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투자 오딧세이 (1)
서명수의 투자 오딧세이 (1)
증시는 무질서한 데다 불안하고, 통계가 먹히지 않는 괴물이다. 전혀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지고 곧바로 주가가 폭락하는 혼돈의 세계다. 주가는 절대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오직 현재만 존재한다. 어쩌면 인간이 주가를 예측한다는 건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가는 비틀거리면서도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사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는 그 과정을 인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비이성적으로 행동해서 늘 루저가 된다. 어떻게 하면 맛 좋은 수익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저 건너 언덕에 안착할 수 있을까. 이번 호부터 그 해법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한다. 매일 지하철로 출근하다가 그날 따라 택시를 탔는데 교통이 막혀 지각하거나, 열심히 시험 공부를 했지만 자신이 보지 않은 곳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돼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떤 물건을 찾다가 못 찾아서 새 것을 사면 그 물건이 바로 눈에 띄어 속이 상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일수록 더 잘 일어난다. 바로 ‘머피의 법칙’이다. 우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비유한 말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단어는 ‘우연’과 ‘반복’이다. 우연이 어떻게 반복될 수 있을까. 우연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다. 하지만 필연엔 합리성이 있다. 우연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머피의 법칙은 우연의 장난인 셈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어쨌든 인간 행동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행동이란 비이성적이어서 피해가 따른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은 자신이 당황했거나 손해를 본 경험은 머릿속에 오래 남게 되고,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높게 매기는 경향이 있다며 머피의 법칙을 설명한다. 법칙이란 말을 쓰는 것은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성을 내세워 위안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연이 거는 마술에 속지 말아야 한다.
머피의 법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 중 하나가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이다. 주식투자로 수익을 남기려면 쌀 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 이론적으론 아주 간단한 구조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행동은 오히려 거꾸로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내가 주식을 사면 주가가 내리고 팔면 오른다’는 푸념이 나온다. 기관투자가 같은 전문가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선 피하기 힘든 운명이다. 그렇다고 남들도 마찬가지라며 위안을 삼을 수 없다. 재산상의 손실을 입는 것이 반복돼 주식투자에서 발을 빼게 될지 몰라서다. 주식시장은 잠시라도 방심을 허용치 않는 위험한 곳이다. 투자손실은 일상사고,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혼자선 이런 위험한 바다를 헤쳐나갈 수 없다. 집단의 힘을 빌리고 싶어한다. 위험이 닥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있으면 안정감이 생긴다. 위험이 언제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선 남들을 따라 행동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일 수 있다. 또 개인은 집단이 가진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 여행을 할 때 괜찮은 식당을 고르는 확실한 방법은 손님이 많은 곳을 찾는 것이다. 현지인들이 싸고 맛있는 식당을 잘아는 법이니까.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면 그것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그대로 따라 하면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개인은 집단이 답을 알고 있다고 단정짓는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주변의 여러 사람이 정보통신(IT) 주식을 사 돈을 번다면 나도 똑같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명, 두 명 ‘사자!’ 무리에 합류한다. 편승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뒤따른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맛집을 고르는 것과는 다르다. 손님이 많다고 찾아간 식당의 음식 맛이 없다면 기분이 나쁜 것으로 끝나지만 주식투자를 잘못하면 바로 금전적 손실로 연결된다. 누구나 손실을 보는 것은 죽기보다 싫어한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된다면 재앙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작은 사건이나 실수 하나만으로도 주가는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와르르 주저앉는다. 시장은 손실을 피해 빠져나오려는 투자자들로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전 수년간 지속된 호황이 남긴 후유증이었다. 집단적으로 제시된 정보를 대하는 태도도 문제다. 가령 주가가 오르고 시장이 들썩이면 경제신문이나 증권사이트의 구독자가 급증한다. 다 기사내용은 엇비슷하다. 유망 종목, 돈 번 투자자 들에 관한 이야기며 주식 호황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구독자들이 신문을 열심히 읽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는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아예 무시하기도 한다. 주가가 오르고 있는 보유종목에 투자한 자신의 결정을 지지하고 인정해 주는 기사만 골라 읽는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기로 접어들면 이상하게도 경제신문이나 증권 전문지의 인기가 시들해져 구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진다.
실제로 경제신문들은 시장 하락기에 판매가 급감해 골머리를 앓는다. 시장 하락기엔 가치있는 정보가 더 필요한 데도 그렇다. 신문을 끊는 것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의 아픔을 되새김해 주는 기사를 보기 싫어서가 아닐까. 그러다 손실 폭은 더 커지고 결국에는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 심정에 빠진다. 결국 엄청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처분하지만 그 때는 주가가 바닥인 경우가 많아 땅을 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개인들이 이처럼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인지의 모순’에 빠져 재산을 날리는 과정이 대개 이렇다.
거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군중심리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집단에 의지하는 투자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수용공급의 원리로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주식 값이 싼 것은 공급자가 수요가보다 많을 때다. 군중심리를 좇게 되면 주가가 쌀 때엔 사지 못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는 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인데, 대중을 따르는 사람은 그제서야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비싸게 산다. ‘내가 사면 내리고 내가 팔면 오른다’고 한숨짓는 개인투자자가 많은 이유다. 군중심리를 따르다간 손해를 본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투자의 고수들은 군중심리를 가장 경계한다.
세계적인 주식 거부이자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인 워런 버핏은 2000년대 초 IT 버블 시기에 IT 주를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그가 IT버블 붕괴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다. 또 버크셔해서웨이 본사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라는 시골 마을에 있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똑같이 생각하고 믿고 느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 집단의 감정이나 믿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버핏은 월스트리트에서 떨어져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의사결정을 내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여의도 주식시장과 거리를 두는 금융회사가 여럿 있다. 메리츠 자산운용이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그런 곳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서울 북촌에,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성남시 판교에 각각 둥지를 틀고 있다.
주식투자에서 머피의 법칙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인터스텔라> 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 주인공의 딸의 이름이 마침 머피다. 딸은 아버지에게 “왜 내 이름을 머피로 지었어. 머피의 법칙이란 관련이 있는 거야?”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생긴다는 뜻이 아냐. 그냥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의미지. 아빠는 0.1%의 확률로 생길 일이 일어났다 해도 거기에 의미를 두지 않아.”
1. 주식과 결혼하지 마라
사람들은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그 물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당연히 애착을 가지게 된다. 중고품이 거래되는 벼룩시장에선 판매자가 가격을 높게 불러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일반 시장의 상인은 판매상품을 소유물이 아니라 잠시 보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애착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주식은 보유자가 구체적인 물건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단순히 종이 조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보유한 주식을 발행한 회사를 ‘내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사물에 개인적인 감정을 이입할수록 헤어지기 어려운 것처럼, 잘못된 판단으로 구입한 주식의 가격이 자꾸 떨어져도 팔지 못하고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며 희망고문을 하다가 큰 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은 소유하는 물건으로 보지 말고 잠시 머물렀다 다른 사람한테 가는 종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롭다. 그러면 애착이 사라져 쉽게 헤어질 수 있다.
2. 본전 생각을 잊어라
매몰비용은 한번 지출하면 회수되지 않는 비용이라는 개념이다. 경제활동에는 이런저런 비용이 발생하게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엎질러진 물과 같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주식투자에선 원금이 엎질러진 물이다. 내가 마음 먹는다고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한번 투자한 원금에 매달리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이 경우 현명한 처신은 잊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이미 투자한 곳에 계속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잘 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혹 잘못된다 해도 잘 모르는 데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덜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그만둘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투자실패의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까지 얼마를 투자했든 바로 발을 빼야 지혜로운 투자자다.
3. 돈 벌었다고 우쭐대지 마라
투자에 성공한 것은 우연일 뿐인데 우리는 스스로 실력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우연치 않은 수익을 얻은 경우 더욱 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된다. 그러다가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며 극단적 낙관주의에 빠져 위험한 투자에 발을 들여놓는다. 인간은 주변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상대방에게는 불리한 쪽으로 생각해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는 본능이 있다. 그 결과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편향성이다. 주식 투자자들도 대부분 자신이 보통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한다. 그렇지 않다면 주식투자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증시가 호황일 때, 그리고 어쩌다가 투자한 주식이 올랐을 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있는 재산을 다 날리고 한숨의 나날을 보내는 투자자가 셀 수 없이 많다.
4. 손실을 회피하지 마라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이상한 판단을 내린다. 수익은 재빨리 현실화하고 싶고 손실은 최대한 뒤로 미루려는 것이 한 예다.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을 낼 때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를 ‘손실회피 심리’라고 한다. 손실을 피하려다 보면 불안감으로 매매가 잦아지고, 돈을 크게 벌 기회도 놓치고 만다.
손실을 계산할 때도 종목 하나하나만 따지지 말고 포트폴리오 전체를 조망하도록 하자. 매도 찔끔찔끔 자주 맞는 것보다 아프더라도 한방에 그치는 것이 골병 드는 걸 방지하는 방법이다. 또 작은 손실을 큰 수익과 합쳐서 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큰 수익에 작은 손실이 가려져 손실회피 심리를 줄일 수 있어서다.
5. 주가 변동을 자주 확인하지 마라
미 하버드 대학에서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주가 변동 이외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주식과 관련된 분석 기사가 담긴 금융 전문지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실험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주가 변동 외에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첫 번째 그룹이 두 번째 그룹보다 수익률이 훨씬 나았다. 다양한 정보를 접한두 번째 그룹은 그들이 얻은 정보의 중요성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모든 정보가 유용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첩보 수준일 수 있다. 주식에 투자했다면 어느 정도 무심한 편이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주가를 자주 확인하거나 정보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 투자자 자신도 모르게 조급증이 생겨 단기 매매를 하게 되고 성과도 신통치 않게 된다.
서명수 - 중앙일보 심의실 전문위원 겸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관록있는 자산관리 칼럼니스트다.인터스텔라>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기서 주목되는 단어는 ‘우연’과 ‘반복’이다. 우연이 어떻게 반복될 수 있을까. 우연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다. 하지만 필연엔 합리성이 있다. 우연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머피의 법칙은 우연의 장난인 셈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어쨌든 인간 행동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행동이란 비이성적이어서 피해가 따른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은 자신이 당황했거나 손해를 본 경험은 머릿속에 오래 남게 되고,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높게 매기는 경향이 있다며 머피의 법칙을 설명한다. 법칙이란 말을 쓰는 것은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성을 내세워 위안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연이 거는 마술에 속지 말아야 한다.
머피의 법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 중 하나가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식시장이다. 주식투자로 수익을 남기려면 쌀 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 이론적으론 아주 간단한 구조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행동은 오히려 거꾸로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내가 주식을 사면 주가가 내리고 팔면 오른다’는 푸념이 나온다. 기관투자가 같은 전문가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선 피하기 힘든 운명이다. 그렇다고 남들도 마찬가지라며 위안을 삼을 수 없다. 재산상의 손실을 입는 것이 반복돼 주식투자에서 발을 빼게 될지 몰라서다.
‘쩐의 전쟁’과 머피의 법칙
그러나 주식투자는 맛집을 고르는 것과는 다르다. 손님이 많다고 찾아간 식당의 음식 맛이 없다면 기분이 나쁜 것으로 끝나지만 주식투자를 잘못하면 바로 금전적 손실로 연결된다. 누구나 손실을 보는 것은 죽기보다 싫어한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된다면 재앙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작은 사건이나 실수 하나만으로도 주가는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와르르 주저앉는다. 시장은 손실을 피해 빠져나오려는 투자자들로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전 수년간 지속된 호황이 남긴 후유증이었다.
‘인지의 모순’과 군중심리
실제로 경제신문들은 시장 하락기에 판매가 급감해 골머리를 앓는다. 시장 하락기엔 가치있는 정보가 더 필요한 데도 그렇다. 신문을 끊는 것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의 아픔을 되새김해 주는 기사를 보기 싫어서가 아닐까. 그러다 손실 폭은 더 커지고 결국에는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 심정에 빠진다. 결국 엄청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처분하지만 그 때는 주가가 바닥인 경우가 많아 땅을 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개인들이 이처럼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인지의 모순’에 빠져 재산을 날리는 과정이 대개 이렇다.
거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군중심리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집단에 의지하는 투자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수용공급의 원리로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주식 값이 싼 것은 공급자가 수요가보다 많을 때다. 군중심리를 좇게 되면 주가가 쌀 때엔 사지 못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는 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인데, 대중을 따르는 사람은 그제서야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비싸게 산다. ‘내가 사면 내리고 내가 팔면 오른다’고 한숨짓는 개인투자자가 많은 이유다. 군중심리를 따르다간 손해를 본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투자의 고수들은 군중심리를 가장 경계한다.
세계적인 주식 거부이자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인 워런 버핏은 2000년대 초 IT 버블 시기에 IT 주를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그가 IT버블 붕괴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다. 또 버크셔해서웨이 본사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라는 시골 마을에 있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똑같이 생각하고 믿고 느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 집단의 감정이나 믿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버핏은 월스트리트에서 떨어져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의사결정을 내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도 여의도 주식시장과 거리를 두는 금융회사가 여럿 있다. 메리츠 자산운용이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그런 곳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서울 북촌에,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성남시 판교에 각각 둥지를 틀고 있다.
주식투자에서 머피의 법칙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인터스텔라> 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 주인공의 딸의 이름이 마침 머피다. 딸은 아버지에게 “왜 내 이름을 머피로 지었어. 머피의 법칙이란 관련이 있는 거야?”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생긴다는 뜻이 아냐. 그냥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의미지. 아빠는 0.1%의 확률로 생길 일이 일어났다 해도 거기에 의미를 두지 않아.”
[박스기사] ‘머피의 법칙’ 이기는 투자 5계(戒) - 자기 실력 과신 말고 사는 순간 이별 준비
1. 주식과 결혼하지 마라
사람들은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그 물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당연히 애착을 가지게 된다. 중고품이 거래되는 벼룩시장에선 판매자가 가격을 높게 불러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일반 시장의 상인은 판매상품을 소유물이 아니라 잠시 보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애착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주식은 보유자가 구체적인 물건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단순히 종이 조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보유한 주식을 발행한 회사를 ‘내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사물에 개인적인 감정을 이입할수록 헤어지기 어려운 것처럼, 잘못된 판단으로 구입한 주식의 가격이 자꾸 떨어져도 팔지 못하고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며 희망고문을 하다가 큰 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은 소유하는 물건으로 보지 말고 잠시 머물렀다 다른 사람한테 가는 종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롭다. 그러면 애착이 사라져 쉽게 헤어질 수 있다.
2. 본전 생각을 잊어라
매몰비용은 한번 지출하면 회수되지 않는 비용이라는 개념이다. 경제활동에는 이런저런 비용이 발생하게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엎질러진 물과 같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주식투자에선 원금이 엎질러진 물이다. 내가 마음 먹는다고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한번 투자한 원금에 매달리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이 경우 현명한 처신은 잊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이미 투자한 곳에 계속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잘 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혹 잘못된다 해도 잘 모르는 데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덜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그만둘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투자실패의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까지 얼마를 투자했든 바로 발을 빼야 지혜로운 투자자다.
3. 돈 벌었다고 우쭐대지 마라
투자에 성공한 것은 우연일 뿐인데 우리는 스스로 실력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우연치 않은 수익을 얻은 경우 더욱 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된다. 그러다가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며 극단적 낙관주의에 빠져 위험한 투자에 발을 들여놓는다. 인간은 주변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상대방에게는 불리한 쪽으로 생각해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는 본능이 있다. 그 결과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편향성이다. 주식 투자자들도 대부분 자신이 보통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만한다. 그렇지 않다면 주식투자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증시가 호황일 때, 그리고 어쩌다가 투자한 주식이 올랐을 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있는 재산을 다 날리고 한숨의 나날을 보내는 투자자가 셀 수 없이 많다.
4. 손실을 회피하지 마라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이상한 판단을 내린다. 수익은 재빨리 현실화하고 싶고 손실은 최대한 뒤로 미루려는 것이 한 예다.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을 낼 때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를 ‘손실회피 심리’라고 한다. 손실을 피하려다 보면 불안감으로 매매가 잦아지고, 돈을 크게 벌 기회도 놓치고 만다.
손실을 계산할 때도 종목 하나하나만 따지지 말고 포트폴리오 전체를 조망하도록 하자. 매도 찔끔찔끔 자주 맞는 것보다 아프더라도 한방에 그치는 것이 골병 드는 걸 방지하는 방법이다. 또 작은 손실을 큰 수익과 합쳐서 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큰 수익에 작은 손실이 가려져 손실회피 심리를 줄일 수 있어서다.
5. 주가 변동을 자주 확인하지 마라
미 하버드 대학에서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주가 변동 이외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주식과 관련된 분석 기사가 담긴 금융 전문지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실험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주가 변동 외에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첫 번째 그룹이 두 번째 그룹보다 수익률이 훨씬 나았다. 다양한 정보를 접한두 번째 그룹은 그들이 얻은 정보의 중요성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모든 정보가 유용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첩보 수준일 수 있다. 주식에 투자했다면 어느 정도 무심한 편이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주가를 자주 확인하거나 정보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 투자자 자신도 모르게 조급증이 생겨 단기 매매를 하게 되고 성과도 신통치 않게 된다.
서명수 - 중앙일보 심의실 전문위원 겸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관록있는 자산관리 칼럼니스트다.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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