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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직업군 전용 대출상품 봇물] 새로운 고객 확보하고 수익성 높이고

[특정 직업군 전용 대출상품 봇물] 새로운 고객 확보하고 수익성 높이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대출 시장에선 ‘직업 귀천’이 있다. 최근 은행권에선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은 고객에게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금리 혜택을 주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고객을 세분화해 고객의 특성에 맞는 맞춤 마케팅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인 셈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은행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은 해당 은행에서 다른 상품을 가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특정 직업군을 겨냥할 경우, 해당 직업군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신뢰감과 친근감을 형성할 수 있어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은행 입장에선 주거래 고객 확보에 유리
특정 직업군을 겨냥한 대출상품을 활발히 출시하고 있는 은행은 KEB하나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난 8월 철도산업 임직원 전용 특판 대출인 ‘행복 레일론’을 출시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에서 지정한 철도공사나 유관 기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에 최저 금리를 적용하고 하나머니(적립금)를 제공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의 대출 금리는 최저 2.4%(9월 21일자 일시상환 기준)로 신용 대출 평균 금리 대비 낮은 수준이다. 또 대출 시 부수거래를 3건 이상 이행하는 고객에겐 연 최대 5만원 상당의 하나머니를 지급한다.

이 은행은 또 소방공무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인 ‘가디언론’과 개업약사·고용약사·약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사 전용 신용대출' 등을 판매하고 있다. 가디언론은 소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한편, 혹시 모를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상환 보장과 상해사망 보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이다. 앞서 이 은행은 '공무원·기업 입사합격자 신용대출' '의료인 특판 신용대출'등을 한시적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홍인숙 KEB하나은행 리테일상품부 차장은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전문직 대출, 거래고객 대출로 광범위하게 접근하던 기존의 대출과는 달리 대출 대상을 타깃화 해서 세밀하게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신에게 특화된 대출상품을 접한 고객은 은행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다른 상품까지 함께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특정 직업군을 겨냥한 대출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경찰·소방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판매 중이다. '신한 참수리 사랑대출'은 경찰청 소속공무원을 대상으로 연소득의 200% 이내 한도로 우대 금리를 적용한다. ‘119소방행복대출’은 정규직 소방공무원과 임용예정자를 대상으로 연소득 100~150% 이내로 대출을 시행한다. 이 밖에 이 은행은 ‘신한 닥터론’ ‘신한 의료인 행복대출’ ‘공무원 신용대출’ ‘신속한 금융인 대출’ 등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KB국민은행은 군인생활안정자금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으로 급여 이체를 하고 있는 5년 이상 복무한 중사 이상의 현역 군인이 대상이다. 퇴직금의 절반 범위 내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NH농협은행의 NH베스트 닥터론은 병·의원을 개업할 예정이거나 개업해 운영 중인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이다. 연간 매출액과 사업기간, 신용등급에 따라 우대 금리를 적용한다.

이렇게 특정 직업군에 대한 상품을 출시하면 소속된 인원 전체를 주거래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우리은행은 9월 초 800만 태권도인을 대상으로 한 ‘태권도 단증카드’와 ‘태권도장 특화 금융 패키지’를 출시했다. 국기원 단증카드는 국기원의 태권도 단증에 신용·체크 카드의 금융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사용 실적에 따라 월 최대 5만 꿀머니(적립금)를 지급한다. 이와 함께 교통·쇼핑·영화·어학원 등 제휴사 할인 혜택을 준다. ‘태권도장 특화 금융 패키지’는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예·적금 대출 상품 가입시 우대 금리를 적용해주는 상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6년 현재 태권도장이 전국 2만여 개, 단증 보유자는 840만 명이며, 매년 신규 단증 발급자가 47만 명 규모”라며 “태권도인은 금융 혜택을, 은행은 신고객시장 창출과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특화된 혜택 십분 활용할 만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시장 중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은행도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 8월 건설 근로자 맞춤 상품인 ‘JB 체인지업론’을 출시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해 주로 2금융권을 이용해야 하는 금융 소외 계층의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이 직업이 안정적이거나 소득이 일정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대출을 실시하는 데 비해 전북은행은 오히려 소득 인정이 어려운 계층을 주요 타깃으로 정한 셈이다.

이 상품은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건설근로자공제회 회원이 대상이다. 퇴직금 적립일수와 비은행권 신용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제외) 건수 3건 이내 등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기존의 고금리 상품을 6~12%의 금리로 전환할 수 있다. 30대 일용직 건설노동자인 김현무(가명)씨는 신용등급이 7등급으로 2금융권에서 연 27%의 금리로 300만원과 700만원을 빌린 상태였다. 그는 연 11.4%의 이자를 적용하는 ‘JB체인지업’으로 대출을 전환하면서 연 이자 부담을 304만원에서 181만원으로 줄였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2금융권 사이의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시장이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신용자를 은행 고객으로 끌어들여 고객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객으로선 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대출을 전환해 이자 부담을 줄이고 신용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은행별로 직업에 따라 제공하는 금리 혜택이 다른 만큼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별 상품을 꼼꼼하게 확인해 자신에게 특화된 혜택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정 직업에 대해 유리한 우대 금리를 적용해 주는 상품이 있어도 바쁜 업무로 인해 자신이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지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며 “저금리로 인해 은행 간 금리차가 크지 않은 만큼 우대 금리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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