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발 분양가상한제 논란] 법적으로 폐지됐는데 사실상 부활?
[강남 재건축발 분양가상한제 논란] 법적으로 폐지됐는데 사실상 부활?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부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개포주공 3단지의 고분양가를 빌미로 강제적인 분양가 인하에 나서면서다. 이에 따라 불 붙은 강남 재건축 분양가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법적으로 폐지된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부활한 셈이어서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7월 25일 HUG는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조합과 현대건설이 신청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 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치단체의 분양 승인을 받는 데 필수적인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시 HUG 측은 “분양가가 비싸 미입주 등의 우려가 크다”며 “공사의 분양보증이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 보증이기 때문에 적정 분양가를 웃도는 단지에 대해 보증 승인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남권에서 분양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분양보증 신청이 반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분 69가구에 대해 3.3㎡당 평균 4313만원 가격으로 분양보증 승인을 신청했다. HUG는 이 가격이 6월 기준 강남구 평균 분양가(3.3㎡당 3804만원)보다 13% 높고 3개월 전 분양된 인근 주공2단지(래미안블레스티지, 3.3㎡당 3762만원)보다 14% 비싸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인근 아파트 분양가를 110% 초과하는 가격을 고분양가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분양가를 책정해 다시 신청하면 보증발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HUG가 보증 허용을 무기로 ‘인근 아파트 대비 110%’라는 사실상의 분양가 상한선을 시작에 적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분양보증 퇴짜를 맞은 개포주공 3단지는 3.3㎡당 평균 4137만원으로 인하하고 나서야 승인을 받았다. HUG가 보증 허용 조건으로 내세운 ‘주변 단지 분양가 110% 초과 금지’를 충족하는 수치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사 관계자는 “적정 가격은 공사가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가 판단해야 하는데 정부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다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적정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한 후 그 가격 이하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도입 또는 폐지를 두고 이슈가 될 때마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왔다. 이에 따라 규제 내용과 적용 대상도 조금씩 바뀌었다.
분양가상한제의 시작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지가를 안정시킨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당시에는 주택 규모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가격 상한을 정했다. 대신 상한선을 매년 시장가격에 연동시켜 재조정했다. 1980년 들어 경기 회복을 위해 국민주택보다 큰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를 자유화했지만 투기 과열을 막지 못해 3년 만에 다시 분양가 규제로 복귀했다. 이때 당시 서울시 아파트의 분양가상한선은 3.3㎡당 220만원이다. 지금 같이 택지비와 건축비, 건설 업체 적정 이윤을 계산해 분양가 상한선을 산정하는 원가연동제는 1989년 도입됐다.
부동산상한제에 변화가 생긴 건 외환위기 때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건설 업체도 줄줄이 부도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1998년 토지공개념 폐지, 분양권 전면 허용, 양도세 인하 등의 대책을 내놨고 이와 함께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단계적인 분양가 자율화를 실시했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셈이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 분양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여기에 행정도시·혁신도시 등 각종 지역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집값 상승률이 2001년에 9.9%, 2002년에는 16.4%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다시 투기 과열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정부는 2005년 8·31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택지 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지속적인 규제 발표에도 열기가 식지 않자 2007년 민간택지에 공급하는 2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실시했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로 건설 업체의 건축비 부풀리기를 바로잡고 분양가를 낮춰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공급이 크게 줄면서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결과적으로 분양가상한제가 부동산 버블을 막지 못한 것이다.
부동산 과열을 식힌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환경이 변하면서 부동산 정책은 다시 규제 완화로 선회했다. 2014년 말에는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도 국회를 통과했다. 과열 조짐이 있는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기준을 두기는 했지만 사실상 폐지와 다름 없다.
그러나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상황이 다시 반전됐다. 올 초부터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가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데 이어 개포주공 3단지도 최고가 분양을 예고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6월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나서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정부가 ‘구두개입’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분양가상한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통제할 수단이 없어진 정부가 HUG의 분양보증 권한을 이용해 고분양가 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우회적인 형태로 부활한 분양가상한제의 방식도 논란의 대상이다. 적정 분양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선 재건축 조합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HUG가 ‘인근 단지 대비 110% 이내’라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는 과거와 같은 원가연동제보다는 1977년 도입 당시의 시장가격 연동 방식에 가깝다. 실제 건축 비용이 아니라 시세에 맞춰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준이 다른 재건축 단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양가 규제가 지역별 등급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싸 분양가가 높았던 곳은 분양가 상승폭이 더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곳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가령 이미 분양가가 낮은 개포동 분양가는 아파트의 품질과 관계없이 절대로 반포동 집값을 추월할 수 없다. 이런 부작용이 오히려 시세 차익을 더 키우는 꼴이 돼 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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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HUG는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조합과 현대건설이 신청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 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치단체의 분양 승인을 받는 데 필수적인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시 HUG 측은 “분양가가 비싸 미입주 등의 우려가 크다”며 “공사의 분양보증이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 보증이기 때문에 적정 분양가를 웃도는 단지에 대해 보증 승인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남권에서 분양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분양보증 신청이 반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근 아파트 대비 110%’ 사실상의 분양가 상한선
이에 따라 HUG가 보증 허용을 무기로 ‘인근 아파트 대비 110%’라는 사실상의 분양가 상한선을 시작에 적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분양보증 퇴짜를 맞은 개포주공 3단지는 3.3㎡당 평균 4137만원으로 인하하고 나서야 승인을 받았다. HUG가 보증 허용 조건으로 내세운 ‘주변 단지 분양가 110% 초과 금지’를 충족하는 수치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사 관계자는 “적정 가격은 공사가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가 판단해야 하는데 정부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다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적정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한 후 그 가격 이하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도입 또는 폐지를 두고 이슈가 될 때마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왔다. 이에 따라 규제 내용과 적용 대상도 조금씩 바뀌었다.
분양가상한제의 시작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지가를 안정시킨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당시에는 주택 규모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가격 상한을 정했다. 대신 상한선을 매년 시장가격에 연동시켜 재조정했다. 1980년 들어 경기 회복을 위해 국민주택보다 큰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를 자유화했지만 투기 과열을 막지 못해 3년 만에 다시 분양가 규제로 복귀했다. 이때 당시 서울시 아파트의 분양가상한선은 3.3㎡당 220만원이다. 지금 같이 택지비와 건축비, 건설 업체 적정 이윤을 계산해 분양가 상한선을 산정하는 원가연동제는 1989년 도입됐다.
부동산상한제에 변화가 생긴 건 외환위기 때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건설 업체도 줄줄이 부도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1998년 토지공개념 폐지, 분양권 전면 허용, 양도세 인하 등의 대책을 내놨고 이와 함께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단계적인 분양가 자율화를 실시했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셈이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 분양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여기에 행정도시·혁신도시 등 각종 지역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집값 상승률이 2001년에 9.9%, 2002년에는 16.4%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다시 투기 과열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정부는 2005년 8·31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택지 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지속적인 규제 발표에도 열기가 식지 않자 2007년 민간택지에 공급하는 2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실시했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로 건설 업체의 건축비 부풀리기를 바로잡고 분양가를 낮춰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공급이 크게 줄면서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결과적으로 분양가상한제가 부동산 버블을 막지 못한 것이다.
부동산 과열을 식힌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환경이 변하면서 부동산 정책은 다시 규제 완화로 선회했다. 2014년 말에는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도 국회를 통과했다. 과열 조짐이 있는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기준을 두기는 했지만 사실상 폐지와 다름 없다.
그러나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상황이 다시 반전됐다. 올 초부터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가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데 이어 개포주공 3단지도 최고가 분양을 예고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6월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나서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정부가 ‘구두개입’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분양가상한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통제할 수단이 없어진 정부가 HUG의 분양보증 권한을 이용해 고분양가 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고분양 뚜렷한 기준 없어 논란 예상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양가 규제가 지역별 등급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싸 분양가가 높았던 곳은 분양가 상승폭이 더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곳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가령 이미 분양가가 낮은 개포동 분양가는 아파트의 품질과 관계없이 절대로 반포동 집값을 추월할 수 없다. 이런 부작용이 오히려 시세 차익을 더 키우는 꼴이 돼 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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