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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은 완전 코미디야!

미국 대선은 완전 코미디야!

도널드 트럼프는 작고한 행위예술가 앤디 카우프먼의 황당하고 무례하며 예측 불가능한 특성과 많이 닮아
카우프먼은 토니 클리프턴(카우프먼이 만들어낸 가수 캐릭터)을 연기할 때 형편없는 가발과 지저분한 콧수염으로 분장하고 관객들을 모욕했다.
이 이야기가 황당하더라도 참고 읽어주길 바란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행위예술가 앤디 카우프먼이다. 카우프먼은 1984년 폐암으로 사망했고 트럼프는 카우프먼이 세상에 알려지기 이전부터 그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는 시간적·현실적 불가능성은 잊어라. 다만 트럼프는 누군가 꾸며낸 캐릭터이며 행위예술가 앤디 카우프먼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이 이론은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 너무도 황당해서 마치 행위예술처럼 보인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트럼프는 무례하고, 사람들을 이유 없이 모욕하고, 자신의 성기 크기를 자랑하고, 정책을 갑작스럽게 뒤집고, 인종차별적 공격을 일삼는다. 카우프먼은 행위예술을 기이하고 때때로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독특한 인물이었다. ‘포린 맨’이라고 불리는 무능한 코미디언 캐릭터를 연기할 때든 무대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킨 척하는 할머니를 되살리는 시늉을 할 때든. 많은 사람이 트럼프를 토니 클리프턴(카우프먼이 만들어낸 가수 캐릭터)에 비유한다. 카우프먼은 클리프턴을 연기할 때 형편없는 가발과 지저분한 콧수염으로 분장하고 마약에 취한 벅스 버니 같은 목소리로 관객을 모욕했다.

이 이론은 터무니없지만 공감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것은 최신 음모론이며 의미 있는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요소)이다. 이 아이디어는 대통령 선거운동 이전부터 나왔지만(2012년 코미디언 존 멀레이니가 트위터에 ‘트럼프는 카우프먼이다’고 쓴 게 시초다) 올 들어 부쩍 주목 받기 시작했다. 고인이 된 카우프먼이 트럼프의 얼굴 가면을 들고 미소 짓는 모습을 묘사한 디지털 합성 이미지가 인터넷에 떠돌았다. 지난여름에는 배우 돈 치들이 자신의 트위터 아바타를 카우프먼이 트럼프의 보디슈트에서 빠져나오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바꿨다.

멕시코 시티에서 활동하는 과학 저술가 에릭 밴스도 이 이론을 지지한다. 밴스는 2014년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트럼프의 ‘무식한 횡설수설’에 짜증이 났다. “‘이 사람이 우리를 놀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돌이켰다. “그리고 우리를 짜증나게 했던 다른 사람들이 누가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밴스는 트럼프의 태도가 카우프먼의 신경 거슬리는 캐릭터들과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트럼프처럼 논리를 비약시켜 ‘트럼프와 카우프먼이 동일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 있어?’라는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밴스는 블로그에 ‘도널드 트럼프는 세계 최고의 행위예술가다’라는 글을 올렸다. “카우프먼이 클리프턴 연기를 하는 비디오를 한 번만 보면 그 사람이 바로 트럼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밴스는 말한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뻔뻔하고 끔찍한 말을 늘어놓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에게는 그저 농담일 뿐이다. 그 말고 누가 이런 말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난 트럼프가 밤에 집에 들어가서 베레모를 쓰고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들으면서 포스트모던 이론을 논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얼마 전 브리검영대학의 교수를 지낸 에릭 새뮤얼슨은 블로그에 트럼프가 카우프먼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카우프먼이 좋아했던 과한 농담들을 생각할 때 수긍이 가는 이야기”라고 그는 말했다. “카우프먼은 프로레슬러 제리 롤러와 싸운 이야기도 꾸며냈다.”카우프먼의 클리프턴 캐릭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겐 트럼프의 태도가 낯설지 않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무대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마치 클리프턴 같았다”고 카우프먼의 동생 마이클(그 역시 클리프턴을 연기했었다)이 말했다. “걸음걸이와 키, 태도가 매우 비슷했다.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연단으로 걸어가는 모습만 보고도 ‘와, 토니 클리프턴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클리프턴의 팬들은 그와 트럼프의 또 다른 공통점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여성에 대한 태도도 흡사하다”고 밴스가 말했다. 게다가 거들먹거리며 걷는 모습이나 과장된 뉴욕 액센트도 닮았다. “또 트럼프는 클리프턴과 똑같이 입술을 오므리는 버릇이 있다”고 밴스가 덧붙였다. “클리프턴도 트럼프처럼 머리가 보기 흉했다. 하지만 무모하고 갈 데까지 가는 성격은 트럼프가 한 수 위인 듯하다. 카우프먼은 클리프턴 연기를 할 때 사람들을 화를 돋구는 말을 한 뒤에 꼭 한 술 더 뜨는 버릇이 있었다. 그가 무대에 나오면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그런 행동은 재미없다.”

어떤 이들은 트럼프를 카우프먼의 궁지에 몰린 레슬러 캐릭터에 비유한다. 그 레슬러는 링 위에 여성들을 불러올리면서 자신을 이기면 1000달러를 주겠다고 말한다. 카우프먼의 팬인 마이클 제닝스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럼프는 ‘힐(Heel, 미국 프로레슬링 경기에서 흥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악역을 맡는 선수를 지칭하는 속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카우프먼은 힐이 되기를 즐겼다. 폭력적이

고 혐오스런 에너지를 얻는 걸 좋아했다.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선거운동 기간 중 트럼프가 보여준 행태를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

밴스는 ‘트럼프가 카우프먼이다’라는 이론을 믿느냐는 질문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언론인인 그는 그것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이 아니라 전부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밴스는 말했다. “그러면 그냥 웃어넘길 수 있지 않나? (트럼프 같은) 정신 나간 사람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는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밴스는 “카우프먼은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의 이미지를 깨버리지 않고 지켜나가는 데 자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쇼가 끝나고 난 뒤 무대에 나와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한 말은 모두 농담이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무대 밖으로 걸어나갔다.”

카우프먼이 사망한 뒤 그가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죽은 것처럼 꾸며 사람들을 속였다는 소문이 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소문은 그 후 30년 동안 끈질기게 떠돌았다. 그럴 만도 했다. 카우프먼은 자신의 죽음을 거짓으로 꾸며 사람들을 속이는 개그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러다가 희귀한 유형의 폐암에 걸려 사망했다. “카우프먼은 늘 짓궂은 장난을 좋아했다”고 카우프먼의 대학 시절 친구 알 파리넬로가 말했다. “그가 자신의 죽음을 거짓으로 꾸몄을 것이라는 걸 90% 확신한다.”

이 이론은 전설적인 속임수 전문가 앨런 에이블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에이블은 1979년 치밀하게 계획된 속임수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죽었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는 뉴욕타임스를 속여 자신의 부고를 싣게 만든 다음 멀쩡하게 기자회견을 열어 계획대로 사람들을 속여넘겼다는 사실에 흡족해 했다. 카우프먼은 에이블과 친분을 맺고 이 사기극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 속임수의 상세한 부분까지 알고 싶어 했다”고 에이블은 말했다(에이블은 지금 92세다). “난 카우프먼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줬고 그는 그 내용을 메모했다.”

“카우프먼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가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시체를 꼬집어 봤다”고 에이블은 말했다. 하지만 파리넬로는 카우프먼이 수준 높은 명상 전문가였다면서 “명상을 통해 인체의 물리적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 박동을 느리게 만들어 사망 진단을 받아낼 수도 있다.”
트럼프가 카우프먼이라는 이론은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 너무도 황당해서 마치 행위예술처럼 보인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트럼프가 정말 카우프먼일까? 카우프먼의 ‘독점 라이선스 에이전트’인 CMG 월드와이드의 회장 겸 CEO인 마크 로슬러에게 이메일로 그 질문을 했다. 로슬러 회장은 답장에서 ‘축하합니다. 뭔가 대단할 걸 찾아내신 것 같군요’라고 비아냥거렸다.

카우프먼의 옛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연락해 봤다. 로슬러 회장처럼 어이없어 하는 반응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카우프먼을 알았던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매우 흥미를 갖고 기뻐하기까지 했다. 카우프먼의 생애 마지막 몇 해 동안 그와 가깝게 지냈던 프로듀서 밥파가니는 “트럼프가 정말 카우프먼이라면 사상 최고의 개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우프먼은 늘 분노든 웃음이든 솔직한 반응을 원한다고 말했다.”

카우프먼의 동생 마이클은 형의 죽음이 사기극이라는 소문에 관해 말해 달라는 청을 거절했다. “트럼프는 우리 형에게 비유되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자신의 형이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파리넬로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카우프먼은 매우 비정치적인 인물이다. 그는 누구도 어떤 것도 지지하지 않았지만 키 큰 여성은 옹호했다.”

‘트럼프가 카우프먼이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하지만 스톤헨지를 외계인이 만들었다든지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죽였다든지 하는 등의 황당한 이론들처럼 이 이론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듯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둘러싸고 수십 가지의 엉뚱한 설이 나돈다. 트럼프가 고의로 자신의 선거운동을 방해한다, 힐러리 클린턴을 당선시키기 위해 출마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취임은 거부할 것이다, TV 시청률을 노리고 출마했다, 그의 선거운동은 ‘트럼프 TV’ 개국을 위한 무모한 계획일 뿐이다 등등.

이 모두가 트럼프의 선거운동이 아주 정교하게 짜인 풍자극처럼 돌아간다는 증거다.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말이다. 트럼프는 정치 분석가들이 일반 유권자와는 동떨어진 거만한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또 뉴스 미디어의 기계적 중립성을 공격했고 이민 논란의 기저에 깔린 심한 편견을 드러내 보여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화당의 도덕적 파산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화당의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가 멕시코계 연방 판사를 공격한 것이 인종차별주의의 ‘교과서적 정의’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진 않았다. “이번 선거는 정말 이상하다”고 밴스는 말했다. “마치 천재적인 코미디 작가가 쓴 원고를 바탕으로 한 것 같다.”

앤디 카우프먼 공연의 진짜 재미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트럼프를 혐오하는 미국인들 사이에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가장 공포스런 점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를 단지 카우프먼에 비유하는 것은 얼빠진 위로에 불과하다. 그것은 의미 없는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에 나타난 문법처럼 뒤죽박죽이고 예측하기 힘든 세상 말이다.

“이 모두가 한낱 농담이라면 세계 곳곳에서 안도의 웃음 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밴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일 텐데 말이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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