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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삼겹살과 치킨에 지칠 때면 가끔씩 횟집을 찾는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슬슬 마음이 복잡해진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할 눈도 없거니와 ‘싯가’라고 적힌 가격표를 보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일행 중에 항상 있게 마련인 ‘마린보이’의 입만 쳐다보는데, 매번 얘기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면 영 미덥지 않다. 그냥 삼겹살로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시라. 까다롭거나 유별난 게 아니다. 필자는 단지 깨끗하고 싱싱한 활어를 착한 가격에 먹고 싶은 것뿐이다.

인구가 주체할 수 없게 늘어나면서 먹거리가 큰 문제다. 사막화로 인해 농사지을 땅도 점점 부족해지고, 지금보다 가축을 더 많이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답은 지구 지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잡는 어업’이 아닌 ‘기르는 어업’ 즉 양식(Aquaculture)에 답이 있다. 중국처럼 수백 척씩 떼로 몰려가 남의 나라 물고기 씨를 말릴 게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인류 문명은 사냥(hunting)에서 경작(farming)으로 옮겨오면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바다에서 그물·낚시·작살로 고기를 잡는 풍경은 원시적이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구 표면적의 70% 차지하는 바다
강원도 고성 봉포항에서 5㎞ 떨어진 곳에 있는 동해STF의 연어 양식장. 올 가을 첫 연어 출하를 앞둔 이 곳에선 동합금 어망과 스마트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친환경 양식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먼 바다(외해) 연어 양식장이다
네덜란드 태생의 기업가이자 환경보호론자인 마이크 벨링스(Mike Velings)는 양식업 전도사이다. 그는 아콰스파크(Acua-spark)라는 글로벌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친환경 양식으로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호를 함께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인류가 왜 양식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인간은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단백질은 근육의 주성분이고 각종 호르몬과 효소를 만든다. 무슨 말이냐고? 단백질이 없으면 죽는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단백질의 영어명인 ‘protein’이 그리스어의 ‘proteios(중요한 것)’에서 유래했겠는가. 단백질의 주된 공급원인 육류 소비는 지난 50년 간 세계적으로 7000만t에서 3억t으로 늘었다. 다른 단백질 공급원인 우유와 달걀 또한 비슷한 추세다. 그럼에도 2050년경에는 오늘날 인류가 쓸 수 있는 것보다 최소 70%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게 된다. 인구가 현재 70억에서 2050년경 97억으로 증가하고, 또 소득에 비례해서 단백질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큰일이다. 전 인류가 대동단결하여 앞으로 풀만 먹기로 하지 않는 이상 세계 단백질 공급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고기나 곤충을 더 많이 키우고 먹는 수밖에 없다(미래 식량자원으로서 곤충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이제 곤충을 먹어야 할 때’(본지 2016년 4월 11일자) 참조). 특히 물고기는 건강에 좋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주요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어떤 육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메가3 같은 지방산도 제공한다. 더욱이 가축이나 가금류에 비해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확인된 것만 3만 종이다. 문제는 남획이다. 인류의 식탐은 바다가 자연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섰다. WWF(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세계 해양생물이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황새치와 참다랑어 같은 대형 어류도 1950년대 이래로 90% 이상 감소했다. 일본 등의 불법 포획으로 인해 고래도 멸종의 문턱을 오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바다에 대한 수탈이 계속된다면 바다 생태계 자체가 완전히 붕괴될 게 뻔하다. 그땐 진짜 벌레만 먹고 살아야 한다.

양식이 답이다. 1파운드의 물고기 양식을 위해서는 같은 무게의 먹이만 있으면 된다 하루 종일 중력을 버티며 서 있지 않아도 되고, 또 피를 덥힐 필요가 없어 에너지 소모량이 적기 때문이다(반면 소고기 1파운드를 얻으려면 8~9파운드의 사료가 필요하다). 또한 소나 돼지처럼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도 않는다. 회로 먹어도 좋고, 굽거나 튀기거나 삶거나 졸여 먹어도 된다. 아, 말려 먹기도 한다. 여러모로 신통하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500여 종의 물고기 양식이 이뤄져 왔고, 2014년에는 양식으로 키운 양이 바다에서 직접 잡은 양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식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무분별한 양식은 물을 오염시키고, 해안 서식지를 파괴하고, 사료용 어분(fish meal)을 위해 정어리나 멸치류를 희생시킨다. 바이러스와 질병이 야생종 집단으로 퍼지면서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 있고, 탈출한 양식어종과 야생어종의 번식으로 유전자 풀의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앞으로 해조류나 미세조류 같은 친환경 사료를 더 개발하고, 첨단 IT 제어기술과 데이터 분석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개발한 ‘바이오플락(Biofloc)’ 기술처럼 사료와 물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양식 업체 인수 잇따라
최근 관련 업체의 양식업 진출이 심상치 않다. 2014년 일본의 미쓰비시 상사가 노르웨이 연어 양식 업체인 서마크(Cermaq)를 14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15년에는 네덜란드 무역 업체인 SHV홀딩스도 연어 양식 업체인 뉴트레코(Nutreco)를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세계 최대의 곡물 무역상이자 육류 공급 업체인 미국의 카길도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업체 에보스(EWOS)를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우리나라는 양식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7위(166만t) 규모지만, 여전히 해조류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등 편중이 심하다. 애써 키운 물고기가 폐사하는 경우도 많고, 주요 품종도 조피볼락(우럭), 돔류, 숭어 정도에 국한된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아직은 시작일 뿐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전통 양식 노하우에 우리의 자랑인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키자. 바이오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종자와 사료도 개발하자. 그 뛰어난 플랜트 기술로 먼 외해(外海) 혹은 도심 한가운데도 근사한 스마트 양식장을 만들어 보자. 어느 날 양식업이 번듯한 4차 산업으로 탈바꿈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 갈증 해소에 일조하길 기대해 본다.

아, 그나저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양식업에 꽂혔단다. 틈만 나면 평양 인근의 메기 양식공장을 찾아서 ‘볼수록 희한한 멋쟁이 공장’이라고 치켜세우고, “물고기 비린내를 맡으니 정신이 다 맑아진다”고 한단다. 북한 전역의 군부대에는 빙어와 송어를 키우라고 지시했단다. 연어와 자라도 키우는데 이건 좀 어려운 모양이다. 아무튼 제발 좀 잘 되길 빈다. 엉뚱한 100일 전투 같은 거 말고, ‘물고기 1000일 전투’에 나서길 권한다. 북한산 양식 물고기가 세계인의 밥상에 오를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북한 인민들도 이밥에 고깃국 대신 생선이라도 실컷 먹어볼 것 아니겠는가.

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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