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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 SMC “영풍 지분 취득, 사업적·법적 정당한 조치”

“저평가된 주식 30% 싸게 매입해 가격 메리트 높아”
“경영권 방어 목적 상호주 제한 합법…주식회사 맞아”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고려아연의 100%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모회사인 영풍의 주식 10.3%를 취득한 것에 대해 “사업 지속성과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31일 밝혔다. ‘상호주 제한’으로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장악을 저지한 것은 정당한 수단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SMC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영풍에 대한 주식 매입은 적대적 M&A를 막아내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다”며 “주식회사로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합리적인 재무적·사업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SMC는 영풍·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성공하면 SMC의 사업 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SMC에 필수전력을 공급하는 고려아연의 호주 내 신재생에너지 등이 차질을 빚을 경우 사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SMC는 영풍·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우려하는 호주 정치권과 업계의 목소리도 고려했음을 덧붙였다. 밥 카터 호주 연방의원은 “제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 사모펀드가 호주 내의 중요 자산을 사고 판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MC는 영풍 지분 매입이 합리적 투자이고, 법적으로도 위법 소지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SMC는 “영풍 주식을 최씨 일가로부터 종가 대비 30% 할인된 가격에 매입해 가격적 메리트가 있었다”며 “영풍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배 수준으로 저평가돼 최근 소액주주연대와 행동주의펀드 등의 지배구조개선 및 주주친화정책 요구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상호주 형성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는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적법하고도 정당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SMC의 사업 운명도 좌우되는 만큼, 합법적으로 경영권 방어 조처를 했다는 것이다.

SMC는 자사가 유한회사이자 외국기업이라 상호주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영풍·MBK의 주장도 반박했다. SMC는 “상법 제6장의 외국회사 규정은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외국회사의 국내 활동을 규제·감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국내 주식회사인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상호주 규제에 있어서 해외에 있는 회사가 포함되는지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어 “SMC는 호주 회사법상 자본금, 주식, 주주유한책임 세 가지를 본질로 하는 주식회사의 일종으로서 원칙적으로 50인 이하의 주주로 구성되는 비공개 주식회사”라며 “보통주 5억5183만1931주 및 사채와 채권 발행 및 명세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영풍·MBK “최윤범 등 상호출자금지 위반 혐의 공정위 신고”

앞서 이날 영풍·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고려아연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영풍·MBK는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과 최 회장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이성채 최고경영자(CEO), 최주원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등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전날인 이달 22일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가 갖고 있던 영풍 주식(발행주식총수의 10.3%)을 SMC에 넘기는 데 관여한 이들로, 임시주총에서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이 거의 확실시되자 영풍(고려아연 발행주식총수의 25.4% 소유)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규 상호출자를 형성한 혐의를 받는다.

SMC는 고려아연의 100% 손자회사로 호주에 설립된 해외법인이다. 최씨 일가 등이 보유한 영풍 지분이 SMC로 넘어가면서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이라는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이에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근거로 영풍은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21조)와 이를 회피하는 탈법행위(36조)를 모두 금지한다.

영풍·MBK는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고려아연의 100% 지배회사인 SMC 명의로 이뤄진 영풍 주식의 취득 행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SMC는 호주에서 아연제련업을 영위하며 현금성 자산(2023년 12월 말 기준 792억원)을 고려아연의 지급보증에 의존해 보유하는 회사로, 차입금을 재원으로 아무런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의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취득·소유하는 행위’는 상호출자 금지 탈법행위로 규정된다. 이번 사건은 ‘고려아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영풍 주식을 SMC의 명의를 이용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취득·소유한 행위’로 볼 수 있어 법령상 금지된 탈법행위에 정확히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영풍·MBK는 “상호출자제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 최 회장 측 출자구조와 같이 노골적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탈법행위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최 회장 측의 탈법행위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 도입 이후 최초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대형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탈법행위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방식의 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고, 기업집단 규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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