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IS 격퇴전에서 수세에 몰린 유럽 출신들이 귀국해 테러공격 감행할 위험 커져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 폭탄테러 공격이 있고 난 뒤 8개월 이상 지난 지금 벨기에 당국은 새로운 보안 조치로 브뤼셀을 둘러쌌다.벨기에 연방 경찰청장 카터린 드볼(46)은 경계심을 갖고 초초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며칠 전 미국 정보기관이 연말 연휴 동안 유럽에 ‘테러공격의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지만 그녀는 그 한참 전부터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수도 브뤼셀과 그 부근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했다. 브뤼셀의 무슬림 이민자 거주지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의 본거지였다. 지난 3월 브뤼셀 인근 자벤템 국제공항과 도심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32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도 그곳에서 음모를 꾸몄다.
EU 경찰기구인 유로폴도 최근 급진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나 그들의 사주를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가까운 장래에 유럽에서 새로운 테러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폴은 특히 유럽에서 미국의 주도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진행되는 ‘IS 격퇴전’에 참가하는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등이 테러의 우선대상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 폭탄테러 공격이 있고 난 뒤 8개월 이상 지난 지금 벨기에 당국은 새로운 보안 조치로 브뤼셀을 둘러쌌다. 아직 복구 공사 중인 공항과 EU 본부 건물, 나토 국가들의 대사관은 중무장한 군인이 지킨다. 전투 태세를 갖춘 군인들이 브뤼셀의 중앙 기차역과 19세기에 세워진 예스런 쇼핑·식당 구역의 좁은 골목까지 순찰을 돈다. 우아한 힐튼 브뤼셀 그랜드 플레이스 호텔 밖에는 녹색 군용 트럭과 장갑차가 항시 서 있다. 도시 곳곳에 추가로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행인의 얼굴과 자동차 번호판을 촬영한다고 관리들은 말한다.
벨기에의 정부통합위기센터 대변인 페테르 메르텐스는 뉴스위크에 “브뤼셀 거리에 보안 조치가 크게 강화됐다”며 “1년 전과는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진작 그랬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 테러 공격이 발생한 후 국제 싱크탱크인 아시아태평양재단의 사잔 고헬 국제안보 담당 국장은 CNN 방송에 “벨기에는 IS의 유럽 핵심 근거지”라고 표현했다.
지금 유럽은 IS의 사주를 받거나 그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테리리스트들의 공격 표적이다. 그 공격 중 다수는 벨기에에 근거를 둔 과격분자들과 연관됐다. 올 들어 지금까지 서유럽에선 테러 공격으로 129명이 숨지고 약 550명이 다쳤다. 연말까지 파리 테러가 포함된 지난해의 사상자 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CNN의 테러리즘 전문기자 팀 리스터는 “당국은 2010년 벨기에 거주 이슬람 원리주의 살라피파 무슬림이 만든 급진 조직 ‘벨기에를 위한 샤리아(Sharia4Belgium)’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 피해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 조직은 지난해가 돼서야 해체됐다.
유럽에서 유일한 여성 경찰 총책임자인 드볼 청장은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싸우다가 벨기에로 돌아오는 IS 과격분자들의 공격을 우려한다. 이라크의 IS 핵심 거점인 모술과 IS의 수도격인 시리아 라카에서 전투 상황이 그들에게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드볼 청장은 뉴스위크와 가진 독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월 우리가 체포한 테러 용의자는 163명이다.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벨기에에서 시리아와 이라크로 가서 IS에 합류해 싸우던 많은 과격분자가 그곳의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이미 귀국했거나 곧 귀국할 것이다. 그들의 아내와 자녀도 돌아올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그들이 이곳에 돌아오면 어떤 일을 저지를까? 그들이 벨기에 사회에 재통합될 수 있을까?” 지난해 1월 벨기에 경찰은 베르비에의 과격분자 아지트를 급습해 IS 조직원 2명을 사살했다.드볼 청장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에 합류했다가 귀국하는 과격분자들이 경찰만이 아니라 벨기에의 사회기관과 학교에도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벨기에의 주택 조사관들은 누가 어디에 사는지, 주택이나 아파트에 유령 입주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노력을 배가했다. IS에 가담해 싸우면서 주소지에 이름만 올려 놓고 복지 보조금은 친척이 타가는 과격분자를 색출하기 위해서다.
드볼 청장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테러 공격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점은 다른 유럽국이나 미국의 경찰 총책임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안보컨설팅 업체 수판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유럽 출신인 이른바 ‘외국인 전사’ 중 벨기에 출신이 약 465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벨기에는 세계에서 인구 대비 ‘IS 외국인 전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6개월 전 벨기에 내무장관은 국내에서 전투 경험이 있는 이슬람 과격분자 중 테러공격 음모를 꾸밀 수 있는 사람이 무려 10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또 유로폴의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와 벨기에 테러에서 드러났듯이 그들이 동시다발적인 테러공격을 계획할 수도 있고 경찰이나 군 인사 등 상징적인 목표물에 대한 테러공격에서 ‘소프트 타깃’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테러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보고서는 “무차별적인 테러공격은 일반 대중에게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으며, 이처럼 군중을 위협하는 것이 테러의 주된 목적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른바 ‘소프트 타깃’에 집중한다는 것은 전력망이나 핵발전 시설 같은 중대한 인프라가 현재로선 IS에 테러 표적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드볼 청장은 벨기에가 테러공격의 예방과 대응에서 지난해보다 더 잘 준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반대파들은 벨기에의 분리된 국가통치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플라망어(벨기에 북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북부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연방 당국과 지방 관리들 사이에 권역별로 권한을 분할해 부여한 복잡한 시스템을 말한다. 한편 브뤼셀의 몰렌베크와 스하르베크 구역의 북아프리카 이민자 거주지는 IS 조직원 포섭의 중심지가 됐다.
지난해 1월 벨기에 경찰은 베르비에의 과격분자 아지트를 습격해 IS 조직원 2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공격용 AK 소총 4정과 폭탄제조 장비, 경찰 근무복 등을 압수했다. 드볼 청장은 그 사건을 계기로 벨기에 정부가 자생 테러 위협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추가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그 후로 일 진척이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벨기에 태생 IS 조직원들의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법집행 기관과 사회기관이 마련한 새로운 대책에 정부가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우리는 벨기에를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고 확신한다. 첩보부, 정보부, 군, 역내위협 분석센터 등 서로 다른 기관을 통합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됐다. 급진주의와 테러리즘에 대한 세계의 접근법에 관해 모두가 더 많이 알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벨기에의 한 대테러 담당 고위 관리는 그런 조치를 두고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지금 경찰이 모든 아랍인 경범죄자를 잠재적인 IS 위협으로 본다며 그런 상황이 경찰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수백 명이 정밀 감시 대상인데 지금 경찰 인력으로 그들을 전부 감시할 수는 없다.”
드볼 청장은 새로운 보안 조치로 경찰이 추적하는 감시 대상이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테러가 의심되는 모든 사람을 포함시킨 역동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이건 새로운 조치다. 과거엔 그러고 싶어도 못했지만 올해 발생한 테러 때문에 모든 일이 훨씬 빨리 효과적으로 진행됐다.”
인터폴 집행위원회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최초의 벨기에 출신인 드볼 청장은 유럽 대륙의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방면에서 진전은 거의 없었다. 벨기에와 프랑스 출신의 IS 조직원들이 유럽, 특히 동부 유럽의 허술한 국경을 통해 은밀히 귀국한 뒤 테러 음모를 꾸민 경우가 많다. 그 최근의 사례로 지난 11월 20일 프랑스 경찰은 독일 국경 부근의 스트라스부르와 마르세이유에서 테러 용의자들의 아지트를 급습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거기서 파리의 여러 곳을 동시에 공격하려던 음모”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에 따르면 그곳에서 체포된 용의자 5명 중 4명은 북아프리카 출신의 프랑스 국적자, 나머지 1명은 모로코 국적자였다. 당국은 그들이 파리와 브뤼셀의 테러를 감행한 IS 조직원 중 유일한 생존자인 벨기에 태생의 살라 압델슬람과 연계됐다고 본다.
또 지난 12월 7일 벨기에 당국은 2명의 코소보인과 1명의 세르비아인 등 20대 3명을 시리아에서 활동할 IS 조직원을 모집하고 IS를 돕기 위해 기금을 모금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벨기에 당국은 벨기에 전역에서 테러 관련 혐의를 받는 8명을 긴급 체포했다. 브뤼셀의 무슬림 이민자 거주지 몰렌베크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의 본거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그처럼 위협 수위가 높아가는데도 벨기에 당국과 의회는 여전히 관련 법의 사소한 수정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경찰은 테러 공격을 막으려면 그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용의자를 기소하지 않고 24시간 이상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는 법이다. 드볼 청장은 “24시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전자 기기가 문제다. 하루 안에 그 기기에서 증거를 찾아낼 수는 없다.” 스마트폰 1대에만 연락처가 수천 개에 이를 수 있으며, 통화 기록과 사진도 엄청나게 많다. 한 차례 급습에서 그런 기기 수십 대가 압수된다. “그 속에 공격 계획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판사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구금 시간을 48시간으로 연장할 수 있다. 의회는 용의자 구금 시간을 72시간으로 연장해야 할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 논란 많은 문제다. 벨기에인에겐 나치 비밀경찰 게슈타포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에 그곳의 법은 경찰 활동에 엄격한 제한을 가한다. 드볼 청장은 “구금 시간을 72시간으로 연장한다고 해서 증거 확보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위협 수준을 볼 때 경찰 활동에 가해지는 제약을 완화하는 것이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다른 문제도 있다. 벨기에 연방 경찰은 민간인을 비밀 요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 형사는 돈을 지불하고 제보자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세포 조직의 구성원과 책임자를 알아내고 그들의 음모를 적발하기 위해 위장침투할 수 있는 요원은 정식 공무원뿐이다. 그래서 현재 그 역할은 민간·군사 정보기관으로 위임되고 있다.
북아프리카 이민자 거주지에서 그곳 출신을 경찰로 선발한다고 해도 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벨기에 연방 경찰의 대테러 책임자(익명을 요구했다)는 “몇 년 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경찰을 선발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헛수고였다. 아랍인 경찰관은 아랍인 구역에서 절대 환영 받지 못한다.”
벨기에의 무슬림 구역에서 청년의 실업률은 약 40%에 이른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이민정책연구소의 2012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벨기에는 다른 유럽국에 비해 제3국 출신의 노동시장 통합 비율이 아주 낮다.
그 보고서는 벨기에의 관대한 실업 수당도 아랍인의 노동시장 통합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브뤼셀의 택시 기사 누구에게나 물어보라(그들 대다수는 아랍인인 듯하다). 그들은 너무도 많은 젊은 무슬림이 미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IS의 포섭 홍보물에 혹하기 쉽다고 말한다.
프랑스 정보요원 출신으로 유럽전략정보안보센터(ESISC)의 공동설립자인 클로드 모니케는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몰렌베크를 “무정부 구역”이라고 불렀다. 드볼 청장은 “일부 지역은 살기가 너무 어려워 권위에 대한 신뢰가 아예 없다”고 인정했다. “어떤 곳에선 이민 2, 3세대가 이전과 달리 부모나 조부모의 권위마저 인정하지 않는다.”
그 문제는 경찰이 해결할 수 없다. 부모와 교사, 사회복지사가 범법자를 색출하고 앞으로 문제를 일으킬 아이를 관찰하며 성공을 원하는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드볼 청장은 벨기에 사회가 오랫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체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렇게 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 지금 당장 손써야 한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우리 모두의 문제다. 우리 모두가 사회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할 시점이 왔다.”
- 제프 스타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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