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전쟁의 시작
클라우드 전쟁의 시작
데이터 집약적인 사물인터넷(IoT)이 현실화되면서 클라우드는 엄청난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수 조 달러의 신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두 가장 큰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다.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광고 수주를 결정한 이후 구글이 맞이한 최대의 시장 기회가 바로 클라우드다. 구글 경영진은 이 엄청난 시장에서 구글의 역전승을 이끌 지도자 물색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된 이름이 바로 다이앤 그린(Diane Greene·61)이다. 기술세계에서 그린은 전설 같은 존재다. 남편은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 과학 교수 멘델 로젠블룸(Mendel Rosenblum)이다. 부부가 수십 년간 스탠퍼드 대학 캠퍼스 내에서 거주하다 보니 페이지와 브린은 스탠퍼드 대학원에 다닐 때부터 그린과 친분이 있었다. 61세의 그린은 동그란 얼굴과 따뜻한 미소,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 머리,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가졌다.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친근하지만, 주제가 ‘경쟁’으로 넘어가면 명민한 날카로움이 그녀의 눈을 스치고 지나간다. 구글 공동창업자와 마찬가지로, 그린 또한 원대한 비전과 엔지니어의 치밀함, 기업가적 열정을 가지고 있다. 페이지와 브린이 스탠퍼드를 휴학하고 구글을 창업했을 당시, 그린과 로젠블룸은 다른 3명과 의기투합해 VM웨어를 설립했다. 그리고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원격 관리하는 혁명을 일으켰다. 이후 VM웨어 CEO직을 10년간 수행한 그린은 기업 가치를 최고 490억 달러까지 올리며 세계 최고 대기업에 기술을 판매하는 사업감각과 흠 잡을 데 없는 경영역량을 함께 가진 독보적 인재로 명성을 공고히 했다. 업계에서 그녀의 엄청난 영향력을 확인해주려는 듯, 페이지는 2012년 그린을 구글 이사회로 모셔갔다.
구글 이사가 된 그린은 경영진이 활용하지 못한 엄청난 기회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해 자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컴퓨팅 파워를 기업에 임대해주는 개념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2008년부터 자사의 엄청난 데이터 센터 네트워크를 이용해 스타트업 앱개발을 지원한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선구자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검색과 지도, 모바일,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른 프로젝트에 정신이 팔린 구글은 클라우드 사업을 집중 추진하지 못했다. 클라우드 산업은 구글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10년 뒤, 클라우드는 기업이 기술을 생각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새로운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이들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자기 사업을 운영했고, 좀더 최근에는 GE나 NBC, 셸(Shell) 등 대기업이 자사 앱 중 많은 부분을 클라우드로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은 방식을 이용한다. IoT에서 엄청난 기회를 포착한 산업 및 물류기업이 대표적이다. 운영 효율성 개선을 위해 촘촘한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들은 IoT 앱을 통해 전세계 트럭 운송을 관리하거나 토양과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해 농산물 생산을 개선하고,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작업을 진행한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관리하려면 클라우드가 필수적이다. 비즈니스 컴퓨팅에서 클라우드 앱으로의 세대교체는 PC를 연결한 인터넷의 탄생만큼 중요한 혁신이다.
구글은 지난 20여 년간 세계 최대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구글의 데이터 센터는 전세계에 퍼져 있고, 온갖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클라우드의 시대에서 가장 유리한 입지에 있는 건 구글이었다. 실지로, 구글 안팎의 많은 사람이 광고 외 최대 수입원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무료 웹과 모바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750억 달러 규모 대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기술 서비스를 전격 판매하는 DNA를 가지지 못했다.
구글 내에서 그린의 이름이 계속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한 페이지는 그린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그린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11월 비밥을 3억8000만 달러에 인수한 구글은 그린을 클라우드 플랫폼(Google Cloud Platform) 수장으로 임명했다. 그린은 2015년에만 100억 달러를 투자한 구글의 사업부를 재정비하고 영업인력을 구축하는 지휘권을 넘겨받았다. 해당 직책에 임명되면서 그린은 구글 내에서 특이한 지위를 가지게 됐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이사회 임원으로 페이지의 보고를 받는 동시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총괄하며 페이지에게 보고하는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 밑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앞에 놓인 과제는 엄청나다. 구글이 망설이는 동안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은 업계를 먹어 치우다시피 했다. 2006년 리테일을 핵심사업으로 하는 아마존이 아마존웹 서비스(AWS)라 불리는 사업에 예상치 못한 투자를 하자 많은 사람이 의아해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만 보였던 투자는 아마존조차 깜짝 놀랄 대성공을 거두었다. 1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AWS는 올해 100억 달러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AWS에서 나온 수익(1분기에만 6억 달러)으로만 아마존 흑자 유지가 가능할 정도다.
3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시작한 사업은 이후 서비스를 70여 개로 확대됐고, 지금은 기업 전체 업무를 AWS에서 구동하는 게 가능하다. 아마존 데이터 센터를 이용하는 기업은 인터넷 전체에 엄청난 중력을 가할 만큼 거대해졌다. 넷플릭스 회원이 집에서 편안히 앉아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요일 밤이 오면, AWS 고객사가 미국의 대역폭을 사용하는 비중은 30%까지 늘어난다. 아마존은 AWS 덕분에 ICT 사업 구축이 레고블록 조립만큼 쉬워졌다고 자랑한다. “이제는 누구나 기술에 기반한 글로벌 사업체를 경영할 수 있다”고 워너 보겔(Werner Vogels) 아마존 CTO는 말했다. 보겔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IoT 앱에 맞춤 개발된 AWS의 신기능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시장을 장악하긴 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 기업과 전세계 다국적 기업이 값비싼 컴퓨팅 하드웨어를 직접 구매하고 선불로 유지보수 수수료를 지불하는 모델 대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편안히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시장은 최소 3700억 달러(현재 크기의 10배 이상)에서 최대 1조 달러까지 몸집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치에 이르지 못한다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에 육박하는 엄청난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기술산업 최대 수퍼파워들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고객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이유가 단숨에 이해되는 수치다. 새롭게 부활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를 감독했던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 CEO의 지휘 아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아마존의 뒤를 잇는 명실상부한 2위로 자리를 굳혔다. 시장점유율이 구글보다 높은 IBM 등 다른 업체도 파이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 만큼, 앞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수십 년간 기술업계가 목격한 어떤 경쟁보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구글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약체가 맞지만, 투지와 자본, 엄청난 기술력이라는 성공요건을 갖추었다고 그린은 몇 번이고 강조했다. “항상 도전을 즐겨 왔다”고 그녀는 말했다.
베조스가 AWS를 위해 내세운 비전은 단순하고 엄청나다. 최근 분기에 2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리테일 사업보다 AWS를 크게 키운다는 목표다. 10여 년 전 AWS의 사업계획을 처음 세웠을 때만 해도 베조스조차 이런 꿈은 꾸지 못했다. 그래도 AWS 사업은 여러 면에서 영리한 계획이었다. 엄청난 회사 데이터와 빠르게 성장 중인 리테일 앱을 구동할 수 있는 유연한 컴퓨터 인프라를 구비해 놓았으니, 인프라 역량을 하나로 묶어 다른 기업에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였다.
AWS 출시는 완벽한 아이디어였음이 확인됐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와 모바일 스타트업의 새로운 부흥기와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서둘러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아껴야 했던 기업가들은 서버 및 데이터 저장체계를 대신 관리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환영했고, AWS는 이들이 으레 제일 먼저 찾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베조스와 아마존 경영팀은 지금 균형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훨씬 대중적인 기업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기존 스타트업 고객의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아마존 리인벤트(reInvent) 회의에서도 변혁에 대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회의에는 1만9000명에 달하는 기술 전문가와 개발자가 참여했는데, 대부분 미국 최대기업의 CIO나 CTO였다. 이들은 온디맨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나 보안 등 새로운 AWS 툴에 대해 궁금해 했다.
새로 선보인 기능 중에는 칫솔과 휴지통, 도시 버스와 석유 굴착기 등 모든 사물이 센서가 되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페타바이트 규모로 스트리밍되는 데이터를 추적 및 저장하는 새로운 IoT 플랫폼이 있었다. 아마존의 깜짝 기능은 바로 ‘그림자’ 버전이다. 시스템에 연결된 기기가 오프라인 상태일 때에도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요즘 IT업계 명사인 보겔과 앤디 재시(Andy Jassy) AWS CEO의 발표를 듣기 위해 모인 손님 명단에는 액센추어와 캐피탈원, 인텔, GE 등 미국 재계에서 내로라 하는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존 디어(John Deere)의 CTO는 무대에 올라 AWS의 새로운 IoT 패키지로 개발한 차량 모니터링 앱을 시연했고, BMW도 무대에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앱을 공개했다. 거물급 고객과 함께 중앙정보기관(CIA)도 일부 운영체제를 AWS 클라우드로 옮기는 6억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하면서 AWS 홍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급성장 중인 산업에서 선두를 굳힌 아마존은 엄청난 성공 후 따라오기 마련인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AWS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베조스가 만든 세상에 갇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일부 기업 사이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아마존 서비스에 너무 많이 의존하면 서비스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져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한다.
지난 10년간 가격을 51번이나 인하한 아마존이 인하율을 줄이기 시작하자 불안은 증폭됐다. “AWS 이용비가 50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에 CIO가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클라우드 파운드리 재단(Cloud Foundry Foundation)의 샘 램지 CEO는 말했다. AWS의 재시 CEO는 고객사의 우려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AWS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계약에 구속되면 어쩌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매년, 매달, 매시간마다 그만큼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인벤트 회의에 카메오로 등장하고 수개월 후, BMW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자동차 기업 행사에 다시 나타나 세련된 신규 클라우드 앱을 공개했다. ‘BMW 커넥티드’ 앱은 차가 어디쯤 가는지 알려주고,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이용 가능한 주차공간도 찾아준다. 앱이 공개된 장소는 MS 연례 개발자 쇼케이스 빌드(Build)였다. 이번에는 보겔이 아니라 MS 클라우드 및 기업고객 총괄 스콧 구스리(Scott Guthrie)가 BMW 앱을 소개했다. 마른 몸집에 안경을 쓰고 자신의 대표 스타일로 자리잡은 붉은 색 폴로셔츠를 입은 구스리는 MS에서 나델라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다수의 고객이 아마존에서 MS로 갈아 탔다”고 구스리는 BMW가 MS를 택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존고객 이탈 대비 신규고객 확보 비율은 우리가 더 앞선다.”
클라우드 경쟁에서는 아마존이 선두라는 걸 MS도 안다. 그러나 MS는 1등의 꿈을 놓치지 않은 2등이다. 대기업을 향한 구애에서 MS는 확실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규모가 큰 고객의 요구를 맞추는데 MS의 경험이 더 많다는 점이다. 30년에 걸쳐 구축한 기업영업 노하우와 오피스365처럼 광범위하게 쓰이는 상품을 애저와 함께 묶을 수 있다는 점도 MS에는 큰 자산이다. “기업고객 대응에 준비가 되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구스리는 말했다. MS는 전세계에 데이터 센터를 둔 지역이 더 많고(아마존 13개, MS 32개), 보안도 더 철저하고, 데이터 저장에서도 유연성이 있어서 글로벌 차원에서 월등한 개인정보 보안이 가능하다는 게 구스리의 주장이다. MS는 일부 IoT 기능에서 아마존을 보기 좋게 누르기도 했다. 덕분에 BMW와 계약도 체결할 수 있었다고 구스리는 말했다. 아마존을 따라잡으려는 수 년간의 노력 끝에 자체적인 기계학습과 인공지능(AI)을 개발했고, 새로운 기능이 더해진 애저로 AWS를 앞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질적 수치만 보면 MS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클라우드가 포함된 포괄 사업부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의 수입이 61억 달러라고만 발표할 뿐, 그 중 클라우드 관련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지도 않았다. 애널리스트는 MS 시장 점유율을 9%로 추산한다. AWS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구스리는 애저가 매달 12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며 사용자와 매출이 연 100% 이상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파이 자체가 놀라운 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노력을 집중하는 분야에서는 우리가 계속 이기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4월 300여 개 협력업체 CIO와 CTO를 대상으로 엔터프라이즈 테크놀로지 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간 아마존보다 MS를 선택한 기업의 수는 더 빠르게 늘어났다.
최근 애저(Azure)는 NBC 스포츠를 비롯한 유명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NBC 스포츠는 하계올림픽에서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2000여 개의 스포츠 동영상을 스트리밍했다. 그러나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 재계의 85%를 차지하는 MS 기존 고객들이 애저 관련 지출을 늘려야만 한다. 이를 위해 나델라는 MS 기업문화의 급선회나 다름 없는 전환을 이루어냈다. 수십 년간 고객에게 윈도의 독점적 사용을 요구하며 점유율을 지켜온 MS는 이제 자사 소프트웨어와 다른 소프트웨어의 호환을 허락하는데 좀더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고객이 사업 일부를 자체 서버에서 구동하고, 나머지는 AWS나 애저로 갈 수도 있다. “(MS 경쟁업체) 다수가 자사 상품이 하이브리드라고 선전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진정한 하이브리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애저의 운영을 담당하는 구스리의 부관 제이슨 잰더(Jason Zander)는 말했다.
그래도 독불장군처럼 굴었던 MS의 과거를 기억하는 기업은 아직 많다. 시장 선도기업조차 MS가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두려워한다. 세일즈포스의 경우 애저 이용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연평균 1억 달러씩 4년을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면 MS보다 AWS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존과 세일즈포스 모두 공개적으로는 AWS가 더 기능이 좋아서 선택을 했다고 말하지만, 링크드인 인수 경쟁에서 MS가 262억 달러를 제시하며 세일즈포스를 밀어냈기 때문에 세일즈포스가 애저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마존, MS 사이에서 대등한 존재로 인정 받기 위해 구글의 클라우드 수장인 그린이 할 일은 많다. 아직 구글은 대형 고객에 적합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호스팅한 대형 고객은 소셜 플랫폼 스냅챗(Snapchat)이 유일하다. 그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며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개편해 구글 내에서 독립된 사업부로 운영하는 한편, 기술과 상품, 영업, 마케팅팀을 규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MS의 구스리와 마찬가지로, 그린 또한 구글의 강점을 서비스에 포함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구글이 강점을 가진 분석툴 및 기계번역, 언어인식, 지도 등의 서비스도 함께 이용 가능하다는 논리다. “더 많은 역량을 개발해 우리 소프트웨어를 기준으로 고객사만의 모델을 구축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그린은 말했다.
엄청난 데이터가 발생하는 기술기업은 이 제안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AWS 고객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경우 올해 구글 플랫폼을 이용해 신기능을 개발했다. 구글은 자신의 데이터 강점을 이용해 코카콜라나 디즈니 같은 거대기업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고객사 다수는 데이터는 구글에 두고, 중요 앱은 AWS나 MS 클라우드에 두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유연한 운용이 강점”이라고 앨런 보엠(Alan Boehme) 코카콜라 CTO는 말했다. 그는 1000여 개의 회사 클라우드 앱을 3개 회사에 고루 나눠두었다. 클라우드 기업은 주요 계약을 체결할 때 할인이나 신상품 시험기간, 엔지니어링 자문 등 영업 혜택을 통상적으로 제공하는데, 구글의 경우는 아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아마존의 대기업 고객을 빼내기 위해 1년간 무료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엄청난 혜택도 줬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무료로 자원을 제공해서 간극을 줄이려 한다”고 MS의 구스리는 말했다. 비난에도 그린은 당황하지 않는다. “덕분에 상위 1000대 기업 대다수가 우리와 사업기회를 논하고 싶어한다”고 그린은 말했다. 시장에 어떻게든 발을 들여놓으려고 대규모 클라우드 기업이 무료나 다름 없는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복잡한 클라우드 툴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서비스가 가격에만 집중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업계 관측통은 말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구글에 더 유리하고, 수 년 뒤에는 구글이 성공에 크게 가까워질 수 있지만, 대신 기업 신뢰도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현재 구글은 그린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중이다. 피차이 CEO는 그린이 회의를 주최할 때마다 참석해 필요한 예산을 승인하고 업계 실력자를 고용하라는 임무를 줬다. 그러나 그린의 영업팀이 필요한 관계를 구축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은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의 독주를 저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MS다. 애저에 대한 관심은 유례 없이 높고, MS 최고 경영진은 MS 사업에서 클라우드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MS 서버에서 운영되는 새로운 가상시스템 3분의 1이 리눅스를 기반으로 할 정도로 윈도 독점 이미지도 서서히 털어 내고 있고, 아마존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영업조직과 파트너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이 집요하게 효과적인 베조스의 방식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MS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잘 살펴보면 틈은 분명히 있다. AWS의 마진율이 20%로 꾸준히 높다 보니 서비스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거 아니냐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다른 산업에서 구글과 MS의 시장 독점을 두려워한 기업이 많은 만큼, 아마존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리테일 시장에서 아마존의 독주를 지켜보며 AWS를 마땅치 않아 하는 기업도 생겼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는 자체 클라우드 사업을 구축했고, 월마트는 올해 초반 오픈소스 클라우드 프로젝트 ‘원옵스(OneOps)’를 발표했다.
그렇다고 베조스가 질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향후 수개월 내 아마존이 MS의 위협을 심각하게 인지한다면 AWS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가격은 급격하게 인하하는 전략으로 맞설 수 있다. AWS 엔지니어팀은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는 추수감사절 직후 월요일 ‘사이버 먼데이’에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화장품 라인을 출시하기 위해 추수감사절에 근무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가 무섭게 돌격한다고?” 보겔이 물었다. “맞다.” 리테일에서 베조스의 기업과 붙어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이 잘못된 길로 돌격하는 것만 아니라면, 1000억 달러의 매출 기록을 다른 기업이 먼저 올리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의 결과 구글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MS가 어떻게든 AWS와의 격차를 줄이면, 수완이 좋은 고객사들은 분명 이들의 싸움을 통해 혜택을 받을 것이다. MS의 구스리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애저가 선두를 차지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경쟁에서 진정한 승자는 고객이 되길 바란다.”
-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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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사가 된 그린은 경영진이 활용하지 못한 엄청난 기회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해 자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컴퓨팅 파워를 기업에 임대해주는 개념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2008년부터 자사의 엄청난 데이터 센터 네트워크를 이용해 스타트업 앱개발을 지원한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선구자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검색과 지도, 모바일,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른 프로젝트에 정신이 팔린 구글은 클라우드 사업을 집중 추진하지 못했다. 클라우드 산업은 구글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10년 뒤, 클라우드는 기업이 기술을 생각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새로운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이들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자기 사업을 운영했고, 좀더 최근에는 GE나 NBC, 셸(Shell) 등 대기업이 자사 앱 중 많은 부분을 클라우드로 옮기기 시작했다.
시장 3위 구글, 다이앤 그린을 영입하다
구글은 지난 20여 년간 세계 최대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구글의 데이터 센터는 전세계에 퍼져 있고, 온갖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클라우드의 시대에서 가장 유리한 입지에 있는 건 구글이었다. 실지로, 구글 안팎의 많은 사람이 광고 외 최대 수입원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무료 웹과 모바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750억 달러 규모 대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기술 서비스를 전격 판매하는 DNA를 가지지 못했다.
구글 내에서 그린의 이름이 계속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한 페이지는 그린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그린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11월 비밥을 3억8000만 달러에 인수한 구글은 그린을 클라우드 플랫폼(Google Cloud Platform) 수장으로 임명했다. 그린은 2015년에만 100억 달러를 투자한 구글의 사업부를 재정비하고 영업인력을 구축하는 지휘권을 넘겨받았다. 해당 직책에 임명되면서 그린은 구글 내에서 특이한 지위를 가지게 됐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이사회 임원으로 페이지의 보고를 받는 동시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총괄하며 페이지에게 보고하는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 밑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아마존이 선두
3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시작한 사업은 이후 서비스를 70여 개로 확대됐고, 지금은 기업 전체 업무를 AWS에서 구동하는 게 가능하다. 아마존 데이터 센터를 이용하는 기업은 인터넷 전체에 엄청난 중력을 가할 만큼 거대해졌다. 넷플릭스 회원이 집에서 편안히 앉아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요일 밤이 오면, AWS 고객사가 미국의 대역폭을 사용하는 비중은 30%까지 늘어난다. 아마존은 AWS 덕분에 ICT 사업 구축이 레고블록 조립만큼 쉬워졌다고 자랑한다. “이제는 누구나 기술에 기반한 글로벌 사업체를 경영할 수 있다”고 워너 보겔(Werner Vogels) 아마존 CTO는 말했다. 보겔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IoT 앱에 맞춤 개발된 AWS의 신기능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시장을 장악하긴 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 기업과 전세계 다국적 기업이 값비싼 컴퓨팅 하드웨어를 직접 구매하고 선불로 유지보수 수수료를 지불하는 모델 대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편안히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시장은 최소 3700억 달러(현재 크기의 10배 이상)에서 최대 1조 달러까지 몸집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치에 이르지 못한다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에 육박하는 엄청난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기술산업 최대 수퍼파워들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고객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이유가 단숨에 이해되는 수치다. 새롭게 부활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를 감독했던 사티야 나델라(Satya Nadella) CEO의 지휘 아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아마존의 뒤를 잇는 명실상부한 2위로 자리를 굳혔다. 시장점유율이 구글보다 높은 IBM 등 다른 업체도 파이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 만큼, 앞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수십 년간 기술업계가 목격한 어떤 경쟁보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구글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약체가 맞지만, 투지와 자본, 엄청난 기술력이라는 성공요건을 갖추었다고 그린은 몇 번이고 강조했다. “항상 도전을 즐겨 왔다”고 그녀는 말했다.
베조스가 AWS를 위해 내세운 비전은 단순하고 엄청나다. 최근 분기에 27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리테일 사업보다 AWS를 크게 키운다는 목표다. 10여 년 전 AWS의 사업계획을 처음 세웠을 때만 해도 베조스조차 이런 꿈은 꾸지 못했다. 그래도 AWS 사업은 여러 면에서 영리한 계획이었다. 엄청난 회사 데이터와 빠르게 성장 중인 리테일 앱을 구동할 수 있는 유연한 컴퓨터 인프라를 구비해 놓았으니, 인프라 역량을 하나로 묶어 다른 기업에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였다.
AWS 출시는 완벽한 아이디어였음이 확인됐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와 모바일 스타트업의 새로운 부흥기와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서둘러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아껴야 했던 기업가들은 서버 및 데이터 저장체계를 대신 관리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환영했고, AWS는 이들이 으레 제일 먼저 찾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AWS(아마존웹서비스) 출시해 시장 선점
새로 선보인 기능 중에는 칫솔과 휴지통, 도시 버스와 석유 굴착기 등 모든 사물이 센서가 되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페타바이트 규모로 스트리밍되는 데이터를 추적 및 저장하는 새로운 IoT 플랫폼이 있었다. 아마존의 깜짝 기능은 바로 ‘그림자’ 버전이다. 시스템에 연결된 기기가 오프라인 상태일 때에도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요즘 IT업계 명사인 보겔과 앤디 재시(Andy Jassy) AWS CEO의 발표를 듣기 위해 모인 손님 명단에는 액센추어와 캐피탈원, 인텔, GE 등 미국 재계에서 내로라 하는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존 디어(John Deere)의 CTO는 무대에 올라 AWS의 새로운 IoT 패키지로 개발한 차량 모니터링 앱을 시연했고, BMW도 무대에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앱을 공개했다. 거물급 고객과 함께 중앙정보기관(CIA)도 일부 운영체제를 AWS 클라우드로 옮기는 6억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하면서 AWS 홍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급성장 중인 산업에서 선두를 굳힌 아마존은 엄청난 성공 후 따라오기 마련인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AWS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베조스가 만든 세상에 갇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일부 기업 사이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아마존 서비스에 너무 많이 의존하면 서비스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져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한다.
지난 10년간 가격을 51번이나 인하한 아마존이 인하율을 줄이기 시작하자 불안은 증폭됐다. “AWS 이용비가 50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에 CIO가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클라우드 파운드리 재단(Cloud Foundry Foundation)의 샘 램지 CEO는 말했다. AWS의 재시 CEO는 고객사의 우려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AWS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계약에 구속되면 어쩌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매년, 매달, 매시간마다 그만큼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인벤트 회의에 카메오로 등장하고 수개월 후, BMW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자동차 기업 행사에 다시 나타나 세련된 신규 클라우드 앱을 공개했다. ‘BMW 커넥티드’ 앱은 차가 어디쯤 가는지 알려주고,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이용 가능한 주차공간도 찾아준다. 앱이 공개된 장소는 MS 연례 개발자 쇼케이스 빌드(Build)였다. 이번에는 보겔이 아니라 MS 클라우드 및 기업고객 총괄 스콧 구스리(Scott Guthrie)가 BMW 앱을 소개했다. 마른 몸집에 안경을 쓰고 자신의 대표 스타일로 자리잡은 붉은 색 폴로셔츠를 입은 구스리는 MS에서 나델라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다수의 고객이 아마존에서 MS로 갈아 탔다”고 구스리는 BMW가 MS를 택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존고객 이탈 대비 신규고객 확보 비율은 우리가 더 앞선다.”
클라우드 경쟁에서는 아마존이 선두라는 걸 MS도 안다. 그러나 MS는 1등의 꿈을 놓치지 않은 2등이다. 대기업을 향한 구애에서 MS는 확실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규모가 큰 고객의 요구를 맞추는데 MS의 경험이 더 많다는 점이다. 30년에 걸쳐 구축한 기업영업 노하우와 오피스365처럼 광범위하게 쓰이는 상품을 애저와 함께 묶을 수 있다는 점도 MS에는 큰 자산이다. “기업고객 대응에 준비가 되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구스리는 말했다. MS는 전세계에 데이터 센터를 둔 지역이 더 많고(아마존 13개, MS 32개), 보안도 더 철저하고, 데이터 저장에서도 유연성이 있어서 글로벌 차원에서 월등한 개인정보 보안이 가능하다는 게 구스리의 주장이다.
2등 MS는 BMW 등 대기업 영업력 강해
최근 애저(Azure)는 NBC 스포츠를 비롯한 유명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NBC 스포츠는 하계올림픽에서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2000여 개의 스포츠 동영상을 스트리밍했다. 그러나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 재계의 85%를 차지하는 MS 기존 고객들이 애저 관련 지출을 늘려야만 한다. 이를 위해 나델라는 MS 기업문화의 급선회나 다름 없는 전환을 이루어냈다. 수십 년간 고객에게 윈도의 독점적 사용을 요구하며 점유율을 지켜온 MS는 이제 자사 소프트웨어와 다른 소프트웨어의 호환을 허락하는데 좀더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고객이 사업 일부를 자체 서버에서 구동하고, 나머지는 AWS나 애저로 갈 수도 있다. “(MS 경쟁업체) 다수가 자사 상품이 하이브리드라고 선전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진정한 하이브리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애저의 운영을 담당하는 구스리의 부관 제이슨 잰더(Jason Zander)는 말했다.
그래도 독불장군처럼 굴었던 MS의 과거를 기억하는 기업은 아직 많다. 시장 선도기업조차 MS가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두려워한다. 세일즈포스의 경우 애저 이용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연평균 1억 달러씩 4년을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면 MS보다 AWS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존과 세일즈포스 모두 공개적으로는 AWS가 더 기능이 좋아서 선택을 했다고 말하지만, 링크드인 인수 경쟁에서 MS가 262억 달러를 제시하며 세일즈포스를 밀어냈기 때문에 세일즈포스가 애저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마존, MS 사이에서 대등한 존재로 인정 받기 위해 구글의 클라우드 수장인 그린이 할 일은 많다. 아직 구글은 대형 고객에 적합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호스팅한 대형 고객은 소셜 플랫폼 스냅챗(Snapchat)이 유일하다. 그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며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개편해 구글 내에서 독립된 사업부로 운영하는 한편, 기술과 상품, 영업, 마케팅팀을 규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MS의 구스리와 마찬가지로, 그린 또한 구글의 강점을 서비스에 포함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구글이 강점을 가진 분석툴 및 기계번역, 언어인식, 지도 등의 서비스도 함께 이용 가능하다는 논리다. “더 많은 역량을 개발해 우리 소프트웨어를 기준으로 고객사만의 모델을 구축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그린은 말했다.
엄청난 데이터가 발생하는 기술기업은 이 제안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AWS 고객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경우 올해 구글 플랫폼을 이용해 신기능을 개발했다. 구글은 자신의 데이터 강점을 이용해 코카콜라나 디즈니 같은 거대기업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고객사 다수는 데이터는 구글에 두고, 중요 앱은 AWS나 MS 클라우드에 두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유연한 운용이 강점”이라고 앨런 보엠(Alan Boehme) 코카콜라 CTO는 말했다. 그는 1000여 개의 회사 클라우드 앱을 3개 회사에 고루 나눠두었다. 클라우드 기업은 주요 계약을 체결할 때 할인이나 신상품 시험기간, 엔지니어링 자문 등 영업 혜택을 통상적으로 제공하는데, 구글의 경우는 아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아마존의 대기업 고객을 빼내기 위해 1년간 무료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엄청난 혜택도 줬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무료로 자원을 제공해서 간극을 줄이려 한다”고 MS의 구스리는 말했다. 비난에도 그린은 당황하지 않는다. “덕분에 상위 1000대 기업 대다수가 우리와 사업기회를 논하고 싶어한다”고 그린은 말했다.
아마존의 독주를 저지할 가능성 높은 MS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의 독주를 저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MS다. 애저에 대한 관심은 유례 없이 높고, MS 최고 경영진은 MS 사업에서 클라우드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MS 서버에서 운영되는 새로운 가상시스템 3분의 1이 리눅스를 기반으로 할 정도로 윈도 독점 이미지도 서서히 털어 내고 있고, 아마존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영업조직과 파트너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이 집요하게 효과적인 베조스의 방식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MS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잘 살펴보면 틈은 분명히 있다. AWS의 마진율이 20%로 꾸준히 높다 보니 서비스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거 아니냐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 다른 산업에서 구글과 MS의 시장 독점을 두려워한 기업이 많은 만큼, 아마존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리테일 시장에서 아마존의 독주를 지켜보며 AWS를 마땅치 않아 하는 기업도 생겼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는 자체 클라우드 사업을 구축했고, 월마트는 올해 초반 오픈소스 클라우드 프로젝트 ‘원옵스(OneOps)’를 발표했다.
그렇다고 베조스가 질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향후 수개월 내 아마존이 MS의 위협을 심각하게 인지한다면 AWS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가격은 급격하게 인하하는 전략으로 맞설 수 있다. AWS 엔지니어팀은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는 추수감사절 직후 월요일 ‘사이버 먼데이’에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화장품 라인을 출시하기 위해 추수감사절에 근무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가 무섭게 돌격한다고?” 보겔이 물었다. “맞다.” 리테일에서 베조스의 기업과 붙어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이 잘못된 길로 돌격하는 것만 아니라면, 1000억 달러의 매출 기록을 다른 기업이 먼저 올리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의 결과 구글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MS가 어떻게든 AWS와의 격차를 줄이면, 수완이 좋은 고객사들은 분명 이들의 싸움을 통해 혜택을 받을 것이다. MS의 구스리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애저가 선두를 차지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경쟁에서 진정한 승자는 고객이 되길 바란다.”
-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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