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사의 힐링 상담 | 동료와의 승진 갈등 극복] 선의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미덕
[후박사의 힐링 상담 | 동료와의 승진 갈등 극복] 선의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미덕
룰 존중하는 페어플레이 중요 … 미안함 잊고 말고 도움 줘야그녀에게는 15년 지기 직장동료 A가 있다. 동갑내기이지만 몇 년 먼저 입사한 A는 입사 초기, 그녀가 직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 인연으로 A와 그녀는 15년 간 가장 친한 동료가 되었고, 이젠 동료를 넘어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입사 초기 1년간 같은 팀에서 근무한 것을 빼고는 그동안 근무 부서가 달랐는데, 작년부터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고, 특히 올해는 같은 부서 내 같은 팀에 배치됐다. 그런 환경으로 인해 둘은 회사 내의 어려움과 불만을 더 나누게 되었고, 최근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요즘 번민이 많다. A와 더 친할수록, 깊은 대화를 나눌수록 번민은 배가된다. 금년은 둘 모두에게 장래를 좌우하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올해의 평가가 승진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의 평가 시스템상 같은 팀에 있으면 한 명은 좋은 평가를 받지만, 나머지 한 명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둘 모두 타 팀에 비해 훨씬 더 우수하더라도 그렇다.
그녀는 한 해 상사와의 관계를 잘 유지했다. 이와 달리 A는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연말 좋은 평가는 그녀의 몫이 확실하다. 그런데 아무리 직장생활의 애환이라고 하지만, 가족 같은 친구를 저버리고, 상사를 따르고 있는 나 자신이 싫다.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분명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왠지 서글프고 미안하다. 그렇다고 친구를 생각하다 경쟁에 진다면, 씁쓸해 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관포지교(管鮑之交)란 말이 있다. 깊은 우정을 나타내는 고사성어다. 중국 제나라에서 관중과 포숙은 동업을 했다. 관중이 이익금을 혼자 독차지 했을 때, 포숙은 관중이 가난한 탓이라고 이해했다. 관중이 전쟁에서 3번이나 도망갔을 때, 포숙은 관중에게 늙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 이해했다. 이렇게 포숙은 관중을 끝까지 믿고 도와주었다. 관중은 이렇게 말한다. “나를 낳은 것은 부모지만, 나를 아는 것은 오직 포숙뿐이다.” 우정이란 친구 사이의 정(情)이다. 고운 정 미운 정으로 얽혀진 감정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원치 않지만 친구가 좋아 따라하는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약점을 잘 아는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것이다. 기쁜 우정이란 무엇일까? 서로 이해하고, 서로 믿고, 서로 도와주는 것이다. 슬픈 우정이란 무엇일까? 이해가 오해로, 믿음이 불신으로, 도움이 배신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정은 진실한 대인관계에서만 싹튼다. 사람이 마땅히 갖춰야 할 네 가지 품성에서 온다. 인의예지(仁義禮智), 어진 마음, 부끄러운 마음, 양보하는 마음, 분별하는 마음이다.
기쁨은 좋은 감정이고, 슬픔은 나쁜 감정이다. 아이와 어머니는 하나에서 출발한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낀다. 둘은 분리되면서 감정은 독립된다. 아이는 어머니가 잘 돌봐주면 기쁘고, 내팽개치면 슬프다. 아이에게 어머니는 좋은 사람이다가, 순식간에 나쁜 사람이 된다.
기쁨은 사랑으로 인식되고, 사랑은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발전한다. 슬픔은 미움으로 인식되고, 미움은 죄의식과 수치심을 일으킨다. 아이는 차츰 어머니가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쁜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어른이 된 것이다. 이제, 사랑과 미움을 모두 받아들이고, 죄의식과 수치심을 극복하게 된다.
경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고, 진다고 해서 좋은 사람은 아니다. 누가 내게 나쁜 사람이라고 할 때 “뭐야?” 하면 그는 나쁜 사람이다. 그러나 좀 생각해 보고 “맞다!” 하며 씩 웃는다면, 나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누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 “당연하지!” 하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좀 생각해 보고 “그런가?” 하며 조용히 자리를 뜬다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내가 이겼기 때문에 좋아하고, 남이 졌기 때문에 기쁜 것은 악습(惡習)이다. 내가 졌기 때문에 씁쓸하고, 남이 이겼기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악독(惡毒)이다. 건강이란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해서 기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못해서 아쉬워하는 것이다.
자, 이제 그녀에게로 돌아가자.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선의의 경쟁을 하자. 선의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미덕이다. 되도록 미덕을 행하자. 미덕은 상사에게 잘 보이고, 열심히 일하고, 동료나 부하와 잘 지내는 것이다. 최대한 악덕은 피하자. 악덕은 상사에게 지나치게 아부하고, 잔꾀를 부리고, 동료나 부하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이란 둘 사이에 룰을 존중하고, 승패에 관계없이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아픔을 주어서도, 나에게 상처를 안겨줘서도 안 된다. 어려서 두 편으로 나누어 해 떨어질 때까지 놀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 젊은 시절 이겨도 한 잔, 져도 한 잔 하던 멋진 추억도 있다. 경쟁은 가볍게 임할 때 스포츠지만, 심각해지면 전쟁이 된다. 유사 이래 인간은 둘로 나누어 경쟁하는 가운데 발전해왔다.
둘째, 인생을 길게 보자. 어찌 알겠는가? 내가 잘 되면 친구를 끌어줄 수 있다. 당장 친구가 오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할 수 없다. 언젠가 오해를 풀면 된다. 그동안 친구에게 도움 받은 것을 안 잊으면 된다. 언젠가 도와줄 때가 올 것이다. 인생길이란 처음이자 마지막이자 한 번 가는 긴 여정이다. 당장 좋게 보여도 최악의 포석일 수 있고, 당장 나쁘게 보여도 최선의 포석일 수 있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하늘이 하는 부분이 있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천지(天地)가 영구한 것은 스스로를 위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자. 미안함은 부끄럽고 편치 못한 감정이다. 부끄러움은 수치심을 품고 있고, 편치 못함은 죄의식을 담고 있다. 수치심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고, 죄의식은 인간이해로 승화된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도록 하자. 비웃거나 슬퍼하지 말고 이해하자. “이해하면 사랑할 수 있다.” 미안함은 여린 마음에서 온다. 여린 마음은 타인의 아픔, 사회의 슬픔에 시선을 돌리는 마음이다. 아픔을 수용하면 사랑을 느끼게 되고, 슬픔을 이해하면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사랑과 아름다움이 들어서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여린 마음은 사소한 기쁨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연인과 단 둘이 앉아 있는 시간, 시집을 펼치는 한가로운 시절, 병실에 누워 창 밖을 바라보는 오후, 친구와 차를 나누는 밤, 이 모두 인간 존재의 깊이를 맛보는 순간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귀하고 힘들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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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요즘 번민이 많다. A와 더 친할수록, 깊은 대화를 나눌수록 번민은 배가된다. 금년은 둘 모두에게 장래를 좌우하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올해의 평가가 승진을 좌우할 수 있다. 그런데 회사의 평가 시스템상 같은 팀에 있으면 한 명은 좋은 평가를 받지만, 나머지 한 명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둘 모두 타 팀에 비해 훨씬 더 우수하더라도 그렇다.
그녀는 한 해 상사와의 관계를 잘 유지했다. 이와 달리 A는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연말 좋은 평가는 그녀의 몫이 확실하다. 그런데 아무리 직장생활의 애환이라고 하지만, 가족 같은 친구를 저버리고, 상사를 따르고 있는 나 자신이 싫다.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분명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왠지 서글프고 미안하다. 그렇다고 친구를 생각하다 경쟁에 진다면, 씁쓸해 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관포지교(管鮑之交)란 말이 있다. 깊은 우정을 나타내는 고사성어다. 중국 제나라에서 관중과 포숙은 동업을 했다. 관중이 이익금을 혼자 독차지 했을 때, 포숙은 관중이 가난한 탓이라고 이해했다. 관중이 전쟁에서 3번이나 도망갔을 때, 포숙은 관중에게 늙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 이해했다. 이렇게 포숙은 관중을 끝까지 믿고 도와주었다. 관중은 이렇게 말한다. “나를 낳은 것은 부모지만, 나를 아는 것은 오직 포숙뿐이다.”
이기면 편치 않고 지면 씁쓸하고
기쁨은 좋은 감정이고, 슬픔은 나쁜 감정이다. 아이와 어머니는 하나에서 출발한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낀다. 둘은 분리되면서 감정은 독립된다. 아이는 어머니가 잘 돌봐주면 기쁘고, 내팽개치면 슬프다. 아이에게 어머니는 좋은 사람이다가, 순식간에 나쁜 사람이 된다.
기쁨은 사랑으로 인식되고, 사랑은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발전한다. 슬픔은 미움으로 인식되고, 미움은 죄의식과 수치심을 일으킨다. 아이는 차츰 어머니가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쁜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어른이 된 것이다. 이제, 사랑과 미움을 모두 받아들이고, 죄의식과 수치심을 극복하게 된다.
경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고, 진다고 해서 좋은 사람은 아니다. 누가 내게 나쁜 사람이라고 할 때 “뭐야?” 하면 그는 나쁜 사람이다. 그러나 좀 생각해 보고 “맞다!” 하며 씩 웃는다면, 나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누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때 “당연하지!” 하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좀 생각해 보고 “그런가?” 하며 조용히 자리를 뜬다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내가 이겼기 때문에 좋아하고, 남이 졌기 때문에 기쁜 것은 악습(惡習)이다. 내가 졌기 때문에 씁쓸하고, 남이 이겼기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악독(惡毒)이다. 건강이란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해서 기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못해서 아쉬워하는 것이다.
자, 이제 그녀에게로 돌아가자.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선의의 경쟁을 하자. 선의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미덕이다. 되도록 미덕을 행하자. 미덕은 상사에게 잘 보이고, 열심히 일하고, 동료나 부하와 잘 지내는 것이다. 최대한 악덕은 피하자. 악덕은 상사에게 지나치게 아부하고, 잔꾀를 부리고, 동료나 부하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이란 둘 사이에 룰을 존중하고, 승패에 관계없이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아픔을 주어서도, 나에게 상처를 안겨줘서도 안 된다. 어려서 두 편으로 나누어 해 떨어질 때까지 놀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 젊은 시절 이겨도 한 잔, 져도 한 잔 하던 멋진 추억도 있다. 경쟁은 가볍게 임할 때 스포츠지만, 심각해지면 전쟁이 된다. 유사 이래 인간은 둘로 나누어 경쟁하는 가운데 발전해왔다.
둘째, 인생을 길게 보자. 어찌 알겠는가? 내가 잘 되면 친구를 끌어줄 수 있다. 당장 친구가 오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할 수 없다. 언젠가 오해를 풀면 된다. 그동안 친구에게 도움 받은 것을 안 잊으면 된다. 언젠가 도와줄 때가 올 것이다. 인생길이란 처음이자 마지막이자 한 번 가는 긴 여정이다. 당장 좋게 보여도 최악의 포석일 수 있고, 당장 나쁘게 보여도 최선의 포석일 수 있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하늘이 하는 부분이 있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천지(天地)가 영구한 것은 스스로를 위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잘 되면 친구 끌어줄 수도 있어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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