는 11월 역시 브랜드 최초의 SUV인 ‘르반떼’를 출시한다. 혼다는 7월 초 콤팩트 SUV ‘HR-V’를 국내에 첫 선을 보이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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