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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하반기 투자 가이드] 신중과 과감 사이 희망의 불씨 찾아라

[2016 하반기 투자 가이드] 신중과 과감 사이 희망의 불씨 찾아라

3% 성장률 달성은 이미 물 건너 갔다. 수출이 계속 부진한 가운데 내수마저 활기찬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둡고 긴 터널에 갇힌 형국이다. 전망이 나쁘니 가계나 기업이나 투자를 꺼린다. 세계로 눈을 돌려도 딱히 활력 있는 나라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는 게 걱정이다. 브렉시트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유럽 역시 회복이 더디다. 아베노믹스 약효가 떨어진 일본은 제로성장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중국 경제의 감속 조짐 또한 뚜렷하다. 어려워도 길은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과 과감 사이’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반기 주식·펀드, 부동산, 실물 투자 등 분야별 자산관리 전략을 짚었다.
0.7%. 한국은행이 7월 26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GDP) 증가율(전분기 대비)이다. 지난 1분기의 0.5%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고무적인 건 민간소비의 증가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9% 증가했다. 1분기(-0.2%)와 달리 플러스로 전환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소비 활성화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반등 기미를 보였다. 2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2.9% 늘었다. 1분기(-7.4%)와 비교해 확실히 좋아졌다. 1분기 성장을 견인한 건설투자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을 벗어난 것으로 해석하긴 무리가 있다. 최근 10개 분기 중 8번이 0%대 성장률이다. 사실 2분기의 반등은 1분기에 워낙 부진했던 기저효과일 수 있다. 더구나 늘어난 민간소비의 상당 부분은 정부에 의한 것이다. 민간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했다기보단 소비활성화 대책이나 임시공휴일 지정 등 정부 정책에 의해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분기 추가 하락을 막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일부 항목이 개선된 것을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긴 어렵다”며 “자칫 경제성장률이 연 2%대 중반으로 고착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이 경기를 반등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 효과 생각보다 크지 않아
당분간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하는 건 거의 확실하다. 내수와 수출 모두 동력을 되살리는 게 쉽지 않은 과제여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 경제를 지탱한 건 내수 경기였다. 저유가에 따른 가계구매력 증대와 맞물려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정책도 재미를 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직전까지 비교적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소비불안 심리 역시 다소 완화됐다. 민간 주택분양 열기를 바탕으로 한 건설투자도 괜찮았다. 그러나 점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가계의 구매력 증대 효과가 약화되고, 브렉시트 후유증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전반적으로 불안심리가 커졌다.

정부도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추가경정예산도 빠르게 준비했다. 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은 “전체 추경 규모는 11조원으로 지출 확대에 9조8000억원, 국가채무 상환 등에 1조2000억원을 활용한다”며 “이번 추경은 구조조정 지원과 일자리 추경”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1조4000억원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현금 출자된다. 4만~5만명으로 예상되는 조선업 실직자를 위한 전직 지원, 직업 훈련, 한시 일자리 사업에도 총 1조 9000억원이 투입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2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오래된 저수지와 하수관거를 정비하고 조선업 밀집 지역에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사업 등이다. 박춘섭 기재부 예산 실장은 “이번 추경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상승시키고 6만800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1조원 중 순수하게 경기를 진작하는 데 쓰는 돈은 6조원 정도다. 하반기 들어 빠르게 꺾이고 있는 경기를 떠받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구조조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축소하고, 소비 및 건설투자를 부양하는 효과만으로는 국면을 전환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한다. ‘하반기 이후 소비 활력은 완만하게 낮아질 전망이다.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임금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고용 활력도 떨어지면서 가계소득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 추세가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가계구매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질 국민소득 상승률은 지난해 6.5%에서 올 1분기 4%대로 낮아졌으며 하향 추세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환경도 반전이 쉽지 않다. 올 상반기 수출은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물렀다. 올 1분기 -13%를 기록했던 통관 기준 수출 증가율이 6월 중 -2.7%를 기록하면서 회복 기대가 커졌지만 이는 유가 하락이 진정되면서 수출 단가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수출 물량 증가세는 0% 수준에 머물러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하반기는 더 어려울지 모른다. 원화 가치 하락이 긍정적인 요소지만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세계적인 교역량의 감소다. 물량 기준 세계 교역 증가율은 지난해 1.6%에서 올 상반기 -0.1%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버텨주던 미국까지 흔들리면…
절박함에 정부는 종합상사 되살리기 프로젝트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26일 제3차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를 열고 현재의 ‘전문무역상사’를 종합무역상사·중견무역상사·중소무역상사로 세분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전 종합상사의 부활이다. 종합상사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대행하면 대출 금리와 보증료율을 인하해 주고, 수출입은행의 수출촉진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무역상사가 수출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면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분위기를 확 바꿀 만한 카드는 아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고 단기 수치에만 매달리는 정부 정책은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수출이 늘어나려면 한국 제품을 쓸 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아져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부터 잘 버텨왔던 미국은 기업 수익성 악화가 부담이다. 임금 상승세는 이미 한풀 꺾였고, 투자도 주춤하다.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건 미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활력이 점차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달러 강세 역시 부담스럽다.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매니저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무역 경기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50%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 등 보호무역 강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대통령 선거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다만 고용 둔화 우려가 약화된 것은 반가운 뉴스다. 6월 한달 동안 미국에서 늘어난 새 일자리(비농업부문)는 28만7000개로 집계됐다. 최근 8개월 사이 최대치다. 올 들어 미국 신규 고용은 꾸준히 줄고 있었다.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했던 유럽은 브렉시트 직격탄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직접적인 유럽연합(EU) 내 수출 감소는 물론 회원국의 추가적인 EU 탈퇴 움직임, 연이은 테러 등 갖가지 악재가 쌓여 있다. 3년 동안 이어진 엔저에도 수출 효과를 못 본 일본은 당분간 엔고와 싸워야 한다. 대규모 추경을 발표한 데 이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추가 부양책까지 내놓을 계획이지만 결국 실물경제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제로 성장이란 취약한 흐름을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

투자·소비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은 수출까지 줄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제조업의 과잉 생산, 과도한 부채 문제는 단기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상반기 좋은 흐름을 나타냈던 부동산 경기도 증가세가 꺾였다. 이보다 상황이 크게 나빠질 가능성은 작지만 점진적인 성장 둔화는 중국 정부도 이미 계산하고 있는 부분이다.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도 최악의 흐름은 벗어나고 있지만 세계 경제에 자극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불안감은 투자 활력을 떨어뜨린다.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가동률이 둔화되면서 1분기 설비투자는 4.5% 감소했다. 기존 설비도 충분히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추가 투자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부담을 키운다. 기업이 신규 설비 증설에 나서기보다는 투자를 미루고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 부동자금 1000조원 육박
가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단기 부동자금은 958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에 도달했다. 전월보다 15조 1000억원 늘었고, 전년보다 93조원 증가한 것이다. 단기 부동 자금은 만기가 짧거나 인출이 가능해 언제라도 다른 금융상품이나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수시 입출식 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종합자산관리계좌(CMA)·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묶여 있는 돈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39조원에서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처음으로 900조 원을 넘어섰다. 단기 부동자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정부나 한은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기업 등 실물경제로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 많은 대기성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금리 장기화의 여파다. 여러모로 돈 굴리기 쉽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원금이 월등히 많지 않다면 은행에서 주는 1~2% 이자만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책금리 인하로 시중금리는 이미 크게 낮아진 상태다. 예·적금 이외의 영역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저금리로 갈수록 재테크 난이도는 높아진다. 이런 때일수록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지만 지나친 안전 지향도 문제다. 신중함과 과감함 사이에서 나름의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

일단 투자 변수들을 잘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금리와 환율이다. 국내에선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구조조정 영향, 대외 금융불안 요소 등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지도 있다. 이미 바클레이즈와 골드먼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3분기 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1.25%에서 0.25%포인트 더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BNP파리바, JP모건 등도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도 잘 관찰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7월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0.25~0.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 전망에 대한 단기적인 리스크가 약해졌다고 평가하면서 9월쯤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정도의 문제일 뿐 미국 금리 인상은 대표적인 국내 증시 조정 요인이다.

환율은 약세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기울기는 완만할 것이란 관측이다. 7월 28일 원·달러 환율은 1124원대로 하락했다. 올 들어 최저치다. 그러나 브렉시트 전후 상황에서 보듯 금융 불안 국면마다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양상은 여전하다. 향후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다른 금융시장 불안 요소가 등장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에 따른 상승 압력 또한 분명하다. 큰 폭의 변동 없이 1100원 중반대를 오갈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확실한 호재도 뚜렷한 악재도 없는 상황. 전반적으로 하반기에도 주가는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임상국 현대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은 “브렉시트발 후폭풍 지속, 글로벌 수요 부진, 미국 금리 인상 우려, 중국 경기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 국내 경기 하강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역시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는 시장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매매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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