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머스탱을 꿀꺽 삼킨 괴물 자동차

머스탱을 꿀꺽 삼킨 괴물 자동차

미국인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국민 머슬카 카마로의 50년을 돌아본다
1967년형 카마로. 쉐보레 마케팅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전체 자동차 모델 중 카마로 팬들이 가장 극성스럽다고 말한다.
카마로는 화산에서 탄생했다. 50년 전 그 머슬카(크고 힘센 고성능 차)의 첫 TV 광고를 보면 칼데라(화산에 형성된 분지)가 뿜어내는 불길과 용암의 분수 속에서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다. 그 스포티한 쉐보레 모델의 팬들은 아직도 여전히 돈 드레이퍼(1960년대 미국 광고업계를 그린 드라마 ‘매드멘’의 주인공)가 그 광고 카피를 쓸 때 마티니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미국 대중이 쉐보레 카마로의 탄생에 처음 열광한 지반 세기, 뜨거웠던 반응은 식는 단계를 거쳐 해시태그(트위터 주제 분류어)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카마로 TV 광고는 더 이상 방송되지 않는다. 쉐보레 마케팅 팀은 말리부 같은 중형차나 트럭의 TV 광고가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대신 쉐보레는 카마로 마케팅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한다. 이미지 가득한 카마로 페이스북 페이지의 2013년 이용자 참여도 수치가 전체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가장 높았다.

구글에서 ‘카마로 레딧’(팬들이 작성하는 소셜 뉴스 사이트)을 검색하면 카마로의 인기 온라인 포럼 검색 결과가 63만3000건 이상 쏟아져 나온다. 필시 자동차 경주에서 카마로의 인기와 맞춤 차체 덕분인 듯하다. 카마로는 할리우드 스타 카다시안 가족들과의 인연으로도 유명해졌다. 1년 전 셀프 카메라로 유명한 슈퍼 모델 켄달 제너(킴 카다시안의 이복동생)가 1969년 형 카마로 SS 컨버터블 운전석에서 노숙자인 듯한 남자에게 샌드위치를 건네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 유튜브 동영상의 조회 수가 90만 건에 육박했다. 올해 카마로에 자체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깔린 것도 놀랍지 않다.

쉐보레 마케팅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전체 자동차 모델 중 카마로 팬들이 가장 극성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쉐보레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카마로의 ‘필터 버블’(편집된 맞춤 정보의 울타리 안에 갇히게 되는 현상)에 빠질까 경계한다. 골수 수집가 클럽 기반이 나이 들어가는데 새로운 마니아 층은 종종 세대를 건너뛴다. 켄달 제너는 카마로 취향을 아버지 케이틀린 제너에게서 물려받았다 (NBC ‘투나이트 쇼’ 전 진행자 제이 리노의 자동차 수집 시리즈 ‘제이스 거라지’ 최근 회에서 1956년형 콜벳을 쇼핑하는 장면이 나왔다).

청소년들은 비디오 게임과 자동차 모형 완구를 통해 카마로에 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약 600종의 비디오 게임에 등장했다(자동차 완구 브랜드 핫 휠즈의 원조 ‘스윗16’ 중 하나인 68년식 청색 커스텀카 미니어처가 대표적이다). 쉐보레는 지난해 가을 쌍방향 동영상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국의 그래피티 디자인 그룹 아이러브더스트에 디트로이트 인근 카마로 조립공장의 50주년 벽화 제작을 의뢰했다. 어쩌면 이는 포드에 대한 쉐보레의 몇 박자 늦은 대응일지 모른다. 포드는 1932년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에 의뢰해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를 그의 대중 취향으로 묘사한 프레스코 벽화를 디트로이트 미술관 안뜰에 그려 넣도록 했다.

머슬카 카마로는 2002년 판매 부진으로 단종됐다. 하지만 5년 뒤 공상과학 영화 ‘트랜스포머’의 인기에 힘입어 컴백했다.
머스탱이 없었다면 카마로는 그 화산에서 튀어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포드는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에서 중저가의 스포티한 쿠페형 신모델 ‘포니 카’를 일반에 공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기 이름을 딴 포드의 첫 머스탱은 팔콘을 개조해 뒷좌석 크기를 줄이고 트렁크를 덜 눈에 띄게 만들었다. 그해 후반 제임스 본드 영화 ‘007 골드핑거’에 카메오로 등장해 ‘쿨’한 매력이 더해지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첫해 판매대수가 42만 대에 육박했다. 브랜드 신기록이었다.

머스탱은 모방하고픈 차였다. 미시건 주 소읍 출신의 제너럴 모터스(GM) 중역 피트 에스테스가 디트로이트의 쉐보레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비공개로 대항마 개발을 이끌었다. 1966년 여름 팬더라는 모델이 나온다는 루머 속에 회사 홍보 담당자가 알쏭달쏭한 기자 회견 초청 전보를 200명에게 발송했다. “부디 참석해 주셔서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기 바랍니다. 세부 사항은 추후 통보.”

이어 2차 전보가 뒤를 이었다. “‘오토모티브 월드’에서 팬더 퇴치 협회가 6월 28일 처음이자 마지막 미팅을 갖습니다.” 그날 14개 도시에서 ‘팬더 협회’ 지부 모임이 열렸다. 에스테스 국장은 그 뒤 헐린 디트로이트의 스태틀러-힐튼 호텔 무대 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의 발언이 전화기에서 마이크와 앰프를 통해 외지 사람들에게 방송됐다. 사상 최초의 쌍방향 전화회의였다.에스테스는 전화로 팬더와 관련된 온갖 억측에 관해 불평을 늘어놓으며 콜벳, 코베어, 쉐빌, 캐프리스 등 모델 이름을 C로 시작하는 쉐보레의 전통을 강조했다. 그의 옆에서는 숏팬츠와 하이힐 차림의 여성 모델 5명이 제각기 초대형 알파벳을 높이 치켜들고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고 있었다. 잠시 후 자리를 바꾸더니 일렬로 서서 ‘CAMARO’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에스테스는 1955년판 불-영 사전을 인용해 카마로가 ‘동료’ 또는 ‘놀이 친구(playmate)’라는 뜻이라며 자동차와 차주가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드 측은 카마로가 실제론 ‘새우 같은 생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설사(loose bowels)’라는 또 다른 스페인어 의미도 튀어나왔다. 에스테스는 카마로가 ‘머스탱을 먹는 작고 포악한 동물’이라고 맞받아쳤다.

머스탱-카마로의 라이벌 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크라이슬러의 후발 머슬카 닷지 차저 입장에선 상당히 유감스런 일이다. 자동차 전문 매체 ‘카 앤 드라이버’는 지금도 비교 리포트에서 머스탱과 카마로를 라이벌로 묘사한다.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이다. “장벽(멕시코 이민 저지 장벽을 비유)을 세워 자동차 모임의 모든 참석자를 머스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의 최근 발언이 카마로-머스탱 관련 밈(meme, 인터넷에서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나 문자 정보)에 추가됐다. 지난해 9월 카마로가 근 2년 만에 처음으로 머스탱을 밀어내고 머슬카 판매 랭킹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9월에 머스탱이 다시 정상 자리를 되찾았다).

1967년 카마로 모델 출시 첫해 22만906대가 팔렸다. 머스탱 판매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카마로는 더 권위 있는 레이스에서 승리했다. 1967년 인디애나폴리스 500 자동차 경주의 페이스카(레이스 출발에 앞서 경주차를 선도하는 차)로 선정됐다. 카마로는 다양한 색깔과 장식으로 맞춤 주문이 가능했다. 트랜스-암 레이싱 경주의 출전 모델로 개발된 특별판 ‘Z28’이 대표적이었다.

카마로는 처음부터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그 반동적인 시대의 머스탱처럼 1967년 식 V6 카마로는 때때로 ‘비서의 차’로 불렸다. 세련되지만 중저가 이기 때문이다. 1967년의 광고에선 선글라스를 착용한 금발이 ‘허거(Hugger)’라는 별명의 컨버터블을 운전했다. ‘허거’는 차가 ‘도로를 바짝 끌어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광고 카피는 여성들에게 ‘어떤 남자든 응할 것이라며 카마로 소유주에게 요구하라고 권한다.

쉐보레의 첫 포니카는 1969년 반문화적 특성의 정점에 이르렀을지 모른다. 우드스톡 콘서트와 희대의 연쇄 살인마 찰스 맨슨의 해인 1969년, 곤조 저널리스트(객관적 보도 원칙에서 벗어난 주관적인 기사로 유명) 헌터 S. 톰슨이 부상했다. 시카고 오토쇼에서 유명 스타들의 패널에 관해 쓴 기사가 월간지 ‘스캔런스 먼슬리’에 실린 뒤였다.

패널은 1968년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 O. J. 심슨, 우상타파적인 쉐보레 중역 존 드롤리언, 금메달 3관왕 스키어인 프랑스의 장-클로드 킬리였다. 이는 아주 진부한 조크를 겨냥한 복잡한 설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상 그것이 핵심이었다. 이들 트리오는 시카고에 불쑥 나타나 카마로의 장점을 찬양했다. 카마로는 프랑스인 스키어 킬리의 이름을 딴 특별판 킬리 Z28까지 선보였다.

1977년 카마로의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머스탱을 추월했다. 영화 ‘리지몬트 연예 소동’에서 스피콜리가 차를 빌려 스프레이로 ‘리지몬트 죽어라’ ‘링컨 짱’이라고 칠한 구겨진 머슬카를 기억하는가? 그게 1978년형 카마로 Z28이었다. 1984년형 베를리네타에는 디지털 속도계와 대단히 사실적인 전자 회전속도계 등 미국 TV 드라마 ‘스타트렉’의 우주선 ‘스타십 엔터프라이즈’ 같은 추가장치가 장착됐다. 회전 신호 레버는 조절 가능한 제어판에 있다. 라디오는 회전 받침대 위에 장착돼 운전자 또는 승객을 향하도록 할 수 있다.

1985년식 IROC-Z의 해에는 필라델피아의 펑크록 밴드 데드 밀크멘이 대사 많은 곡 ‘Bitchin Camaro’를 발표했다. 가사가 입에 착착 감겼다. 1987년 펑크 록 밴드 레이먼스의 노래 ‘Go Lil’ Camaro Go’에서 데비 해리의 백 보컬은 그만큼 호소력이 없었다. 그 무렵 ‘뒤에선 파티, 앞에선 비즈니스’라는 멀릿 헤어컷(머리 좌우는 짧고 뒷부분만 긴 헤어스타일) 유행은 ‘카마로 커트’로 불리게 됐다. 1992년 캘리포니아 주 반 누이스의 쉐보레 조립 공장이 문을 닫고 캐나다로 이전했다.

카마로는 2002년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단종됐다. 하지만 2007년작 공상과학 영화 ‘트랜스포머’가 컴백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영화에선 데버스테이터, 옵티머스 프라임 같은 이름의 말하는 대형 로봇들이 서로 몸싸움과 주먹질하고, 물론 자동차로도 변신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쉐보레 디자인 팀과 공동으로 카마로 겸 외계 로봇 범블비를 개발했다. 영화에선 주인공 범블비의 앙숙인 ‘배드캅’ 로봇이 개조 머스탱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 샤이아 라보프가 빈티지 노란색 차를 운전한 뒤 과거 싸구려 1974년식 카마로까지 갑자기 가격이 폭등했다. 2008년 4분기 5세대 카마로의 제작이 시작됐다.

신형 카마로는 컴백하는 해 판매량에서 머스탱을 앞질렀다. 비슷한 시기에 올터너티브 록 그룹 위저가 ‘Yellow Camaro’를, 애틀랜타 래퍼 영 지지는 ‘Stop Playin Wit Me/My Camaro’를 발표했다. 미국보험범죄국은 보고서에서 2009~2012년 가장 많이 도난당한 ‘스포티’ 카로 5세대 카마로를 지목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2012년 자동차 완구 업체 핫휠즈는 쉐보레와 합작해 2013 핫휠즈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했다(장난감이 아니라 실제 핫휠즈 테마의 자동차). 2013년 아랍에미리트는 중동 국가 최초로 카마로를 경찰차로 채택했다. 두바이 경찰은 지금도 성능을 강화한 SS 모델을 순찰차로 이용한다. 2015년 캐나다 공장에서 마지막 카마로가 출고됐다.

요즘 카마로는 미시건 주 랜싱에 있는 GM의 그랜드 리버 공장에서 조립된다. 회사 관계자 말로는 계절적 판매부진으로 최근 이 공장 근로자 800명을 감원했다. 카마로의 수석 엔지니어 알 오펜하이저는 미국 대선을 탓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우면 고성능 차 같은 신제품 구입을 꺼린다.”

신형 카마로에는 007 스파이 기술이 다수 장착돼 영화 속 무기전문가 Q까지 시샘할 정도다. 부모들은 ‘십대 운전자 모드’를 이용해 청소년 자녀의 주행 속도와 보스 오디오 시스템 볼륨을 제어할 수 있다. 또한 거의 모든 것에 관한 최신 정보를 무선으로 받을 수 있다. 2017 ZL 1LE 카마로 PDR은 주행 기록을 남겨 재생할 수도 있다. 오펜하이저 엔지니어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키를 건네줄 경우 주차원이 몰래 타고 나가 드라이브를 하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1LE의 우주 점액 색상의 변형 모델 크립톤은 오는 2월 출시된다. 자동차 이름을 크립톤으로 지은 이유를 묻자 오펜하이저 엔지니어는 에스테스 국장의 옛날 전술을 따라 짐짓 무표정하게 말한다. “머스탱을 약하게 하지요(슈퍼맨은 출신 행성 크립톤의 광물 크립토나이트에 약점을 갖고 있다).”

- 고고 리즈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전기에 굶주린 AI… 빅테크의 선택은 원자력?

21등 11명 각 25억5천만원...1143회 로또 당첨번호 발표

3‘원초적 자연’ 담은 이영수 개인전, 오는 11월 9일까지 선화랑서 전시

4'성매매 의혹' 최민환 굴욕..."콘서트 무대 뒤에서 연주해라"

5기름값 2주 연속 상승...전국 평균 1593.1원

6'우리 소 어떡하지'...한우농장서 럼피스킨 발생

7말다툼 끝에…한국인 전처 살해한 이집트인 남성 검거

8백종원 회사, IPO 수요예측 잭팟..."투자자들께 감사"

9美 맥도날드 버거 먹고 사망...문제는 '양파'?

실시간 뉴스

1전기에 굶주린 AI… 빅테크의 선택은 원자력?

21등 11명 각 25억5천만원...1143회 로또 당첨번호 발표

3‘원초적 자연’ 담은 이영수 개인전, 오는 11월 9일까지 선화랑서 전시

4'성매매 의혹' 최민환 굴욕..."콘서트 무대 뒤에서 연주해라"

5기름값 2주 연속 상승...전국 평균 1593.1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