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예측불허’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예측불허’
IS·나토·북한·핵무기·러시아·아사드·이란에 어떻게 대처할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엄포 또는 캠페인 공약(空約)에 불과할 수 있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칼럼니스트 프란시스코 토로가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어떻게 대응할지 전망을 제시하려다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베네수엘라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게 내 본연의 임무”지만 “특정 상황에서 트럼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내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선 대다수 외교정책 전문가들의 의견이 상당부분 일치됐다. 충동적인 성향의 부동산 재벌, 리얼리티 TV 스타, 스스로 털어놓은 통제불능의 연쇄 성추행자인 그는 외교와 군사 문제에 관해 앞뒤가 맞지 않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너무 많이 해 행동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의 우방과 적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관한 특별과외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헨리 키신저는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외교 원로 키신저는 트럼프에 대한 ‘교육기회’를 희망하지만 트럼프의 외교정책 원론 학습기간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나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노림수대로 트럼프가 테러 공격에 반응하리라”는 기대 아래 미국을 먼저 공격할 수 있다.
트럼프가 했던 유명한 말마따나 IS를 “폭격해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거기에 포함될까? 트럼프는 지난 3월 “적어도 우리가 그런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그들에게 주고 싶기 때문에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IS가 우리를 공격하면 당신은 핵으로 반격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시리아의 IS 근거지 “라카에 중간급(300킬로톤) 위력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발사”하면 12만 명이 즉사할 것이라고 한 분석가는 내다봤다. 일본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폭탄 10배 규모로 훨씬 더 적은 이른바 ‘전술’핵만으로도 그만한 사망자를 내고 방사능 열풍을 일으켜 지중해와 남유럽을 향하게 할 수 있다.
유럽인은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유럽의 우방들에 관해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유럽의 군사조직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 그랬듯이 옛 소련 발트해 공화국들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막는 유일한 보루 역할을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토를 가리켜 “한물갔다”고 말했다. 푸틴은 몇 년 전부터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를 상대로 사이버전쟁과 미사일 전진배치 등 위협 공세를 벌여 왔으며 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자들을 후원한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발트해 연안에서 푸틴에 맞서지 못하면 나토는 해체되리라고 본다.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 원의 케빈 배런 편집장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IS·나토·북한·핵무기·러시아·아사드(시리아 대통령)·이란 또는 미군 병력과 첩보인력 규모와 형태에 관해 어떻게 방향을 정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썼다. 오바마 정부 국방장관과 CIA 국장을 지낸 리언 파네타는 지난 11월 9일 CNN 인터뷰에서 “예측하기 힘들다”며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중국의 대미 수출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캠페인 공약을 실천할 경우 파멸적인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 지난 11월 10일 미국 시사잡지 ‘더 애틀랜틱’에 실린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 인터뷰에서 키신저가 한 말이다. 그는 “균형 잡히고 평화로운 세계질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중-미 관계에 달려 있다”며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둘 다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추종자 일부가 바라듯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핵심 이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도전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발언들이 모두 엄포(재벌 사업가 트럼프가 오랫동안 즐겨 구사해온 협상 전술) 또는 트럼프가 뜻하지 않게 당선되자 슬그머니 오리발을 내밀 게 뻔한 캠페인 공약(空約)에 불과할 수 있다. 충격적인 대선 승리 불과 이틀 만에 트럼프는 외교정책 공약의 핵심적인 내용을 철회했다. 그는 선거유세 중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고 그 대신 양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깜짝 놀랄 공약을 내걸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1월 10일 리더십 위기에 휘말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수호하는 “강하고 굳건한” 미국의 방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북한은 선거유세 중 트럼프 진영에 호감을 표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 관영매체에서 그를 “현명한 정치인” “장기적 안목을 지닌 대선 후보”로 불렀다. 남한이 스스로 국방을 책임지도록 발을 빼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의 정책 표준으로 복귀한다 해도 전임자들이 맞닥뜨렸던 것과 똑같은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핵장착 대륙간 탄도탄으로 미국을 공격하는 북한의 역량이 갈수록 강화되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점이다. 지난 3월 뉴스위크의 조너선 브로드 기자가 처음 보도했듯이 미국이 남한에서의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는 대가로 핵 실험을 1년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제의를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했다. 개인적인 모욕과 도발에 민감하기로 유명한 트럼프는 김정은의 독설과 핵실험의 연타를 전임자들만큼 참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그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와 게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거의 모든 외교정책 현안과 마찬가지로 그의 이른바 사업수완을 다룬 다른 저술가의 대필 서적 말고는 어떤 글도 발표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가 어떻게 나올지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핵확산과 억제 문제에서 세계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레이엄 앨리슨은 “핵폭발로 미국인이 지옥을 경험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사람은 군통수권자뿐”이라고 지난 11월 초 더 애틀랜틱 잡지에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충동적일지 성마를지 또는 핵에 문외한인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트럼프는 외교정책 문제와 관련해 한 가지 충동적인(또는 관점에 따라서는 원칙에 입각한)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의 이스라엘 문제 담당 고위 보좌관에 따르면 그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할 계획이다. 예루살렘을 그 유대 국가의 수도로 인정하려는 취지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중동 문제 보좌관은 지난 11월 9일 예루살렘 포스트 신문에 “캠페인 중 약속한 사안이니 어떻게든 지키겠다”며 “미국-이스라엘 관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우파 정치인 중 다수는 그 제안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번 제안으로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보는 팔레스타인 측과 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을 지속하려는 워싱턴 정부의 시도는 사실상 중단된다. 평화협정은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다. 트럼프가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경우 평화로 향하는 문은 어쩌면 영원히 닫혀버리고 만다.
그러나 일부 정통한 관측통은 트럼프가 한국에 관한 입장을 뒤집듯이 그 방안도 금방 포기하리라고 본다. 워싱턴 DC 소재 아랍걸프국가 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시 선임 연구원은 “무려 194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국 정책의 유서 깊고 강력한 전통이 깨진다”며 “미국에서 잠복해 있던, 그리고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일면 중단됐던 논란에 사실상 다시 불을 지피는 격”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트럼프가 제정신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 당국조차 마냥 기뻐할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그들 중 일부는 문제점을 직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지난 2월 워싱턴의 최대 친이스라엘 단체에 “이란과 맺은 피해 막심한 협약의 폐기”가 자신의 “제1 우선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힌 약속도 거둬들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이란 함정들이 페르시아만에서 미국 군함들을 도발할 경우 “바다에서 쓸어버리겠다”는 지난 9월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란 강경파 혁명수비대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으로 금방 확대될 수 있는 전쟁 행위다.
지난 11월 9일에는 트럼프의 고위 군사 보좌관인 마이클 T 플린 장군도 곧바로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주장을 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터키 실력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인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럴 경우 미국의 지원으로 이라크 모술과 라카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쿠르드군과의 관계가 뒤엉킬 수 있다. 플린 장군은 보수파 뉴스 사이트 ‘더 힐’에 “터키 인정을 우선과제로 삼도록 미국의 외교정책을 조정하고 터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망명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터키 앙카라로 송환하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 수용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플린 장군은 주장했다(터키는 귈렌을 지난 7월 실패한 군사쿠데타 음모의 배후로 의심한다). 그러나 에르도안이 광장에서 귈렌을 교수형에 처할 가능성에 트럼프 대통령이 냉정을 되찾아 그 안을 거부할 수도 있다.
또는 그대로 갈 수도 있다. 지난 3월 후보 시절 트럼프가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듯이 말이다. “미국은 뻔히 예측 가능하다. 그러면 불리하다.”
- 제프 스타인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문제에선 대다수 외교정책 전문가들의 의견이 상당부분 일치됐다. 충동적인 성향의 부동산 재벌, 리얼리티 TV 스타, 스스로 털어놓은 통제불능의 연쇄 성추행자인 그는 외교와 군사 문제에 관해 앞뒤가 맞지 않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너무 많이 해 행동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의 우방과 적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관한 특별과외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헨리 키신저는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외교 원로 키신저는 트럼프에 대한 ‘교육기회’를 희망하지만 트럼프의 외교정책 원론 학습기간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나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노림수대로 트럼프가 테러 공격에 반응하리라”는 기대 아래 미국을 먼저 공격할 수 있다.
트럼프가 했던 유명한 말마따나 IS를 “폭격해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거기에 포함될까? 트럼프는 지난 3월 “적어도 우리가 그런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그들에게 주고 싶기 때문에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IS가 우리를 공격하면 당신은 핵으로 반격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시리아의 IS 근거지 “라카에 중간급(300킬로톤) 위력의 대륙간탄도탄(ICBM)을 발사”하면 12만 명이 즉사할 것이라고 한 분석가는 내다봤다. 일본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폭탄 10배 규모로 훨씬 더 적은 이른바 ‘전술’핵만으로도 그만한 사망자를 내고 방사능 열풍을 일으켜 지중해와 남유럽을 향하게 할 수 있다.
유럽인은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유럽의 우방들에 관해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유럽의 군사조직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 그랬듯이 옛 소련 발트해 공화국들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막는 유일한 보루 역할을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토를 가리켜 “한물갔다”고 말했다. 푸틴은 몇 년 전부터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를 상대로 사이버전쟁과 미사일 전진배치 등 위협 공세를 벌여 왔으며 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자들을 후원한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발트해 연안에서 푸틴에 맞서지 못하면 나토는 해체되리라고 본다.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 원의 케빈 배런 편집장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IS·나토·북한·핵무기·러시아·아사드(시리아 대통령)·이란 또는 미군 병력과 첩보인력 규모와 형태에 관해 어떻게 방향을 정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썼다. 오바마 정부 국방장관과 CIA 국장을 지낸 리언 파네타는 지난 11월 9일 CNN 인터뷰에서 “예측하기 힘들다”며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중국의 대미 수출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캠페인 공약을 실천할 경우 파멸적인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 지난 11월 10일 미국 시사잡지 ‘더 애틀랜틱’에 실린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 인터뷰에서 키신저가 한 말이다. 그는 “균형 잡히고 평화로운 세계질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중-미 관계에 달려 있다”며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둘 다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추종자 일부가 바라듯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핵심 이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도전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발언들이 모두 엄포(재벌 사업가 트럼프가 오랫동안 즐겨 구사해온 협상 전술) 또는 트럼프가 뜻하지 않게 당선되자 슬그머니 오리발을 내밀 게 뻔한 캠페인 공약(空約)에 불과할 수 있다. 충격적인 대선 승리 불과 이틀 만에 트럼프는 외교정책 공약의 핵심적인 내용을 철회했다. 그는 선거유세 중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고 그 대신 양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깜짝 놀랄 공약을 내걸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1월 10일 리더십 위기에 휘말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수호하는 “강하고 굳건한” 미국의 방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북한은 선거유세 중 트럼프 진영에 호감을 표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 관영매체에서 그를 “현명한 정치인” “장기적 안목을 지닌 대선 후보”로 불렀다. 남한이 스스로 국방을 책임지도록 발을 빼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의 정책 표준으로 복귀한다 해도 전임자들이 맞닥뜨렸던 것과 똑같은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핵장착 대륙간 탄도탄으로 미국을 공격하는 북한의 역량이 갈수록 강화되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점이다. 지난 3월 뉴스위크의 조너선 브로드 기자가 처음 보도했듯이 미국이 남한에서의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는 대가로 핵 실험을 1년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제의를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했다. 개인적인 모욕과 도발에 민감하기로 유명한 트럼프는 김정은의 독설과 핵실험의 연타를 전임자들만큼 참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그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와 게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거의 모든 외교정책 현안과 마찬가지로 그의 이른바 사업수완을 다룬 다른 저술가의 대필 서적 말고는 어떤 글도 발표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가 어떻게 나올지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핵확산과 억제 문제에서 세계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레이엄 앨리슨은 “핵폭발로 미국인이 지옥을 경험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사람은 군통수권자뿐”이라고 지난 11월 초 더 애틀랜틱 잡지에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충동적일지 성마를지 또는 핵에 문외한인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트럼프는 외교정책 문제와 관련해 한 가지 충동적인(또는 관점에 따라서는 원칙에 입각한)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의 이스라엘 문제 담당 고위 보좌관에 따르면 그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할 계획이다. 예루살렘을 그 유대 국가의 수도로 인정하려는 취지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중동 문제 보좌관은 지난 11월 9일 예루살렘 포스트 신문에 “캠페인 중 약속한 사안이니 어떻게든 지키겠다”며 “미국-이스라엘 관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우파 정치인 중 다수는 그 제안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번 제안으로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보는 팔레스타인 측과 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을 지속하려는 워싱턴 정부의 시도는 사실상 중단된다. 평화협정은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다. 트럼프가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경우 평화로 향하는 문은 어쩌면 영원히 닫혀버리고 만다.
그러나 일부 정통한 관측통은 트럼프가 한국에 관한 입장을 뒤집듯이 그 방안도 금방 포기하리라고 본다. 워싱턴 DC 소재 아랍걸프국가 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시 선임 연구원은 “무려 194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국 정책의 유서 깊고 강력한 전통이 깨진다”며 “미국에서 잠복해 있던, 그리고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일면 중단됐던 논란에 사실상 다시 불을 지피는 격”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트럼프가 제정신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 당국조차 마냥 기뻐할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그들 중 일부는 문제점을 직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지난 2월 워싱턴의 최대 친이스라엘 단체에 “이란과 맺은 피해 막심한 협약의 폐기”가 자신의 “제1 우선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힌 약속도 거둬들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이란 함정들이 페르시아만에서 미국 군함들을 도발할 경우 “바다에서 쓸어버리겠다”는 지난 9월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란 강경파 혁명수비대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으로 금방 확대될 수 있는 전쟁 행위다.
지난 11월 9일에는 트럼프의 고위 군사 보좌관인 마이클 T 플린 장군도 곧바로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주장을 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터키 실력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인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럴 경우 미국의 지원으로 이라크 모술과 라카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쿠르드군과의 관계가 뒤엉킬 수 있다. 플린 장군은 보수파 뉴스 사이트 ‘더 힐’에 “터키 인정을 우선과제로 삼도록 미국의 외교정책을 조정하고 터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망명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터키 앙카라로 송환하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 수용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플린 장군은 주장했다(터키는 귈렌을 지난 7월 실패한 군사쿠데타 음모의 배후로 의심한다). 그러나 에르도안이 광장에서 귈렌을 교수형에 처할 가능성에 트럼프 대통령이 냉정을 되찾아 그 안을 거부할 수도 있다.
또는 그대로 갈 수도 있다. 지난 3월 후보 시절 트럼프가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듯이 말이다. “미국은 뻔히 예측 가능하다. 그러면 불리하다.”
- 제프 스타인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겨울철 효자 ‘외투 보관 서비스’...아시아나항공, 올해는 안 한다
2SK온, ‘국내 생산’ 수산화리튬 수급...원소재 조달 경쟁력↑
3‘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김치 원산지 속인 업체 대거 적발
4제뉴인글로벌컴퍼니,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두번째 글로벌 기획전시
5의료현장 스민 첨단기술…새로운 창업 요람은 ‘이곳’
6와인 초보자라면, 병에 붙은 스티커를 살펴보자
7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삼성전자 HBM 승인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
8‘꽁꽁 얼어붙은’ 청년 일자리...10·20대 신규 채용, ‘역대 최저’
9'로또' 한 주에 63명 벼락 맞았다?...'네, 가능합니다', 추첨 생방송으로 불신 정면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