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가짜 뉴스에 압도당한 페이스북

가짜 뉴스에 압도당한 페이스북

클릭만 유도하는 정보는 나라에 손해 입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 플랫폼 무너뜨릴 수 있어
이번 미국 대선처럼 선동적인 콘텐트가 페이스북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늘 그러듯이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희한하게 정치에 관한 글은 전혀 없고 친구와 그들의 상태 업데이트만 있다고 상상해 보라. 사막 도보여행을 하면서 일주일 동안 계속 입었던 속옷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는 산뜻한 느낌일 것이다.

가짜 뉴스 문제를 제기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고? 그렇다. 미국 대선 기간 주요 언론사가 생산한 진짜 뉴스보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 등에서 더 많은 관심을 끌어 선거판을 뒤흔들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페이스북 본부를 뒤흔들 폭풍의 시작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은 오염된 정치의 정화조로 변하는 중이다. 모두가 술에 취해 함부로 떠들어 자리를 뜨고 싶은 파티라고나 할까? 물론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페이스북을 모방함으로써 페이스북을 이길 순 없다. 그러나 우리는 페이스북에 난무하는 정치 선전과 가짜 쓰레기 뉴스에 진저리가 나 신선한 다른 무엇으로 눈을 돌릴지 모른다. 바로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의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라이벌이 멋지게 한방 날릴 수 있는 허점이 생긴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 임원진의 대화에 참여한 한 내부자는 익명으로 “가짜 뉴스가 우리 브랜드에 막대한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의 여파가 페이스북의 ‘타이레놀 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82년 미국에서 누군가가 진통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해 이를 복용한 7명이 사망한 사건을 가리킨다. 그 위기로 거대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은 몰락의 길을 걸을 뻔했다(그러나 이례적으로 발빠른 조치로 타이레놀 캡슐이 든 병 3100만 개를 모두 수거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무료로 교환해 주면서 신뢰를 되찾았다).

바로 2년 전을 돌이켜 보라. 미국 대선에서 경선이 시작되기 전이고 페이스북이 ‘세계의 통신사’가 되기를 자처하기 전의 시점을 말한다. 그때까지 페이스북은 SNS로 이름을 떨치며 사용자 10억 명을 자랑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오래 만나지 못한 옛 친구를 쉽게 찾아보고 멀리 떨어진 가족 소식을 알 수 있는 곳이었다. 내 페이스북 계정의 2014년 타임라인을 다시 봤다. 정치와 관련된 게시물은 거의 없었다. 대다수 사용자가 그런 페이스북을 좋아했다. 당시 그들은 친구들에게 정치 관련 게시물을 올리지 말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계속 올릴 경우 그 친구의 게시물을 차단하기도 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 대다수는 친구나 가족과 정치 문제로 언쟁을 벌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온라인으로는 극단적인 싸움을 하고 싶어 할까?

그 후 지난 2년 동안 페이스북은 미디어 사이트로 대담하게 변신했다. 우리의 모든 타임라인에 기사를 덧붙일 수 있도록 언론사들과 계약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에게 기사를 올린 뒤 ‘좋아요’를 표시하고 댓글도 달도록 은근히 부추겼다. 물론 페이스북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흥미를 계속 끌고 최대한 오래 그 사이트에 붙들어 놓아야 한다. 또 사용자가 자신의 피드에 콘텐트를 만들어내거나 주고받도록 해야 한다. 그런 활동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더 많은 사람을 표적으로 더욱 교묘하게 광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페이스북이 광고주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2016 미국 대선에서 기사 내용에 신경 쓰지 않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가 우리 피드에 스며들어오는 것이 예외적인 일은 아니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설정 자체가 사악한 관행을 부추겼다. 사용자가 뉴스 피드를 볼 때 헤드라인만 훑기 때문에 충격적이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를 클릭하고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은 진지한 뉴스보다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기사(clickbait)에 인센티브를 줬다(내가 들은 바로는 의도한 게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됐다). 그런 관행이 계속되면서 ‘가짜 뉴스’가 판칠 수 있는 마당이 펼쳐졌다.

학습 환경에 관한 전문가인 마이크 콜필드는 “우리는 일반적인 콘텐트보다 선동적인 게시물을 공유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각 페이스북 세션은 우리 피드에서 가장 급진적인 믿음을 증폭하는 과정이다. 마케팅 담당자는 그런 점에 착안해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선 선동적인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들은 교묘하게 만들어진 가짜 기사가 가득한 음모론 사이트를 만들어냈다. 그런 가짜 기사는 아주 선동적이기 때문에 클릭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정치 선전의 쓰나미에서 굳이 인과관계를 따진다면 페이스북은 닭에 해당할까 달걀에 해당할까? 확실히 말할 순 없다. 전 세계에서 냉소적이고 분열된 정치를 만들어내는 데 페이스북이 일조했는지, 아니면 추잡한 정치 환경이 페이스북에서 적합한 안식처를 찾았는지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튼 절반은 닭이고 절반은 달걀인 건 분명하다. 그 결과 우리의 페이스북 피드는 극우나 극좌에 치우친 정치 콘텐트에 지배당하고 있다. 게다가 그런 기사는 터무니없는 내용인데도 계속 증폭된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읽고, 댓글을 달고, ‘좋아요’ 또는 ‘싫어요’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또 친구, 가족과 콘텐트를 공유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이렇게 ‘거짓’과 ‘선전’이 가득한 가짜 뉴스가 확산됐고, 일부는 이 가짜 뉴스를 사실로 믿었다.

에머슨대학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주체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를 연구하는 폴 미하일리디스 교수는 선거전 동안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기사 내용이 진실인지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런 기사를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눈길 끄는 표제어를 보면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세계를 둘러보라.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콜롬비아, 필리핀에서도 정치가 갈수록 더 신랄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의존하는 모든 매체는 클릭할 만한 표제어로 그들을 공략한다. 대부분 우리의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하는 내용이다. 모든 추세가 그런 쪽으로 흐르면서 페이스북에는 혐오만 가득해진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치 관련 게시물을 금지할 순 없다. 만악 금지하면 뉴스 매체로서의 지위를 잃어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 바로 이 어려운 문제가 페이스북이 직면한 ‘혁신가의 딜레마’다. [시장 선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의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그치면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후발 기업에 시장 지배력을 잠식당하는 현상을 말한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1997년 출간한 ‘혁신가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처음 사용했다.] 페이스북이 현재의 제품으로 너무 많은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사용자가 수익이 적은 제품을 진정으로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그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이 뉴스 매체로서 수익을 더 많이 올릴수록 주주의 수익 증대 압력이 거센 상장 회사의 입장에선 방향을 바꾸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뉴스 산업은 지난 2년 동안 페이스북의 무지막지한 힘을 개탄했다. 그러나 이제 뉴스가 페이스북의 옥시콘틴(마약성 진통제)이 될 수 있다. 당분간은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겠지만 너무 많이 복용하면 중독돼 폐인이 될지 모른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처음엔 사용자들이 뉴스 피드에서 보는 뉴스의 대부분이 진짜 뉴스라고 강조했다. 가짜 뉴스가 10억여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콘텐트 중 99%는 진짜다. 또 특정 정당에 유리한 날조된 뉴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와 관련 없는 뉴스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날조된 뉴스가 선거 결과를 바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대로 페이스북 뉴스의 99%가 진짜 뉴스라면 1%는 가짜라는 의미가 아닐까? 또 1%가 가짜라고 치면 사용자 한 명이 매주 뉴스 피드에서 보는 500개 표제어 중 5개가 가짜다. 이 가짜 뉴스가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했다면 1%에 불과하지만 더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그런 논란이 일자 저커버그는 지난 11월 19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페이스북은 점증하는 증오 발언과 폭력, 가짜 뉴스에 맞서 싸워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도 최근 “기술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복잡한 문제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것을 방해서는 안 된다. 또 실수로 정확한 콘텐트를 제한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 편집자들이나 알고리즘을 ‘진실의 심판자’로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인정했다. 진실이 무엇인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세기 전엔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이 누구나 인정하던 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내가 어릴 적만해도 한 가정의 어머니는 자동차의 조수석에 앉아 무릎에 아기를 올려 놓고 안전벨트도 매지 않았다. 누군가 그건 정신 나간 행동이며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면 의아한 듯이 쳐다보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라고 반응했을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얼마 전 페루 리마의 APEC 정상회의에서 “가짜 뉴스에 맞서 싸워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를 경고하거나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듯하다. 구글은 지난해 진실을 가려내는 지식 기반의 신뢰 알고리즘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몇몇 대학생은 출처가 의심되는 콘텐트를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FiB’이라는 구글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영국 통신회사 브리티시 텔레컴 출신의 기술전문 컨설턴트인 피터 코크레인은 최근 필자와 대화하면서 자신이 ‘진실 엔진’으로 명명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장치가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가짜일 수 있는 기사를 가려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해결책은 ‘나에게 진실이 당신에겐 진실이 아닐 수 있고, 오늘의 진실이 반드시 내일의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문제를 극복할 순 없을 것이다.

만약 쓰레기 정치 기사를 전부 걸러낼 수 없다면 페이스북은 경쟁업체의 도전에 맞서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SNS가 뉴스 피드를 금지하고 친구간의 연결과 자신의 삶에 더 치중하는 식으로 그 카테고리를 새롭게 정의한다고 생각해 보자. 또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그런 경쟁업체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페이스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PC가 IBM의 비싼 메임프레임 시장을 무너뜨렸듯이, 또는 에어비앤비가 호텔 사업을 잠식하듯이 말이다. 사용자가 그 새로운 SNS에 약간만 관심을 가져도 페이스북은 기세가 꺾일 것이다.

경쟁업체들이 이미 페이스북의 문을 발로 차고 있을지 모른다. 스냅챗의 모회사는 250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기업을 공개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이전에 페이스북에 쏟아붓던 시간의 일부를 스냅챗이 빼앗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처럼 가치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업체들이 아직 뉴스 오염이 없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친구들 사이의 콘텐트 공유와 메신저에 서비스를 국한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은 VR 회사인 오큘러스 VR도 인수했다. 따라서 ‘평행 사이버 세계’에서 SNS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페이스북이 도입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인수한 다른 자산은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산업에서 한 가지 변치 않는 것은 완전 무결해 보이는 초강력 회사라도 어느 시점에선 쇠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IBM·AOL·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이 그 예다. 애플·아마존·구글에도 머지않아 그런 시기가 닥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페이스북의 중대한 고비를 목격하고 있는지 모른다. 페이스북이 정치적인 가짜 뉴스가 서로 경쟁하는 바닥 없는 오수 구덩이 속으로 빠져든다면 많은 이가 배탈이 나 다른 곳으로 탈출할 것이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작년 마약사범 연간 2만명 첫 돌파…10대도 급증

2이창용 총재, ‘BIS 연차총회’ 참석 위해 스위스行

3한국캐피탈,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 16명에 장학금 전달

4넥슨, 신규 PC 게임 ‘프로젝트 로키’ 정식 명칭 ‘슈퍼바이브’로 확정

5SK온, 엑손모빌과 리튬 공급 MOU…美 리튬 최대 10만톤 확보

6해외건설전문가포럼, ‘해외투자개발사업 법률적 타당성조사 공동 세미나’ 성료

7우리은행, 벤처기업에 ‘원비즈플라자’ 무상 제공

8엔비디아 4거래일 만 반등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동반 상승

9미래에셋,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 상장일 개인 순매수 1위

실시간 뉴스

1 작년 마약사범 연간 2만명 첫 돌파…10대도 급증

2이창용 총재, ‘BIS 연차총회’ 참석 위해 스위스行

3한국캐피탈,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 16명에 장학금 전달

4넥슨, 신규 PC 게임 ‘프로젝트 로키’ 정식 명칭 ‘슈퍼바이브’로 확정

5SK온, 엑손모빌과 리튬 공급 MOU…美 리튬 최대 10만톤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