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의 와인 이야기(6)
이석우의 와인 이야기(6)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와인 관련 영화 베스트 5 리스트’를 소개할까 한다. 선정기준이랄 것도 없다. 필자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들을 임의대로 골라봤다.진정한 와인 매니아라면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에 탐닉함은 물론이요, 와인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관심이 끌린다. 코르크를 모으는 사람도 있고, 빈병을 모으는 사람도 있으며, 와인 관련 서적을 수백권 모으는 사람도 있다. 면도칼을 들고 다니면서, 와인 레이블을 때내어서 모으는 분도 계신다. (이 분은 20년 가까이모으신 와인 레이블을 가지고 전시회도 하셨다.) 와인과 연관된 영화라도 나올라 치면, 앞다투어 관람하실 분들이 이런 와인 매니아분들이다.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와인 관련 영화 베스트 5 리스트’다.
1위 몬도비노 (Mondo Vino) | 감독 조나단 노지터 (Jonathan Nossiter), 2004년작
와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도, 이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지루해서 꺼버리거나 재미 없어서 잠이 들 위험이 있다. 와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되시겠다. 다루는 이슈도 ‘전세계 와인업계에 미치는 로버트 파커의 영향력’이다. 감독은 전세계 와인산지를 누비면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 인해 획일적으로 변해가는 와인의 특성을 비판하고 있다.
파커는 자신이 1978년에 창간한 와인 뉴스레터인 ‘와인 애드보커트’(Wine Advocate)를 통해 시음한 와인들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명성과 영향력이 전세계적으로 미치게 되자, 그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들은 불티나게 팔리게 되었다. 반면, 파커가 높게 평가하는 농밀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지 않아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아예 그의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와인들은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세계 각국의 와인 생산자들은 전통과 개성을 무시하고 파커가 좋아할 만한 획일적인 와인들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감독 노지터는 폭넓은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와인의 파커화(Parkerization)를 꼼꼼하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국내에서 상영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글 더빙이나 자막이 달린 버전이 없다. 아마존 등 미국 DVD를 살 수 있는 사이트를 통해서 영어 원본을 구할 수 밖에 없다.
2위 사이드웨이즈(Sideways) | 감독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 2004년작
렉스 피켓(Rex Pickett)이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각색해서 제작한 영화다. 소설이 주인공들의 기이한 정신세계와 행동, 그리고 애정행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면, 영화는 와인이라는 소재를 십분 활용하여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연민과 위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주인공 마일즈(Miles)는 ‘루저’다. 소설가를 꿈꾸지만, 그의 원고는 번번히 출판사들의 외면을 받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어 교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혼 후에도 전처를 사랑하지만, 전처는 부유한 훈남과 재혼해버린다. 와인 애호가인 마일즈는 고귀한 품종인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만을 고집하며, “난 빌어먹을 메를로 와인은 안 마셔!”라고 고함을 지른다. 하지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가 가장 아끼는 와인은 메를로와 함께 카베르네 프랑을 주품종으로 사용하는 1961년산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이다. 겉으로 드러내는 고결함과 대비되는 마일즈의 이런 작은 위선들은 밉기는커녕 안쓰럽고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마일즈가 결혼을 앞둔 친구 잭과 함께 떠나는 총각여행의 여정을 따라간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엉뚱 발랄한 마일즈와 잭의 와인 여행은 와인애호가들에게 눈요기 거리도 제공한다. 2005년도 아카데미상 각색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조연으로 출연하여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VOD나 DVD를 통하여 감상할 수 있다.
3위 와인 미라클 (원제: Bottle Shock) | 감독 랜들 밀러 (Randall Miller), 2008년작
와인에 관심 없는 분이 보시면 다소 지루한 영화일게다. 이 영화가 베스트 5 리스트에 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을 소재로 다뤘기 때문. 파리의 심판이란, 미국 나파밸리의 와인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인 1976년에 프랑스 최고급 와인들과의 블라인드 대결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사건이다.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와인샵을 운영하던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가 프랑스 와인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양국의 대표 와인들을 블라인드 시음한 결과, 레드 와인 부문에서 나파의 스택스립 와인 셀러(Stag’s Leap Wine Cellars)의 1973년산 카베르네 소비뇽이 1등을 차지하고, 화이트 와인 부문에서도 역시 나파의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의 1973년산 샤도네이가 1등을 차지했다.
이 영화는 화이트 와인 가운데서 1등을 차지한 샤토 몬텔레나의 이야기이다. 다만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허구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다. 국내에서 VOD나 DVD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4위 구름 속의 산책(원제: A Walk in the Clouds) | 감독 알폰소아라우 (Alfonso Arau), 1995년작
와인과 관련된 영화라기 보다는,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 애틋한 남녀 주인공의 ‘밀당’이 북부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멋지게 펼쳐진다. 특히 <매트릭스> 로 뜨기 직전 키아누 리브스의 ‘교회 오빠’ 연기와, 노장 앤서니 퀸의 원숙한 연기가 일품이다. 국내에서 VOD나 DVD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5위 어느 멋진 순간 (원제: A Good Year) | 감독 리들리스콧 (Ridley Scott), 2006년작
모든 와인 매니아의 궁극적인 로망은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닐까. 남부 프랑스의 와이너리를 졸지에 상속받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엄청난 대리만족을 느낀다. 더구나 주인공은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 더 이상의 추천사가 필요할까? 원작 소설은 좀 더 와인과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고 있어서 읽어볼 만 하다. 국내에서 VOD나 DVD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이석우 - 카카오 공동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중앙일보 편집국 디지털총괄 겸 조인스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번역서 『와인력』을 출간한 와인 마니아다.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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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몬도비노 (Mondo Vino) | 감독 조나단 노지터 (Jonathan Nossiter), 2004년작
와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도, 이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지루해서 꺼버리거나 재미 없어서 잠이 들 위험이 있다. 와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되시겠다. 다루는 이슈도 ‘전세계 와인업계에 미치는 로버트 파커의 영향력’이다. 감독은 전세계 와인산지를 누비면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 인해 획일적으로 변해가는 와인의 특성을 비판하고 있다.
파커는 자신이 1978년에 창간한 와인 뉴스레터인 ‘와인 애드보커트’(Wine Advocate)를 통해 시음한 와인들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명성과 영향력이 전세계적으로 미치게 되자, 그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들은 불티나게 팔리게 되었다. 반면, 파커가 높게 평가하는 농밀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지 않아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아예 그의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와인들은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세계 각국의 와인 생산자들은 전통과 개성을 무시하고 파커가 좋아할 만한 획일적인 와인들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감독 노지터는 폭넓은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와인의 파커화(Parkerization)를 꼼꼼하고 생생하게 기록했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국내에서 상영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글 더빙이나 자막이 달린 버전이 없다. 아마존 등 미국 DVD를 살 수 있는 사이트를 통해서 영어 원본을 구할 수 밖에 없다.
와인 애호가의 엉뚱 발랄한 와인 여행
2위 사이드웨이즈(Sideways) | 감독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 2004년작
렉스 피켓(Rex Pickett)이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각색해서 제작한 영화다. 소설이 주인공들의 기이한 정신세계와 행동, 그리고 애정행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면, 영화는 와인이라는 소재를 십분 활용하여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연민과 위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주인공 마일즈(Miles)는 ‘루저’다. 소설가를 꿈꾸지만, 그의 원고는 번번히 출판사들의 외면을 받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어 교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혼 후에도 전처를 사랑하지만, 전처는 부유한 훈남과 재혼해버린다. 와인 애호가인 마일즈는 고귀한 품종인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만을 고집하며, “난 빌어먹을 메를로 와인은 안 마셔!”라고 고함을 지른다. 하지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가 가장 아끼는 와인은 메를로와 함께 카베르네 프랑을 주품종으로 사용하는 1961년산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이다. 겉으로 드러내는 고결함과 대비되는 마일즈의 이런 작은 위선들은 밉기는커녕 안쓰럽고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마일즈가 결혼을 앞둔 친구 잭과 함께 떠나는 총각여행의 여정을 따라간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엉뚱 발랄한 마일즈와 잭의 와인 여행은 와인애호가들에게 눈요기 거리도 제공한다. 2005년도 아카데미상 각색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조연으로 출연하여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VOD나 DVD를 통하여 감상할 수 있다.
3위 와인 미라클 (원제: Bottle Shock) | 감독 랜들 밀러 (Randall Miller), 2008년작
와인에 관심 없는 분이 보시면 다소 지루한 영화일게다. 이 영화가 베스트 5 리스트에 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을 소재로 다뤘기 때문. 파리의 심판이란, 미국 나파밸리의 와인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인 1976년에 프랑스 최고급 와인들과의 블라인드 대결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사건이다.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와인샵을 운영하던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가 프랑스 와인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양국의 대표 와인들을 블라인드 시음한 결과, 레드 와인 부문에서 나파의 스택스립 와인 셀러(Stag’s Leap Wine Cellars)의 1973년산 카베르네 소비뇽이 1등을 차지하고, 화이트 와인 부문에서도 역시 나파의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의 1973년산 샤도네이가 1등을 차지했다.
이 영화는 화이트 와인 가운데서 1등을 차지한 샤토 몬텔레나의 이야기이다. 다만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허구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다. 국내에서 VOD나 DVD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
4위 구름 속의 산책(원제: A Walk in the Clouds) | 감독 알폰소아라우 (Alfonso Arau), 1995년작
와인과 관련된 영화라기 보다는,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 애틋한 남녀 주인공의 ‘밀당’이 북부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멋지게 펼쳐진다. 특히 <매트릭스> 로 뜨기 직전 키아누 리브스의 ‘교회 오빠’ 연기와, 노장 앤서니 퀸의 원숙한 연기가 일품이다. 국내에서 VOD나 DVD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5위 어느 멋진 순간 (원제: A Good Year) | 감독 리들리스콧 (Ridley Scott), 2006년작
모든 와인 매니아의 궁극적인 로망은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닐까. 남부 프랑스의 와이너리를 졸지에 상속받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엄청난 대리만족을 느낀다. 더구나 주인공은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 더 이상의 추천사가 필요할까? 원작 소설은 좀 더 와인과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고 있어서 읽어볼 만 하다. 국내에서 VOD나 DVD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이석우 - 카카오 공동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중앙일보 편집국 디지털총괄 겸 조인스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번역서 『와인력』을 출간한 와인 마니아다.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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