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F1 팀, 착용형 생체측정 기술과 빅데이터 활용해 바퀴 4개 교체에 걸리는 시간 3.5초에서 1.92초로 줄여 윌리엄스 팀은 착용형 생체측정 모니터의 개발, 첨단 연출, 수천 번에 이른 연습의 결과로 피트스톱 신기록을 세웠다.1.92초―. 지난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 시티 서킷에서 열린 2016 유럽 그랑프리에서 윌리엄스 포뮬라원(F1) 팀이 바퀴 4개를 갈아끼우는 피트스톱(pitstop: 경주 중 재급유, 타이어 교체, 장치 조정을 위해 잠시 정차하는 것을 말한다)에 걸린 시간이다.
1.92초는 F1 경주에서 피트스톱 최고 기록이다. 피트스톱 시간을 3.5초에서 1.92초로 당긴 것은 그 차이가 눈 깜빡할 사이에 불과하지만 3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과 착용형 생체측정 모니터의 개발, 첨단 연출, 매 시즌 수천 번에 이른 연습의 결과다.
2013년에만 해도 윌리엄스 팀의 피트스톱 시간은 가장 느린 편에 속했다. 바퀴 4개를 3.5초만에 갈아끼우는 것만해도 대단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윌리엄스 팀은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피트스톱을 할 때마다 천금 같은 시간을 낭비했다. F1 경기에선 대단히 큰 결점이다. 그래서 윌리엄스 팀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시작했다.
생체측정 기술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움이 컸다. 윌리엄스 팀은 300개의 센서가 경주 1회 당 차량에 관한 데이터를 60기가바이트(GB)나 생산하지만 정비사들이 그런 자료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랩타임을 100분의 몇 초 줄이기 위해 경주차의 모든 측면이 기록되고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되지만 피트의 정비사는 아무런 생각 없이 타이어를 교체한다. 뭔가 잘못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석하는 시스템은 아예 없었다.
윌리엄스 팀은 그 문제를 해결하고 과거의 우승 영광을 되찾기 위해 겜마 피셔를 발탁했다. 피셔는 ‘인적수행(human performance)’ 전문가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피트의 정비사들이 팀 내부의 소팀이라면 피셔는 그 정비사들이 정신적·신체적으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치하는 감독이다.
윌리엄스 공장에서 피셔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F1 경주 일정은 아주 빡빡하다. 연간 경주가 21차례나 되고 테스트가 5회, 거기다 장거리 비행과 하루 18시간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된다. 나스카르 같은 경주는 전문 피트 요원이 따로 있지만 F1 경주에선 실제 정비사가 피트를 맡아야 한다. 대개 그들은 과로로 지쳐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우리는 피트스톱 시간을 2초 아래로 줄이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영국 옥스퍼드셔의 윌리엄스 공장과 각 서킷에서 피트 정비사는 피트스톱을 신속히 처리하고 뭔가 잘못됐을 때 침착하게 대처하기 위해 정신적·심리적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윌리엄스 팀도 다른 팀처럼 계약에 따라 일주일에 여러 차례 체육관에서 운동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경주 동안 매번의 피트스톱은 카메라 3대로 기록된다. 피셔는 각자가 맡은 일을 신속하고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코치하기 위해 그 영상을 철저히 검토한다. 연습할 때는 각자 헬멧에 액션 카메라 고프로까지 부착해 전 과정을 촬영하지만 실제 경주에선 카메라 장치 착용이 금지된다.
그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셔는 피트 정비사에게 자세와 새 타이어를 잡는 방법 등을 바꾸라고 조언할 수 있다. 그녀는 정비사가 차고에 있는 좌석에서 피트레인까지 이동하는 동선도 살핀다. 순간적으로라도 신경 쓰이게 하는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서다. 모든 피트스톱과 동작은 최대한 간단하고 효율적이도록 철저히 사전 연출된다.
피트 정비사는 심박, 호흡률, 동작,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가슴에 피트니스 트래커를 착용한다. 그 데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버에 올려져 IT 회사 애버네이드가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디지털 대시보드로 윌리엄스 팀에 전송된다. 심박과 스트레스 수준의 급속한 상승(주로 느린 피트스톱 다음에 생기는 현상이다)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표시다.
공장에서 윌리엄스 팀은 피트스톱에서 정비사 각자에게 바퀴가 어떻게 접근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테스트 장비를 개발했다. 정비사 3명(떼어내고 붙이고 고정시키는 데 각각 1명씩 필요하다)이 타이어 교체를 위해 대기하는 곳으로 타이어가 부착된 바퀴 허브를 유압 장치를 이용해 6m 이동시킨다. 그 장치는 각 바퀴를 담당하는 4개의 소팀 각각을 테스트하도록 설정될 수 있다. 드라이버가 너무 빠른 속도로 차를 몰고 들어와 정해진 위치를 놓치면 전체 팀이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가정해 그 장치가 움직이는 속도와 멈추는 장소를 컴퓨터로 자동 조정한다.
윌리엄스 팀의 정비사들은 서킷과 공장에서 매 시즌 약 2000번의 연습을 한다. “경주의 승패는 기본적으로 피트스톱으로 결정된다”고 피셔가 말했다. “피트 정비사는 신체적으로도 강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사소한 실수도 해선 안 된다는 스트레스와 압박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세계의 언론이 지켜본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심적 부담이 아주 크다.”
피셔는 자신이 처음 윌리엄스 팀에 왔을 때를 돌이키며 “3년 전엔 우리의 잠재력이 얼마나 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엔 피트스톱 3초로 만족했다. 2초 아래로 당기라는 얘기를 하면 조롱 받았다. 하지만 1년도 못 가 우린 늘 어떻게 하면 2초 이하로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윌리엄스 팀은 올해 처음으로 피트스톱 2초 미만을 달성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 서킷에서 열린 2016 유럽 그랑프리에서 1.92초에 바퀴를 갈아 세계 기록을 세웠다. 드라이버 없이 서 있는 차를 대상으로 하는 연습에선 윌리엄스 팀이 1.25초까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피셔는 내년에 더 크고 무거운 타이어가 F1 경기에 도입되면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약 2.5㎏이 더 무거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제조사 피렐리는 아직 그런 사실을 각 팀에 확정해서 통보하지 않았다.
피셔는 매 경기에서 어떻게 피트스톱이 분석되고 개선되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경주 후 데이터와 동영상으로 피트스톱의 모든 요소를 검토할 때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철저히 점검한다.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당시에는 정비사들이 알지도 못한다. 다음 경주가 다가오면 우리는 함께 모여 동영상을 보고 데이터를 검토하며 오류의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최선의 방안을 찾는다.”
피셔는 윌리엄스 팀이 지금으로선 생체측정, 착용형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의 표면만 건드리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겉만 핥는 식이다. 우리는 이번 겨울 동안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패턴을 찾아내고 바람직한 피트스톱과 지양해야 할 피트스톱을 이끌어내는 생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착용형 기술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서 앞으로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도구다.”
- 앨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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