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베트남 호이안

베트남 호이안

하노이와 호찌민시를 제치고 베트남 최고의 관광지로 부각되고 있는 베트남 중부의 작은 마을. 200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호이안 올드 타운은 목조 가옥과 홍등이 강변 풍경과 어우러져 낭만을 더한다.
투본 강변에 형성된 호이안 올드 타운.
베트남 중부에 있는 호이안(Hoi An)은 투본(Thu Bon)강을 끼고 내륙에 형성된 도시다. 인구 12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지만 15세기에는 바다의 실크로드를 지나는 무역항으로 번영을 구가했다. 명나라에서 시작된 바닷길은 멀리 중동과 동아프리카까지 이어졌는데, 아시아와 유럽 상인들이 드나들며 상업과 문화가 교류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상인들이 정착해 생활하면서 베트남 고유문화에 다양한 아시아 색채가 더해졌다. 당시 호이안은 ‘하이포(Hai Pho)’라고 불렸다. 바닷가 마을이란 뜻으로 ‘해포(海浦)’의 베트남식 발음이다. ‘하이’는 성조를 다르게 읽으면 ‘둘’이라는 의미도 되는데, 이 때문에 하이포는 두 개의 마을이란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두 개의 마을이란 당시 호이안에 정착한 중국인과 일본인 거주 지역을 뜻한다.
 바다의 실크로드로 번영 누려
1. 향우회관 중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푸젠 회관. / 2. 재래시장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호이안 시장. / 3. 홍등(랜턴)이 불을 밝히면 호이안의 밤은 낭만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4 호이안을 상징하는 내원교 야경.
19세기 들어 인접한 다낭(Da Nang, 호이안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베트남 중부 최대의 상업도시)으로 상업 중심지가 이전하면서 호이안의 번영은 막을 내린다. 역사의 주인공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호이안은 개발이 아니라 보존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며 200년 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호이안의 올드 타운은 길 다섯 개가 전부다. 길어야 500m 정도 되는 길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호이안은 폐허가 된 유적지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건물의 숫자를 합치면 모두 1,017개나 된다. 좁고 기다란 전형적인 베트남 양식의 가옥들로 기와지붕을 얹어 단아하다. 이끼 낀 담과 잔풀 무성한 기와지붕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중간 중간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에 건설된 콜로니얼 양식의 건물도 눈에 띈다. 호이안의 동양적인 정서에 불쑥 찾아든 이국적인 정취가 색의 변화를 주며 호이안의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낸다.

호이안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곳은 내원교(來遠橋)다. 호이안에 정착한 일본 상인들이 1593년에 건설한 석조 교량이다. 돌다리 위에 나무 기둥과 기와지붕을 얹어 일본풍으로 건설했다. 내원교는 하나의 건축물이라도 하더라도 동양사상에 따라 종교와 신앙을 연관시켰다. 다리 내부에 작은 사원을 건설해 이곳을 드나드는 선박의 안전을 기원한 것이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한적한 아침 거리는 자전거를 타기 좋다.
호이안의 느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고가옥과 향우회관이다. 수적인 우위를 점했던 중국 상인들이 정착해 만든 건물들로 중국적인 색채가 강하다. 패방과 현판을 비롯해 곳곳에 한자가 장식되어 있다. 같은 고향 출신의 상인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기 위해 향우회관도 건설했다. 중화회관(中華會館)을 비롯해 푸젠회관, 광둥회관, 하이난회관 등 중국 남방의 지역적인 특징이 향우회관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바다의 신으로 여겨지는 티엔허우(天后聖母)와 관우(關羽) 동상을 함께 모셔 불교·도교 사원처럼 변모했다. 먼 길을 떠나는 상인들은 이곳에 들려 안전한 항해를 기원했다고 한다.

부유한 상인들이 건설한 고가옥도 호이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주거와 상점 기능을 동시에 해결하도록 설계된 고가옥에는 여전히 가문의 후손이 대를 이어오며 생활하고 있다. 떤끼 고가(進記古家)는 7대 후손이, 풍흥 고가(馮興古家)는 8대 후손이 생활하고 있는데, 방문하면 집안을 안내해준다.

호이안의 매력은 생물처럼 숨 쉬고 있는 공간 그 자체다. 200년이 넘은 목조 가옥들은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기념품 상점, 공방으로 변신했지만, 옛 공간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오래된 가옥들은 좁은 길들과 수많은 길모퉁이에 의해 세분화되어 한 폭의 그림처럼 정적인 아름다움으로 포장된다.

호이안의 삶의 속도는 느리다. 베트남에서 상상하기 힘든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없는 거리가 호이안에 존재한다. 차량 통행을 금지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길을 걷거나 시클로를 타고 풍경을 바라보기 더 없이 좋다. 저녁 시간에는 목조가옥을 장식한 홍등이 불을 밝히면 낭만적인 느낌이 최고조에 달한다. 동남아시아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훌륭한 목조 가옥 마을이란 평가가 결코 헛되지 않아 보인다.

- 베트남=글·사진 안진헌 (아시아 전문 여행작가)

여행메모


가는 길:
한국에서 다낭까지 직항 노선이 매일 취항한다. 다낭 국제공항에서 호이안까지 택시를 타고 30~40분 정도 걸린다. 도착하면 통합 입장권으로 관광 명소 18곳 중 마음에 드는 곳 5곳을 선택해 방문할 수 있다. 입장료는 12만동(약 6천원)이며, 호이안 올드 타운으로 들어가는 길목마다 매표소가 있다.



음식:
아시아 문화가 융합된 호이안의 독특함은 음식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쫄깃한 비빔국수(꺼우라오), 화이트로즈로 불리는 새우만두(반바오반박), 완탕을 변형한 튀김 만두(호안탄)는 호아인 3대 요리로 알려져 있다.



기타 정보:
호이안과 다낭을 포함해 베트남 중부 지방을 한 권으로 묶은 <프렌즈 다낭> 이 중앙북스에서 발간됐다. 여행자의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여행 일정과 가장 핫한 레스토랑까지 2017년 최신 정보를 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2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

3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4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5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6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

7자본시장법으로 '주주 충실 의무' 보장한다…정부안, 여당 협의 후 국회 제출 계획

8김준수 협박해 8억 갈취한 30대 여성 BJ, 끝내…

9'내가 고라니라니' 낚시하다 공기총 기습 '탕탕'

실시간 뉴스

1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2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

3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4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5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