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지는 국내 골프코스] 한국형 링크스·듄스 코스 속속 등장
[다양해지는 국내 골프코스] 한국형 링크스·듄스 코스 속속 등장
매립지 중심으로 링크스 증가 … 셰이핑으로 마운드 살려낸 듄스 한국에서도 해외의 코스 스타일인 링크스(Links)와 듄스(Dunes) 코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 충남 태안의 현대솔라고에서 링크스 스타일의 솔 코스가 추가 개장한 데 이어 강원도 춘천에서는 라비에벨 듄스가 등장했다. 조성 환경과 기술 발달로 국내에도 다양한 코스 스타일이 시도되고 있다.
세계 3만2000여개에 달하는 골프 코스들을 큰 범주로 나누면 3가지 스타일이다. 해안가의 링크스, 삼림이 우거진 파크랜드(Parkland), 황야에 조성된 히스랜드(Heathland)로 나뉜다. 하지만 지형이 가진 세부적인 특징에 따라 9개 하부 카테고리로 세분된다. 사막(Desert), 산악(Mountain), 숲(Forest), 황야(Moorland), 계곡(Cliff-top), 바다 조망(Ocean View), 바닷가(Sea Side), 화산 주변(Volcanic), 고위도 지방의 스노우(Snow) 코스가 그것이다. 골프가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중동과 북극에까지 전파되면서 이런 스타일이 분화되고 새로운 형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15세기 스코틀랜드 해안가에서 생겨난 배경은 가장 오래된 코스인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 코스가 실증한다. 이 지역은 바람이 끊이지 않아 나무가 거의 없으며 가시금작화 같은 낮은 풀이 깔렸다. 해안가 백사장에 넓은 풀밭이 자연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거기서 놀았다. 잔디와 풀이 자라 염소나 양을 방목하는 동안 목동들이 한낮에 무료한 시간을 때울 놀이가 필요했다. 어부들은 조수간만의 차이를 맞춰 배 나갈 시간을 기다리느라 히코리 감나무 등으로 클럽을 만들어 바다 가까운 이곳에서 골프 게임을 즐겼다. 따라서 ‘링크스’는 ‘바다 옆에 조성된 모든 골프 코스’를 지칭하는 일반 명사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자연과 토양이 만들어낸 땅’이란 고유 명사에 가깝다. 항상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서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오랜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페어웨이는 딱딱하고 이런 곳에서 샷을 하면 볼이 엄청나게 굴러간다. 내륙과는 전혀 다른 샷이 필요하다. 따라서 ‘페어웨이에서 퍼터로 스트로크 해도 충분히 온그린 가능해야 링크스다’는 식의 구분법도 있다.
국내 코스 중에 ‘링크스’를 표방하는 골프장이 제법 있다. ‘바다가 살짝 보인다’는 것을 계기로 링크스를 따오고, ‘스코틀랜드 스타일’이라고 표방하지만, 상당수는 시사이드이거나 오션뷰다. 예컨대 제주도 중문의 18홀 퍼블릭 코스인 중문 골프장은 14, 15번 홀에서 절벽을 마주하고 돌아가는 시사이드 코스다.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장 역시 바다에 거북이 머리처럼 불쑥 튀어나온 케이프(cape) 지형에 조성된 시사이드 스타일이다. 몇 개의 홀에서 바다 절벽 옆으로 홀 레이아웃이 펼쳐지지만, 절반은 숲에서 라운드한다. 그린 주변에서는 퍼터가 아니라 웨지를 써야만 볼을 그린에 올릴 수 있다. 한화금융클래식이 열리는 태안의 골든베이, 영종도의 스카이72는 오션뷰 스타일이다.
그 밖에 내륙에 위치한 대다수의 한국 코스는 산악에 조성된 마운틴 코스다. 한반도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 매입과 건설 허가를 위해서도 산중턱에 지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금이야 자연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다양한 규제와 건설 조항이 있지만, 골프장 인허가와 건설이 폭증하던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무자비하게 자연을 훼손한 산악 코스가 부지기수였다. 회원권 가격이 급등하던 시절이니 산등성과 산 중턱을 뭉텅 도려내고 깎아서 골프장을 만들곤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국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골프장 인허가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골프장 건설 경기에 찬바람이 불었다. 그 와중에도 그나마 조성 가능한 골프장들은 이미 허가를 받은 곳이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공사 비용으로도 만들 수 있는 곳이었다. 국내에 애초부터 링크스는 없지만, 인공적으로 링크스 스타일을 갖춘 곳은 제법 있다. 2007년 전북 군산컨트리클럽에서 시작된 서해안의 매립지를 이용한 코스들은 대체적으로 적은 공사비를 이점으로 이후에도 꾸준히 지어졌다. 바닷가 인근, 넓은 매립 평야라는 두 개의 특징을 가지고 링크스 스타일 코스가 등장했다. 2012년 강원도 강릉에 개장한 메이플비치는 연탄재 매립지에 조성한 코스다. 설계를 맡은 송호 골프디자인의 송호 대표는 ‘모던 링크스’라고 코스를 정의했다. 자연 토양이 아니라 매립지여서 인공적으로 링크스와 같은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스타일이 나오게 됐다. 매립지에 조성한 만큼 오랜 세월 지표면에서 뿌리내린 나무보다는 억새나 부들 등의 화초류가 살아남았다. 해풍이 강하기 때문에 나무를 옮겨다 심어도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2014년 경기 시흥에 조성된 솔트베이는 시화호를 타고 소래포구를 지나는 매립지에 조성됐다.
2014년 여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개장한 드림파크 역시 영종도를 마주하는 인천의 서해갑문 뱃길 옆으로 매립지 관리공사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이런 링크스 스타일 코스들의 특징은 매립지에 조성한 만큼 한 눈에 전체 코스가 조망된다는 점이다. 또한 매립지이기 때문에 홀과 홀 사이 간격 구분이 중요한 설계 포인트가 됐다. 대체로 수로를 통해 구분하거나 마운드를 올리거나 긴 풀을 심은 러프 지역이 코스를 구획하고 있다.
충남 태안 현대 기업도시의 현대 솔라고와 현대 더링스는 국내에서 링크스 스타일을 가장 잘 구현한 코스다. 더링스의 설계가인 백주영 HLE 코리아소장은 B코스를 링크스의 원조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처럼 만들었다. 18번 홀 페어웨이에는 스윌컨 브릿지도 놓여 있다. 이웃한 현대솔라고는 라고를 올해 4월에 개장한 데 이어 홀 주변으로 수로가 특징인 솔 코스를 9월에 개장했다. 한국형 링크스 코스의 중심지가 될 것 같다. 종전의 골프장에 대한 개념상 코스 안에 나무가 많고 숲도 우거져야 제대로 된 골프장이었으나 골퍼들도 이젠 이 같은 스타일을 용인하고 받아들일 때가 됐다. 그래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처음 마주한 골퍼들이 ‘이건 골프장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넌센스를 피할 수 있다.
매립지에 조성된 코스들은 나무를 옮겨다 심는 비용도 많거니와 홀 사이에 러프나 수로를 통해 구분하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국내에 링크스 스타일은 개장한 지 오래지 않는 코스가 대부분이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바닷바람에 페어웨이가 딱딱해지는 링크스 본연의 특성이 갖춰질 것이다. 비싼 나무가 없고 저렴하게 조성해도 골퍼들이 즐기면 그게 좋은 코스다. 최근 해외에 유행하는 코스 트렌드는 모래 언덕 즉, 사구(砂丘) ‘듄스(Dunes)’를 코스에 적극 끌어들인다. 영국의 세계 코스 평가 사이트인 톱100골프코스(top100golfcourse.co.uk)의 2016년 코스랭킹에 따르면 듄스 스타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미국 태평양 오리건 밴든 연안에 조성된 퍼시픽듄스는 세계 16위에 올라 있다. 현대의 모던 코스 설계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톰 도크의 설계로 2001년 개장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37년 페리 맥스웰의 설계로 미국 캔자스 허친슨에 자리한 프레리듄스는 29위로 재평가받고 있다. 호주 남단의 태즈매니아 섬 북쪽 브리드포트 해안을 따라 2004년 조성된 반부글듄스는 35위다. 반부글듄스 옆으로 2010년 개장한 반부글로스트팜은 47위에 올랐다. 3년 전 멕시코에 개장한 디아만테 듄스는 52위를 차지했다.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2013년에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개장한 트럼프인터내셔널스코틀랜드는 영국 최대 규모의 듄스 지대에 조성한 코스로 역시 개장 3년 만에 세계 65위로 치솟았다. 퍼시픽듄스 옆의 밴든듄스는 68위를 차지했다.
듄스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접경 모래 사구에 조성된 코스 스타일이다. 바닷바람에 의해 운반된 모래나 퇴적 지형에 자연스럽게 코스 경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듄스는 ‘해안가에 조성된 코스’라는 점에서 링크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링크스는 오랜 세월의 해안 풍파에 모래가 다 쓸려나가고 딱딱한 페어웨이와 그린이 남은 앙상한 느낌이 강하다. 그린 주변에선 퍼터로 텍사스 웨지 샷을 하거나 아이언도 굴려서 보내는 게임 노하우가 필요하다. 대체로 오목하게 생긴 벙커들이 분화구나 항아리처럼 조성되어 볼이 굴러가다가 흘러 빠지는 구조다.
듄스 스타일은 볼록한 모래 언덕이 유지되면서 고저 굴곡을 형성하고 그 사이로 벙커도 있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덜 딱딱해 볼을 받아준다. ‘물대’로도 불리는 마람풀이나 페스큐, 억새 등의 길쭉한 풀이 어울려 벙커와 코스의 전체적인 외형을 이룬다. 그래서 듄스는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최근 코스 트렌드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도전적이고 전략적인 코스 레이아웃이 시도될 수 있다. 오늘날의 첨단 코스 조형기술 즉 셰이핑(Shaping)과 끝마무리인 매니큐어링이 발전하면서 마운드 굴곡을 자유롭게 만드는 일도 쉬워졌다.
국내에 듄스를 표방한 코스는 현재로는 두 곳에 불과하다. 2013년 5월에 송도 신도시에 개장한 오렌지듄스는 돌출 매립지인 LNG기지 옆으로 조성된 네모난 부지 가장자리에 조성됐다. 설계가인 강상문 오렌지엔지니어링 대표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 지형을 놓고 링크스와 듄스 스타일을 한참 고민한 끝에 듄스로 밀어붙였다. 평평한 매립지에 마운드와 모래언덕을 조성해 홀 독립성을 살리는 요소로 활용했다.
지난 9월 개장한 춘천의 라비에벨 듄스는 송호 대표가 설계해 ‘마운틴 듄스’로 표방한 코스다. 해안가에 조성되는 듄스가 아니고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산악 듄스로 정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US오픈이 열렸던 워싱턴주의 채임버스베이를 구현했다고 한다.
코스에 나무라고는 11번 홀의 은행나무 한 그루뿐이다. 클럽하우스가 가장 높은 곳인데 여기서 전체 코스가 한 눈에 조망된다. 초록색은 페어웨이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곳은 페스큐를 심은 러프 지역이다. 나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홀과 홀 사이는 마운드가 가른다. 옆에서 골프하는 소리가 들리고 골퍼도 보이지만 듄스 코스에서는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전까지 골프장은 한 홀에서 자기들만 있어야 했다. 코스의 ‘독립성’이란 특징은 코스의 필수품이 아니라 이제는 옵션이다. 파크랜드 코스나 마운틴 코스에서 가능한 형태로 넘겨줘도 된다.
나무가 없어서 한 여름에 뙤약볕이 내리쬐면 더울 수 있지만 그건 바다 한가운데서 숭늉 달라는 소리다. 코스를 찾아나선 것부터 태양 아래 살 태울 각오를 하는 일이다. 이 골프장은 그래도 숭늉 달라는 고객을 배려한 때문인지 1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넓은 파라솔 하나를 설치해두었다. 하지만 듄스 코스가 국내에 조금씩 늘어나고 세월이 지나면서 코스의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면 이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 3만2000여개에 달하는 골프 코스들을 큰 범주로 나누면 3가지 스타일이다. 해안가의 링크스, 삼림이 우거진 파크랜드(Parkland), 황야에 조성된 히스랜드(Heathland)로 나뉜다. 하지만 지형이 가진 세부적인 특징에 따라 9개 하부 카테고리로 세분된다. 사막(Desert), 산악(Mountain), 숲(Forest), 황야(Moorland), 계곡(Cliff-top), 바다 조망(Ocean View), 바닷가(Sea Side), 화산 주변(Volcanic), 고위도 지방의 스노우(Snow) 코스가 그것이다. 골프가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중동과 북극에까지 전파되면서 이런 스타일이 분화되고 새로운 형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15세기 스코틀랜드 해안가에서 생겨난 배경은 가장 오래된 코스인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 코스가 실증한다. 이 지역은 바람이 끊이지 않아 나무가 거의 없으며 가시금작화 같은 낮은 풀이 깔렸다. 해안가 백사장에 넓은 풀밭이 자연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거기서 놀았다. 잔디와 풀이 자라 염소나 양을 방목하는 동안 목동들이 한낮에 무료한 시간을 때울 놀이가 필요했다. 어부들은 조수간만의 차이를 맞춰 배 나갈 시간을 기다리느라 히코리 감나무 등으로 클럽을 만들어 바다 가까운 이곳에서 골프 게임을 즐겼다.
조성 환경과 기술 발달로 다양한 코스 개발
국내 코스 중에 ‘링크스’를 표방하는 골프장이 제법 있다. ‘바다가 살짝 보인다’는 것을 계기로 링크스를 따오고, ‘스코틀랜드 스타일’이라고 표방하지만, 상당수는 시사이드이거나 오션뷰다. 예컨대 제주도 중문의 18홀 퍼블릭 코스인 중문 골프장은 14, 15번 홀에서 절벽을 마주하고 돌아가는 시사이드 코스다.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장 역시 바다에 거북이 머리처럼 불쑥 튀어나온 케이프(cape) 지형에 조성된 시사이드 스타일이다. 몇 개의 홀에서 바다 절벽 옆으로 홀 레이아웃이 펼쳐지지만, 절반은 숲에서 라운드한다. 그린 주변에서는 퍼터가 아니라 웨지를 써야만 볼을 그린에 올릴 수 있다. 한화금융클래식이 열리는 태안의 골든베이, 영종도의 스카이72는 오션뷰 스타일이다.
그 밖에 내륙에 위치한 대다수의 한국 코스는 산악에 조성된 마운틴 코스다. 한반도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 매입과 건설 허가를 위해서도 산중턱에 지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금이야 자연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다양한 규제와 건설 조항이 있지만, 골프장 인허가와 건설이 폭증하던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무자비하게 자연을 훼손한 산악 코스가 부지기수였다. 회원권 가격이 급등하던 시절이니 산등성과 산 중턱을 뭉텅 도려내고 깎아서 골프장을 만들곤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국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골프장 인허가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골프장 건설 경기에 찬바람이 불었다. 그 와중에도 그나마 조성 가능한 골프장들은 이미 허가를 받은 곳이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공사 비용으로도 만들 수 있는 곳이었다. 국내에 애초부터 링크스는 없지만, 인공적으로 링크스 스타일을 갖춘 곳은 제법 있다. 2007년 전북 군산컨트리클럽에서 시작된 서해안의 매립지를 이용한 코스들은 대체적으로 적은 공사비를 이점으로 이후에도 꾸준히 지어졌다. 바닷가 인근, 넓은 매립 평야라는 두 개의 특징을 가지고 링크스 스타일 코스가 등장했다.
링크스의 원조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2014년 여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개장한 드림파크 역시 영종도를 마주하는 인천의 서해갑문 뱃길 옆으로 매립지 관리공사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이런 링크스 스타일 코스들의 특징은 매립지에 조성한 만큼 한 눈에 전체 코스가 조망된다는 점이다. 또한 매립지이기 때문에 홀과 홀 사이 간격 구분이 중요한 설계 포인트가 됐다. 대체로 수로를 통해 구분하거나 마운드를 올리거나 긴 풀을 심은 러프 지역이 코스를 구획하고 있다.
충남 태안 현대 기업도시의 현대 솔라고와 현대 더링스는 국내에서 링크스 스타일을 가장 잘 구현한 코스다. 더링스의 설계가인 백주영 HLE 코리아소장은 B코스를 링크스의 원조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처럼 만들었다. 18번 홀 페어웨이에는 스윌컨 브릿지도 놓여 있다. 이웃한 현대솔라고는 라고를 올해 4월에 개장한 데 이어 홀 주변으로 수로가 특징인 솔 코스를 9월에 개장했다. 한국형 링크스 코스의 중심지가 될 것 같다. 종전의 골프장에 대한 개념상 코스 안에 나무가 많고 숲도 우거져야 제대로 된 골프장이었으나 골퍼들도 이젠 이 같은 스타일을 용인하고 받아들일 때가 됐다. 그래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처음 마주한 골퍼들이 ‘이건 골프장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넌센스를 피할 수 있다.
매립지에 조성된 코스들은 나무를 옮겨다 심는 비용도 많거니와 홀 사이에 러프나 수로를 통해 구분하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국내에 링크스 스타일은 개장한 지 오래지 않는 코스가 대부분이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바닷바람에 페어웨이가 딱딱해지는 링크스 본연의 특성이 갖춰질 것이다. 비싼 나무가 없고 저렴하게 조성해도 골퍼들이 즐기면 그게 좋은 코스다.
바다와 육지 만나는 접경 모래 사구에 조성
듄스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접경 모래 사구에 조성된 코스 스타일이다. 바닷바람에 의해 운반된 모래나 퇴적 지형에 자연스럽게 코스 경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듄스는 ‘해안가에 조성된 코스’라는 점에서 링크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링크스는 오랜 세월의 해안 풍파에 모래가 다 쓸려나가고 딱딱한 페어웨이와 그린이 남은 앙상한 느낌이 강하다. 그린 주변에선 퍼터로 텍사스 웨지 샷을 하거나 아이언도 굴려서 보내는 게임 노하우가 필요하다. 대체로 오목하게 생긴 벙커들이 분화구나 항아리처럼 조성되어 볼이 굴러가다가 흘러 빠지는 구조다.
듄스 스타일은 볼록한 모래 언덕이 유지되면서 고저 굴곡을 형성하고 그 사이로 벙커도 있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덜 딱딱해 볼을 받아준다. ‘물대’로도 불리는 마람풀이나 페스큐, 억새 등의 길쭉한 풀이 어울려 벙커와 코스의 전체적인 외형을 이룬다. 그래서 듄스는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최근 코스 트렌드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도전적이고 전략적인 코스 레이아웃이 시도될 수 있다. 오늘날의 첨단 코스 조형기술 즉 셰이핑(Shaping)과 끝마무리인 매니큐어링이 발전하면서 마운드 굴곡을 자유롭게 만드는 일도 쉬워졌다.
국내에 듄스를 표방한 코스는 현재로는 두 곳에 불과하다. 2013년 5월에 송도 신도시에 개장한 오렌지듄스는 돌출 매립지인 LNG기지 옆으로 조성된 네모난 부지 가장자리에 조성됐다. 설계가인 강상문 오렌지엔지니어링 대표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 지형을 놓고 링크스와 듄스 스타일을 한참 고민한 끝에 듄스로 밀어붙였다. 평평한 매립지에 마운드와 모래언덕을 조성해 홀 독립성을 살리는 요소로 활용했다.
지난 9월 개장한 춘천의 라비에벨 듄스는 송호 대표가 설계해 ‘마운틴 듄스’로 표방한 코스다. 해안가에 조성되는 듄스가 아니고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산악 듄스로 정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US오픈이 열렸던 워싱턴주의 채임버스베이를 구현했다고 한다.
코스에 나무라고는 11번 홀의 은행나무 한 그루뿐이다. 클럽하우스가 가장 높은 곳인데 여기서 전체 코스가 한 눈에 조망된다. 초록색은 페어웨이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곳은 페스큐를 심은 러프 지역이다. 나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홀과 홀 사이는 마운드가 가른다. 옆에서 골프하는 소리가 들리고 골퍼도 보이지만 듄스 코스에서는 그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전까지 골프장은 한 홀에서 자기들만 있어야 했다. 코스의 ‘독립성’이란 특징은 코스의 필수품이 아니라 이제는 옵션이다. 파크랜드 코스나 마운틴 코스에서 가능한 형태로 넘겨줘도 된다.
나무가 없어서 한 여름에 뙤약볕이 내리쬐면 더울 수 있지만 그건 바다 한가운데서 숭늉 달라는 소리다. 코스를 찾아나선 것부터 태양 아래 살 태울 각오를 하는 일이다. 이 골프장은 그래도 숭늉 달라는 고객을 배려한 때문인지 1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넓은 파라솔 하나를 설치해두었다. 하지만 듄스 코스가 국내에 조금씩 늘어나고 세월이 지나면서 코스의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면 이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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