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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의 노동자 권리

신자유주의 세계의 노동자 권리

시장자유화 정책이 경제의 경쟁력에 치중함에 따라 근로자의 사회·정치적 권리 희생돼
신자유주의 정책의 반작용으로는 최근 프랑스 근로자들이 노동개혁을 반대하며 펼치는 장기 파업,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반세계화 포퓰리즘의 부활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미국식 자본주의 국가발전 모델)’ 경제정책의 지침서 격인 신자유주의는 지난 수년간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각지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반대 시위가 계속되면서 남반부 개발도상국 사회에선 이 같은 논란이 오래 전부터 단골 메뉴로 올랐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선진공업국 세계 시민들도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새로운 불평분자’가 됐다. 몇몇 사례를 꼽자면 최근 프랑스 근로자들이 노동개혁을 반대하며 펼치는 장기 파업,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때 반세계화 포퓰리즘의 부활, 미국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정치적 부상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IMF의 경제학자들조차 신자유주의가 ‘과대평가’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우려되는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특히 하류층 근로자 계급에게 가하는 ‘인적 피해’다. 자유시장 정책은 당초 전 세계적으로 번영과 폭넓은 자유를 보장하는 중대한 한 걸음으로 칭송 받았다. 그리고 실업감소와 경제성장 확대 측면의 경제효과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자유경제의 자원이 불공평하게 배분되며 시장자유화 정책이 경제의 경쟁력에만 치중하면서 사회·정치적 권리가 희생된다는 비판이 가장 일반적이다.

최근 발표된 글에서 우리는 인권의 한 측면을 살펴봤다. 가장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신자유주의의 ‘인적 피해’ 중 하나인 노동자 권리다. 더 구체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인정하는 노동자의 핵심 권리(단체교섭, 결사의 자유, 만족할 만한 근로환경, 아동·강제노동의 금지)와 경제자유화 관련 5개 특정 정책분야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다시 말해 거래의 자유, 사업 규제, 건전화폐(구매력과 통용력이 안정된 화폐), 정부 규모, 재산권 보호 등이다. 우리 조사에선 신자유주의와 노동자 권리 간에 일관되게 부정적인 관계가 나타났지만 우리 분석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노동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역학에 대한 다소 미묘하고 독특한 통찰력을 제시한다.

첫째, 신자유주의의 핵심 요소는 관세와 자본통제 철폐 같은 정책을 통한 글로벌 무역과 투자에 대한 개방성이다. 대외무역과 투자흐름 같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제 세계화 수단(사실상 신자유주의의 의도된 결과다)과 달리 우리는 경제 개방성 확대 목적의 실제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개방성과 근로자 권리 간의 부정적인 관계가 나타났다. 이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제에의 참여 확대 노력이 근로자 보호수단의 감소를 수반한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시사한다. 이 같은 결과는 글로벌 자본과 노동자 권리에 관해 종종 제기되는 ‘경쟁적인 규제완화(race to the bottom, 경제발전을 위한 복지·노동 규제 완화)’ 역학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기업친화적’ 규제환경을 구축하려는 광범위한 정책 개혁으로는 노동유연성 (labor flexibility, 환경변화에 따른 신속한 인적자원 재배분 능력) 확대, 창업장벽 완화 등이 꼽힌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들도 노동자 권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조치는 오래 전부터 경제 경쟁력 확대를 위한 핵심 요소였다. 그 저변에는 사업·노동 규제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과트니 등)’ 하기 때문에 노동자 권리 존중은 경제성장에 상극일지 모른다는 가정이 깔려 있었다. 근로자 권리가 오히려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경험적 증거는 늘어나는데 정부는 여전히 양자를 양립할 수 없다고 본다는 것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가 있음은 다소 역설적이다.

우리 조사에선 더 엄격한 이른바 ‘건전통화(smart money)’ 정책이 노동자 권리를 해친다는 점도 드러났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정부는 통화 팽창정책과 긴축정책 간의 모순에 직면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물가가 안정돼야 상거래 환경이 더 예측 가능해진다며 긴축정책을 강조한다. 그런 정책에 특히 인플레 억제 같은 다른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가격안정이 노동자 권리를 해칠 수 있다. 임금수준에 하방 압력을 가하며 근로자의 임금수준을 보호하는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다.

시장친화적인 제도의 또 다른 핵심적인 측면은 정부가 경제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줄이는 ‘작은’ 정부다. 정부가 작아야 민간 투자를 따돌려 자발적인 시장거래를 방해할 가능성이 적다는 논리다. 사회권익 측면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지는 일차적 책무는 ‘음의 권리’, 다시 말해 침해나 억압으로부터 개인과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 조사에선 그처럼 작은 정부는 노동자 권익 같은 양의 권리를 보호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노동자 권리의 보호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권리가 존중되는지 모니터하고 필요할 경우 침해자들을 기소하는 데 국가 자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작은’ 정부는 사용자들이 근로자의 핵심 노동 기준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는 능력이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법적 환경과 재산권 보호에 관련된 정책을 제외하곤 신자유주의 정책과 노동자 핵심 권리의 존중 간에 일관적으로 강한 음의 관계가 드러났다. 더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이 노동자 권리를 해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신자유주의 규범을 어느 정도 따르느냐는 문제 외에도 그런 정책(자유시장 개혁)을 향한 전환 또한 관심사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전성기로 널리 간주된 1980년 대와 1990년대, 그런 개혁의 물결이 세계 경제 전반을 휩쓸었다. 동유럽과 중부유럽 국가들이 자유시장 구조로 전환하는 한편 다른 많은 국가들도 IMF와 세계은행 프로그램에 맞춰 경제를 대폭 개혁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신자유주의 척도의 연간 변화로 측정한 그런 전환도 마찬가지로 근로자 권리 존중에 타격을 줬다. 따라서 경제 시스템의 전반적인 신자유주의 수준뿐 아니라 자유시장 시스템 확대를 향한 움직임은 근로자 권리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요컨대 우리 연구는 시장친화적인 정책의 영향과 관련해 오래 품어 왔던 의혹의 일부를 뒷받침하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기존’ 그리고 ‘새로운 불만’의 일부 실증적 근거를 찾아냈다. 더 넓게는 시장논리가 반드시 노동자 권리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할 수 없으며 국가 정부는 ‘내재적 자유주의(embedded liberalism, 사회에 뿌리를 둔 자유주의)’ 컨센서스가 신자유주의로 대체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연구는 시사한다. 자유시장 정책은 상당 부분 1970년대와 1980년 대 많은 나라에서 과도하게 통제된 노동·기업 시장, 그리고 비대해진 정부 부문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는 자본·국가·노동 간의 세력 균형을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평형상태로 조정하려는 의도였다. 우리 조사 결과는 이 같은 새 평형상태가 노동자 권리를 해치며 노동자 권리와 경제 경쟁력 간에 더 공평한 균형을 달성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 로버트 블랜턴, 더슨 펙슨



[ 로버트 G 블랜턴은 앨라배마대학(버밍엄) 행정학과 교수이며 더선 펙슨은 멤피스대학 정치학과 부교수다. 이 기사는 민주주의 권리 옹호단체 사이트 ‘데모크래틱 오디트 UK’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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