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의 비극]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복합내전’
[시리아 내전의 비극]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복합내전’
2011년 초 민주화 요구 시위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이 발발 5년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 내전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복합내전’으로 평가한다. 이 내전은 기본적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체제를 유지하려는 정부군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군 사이에서 벌어졌다. 알아사드 정권은 이슬람 시아파의 한 계열인 알라위파가 기반이다. 아사드 정권은 같은 시아파인 이란과 오랜 동맹인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군은 이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이슬람 시아파 세력과 러시아의 물적 지원은 물론 인적 지원까지 받고 있다. 각각 수천 명의 병력이 시리아에 들어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란은 최근 러시아에 자국 공군기지를 내줘 시리아 폭격에 이용하도록 협조했다. 이슬람 수니파가 주축인 반정부군은 사우디·카타르·터키 등 수니파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서방의 병참 지원과 훈련 지원 등도 받고 있다. 시리아 내전이 사실상 시아파와 수니파, 러시아와 서방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여기에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도 터키 국경 주변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신정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이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력 확대를 기도하는 알카에다 계열의 무장조직까지 득세하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은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 반군, 심지어 쿠르드족까지 공격하는 등 다각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은 폭격을 통해 IS를 공격하면서 반군을 돕고 있다. 지상군 투입은 자제하면서 공중 지원을 늘리고 있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테러 세력으로 규정한 IS 응징 외에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해서도 자국 내 쿠르드족과 손잡지 못하게 견제하고 있다. 좁은 시리아 땅 안에서 여러 세력이 서로 물고 뜯는 혈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스위스에서 평화협상 테이블을 열었더니 시리아에서 무려 200개가 넘는 정파가 참석했다. 반정부군 내에서도 서로 다른 파벌끼리 무력으로 우격다짐을 벌이는 일도 있어 해결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시리아에는 이런 파벌이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40만 사망, 780만 이산의 비극: 이런 가운데 비극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지난 5년 간의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4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유엔난민기구는 760만 이상의 시리아인이 전 세계 각국으로 흩어졌으며, 이중 480만은 구호물자로 연명하는 난민 신세인 것으로 추산한다. 21세기 인류사회의 최대 비극으로 꼽힌다. 다양한 종교·종파가 뒤얽혀 1975~90년 15년 간 서로 싸우다 20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레바논 내전의 피해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그럼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전과 희생이 일상화된데다 뾰족한 해결 방안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시리아 내전의 비극이 새삼스럽게 세계의 관심을 다시 끌고 있다. 시리아 서북부의 격전지 알레포에서 촬영된 한 소년의 동영상 때문이다. 8월 17일 공습으로 무너진 알레포의 한 건물 더미에서 구조된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가 주인공이다. 먼지와 피를 뒤집어쓴 채 구조된 후 의자에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옴란은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무너진 주택 틈새에서 간신히 구조된 그는 머리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데도 너무 놀랐는지, 아니면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울지도 않았다. 알레포의 비극을 세계에 알리려는 알레포미디어센터(AMC)가 이 장면을 촬영해 세계에 공개했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울지 않는 이 꼬마를 목격한 세계의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옴란은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온몸이 깡말라 있었다.
하나의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은 100만 개의 단어보다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동영상이 공개된 후 비난이 빗발쳤다. 옴란은 병원에서 이마에 난 상처를 꿰맨 후 퇴원했다. 하지만 함께 구조된 그의 형인 10살짜리 소년 알리는 20일 복부 상처가 악화돼 안타깝게 숨졌다. 다섯 살이면 내란이 아닌 시리아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나이다. 태어나서 계속 비극 속에서 살아온 셈이다. 시리아 내전이 민간인 구역과 교전 구역의 경계가 없이 벌어지다 보니 전국에 걸쳐 수많은 ‘옴란’과 ‘알리’가 존재한다. 옴란이 사는 알레포는 오랫동안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거의 모든 세력이 도시의 일부를 차지하고 상호 적대적인 상황에서 교전을 벌여왔다. 도시는 수시로 봉쇄됐다. 과거 독일군에 3년간 포위됐던 소련의 레닌그라드처럼 주민들은 전투와 봉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리아에 들어온 인권단체가 중재한 ‘인도주의적인 휴전’을 통해 도시 안으로 물과 식량, 의약품이 유입되기도 하지만 일시적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보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
BBC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이들과 비슷한 나이의 시리아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더니 충격적인 작품이 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이 그린 그림에는 어린 눈이 목격한 시리아 내전의 끔찍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헬리콥터에선 검은 폭탄이 떨어진다. 그 근처에는 몸이 갈기갈기 찢긴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무것도 모른 채 쓰러진 어린이를 친구로 보이는 또 다른 어린이가 안고 슬퍼하는 모습이다.이는 시리아 내전의 대표적인 잔혹 살상무기인 통폭탄 공격과 그 피해를 그린 모습으로 보인다. 폭탄과 못, 기름이 가득 든 통으로 헬기 등에서 지상으로 떨어뜨리면 30분~1시간쯤 지난 후 터진다. 불발탄인가 싶어 사람이 접근할 때 폭발한다. 산 채로 살이 타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희생자를 보고도 주변에선 해줄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더욱 끔찍한 것은 주로 호기심 많은 어린이가 희생된다는 점이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시리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도 누구의 주목,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다. 이런 참혹한 상황을 끝내지 않고 21세기 인류는 발을 뻗고 잘 수가 없다는 게 인도주의 단체의 호소다.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는 “옴란 또래의 시리아 아이들은 어른들이 벌인 이 전쟁 때문에 공포 밖에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이 이 악몽을 끝내야 한다”며 전 세계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옴란의 영상이 관심을 끌자 시리아의 비극을 담은 다른 동영상이 줄이어 공개되고 있다. 옴란과 같은 도시인 시리아 알레포에서 폭격으로 중상을 입은 임신 9개월차 산모가 기적적으로 아기를 출산하는 동영상도 8월23일 공개됐다. CNN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7월 시리아 영상제작자 와드 알카팁이 촬영했다. 영상은 시리아 내전의 비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공습으로 부상당해 병원으로 후송된 산모 메이사가 등장한다. 그는 팔다리가 부러진 채 의식을 잃고 수술대에 누워 있다. 메이사의 몸 여기저기에 폭발물 파편이 박혀 피가 흐르고 있다. 심지어 불룩한 배에도 손가락 만한 파편이 박혀 있다. 의료진은 신속하게 이 파편을 제거하고 상처를 치료한 후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했다. 곧이어 온몸이 창백한 사내아이가 산모 뱃속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아이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물론 의료진이 확인한 결과 호흡도 하지 않았고 심장도 뛰지 않았다. 의료진은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20여 분이 지난 후 창백한 아이의 몸에 핏기가 돌더니 우렁차게 울음소리를 냈다. CNN은 이를 ‘희망의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8월23일에는 영국 대중지인 데일리메일이 집에서 노래하던 시리아 소녀가 폭격을 당하고 놀라는 44초 분량의 동영상을 입수해 인터넷판에서 공개했다. 집안 소파에 앉아 노래를 부르던 이 소녀는 중간에 가사를 까먹었다가 함께 있던 여성이 이를 알려주자 노래를 이어나갔다. 바로 그 순간 집 밖에서 엄청난 크기의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녀는 노래를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 순간 카메라 앵글이 심하게 흔들리며 영상이 끝났다. 이 영상은 시리아에서 촬영됐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촬영 장소나 당시 현장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데일리메일은 이 영상이 시리아의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라고 보도했다.
어린이의 비극적인 모습 때문에 시리아 내전이 주목받은 일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9월2일 터키 서남부 물라주 부드룸의 해안에서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의 3세 쿠르드족 소년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된 사진 때문이다. 빨간 티에 파란 반바지 차림으로 해변 모래사장에 엎어져 있는 그의 사진은 전 세계에 타전돼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쿠르디는 엄마와 5살짜리 형 갈립과 함께 시리아 내전을 피해 캐나다의 고모집으로 가려고 터키에서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는 보트를 탔다가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난민 문제나 내전 사태는 진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의 비극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쥐어짜는 이런 사건들이 일시적으로는 관심을 부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대중은 마치 냄비와 같아서 금방 달아오르지만 이내 식는다는 교훈이다. 시리아 사태 해결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증오의 시대로 가는 시리아: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의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국이 증오의 학살 현장으로 변하는 길이다. 옛 유고슬라비아가 1991~1995년의 내전 당시 그랬던 것처럼 종교·인종이 서로 얽혀 인종청소 같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며 극단적인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다. 발칸반도에선 원래 유고슬라비아라는 한 나라를 이뤘던 세르비아계 정교도, 크로아티아계 가톨릭교도, 보스니아계 무슬림이 종족·종교가 다르다고 내전을 벌였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인종청소까지 저지르며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을 벌인 끝에 미국의 중재로 1995년 가을 데이튼협정을 맺으며 전쟁을 끝냈다. 나라는 이미 분리된 지 오래였다.
실제로 시리아에서도 종파 분쟁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발칸식 대량 학살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포로는 대부분 학살된다. 민간인도 끔찍한 학살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인종청소는 근거지 확보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출신 종파인 알라위파가 본거지인 서북부 해안지대에서 수니파에 대한 인종청소를 감행해 근거지를 확보한 후 최악의 경우 분리 독립 등 독자적인 길을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둘째 시나리오는 나라가 갈기갈기 찢기는 분단이다. 알라위파와 기독교 등 소수종교가 한 쪽, 수니파가 다른 한 쪽이 되어 나라를 둘 이상으로 쪼개는 것이다. 알라위파 본거지인 서부 해안지대와 일부 대도시는 알아사드 정권이 차지하고, 나머지 지역은 수니파 반정부군이 장악하는 시나리오다. 시리아는 과거 프랑스 위임통치 시절 다마스쿠스·알레포·드루즈 지역과 알라위 지역의 네 지역으로 분할 통치된 전력도 있다. 반정부군 지역에선 바트당과 중산층 등 독재 정권에 충성했던 구체제파와 이들과 관계 없는 신체제파가 권력투쟁이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총성이 멎을 수는 있겠지만 국가 분할에 따른 인구이동과 교환 과정에서 대규모 학살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아사드는 이 시나리오에 반대한다. 기득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 시나리오 대로 하면 알아사드가 권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시니리오는 유일하게 알아사드를 축출하는 내용이다. 시리아의 다양한 민족·종교·종파 대표들이 서로 협상해 민주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서방이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 포로는 물론 민간인까지 학살하면서 생긴 증오가 문제다. 중오는 보복을 부르고, 보복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 시나리오는 자발적으로는 힘들고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
손 놓은 국제사회: 문제는 국제사회가 시리아 사태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든 서방이든 폭격 정도만 할 뿐 군사적 최종 처리 시도도, 대화를 통한 해결 모색도 멈춘 상태다. 시리아 사태의 국제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다. 첫째, 난민 문제로 유럽이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은 분열하기까지 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난민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한다.
둘째, 중동 질서 재편이다. 수니파 종가인 사우디와 시아파 본가인 이란이 시리아 내전에 깊이 개입하면서 중동 국가들의 줄서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핵개발 시도에 따른 유엔 제재에서 풀린 이란도 시리아 내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중동 국가들은 이슬람 종파에 따라 이 두 나라에 줄서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이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레바논은 내전으로 피신해온 시리아 반정부 수니 난민이 자국에 거주하는 알라위파나시아파 주민와 종파 갈등을 일으킬까 걱정한다. 이미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요르단도 시리아 난민 유입을 부담스러워 한다. 터키는 시리아 사태가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독립활동을 부추길까 노심초사한다. 터키·시리아·이라크 등에 퍼져 사는 쿠르드족은 유사 이래 한 번도 독립국가를 이룬 적이 없다. 이들은 중동이 혼돈에 따진 지금을 독립국가 형성의 기회로 여긴다.
어떤 측면으로 살펴봐도 시리아 어린이의 목숨을 빼앗고 동심을 앗아가는 내전이 쉽게 종식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시리아 내부는 물론 주변국과 국제사회 모두가 자기 자신의 주판알을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어린이들의 비극을 종식시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제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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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도 터키 국경 주변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신정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이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력 확대를 기도하는 알카에다 계열의 무장조직까지 득세하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은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 반군, 심지어 쿠르드족까지 공격하는 등 다각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은 폭격을 통해 IS를 공격하면서 반군을 돕고 있다. 지상군 투입은 자제하면서 공중 지원을 늘리고 있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테러 세력으로 규정한 IS 응징 외에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해서도 자국 내 쿠르드족과 손잡지 못하게 견제하고 있다. 좁은 시리아 땅 안에서 여러 세력이 서로 물고 뜯는 혈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스위스에서 평화협상 테이블을 열었더니 시리아에서 무려 200개가 넘는 정파가 참석했다. 반정부군 내에서도 서로 다른 파벌끼리 무력으로 우격다짐을 벌이는 일도 있어 해결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시리아에는 이런 파벌이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40만 사망, 780만 이산의 비극: 이런 가운데 비극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지난 5년 간의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4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유엔난민기구는 760만 이상의 시리아인이 전 세계 각국으로 흩어졌으며, 이중 480만은 구호물자로 연명하는 난민 신세인 것으로 추산한다. 21세기 인류사회의 최대 비극으로 꼽힌다. 다양한 종교·종파가 뒤얽혀 1975~90년 15년 간 서로 싸우다 20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레바논 내전의 피해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그럼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전과 희생이 일상화된데다 뾰족한 해결 방안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시리아 내전의 비극이 새삼스럽게 세계의 관심을 다시 끌고 있다. 시리아 서북부의 격전지 알레포에서 촬영된 한 소년의 동영상 때문이다. 8월 17일 공습으로 무너진 알레포의 한 건물 더미에서 구조된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가 주인공이다. 먼지와 피를 뒤집어쓴 채 구조된 후 의자에 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옴란은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무너진 주택 틈새에서 간신히 구조된 그는 머리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데도 너무 놀랐는지, 아니면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울지도 않았다. 알레포의 비극을 세계에 알리려는 알레포미디어센터(AMC)가 이 장면을 촬영해 세계에 공개했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울지 않는 이 꼬마를 목격한 세계의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옴란은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온몸이 깡말라 있었다.
하나의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은 100만 개의 단어보다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동영상이 공개된 후 비난이 빗발쳤다. 옴란은 병원에서 이마에 난 상처를 꿰맨 후 퇴원했다. 하지만 함께 구조된 그의 형인 10살짜리 소년 알리는 20일 복부 상처가 악화돼 안타깝게 숨졌다. 다섯 살이면 내란이 아닌 시리아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나이다. 태어나서 계속 비극 속에서 살아온 셈이다. 시리아 내전이 민간인 구역과 교전 구역의 경계가 없이 벌어지다 보니 전국에 걸쳐 수많은 ‘옴란’과 ‘알리’가 존재한다. 옴란이 사는 알레포는 오랫동안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거의 모든 세력이 도시의 일부를 차지하고 상호 적대적인 상황에서 교전을 벌여왔다. 도시는 수시로 봉쇄됐다. 과거 독일군에 3년간 포위됐던 소련의 레닌그라드처럼 주민들은 전투와 봉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리아에 들어온 인권단체가 중재한 ‘인도주의적인 휴전’을 통해 도시 안으로 물과 식량, 의약품이 유입되기도 하지만 일시적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보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
BBC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이들과 비슷한 나이의 시리아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더니 충격적인 작품이 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이 그린 그림에는 어린 눈이 목격한 시리아 내전의 끔찍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헬리콥터에선 검은 폭탄이 떨어진다. 그 근처에는 몸이 갈기갈기 찢긴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무것도 모른 채 쓰러진 어린이를 친구로 보이는 또 다른 어린이가 안고 슬퍼하는 모습이다.이는 시리아 내전의 대표적인 잔혹 살상무기인 통폭탄 공격과 그 피해를 그린 모습으로 보인다. 폭탄과 못, 기름이 가득 든 통으로 헬기 등에서 지상으로 떨어뜨리면 30분~1시간쯤 지난 후 터진다. 불발탄인가 싶어 사람이 접근할 때 폭발한다. 산 채로 살이 타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희생자를 보고도 주변에선 해줄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더욱 끔찍한 것은 주로 호기심 많은 어린이가 희생된다는 점이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시리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도 누구의 주목,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다. 이런 참혹한 상황을 끝내지 않고 21세기 인류는 발을 뻗고 잘 수가 없다는 게 인도주의 단체의 호소다.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는 “옴란 또래의 시리아 아이들은 어른들이 벌인 이 전쟁 때문에 공포 밖에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이 이 악몽을 끝내야 한다”며 전 세계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옴란의 영상이 관심을 끌자 시리아의 비극을 담은 다른 동영상이 줄이어 공개되고 있다. 옴란과 같은 도시인 시리아 알레포에서 폭격으로 중상을 입은 임신 9개월차 산모가 기적적으로 아기를 출산하는 동영상도 8월23일 공개됐다. CNN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7월 시리아 영상제작자 와드 알카팁이 촬영했다. 영상은 시리아 내전의 비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공습으로 부상당해 병원으로 후송된 산모 메이사가 등장한다. 그는 팔다리가 부러진 채 의식을 잃고 수술대에 누워 있다. 메이사의 몸 여기저기에 폭발물 파편이 박혀 피가 흐르고 있다. 심지어 불룩한 배에도 손가락 만한 파편이 박혀 있다. 의료진은 신속하게 이 파편을 제거하고 상처를 치료한 후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했다. 곧이어 온몸이 창백한 사내아이가 산모 뱃속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아이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물론 의료진이 확인한 결과 호흡도 하지 않았고 심장도 뛰지 않았다. 의료진은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20여 분이 지난 후 창백한 아이의 몸에 핏기가 돌더니 우렁차게 울음소리를 냈다. CNN은 이를 ‘희망의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8월23일에는 영국 대중지인 데일리메일이 집에서 노래하던 시리아 소녀가 폭격을 당하고 놀라는 44초 분량의 동영상을 입수해 인터넷판에서 공개했다. 집안 소파에 앉아 노래를 부르던 이 소녀는 중간에 가사를 까먹었다가 함께 있던 여성이 이를 알려주자 노래를 이어나갔다. 바로 그 순간 집 밖에서 엄청난 크기의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녀는 노래를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 순간 카메라 앵글이 심하게 흔들리며 영상이 끝났다. 이 영상은 시리아에서 촬영됐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촬영 장소나 당시 현장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데일리메일은 이 영상이 시리아의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라고 보도했다.
어린이의 비극적인 모습 때문에 시리아 내전이 주목받은 일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지난해 9월2일 터키 서남부 물라주 부드룸의 해안에서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의 3세 쿠르드족 소년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된 사진 때문이다. 빨간 티에 파란 반바지 차림으로 해변 모래사장에 엎어져 있는 그의 사진은 전 세계에 타전돼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쿠르디는 엄마와 5살짜리 형 갈립과 함께 시리아 내전을 피해 캐나다의 고모집으로 가려고 터키에서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는 보트를 탔다가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난민 문제나 내전 사태는 진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의 비극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쥐어짜는 이런 사건들이 일시적으로는 관심을 부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대중은 마치 냄비와 같아서 금방 달아오르지만 이내 식는다는 교훈이다. 시리아 사태 해결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증오의 시대로 가는 시리아: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의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국이 증오의 학살 현장으로 변하는 길이다. 옛 유고슬라비아가 1991~1995년의 내전 당시 그랬던 것처럼 종교·인종이 서로 얽혀 인종청소 같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며 극단적인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다. 발칸반도에선 원래 유고슬라비아라는 한 나라를 이뤘던 세르비아계 정교도, 크로아티아계 가톨릭교도, 보스니아계 무슬림이 종족·종교가 다르다고 내전을 벌였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인종청소까지 저지르며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을 벌인 끝에 미국의 중재로 1995년 가을 데이튼협정을 맺으며 전쟁을 끝냈다. 나라는 이미 분리된 지 오래였다.
실제로 시리아에서도 종파 분쟁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발칸식 대량 학살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포로는 대부분 학살된다. 민간인도 끔찍한 학살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인종청소는 근거지 확보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출신 종파인 알라위파가 본거지인 서북부 해안지대에서 수니파에 대한 인종청소를 감행해 근거지를 확보한 후 최악의 경우 분리 독립 등 독자적인 길을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둘째 시나리오는 나라가 갈기갈기 찢기는 분단이다. 알라위파와 기독교 등 소수종교가 한 쪽, 수니파가 다른 한 쪽이 되어 나라를 둘 이상으로 쪼개는 것이다. 알라위파 본거지인 서부 해안지대와 일부 대도시는 알아사드 정권이 차지하고, 나머지 지역은 수니파 반정부군이 장악하는 시나리오다. 시리아는 과거 프랑스 위임통치 시절 다마스쿠스·알레포·드루즈 지역과 알라위 지역의 네 지역으로 분할 통치된 전력도 있다. 반정부군 지역에선 바트당과 중산층 등 독재 정권에 충성했던 구체제파와 이들과 관계 없는 신체제파가 권력투쟁이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총성이 멎을 수는 있겠지만 국가 분할에 따른 인구이동과 교환 과정에서 대규모 학살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아사드는 이 시나리오에 반대한다. 기득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 시나리오 대로 하면 알아사드가 권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시니리오는 유일하게 알아사드를 축출하는 내용이다. 시리아의 다양한 민족·종교·종파 대표들이 서로 협상해 민주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서방이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 포로는 물론 민간인까지 학살하면서 생긴 증오가 문제다. 중오는 보복을 부르고, 보복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 시나리오는 자발적으로는 힘들고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
손 놓은 국제사회: 문제는 국제사회가 시리아 사태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든 서방이든 폭격 정도만 할 뿐 군사적 최종 처리 시도도, 대화를 통한 해결 모색도 멈춘 상태다. 시리아 사태의 국제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다. 첫째, 난민 문제로 유럽이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은 분열하기까지 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난민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한다.
둘째, 중동 질서 재편이다. 수니파 종가인 사우디와 시아파 본가인 이란이 시리아 내전에 깊이 개입하면서 중동 국가들의 줄서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핵개발 시도에 따른 유엔 제재에서 풀린 이란도 시리아 내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중동 국가들은 이슬람 종파에 따라 이 두 나라에 줄서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이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레바논은 내전으로 피신해온 시리아 반정부 수니 난민이 자국에 거주하는 알라위파나시아파 주민와 종파 갈등을 일으킬까 걱정한다. 이미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요르단도 시리아 난민 유입을 부담스러워 한다. 터키는 시리아 사태가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독립활동을 부추길까 노심초사한다. 터키·시리아·이라크 등에 퍼져 사는 쿠르드족은 유사 이래 한 번도 독립국가를 이룬 적이 없다. 이들은 중동이 혼돈에 따진 지금을 독립국가 형성의 기회로 여긴다.
어떤 측면으로 살펴봐도 시리아 어린이의 목숨을 빼앗고 동심을 앗아가는 내전이 쉽게 종식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시리아 내부는 물론 주변국과 국제사회 모두가 자기 자신의 주판알을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어린이들의 비극을 종식시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제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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