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리더 | 문정업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ETF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기대하세요
[자본시장의 리더 | 문정업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ETF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기대하세요
1990년대 중반까지 경제연구소는 증권사의 필수 조직이었다. 정보를 다루는 연구기관인 동시에 교육기관 역할도 했다. ‘애널리스트 사관학교’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그 많던 증권사 연구소가 대부분 사라졌다. 거의 리서치센터에 편입됐다. 그럼에도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곳이 바로 대신경제연구소다. 이곳 역시 증권·산업연구 기능을 리서치센터에 넘기고 금융공학과 지배구조 연구 기능만 담당하지만 최근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개발을 주도하면서 다시 중요성이 커졌다. 연구소를 이끄는 문정업 대표는 “곧 상장지수펀드(EFT) 중심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4일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에서 문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년 넘게 애널리스트로 일한 시장 전문가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좀처럼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돌발 악재가 꾸준히 등장했다. 전반적으로 유동성 확대가 이어지는 추세라 자산 간 자금 이동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금의 흐름은 안전자산 선호냐 위험자산 선호냐가 좌우한다. 그런데 최근 금 가격이 꽤 올랐지만 유가는 다시 조정을 받고 있다. 상황이 좀 독특하다. 달러 약세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 금이나 원자재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지금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결국 달러의 영향보단 더 구조적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의 공급 과잉이나 실물 경기 회복세가 더딘 점등을 꼽을 수 있겠다.“
다들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나마 괜찮은 지역을 꼽자면?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고 있는 게 문제다. 주요 2개국(G2)을 중심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는 상황이라 너도 나도 움츠러드는 형국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성장위축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미국이 버팀목이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다. 올 봄 미국이 금리를 올렸는데 부정적인 지표가 연이어 나왔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예상치를 하회했다. 자신감에 금리를 올렸는데 실물 경기 회복과 속도차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금과 엔화 쪽으로 자산이 몰리는 것이다. 최근 좋은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어 어느 정도 금리 인상 늦춰지면 좀 더 힘을 받지 않겠나 생각한다.”
국내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환율이 중요할 텐데 당장은 원화 강세 흐름이지만 길게 보면 약세 쪽으로 가지 않을까 본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고, 외국인 투자도 꾸준해 원화 강세 요인이 있지만 불황형 흑자라 결국 한계가 있다. 외국인도 달러당 1100원선을 의식할 테니 어느 정도 반작용이 있을 걸로 본다. 국내 증시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2011년 하반기 이후부터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경제의 부진이다. 중국 제조업의 공급 과잉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때부터 중후장대 산업 흔들리고, 성장률의 고점도 낮아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상장사의 순이익 규모가 80조~100조원에 묶여 있다. 상장사의 순이익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평소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해왔다.
“꾸준히 제기된 얘기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낮은 배당수익률, 북한 리스크다. 배당성향은 갈수록 나아지는 추세고, 북한 리스크는 당장 어쩌지 못하는 난제다. 그러면 지배구조라도 개선해야 한다.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애널리스트도 정확한 전망을 하고, 그래야 컨센서스도 정확해지는데 이런 것이 오너 일가의 의사결정에 휘둘리면 외국인 입장에서 믿고 투자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얘길 꺼내기 힘들다. 주식시장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나?
“최근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경영권과 소유권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한국은 내 회사를 내가 키워서 내가 경영하는데 왜 간섭하느냐고 한다. 그러나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대주주가 25% 지분을 가졌다 치자. 그래서 경영권을 가졌더라도 나머지 75%를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이 나머지 주주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승계 문제 역시 그렇다. 2~3세가 과연 경영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검증할 권리가 나머지 주주에게 있다. 그걸 못하니 예측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최근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일부 기업을 보자. 아무리 업황이 나빴다지만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는 이사회의 구성, 독립적 감사 등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오너 체제를 유지한다면 책임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지배주주(총수직계 포함)가 이사로 등기된 기업군의 현금배당(주주이익 환원) 및 주가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군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 과거에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없는 지배주주가 적극적인 이사등기를 통해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제도적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
대신증권이 로보어드바이저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당장 인간과 일자리를 다투는 정도까진 아니어도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은 확실하다. 일단 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나 펀드매니저보다 성과가 좋다면 자연스레 돈이 몰릴 것이다. 대신도 ETF 대상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했다. 순수하게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서 포트폴리오를 배분하는 게 특징이다. 일단 완성했지만 아직은 검증 단계다.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 부분을 좀 더 다듬어야 한다. ETF는 장점이 많다. 개인이 개별 종목에 투자하면 체계적 위험(피할 수 있는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피할 수 없는 위험)을 모두 떠안아야 하지만 ETF는 비체계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ETF 시장 규모는 23조원, 숫자도 아직 220개 정도다. 세계 시장은 3조 달러(약 3300조원)다. 충분히 클 수 있는 시장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ETF까지 다룰 계획이다.”
금리가 워낙 낮아 자산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하반기엔 투자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일단 저금리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예전같은 고금리 시대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투자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전 세계 경제를 정책이 겨우 끌고 가는 기조에선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훨씬 더 귀찮아진 게 사실이고, 그러니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한다. 자산시장에서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 예상하면 대략의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지금으로선 채권이다.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 채권의 매력이 크다. 주식이라면 해외가,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낫다. 여전히 국내만 보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국의 내수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저마다 무역장벽을 높이는 분위기에선 각국이 정책적으로 서비스업 등을 육성할 가능성이 크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환 투자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좀처럼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돌발 악재가 꾸준히 등장했다. 전반적으로 유동성 확대가 이어지는 추세라 자산 간 자금 이동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금의 흐름은 안전자산 선호냐 위험자산 선호냐가 좌우한다. 그런데 최근 금 가격이 꽤 올랐지만 유가는 다시 조정을 받고 있다. 상황이 좀 독특하다. 달러 약세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 금이나 원자재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지금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결국 달러의 영향보단 더 구조적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의 공급 과잉이나 실물 경기 회복세가 더딘 점등을 꼽을 수 있겠다.“
다들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나마 괜찮은 지역을 꼽자면?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고 있는 게 문제다. 주요 2개국(G2)을 중심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는 상황이라 너도 나도 움츠러드는 형국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성장위축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미국이 버팀목이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다. 올 봄 미국이 금리를 올렸는데 부정적인 지표가 연이어 나왔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예상치를 하회했다. 자신감에 금리를 올렸는데 실물 경기 회복과 속도차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금과 엔화 쪽으로 자산이 몰리는 것이다. 최근 좋은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어 어느 정도 금리 인상 늦춰지면 좀 더 힘을 받지 않겠나 생각한다.”
국내 증시는 어떻게 전망하나?
“환율이 중요할 텐데 당장은 원화 강세 흐름이지만 길게 보면 약세 쪽으로 가지 않을까 본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고, 외국인 투자도 꾸준해 원화 강세 요인이 있지만 불황형 흑자라 결국 한계가 있다. 외국인도 달러당 1100원선을 의식할 테니 어느 정도 반작용이 있을 걸로 본다. 국내 증시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2011년 하반기 이후부터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경제의 부진이다. 중국 제조업의 공급 과잉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때부터 중후장대 산업 흔들리고, 성장률의 고점도 낮아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상장사의 순이익 규모가 80조~100조원에 묶여 있다. 상장사의 순이익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평소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해왔다.
“꾸준히 제기된 얘기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낮은 배당수익률, 북한 리스크다. 배당성향은 갈수록 나아지는 추세고, 북한 리스크는 당장 어쩌지 못하는 난제다. 그러면 지배구조라도 개선해야 한다.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애널리스트도 정확한 전망을 하고, 그래야 컨센서스도 정확해지는데 이런 것이 오너 일가의 의사결정에 휘둘리면 외국인 입장에서 믿고 투자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얘길 꺼내기 힘들다. 주식시장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나?
“최근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경영권과 소유권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한국은 내 회사를 내가 키워서 내가 경영하는데 왜 간섭하느냐고 한다. 그러나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대주주가 25% 지분을 가졌다 치자. 그래서 경영권을 가졌더라도 나머지 75%를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이 나머지 주주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승계 문제 역시 그렇다. 2~3세가 과연 경영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검증할 권리가 나머지 주주에게 있다. 그걸 못하니 예측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최근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일부 기업을 보자. 아무리 업황이 나빴다지만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는 이사회의 구성, 독립적 감사 등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오너 체제를 유지한다면 책임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지배주주(총수직계 포함)가 이사로 등기된 기업군의 현금배당(주주이익 환원) 및 주가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군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 과거에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없는 지배주주가 적극적인 이사등기를 통해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제도적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
대신증권이 로보어드바이저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당장 인간과 일자리를 다투는 정도까진 아니어도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은 확실하다. 일단 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나 펀드매니저보다 성과가 좋다면 자연스레 돈이 몰릴 것이다. 대신도 ETF 대상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했다. 순수하게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서 포트폴리오를 배분하는 게 특징이다. 일단 완성했지만 아직은 검증 단계다.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 부분을 좀 더 다듬어야 한다. ETF는 장점이 많다. 개인이 개별 종목에 투자하면 체계적 위험(피할 수 있는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피할 수 없는 위험)을 모두 떠안아야 하지만 ETF는 비체계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ETF 시장 규모는 23조원, 숫자도 아직 220개 정도다. 세계 시장은 3조 달러(약 3300조원)다. 충분히 클 수 있는 시장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ETF까지 다룰 계획이다.”
금리가 워낙 낮아 자산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하반기엔 투자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일단 저금리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예전같은 고금리 시대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투자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전 세계 경제를 정책이 겨우 끌고 가는 기조에선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훨씬 더 귀찮아진 게 사실이고, 그러니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한다. 자산시장에서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 예상하면 대략의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지금으로선 채권이다.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 채권의 매력이 크다. 주식이라면 해외가,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낫다. 여전히 국내만 보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국의 내수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저마다 무역장벽을 높이는 분위기에선 각국이 정책적으로 서비스업 등을 육성할 가능성이 크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환 투자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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