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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은 죽지 않았다] 반이민 정서 확산에도 성공 사례 이어져

[아메리칸 드림은 죽지 않았다] 반이민 정서 확산에도 성공 사례 이어져

포브스 선정 400대 부자 중 10%는 이민자 출신... 핵심은 창업가정신
“아이들에게 절대 물려줄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포자기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미안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더글라스 리온 세콰이어 캐피탈 파트너는 이민자 정신을 3대째 물려주고 있다. 1968년 이탈리아를 떠나올 때 리온은 중학생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리온의 부모는 아들이 ‘유럽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사회계층의 상향이동’이 가능한 삶을 살기 바랐다. 코넬대학에 입학한 리온은 컬럼비아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그는 “미국 유학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며 “부모님은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이런 정신을 분명 나에게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이 내 삶의 전환점”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는 6세 때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다.
지난해 말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의 400대 부자 중 10% 이상은 리온과 같은 이민자 출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포브스 400대 부자 중 42명은 21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귀화시민이다. 포브스는 “귀화시민이 미국 전체 인구의 6%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대단한 성과”라며 “창업가의 성공이라는 잣대로 측정한 아메리칸 드림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다”라고 평가했다. 400대 부자 중 2세대 이민자는 57명이다. 포브스는 “2세대 이민자는 400대 부자 전체의 14%를 차지한다”며 “이민자 세대의 헝그리 정신이 적어도 1세대 동안은 지속된다”고 촌평했다. 18세 이상 미국 시민 중 2세대 이민자의 비율은 약 6%다.

10년 전 포브스 400대 부자에서 이민자의 수는 35명이었고, 20년 전에는 26명, 30년 전에는 20명에 불과했다. 국부유출, 안보위협 등 이민자를 겨냥한 온갖 정치적 수사에도, 경제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이민자의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나라다. 2016년 퓨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민자가 근면함과 재능으로 미국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믿는 미국인이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이민자를 “미국의 짐”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33%였다.

근면함과 재능을 갖춘 이민자 중 실제 큰 성공을 이룬 이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상당수는 고국을 탈출해 미국으로 왔다.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의 가족은 세르게이가 6살이 되던 해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왔다. 세계 어디를 가든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었지만 더 많은 기회를 찾아 미국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모터스 창업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립학교에 다녔으며, 루퍼트 머독(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의 부친은 호주에서 신문사를 경영하며 기사 작위를 받기까지 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eBay)의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아르는 프랑스 파리 출생으로 아버지는 외과의사였고, 어머니는 언어학자였다.

배경은 다르지만, 이민자 출신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미국 카우프만 재단에 따르면 이민자는 미국 태생의 미국인에 비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확률이 2배가량 높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스스로 리스크를 감내하기로 결정하는 이민이라는 행위 자체가 창업가정신을 내포한다는 뜻이다. 유대인인 샘 젤(이쿼티그룹 인베스트먼트 회장)의 부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침공을 피해 폴란드를 떠나 미국으로 왔다. 샘 젤은 “아버지는 미국에 가면 길거리가 금으로 뒤덮여 있다고 말하곤 했다”며 “아버지와 가족이 미국으로 와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사는 행운을 누리는 것에 대해 한시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샘 젤은 사모투자 그룹 이쿼티그룹 인베스트먼트를 경영하며 시카고 트리뷴, LA타임스 등을 운영하는 미국의 미디어 기업 트리뷴의 소유주다.
 성취지향형 사회 분위기 영향
1세대 이민자의 ‘헝그리 정신’은 2세대 이민자에게 도전을 향한 무한한 기회를 누리게 한다. 유튜브로 백만장자가 된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셸 판 IPSY 창업자가 대표적인 예다. 그녀의 부모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베트남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 도박 중독이었던 아버지는 판이 6살 때 자취를 감췄다. 어머니가 두 번의 이혼을 한 뒤에는 좁아터진 아파트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하는 처지가 됐고, 정부의 식량 보조로 살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15살이 되었을 때 판은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상상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껏 멋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돈과 시간이 많은 여유 있는 삶에 대한 글이었다. 2007년 블로그 독자 2명이 미셸의 화장 기술을 알려 달라 요청했고, 미셸은 자신만의 화장법을 담은 7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며 1인 미디어로 성장했다. 로레알에서 자신만의 메이크업 라인이 있고, 소셜 미디어에서 아티스트를 홍보하는 벤처를 세운 그녀는 이제 리얼리티 TV 제작사 엔드몰(endemol)과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채널을 개국하기로 계약했다. 판은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심리학자인 토리 히긴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의 사회 분위기와 양육 환경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인생은 도전이다, 열심히 공부하면 보상받는다는 성취지향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들은 아이와 세상은 무서운 곳,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안정지향적 메시지를 듣고 자란 아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히긴스 교수는 “미국인의 경우 65% 정도가 성취지향형이고, 한국·중국은 65% 정도가 안정지향형”이라며 “이는 각 사회가 도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보기술(IT) 발달은 이민자의 성공 공식을 더욱 간결하게 만들고 있다. 첫째,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간다. 둘째, 미국과 미국이 제공하는 기회(장래 배우자 포함해)를 사랑하게 되고, 졸업 후 미국에 체류하며 미국에서 받은 교육을 활용해 창업가정신을 발휘한다. 이민자정책연구소(Migrant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25세 이상의 이민자 중 30%가 학사 혹은 그 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출생 성인인구에서 볼 수 있는 수치와 거의 맞먹는다. 포브스는 “이민자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현대사회에서 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인 이공계를 전공한다”며 “2011년 특허출원 기준 미국 상위 10개 대학에서 창출한 특허 중 4분의 3가량은 이민자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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