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모바일 결제 강국으로 거듭난 중국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모바일 결제 강국으로 거듭난 중국
세계 알리페이 사용자 약 2억 명... 스마트폰 확산,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 등이 배경 피터 틸이 1998년 페이팔을 창업하면서 탄생시킨 간편 결제가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창업 초기 페이팔은 사람들에게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해시키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실리콘밸리 투자자로부터 4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으면서 기회를 잡았다. 2000년대 들어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페이팔은 사업 확장의 전기를 맞았고 2002년 이베이가 15억 달러에 페이팔을 인수한다. 지금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혁명은 페이팔의 스토리보다 더 극적이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12년 무렵부터 중국 모바일 결제는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2015년 10조 위안이 넘었고 올해는 16조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페이가 54%의 시장점유율로 1위,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그룹의 위챗페이가 32%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기반을 둔 위챗페이가 알리페이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위챗페이의 점유율은 20%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32%로 급상승했다. 중국 모바일 결제의 가장 큰 격전지는 춘절 연휴다. 이른바 홍빠오(중국에서는 명절 세뱃돈이나 결혼 축의금을 붉은 봉투인 홍빠오에 넣어서 준다) 전쟁이다. 지난 구정 당일에만 위챗을 통해서 80억개가 넘는 홍빠오가 보내졌고 참가자 수도 4억 명이 넘었다. 홍빠오를 받은 사람은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계정에 연결해야만 받은 돈을 쓸 수 있다. 위챗페이는 홍빠오 행사를 통해서 모바일 결제 이용자수를 늘려왔다. 이에 질세라 올해 알리페이는 중국 CCTV의 설특집 대형 버라이어티 쇼 춘완(春晩)과 독점 계약을 했다. 생방송 동안 알리페이는 시청자 79만 명에게 2억1500만 위안의 홍빠오를 뿌렸다. 당첨자는 1인당 평균 272위안(약 4만6000원)을 받아갔다.
“현금이 없는데, QR코드 스캔해도 되나요?” 요즘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중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모바일 결제를 애용하면서 외출할 때 지갑 대신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됐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사는 펑샨의 일상생활을 들여다 보자.
12월의 어느 날 아침 펑샨은 출근하기 전에 집 앞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7위안짜리 아침식사를 한다. 음식을 받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벽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계산은 끝난다. 펑샨만 현금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9시가 되기 전에 식당주인 장씨의 스마트폰에는 20건이 넘는 입금기록이 표시됐다. 지난 같은 대도시만의 풍경이 아니다. 장씨는 고향인 지양현에서도 두부를 파는 행상이 QR코드를 붙여놓은 걸 봤다. 장씨 식당에서는 고객 중 약 3분의 1이 모바일 결제로 계산한다.
아침을 먹고 나서 펑샨은 차량 공유앱인 디디추싱으로 차를 불렀다. 차비는 당연히 모바일 결제로 지불한다. 하루 일과를 마친 펑샨의 퇴근길. 금요일이라 마트에 들러서 주말 동안의 먹을거리를 사기로 했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161위안이 나왔다.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니 1위안을 깎아준다. 집으로 가기 전에 KFC에 들렀다. 스마트폰 앱으로 할인쿠폰을 찾아서 알리페이로 결제했다. 집에 오는 길에 마주치는 밀크티 가게, 제과점, 군밤행상 어디에나 QR코드가 붙여있다. 게다가 밀크티 가게는 알리페이 결제시 5%를 할인해준다.
집에 돌아온 후 위챗페이에서 500위안을 내일 백일잔치를 준비하는 사촌언니에게 보냈다. 오늘 쓴 돈만 해도 700위안(약 12만원)이 넘지만, 모두 모바일 결제로 지불했다. 지난 주말 재래시장에서 채소 살 때 말고는 현금을 쓴 적이 없다.
우리 기억 속에서 중국은 만만디의 나라였다. 중국은 어떻게 IT강국이었던 한국을 뛰어넘어 모바일 결제 세계 최대 시장이자 핀테크 강국이 된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낙후된 지불결제 시스템이 일익을 담당했다. 한국은 신용카드 등 지불결제 시스템이 발달돼 있어서 카드 한 장만 있으면 현금이 없더라도 불편이 없다. 따라서 신규 진입자인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었다.
중국은 달랐다. 신용등급 산출이 어려운 고객이 많아서 대도시만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았고 중국 전체적으로는 신용카드가 현금을 넘어서는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신용카드는 화이트 칼라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페이의 출현은 많은 중국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낮은 신용카드 보급으로 인한 불편함이 모바일 결제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중국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도 더불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역설적이지만, 기존의 낙후된 서비스가 인터넷을 이용한 O2O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이제 중국에서는 택시를 타기보다는 차량 공유앱으로 차를 부른다. 결제는 당연히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사용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영화표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하다 못해 길거리 노점상에서 군밤을 사먹을 때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치열한 경쟁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이해서 차량 공유앱, 소셜커머스, 식당예약, 영화티켓 구매 영역에서 전방위적인 경쟁을 벌였고 다양한 할인혜택으로 중국 소비자의 모바일 결제를 유도했다.
급성장한 중국 모바일 결제 업체들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알리페이가 대표적이다. 올해 7월 말 기준, 알리페이는 7만개 이상의 해외 가맹점을 확보했다. 3년 안에 100만개 이상의 해외 가맹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주요 목적지인 한국·일본·홍콩에서 알리페이 가맹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알리페이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지분 4%도 가지고 있고, 지난 11월 태국 온라인 결제 업체인 어센드머니에 투자하며 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뿐만 아니다. 2015년 알리페이는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 업체인 페이티엠(Paytm)에 9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0%를 취득했다. 알리페이의 사용자수가 4억5000만 명인데, 이 중 4000만 명이 해외 사용자, 여기에 페이티엠의 사용자 수 1억5000만 명을 합치면 해외 사용자 수만 2억 명에 육박한다. 중국에서 급성장한 알리페이가 이제는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려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은 IT강국으로 거듭난 한국을 부러워했다. 지나친 규제와 제한된 국내 시장으로 국내 기업들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동안, 중국이 우리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이제는 우리가 중국을 부러워할 차례이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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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12년 무렵부터 중국 모바일 결제는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2015년 10조 위안이 넘었고 올해는 16조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페이가 54%의 시장점유율로 1위,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그룹의 위챗페이가 32%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기반을 둔 위챗페이가 알리페이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위챗페이의 점유율은 20%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32%로 급상승했다.
길거리 군밤 행상에서도 간편 결제
“현금이 없는데, QR코드 스캔해도 되나요?” 요즘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중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모바일 결제를 애용하면서 외출할 때 지갑 대신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됐다.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사는 펑샨의 일상생활을 들여다 보자.
12월의 어느 날 아침 펑샨은 출근하기 전에 집 앞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7위안짜리 아침식사를 한다. 음식을 받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벽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계산은 끝난다. 펑샨만 현금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9시가 되기 전에 식당주인 장씨의 스마트폰에는 20건이 넘는 입금기록이 표시됐다. 지난 같은 대도시만의 풍경이 아니다. 장씨는 고향인 지양현에서도 두부를 파는 행상이 QR코드를 붙여놓은 걸 봤다. 장씨 식당에서는 고객 중 약 3분의 1이 모바일 결제로 계산한다.
아침을 먹고 나서 펑샨은 차량 공유앱인 디디추싱으로 차를 불렀다. 차비는 당연히 모바일 결제로 지불한다. 하루 일과를 마친 펑샨의 퇴근길. 금요일이라 마트에 들러서 주말 동안의 먹을거리를 사기로 했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161위안이 나왔다.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니 1위안을 깎아준다. 집으로 가기 전에 KFC에 들렀다. 스마트폰 앱으로 할인쿠폰을 찾아서 알리페이로 결제했다. 집에 오는 길에 마주치는 밀크티 가게, 제과점, 군밤행상 어디에나 QR코드가 붙여있다. 게다가 밀크티 가게는 알리페이 결제시 5%를 할인해준다.
집에 돌아온 후 위챗페이에서 500위안을 내일 백일잔치를 준비하는 사촌언니에게 보냈다. 오늘 쓴 돈만 해도 700위안(약 12만원)이 넘지만, 모두 모바일 결제로 지불했다. 지난 주말 재래시장에서 채소 살 때 말고는 현금을 쓴 적이 없다.
우리 기억 속에서 중국은 만만디의 나라였다. 중국은 어떻게 IT강국이었던 한국을 뛰어넘어 모바일 결제 세계 최대 시장이자 핀테크 강국이 된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낙후된 지불결제 시스템이 일익을 담당했다. 한국은 신용카드 등 지불결제 시스템이 발달돼 있어서 카드 한 장만 있으면 현금이 없더라도 불편이 없다. 따라서 신규 진입자인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었다.
중국은 달랐다. 신용등급 산출이 어려운 고객이 많아서 대도시만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았고 중국 전체적으로는 신용카드가 현금을 넘어서는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신용카드는 화이트 칼라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페이의 출현은 많은 중국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낮은 신용카드 보급으로 인한 불편함이 모바일 결제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중국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도 더불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역설적이지만, 기존의 낙후된 서비스가 인터넷을 이용한 O2O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이제 중국에서는 택시를 타기보다는 차량 공유앱으로 차를 부른다. 결제는 당연히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사용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영화표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하다 못해 길거리 노점상에서 군밤을 사먹을 때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치열한 경쟁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이해서 차량 공유앱, 소셜커머스, 식당예약, 영화티켓 구매 영역에서 전방위적인 경쟁을 벌였고 다양한 할인혜택으로 중국 소비자의 모바일 결제를 유도했다.
급성장한 중국 모바일 결제 업체들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알리페이가 대표적이다. 올해 7월 말 기준, 알리페이는 7만개 이상의 해외 가맹점을 확보했다. 3년 안에 100만개 이상의 해외 가맹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주요 목적지인 한국·일본·홍콩에서 알리페이 가맹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알리페이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지분 4%도 가지고 있고, 지난 11월 태국 온라인 결제 업체인 어센드머니에 투자하며 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해외로 눈 돌리는 알리페이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은 IT강국으로 거듭난 한국을 부러워했다. 지나친 규제와 제한된 국내 시장으로 국내 기업들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동안, 중국이 우리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이제는 우리가 중국을 부러워할 차례이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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