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탄소 배출에서 항공 연료의 연소 약 2.5%… 저가항공 등장으로 기존 여행객도 이전보다 비행기 더 많이 타면서 기후변화에는 관심 없어 저가항공 시대가 되면서 ‘지금은 누구나 항공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겨울철의 우울함에서 벗어나 태양이 따스하게 비추는 곳으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그러기 위해선 비행기 여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휴가 계획에 찬물을 끼얹어 미안하지만 기후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여행은 문제가 많다.
첫째, 항공 분야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산업이다. 전 세계에서 매일 석유 500만 배럴이 항공 연료로 소모된다. 항공 연료의 연소가 전체 탄소 배출에서 약 2.5%를 차지한다. 다른 부문의 탄소 배출이 점차 줄어들면서 2050년이 되면 그 비율이 22%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둘째, 말레이시아 국적의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가 선전하는 대로 ‘지금은 누구나 항공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저가항공 시대가 되면서 기존의 여행객도 이전보다 비행기를 더 많이 탄다. 이런 기존과 신규 여행객의 수요 증가로 인해 운항하는 여객기 수가 2035년이면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셋째 문제는 좀 더 환경친화적인 대안(석탄 대신 태양력, 전등 대신 LED 등)이 있는 다른 부문과는 대조적으로 항공산업에선 ‘지저분한’ 등유를 대량으로 태우지 않고는 매일 800만 명의 전 세계 여행객을 움직일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행기의 연료효율성은 갈수록 높아지지만 막대한 수요 증가를 상쇄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진 않다. 전기비행기 개발은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배터리가 같은 무게의 항공 연료만큼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려면 아직 멀었다.
이처럼 항공 여행에 문제가 많은 데도 아주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항공 여행만큼 개별적인 탄소 배출 수준이 높고 빨리 증가하는 인간의 다른 활동은 없지만 우리 대다수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 기여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심지어 주택에도 에너지 효율성 공지가 의무적인 나라가 많지만 항공 여행은 탄소 발자국이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큰데도 대부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럽-호주 왕복 비행은 탄소 약 4.5t을 배출한다. 자동차로 2000㎞ 이상 달려도 배출량이 그처럼 많지는 않다. 세계적으로 항공 여행에 따른 일인당 연간 평균 탄소 배출량은 약 1t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항공 여행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거의 모른다. 그 이유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항공사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환경 영향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다. 환경단체도 이 문제에 관해선 대개 조용하다. 환경단체의 간부들이 국제회의에 참석하느라 비행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상황에서 회원에게 항공 여행을 줄이라고 ‘설교’하면 위선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듯하다.
정치 지도자들도 비행기를 자주 타는 유권자들에게 훈계하기를 꺼린다. 2005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값싼 항공 여행을 자제하라고 주장할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1명도 없다는 뜻이다. 정계의 전략은 그 문제를 항공사들에 맡겨 두고 그냥 잘 되기만 바라는 것인 듯하다.
항공산업은 정치인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유럽연합(EU) 탈퇴 후 미래 경제성장 무대를 찾기 어려운 영국에서도 항공산업만큼은 연간 4~5%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현재 항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의 번잡한 주요 공항에서 비행기를 대놓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항공사는 ‘공항을 지으면 손님은 저절로 몰려온다’는 메시지로 정치인을 유혹한다.
공항으로 여행객이 몰리는 주된 이유는 항공 요금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기차와 자동차 여행은 훨씬 더 비싸다. 소위 ‘시카고 협약’ 덕분이다. 항공산업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1944년 체결된 이 국제 민간항공 협약은 국제 비행에 연료세와 부가가치세 부과를 금한다. 다른 운송 형태의 세금은 1944년 이래 크게 올랐지만 이 협약 덕분에 항공산업은 거의 세금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1990년 이래 상황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비용이 절감되면서 항공 요금은 더 낮아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운과 마찬가지로 항공산업도 특별 지위를 부여 받아 교토·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제외되면서 대신 자체적인 해결책 모색이라는 과제를 받았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오랜 지체 끝에 지난해 드디어 항공기의 탄소 배출 문제를 다루는 조치를 제시했다. 시장에 기반한 메커니즘인 ‘국제 항공산업의 탄소 상쇄·감축 계획(CORSIA)’이다. CORSIA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항공사는 탄소배출량을 할당 받는다. 그 양을 초과하면 다른 부문에서 그 양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전혀 엄격하지 않다. 게다가 10년 뒤에나 발효될 예정이며 탄소세와 달리 수요 억제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항공산업의 환경 영향을 규제하는 것은 아주 복잡한 문제다. 풀기 어려운 문제에선 무시와 무대책이 가장 쉬운 반응이다. 그러나 항공산업이 갈수록 적어지는 탄소배출 감축 재량권을 더 많이 집어삼키기 전에 우리가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항공 여행 횟수를 줄이고, 불가피한 여행에선 탄소 배출 상쇄권을 구입하며, 항공산업이 무한 성장하도록 허용하는 논리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휴가 계획을 세울 때 탄소 영향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탄소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항공산업의 탄소 배출에 관해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한다면 항공사와 정부가 나설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항공 여행에 글로벌 탄소세를 부과하고자 한다면 저가 비행을 권리로 생각하는 시민을 정치인들이 설득해야 할 것이다.
- 로저 타이어스
[ 필자는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환경사회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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