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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중화 원년 되나] 판 깔린 전기차 시장 고객과 ‘찌릿’ 통할까

[전기차 대중화 원년 되나] 판 깔린 전기차 시장 고객과 ‘찌릿’ 통할까

테슬라 진출에 현대차·한국GM·르노삼성 신모델 출시...고급 사양부터 저가 전기차까지 선택 다양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시장을 놓고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 관련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충전소 등 인프라 보급도 빠르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화끈한 보조금 정책을 펴며 시장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다. 특히 한국은 올해가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BMW·벤츠·비야디·닛산 등이 앞다퉈 신차를 출시하고 있고, 테슬라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도 신모델을 앞세워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문이 활짝 열리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취재했다.
하남 스타필드 테슬라 매장에 전시한 모델S.
“이게 정말 300km를 가나요?” “공식 항속 거리는 378km입니다. 충전소를 계속 늘릴 예정이라 걱정하지 말고 타셔도 됩니다.”

테슬라가 3월 15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스타필드 하남에 매장을 열었다. 말로만 듣던 테슬라 전기차를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온 인파로 매장이 가득 찼다. 쇼룸 중앙에는 테슬라의 모델S가 있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2.4초에 불과한 수퍼카다. 반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과 스마트 컨트롤 시스템 같은 최신 기술이 적용된 모델이다. 테슬라 관계자는 “사람들은 전기차를 세컨드카라고 여기지만 모델S는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손색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원년을 맞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링 전기차가 속속 상륙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정부도 다양한 전기차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장이 무르익은 모습이다. 테슬라가 진출한 다음날 현대자동차는 제주도에서 열린 ‘2017 국제 전기 자동차 엑스포’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제형 모델 I트림 출시 행사를 열었다. I트림은 기존 N트림(4000만원)에서 가격을 160만원 낮춘 모델이다. 제주도에서 구매하면 국고 보조금 14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6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 184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지난해 6월 출시했는데 반년 동안 3749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 63.9%에 달하는 기록이다. 올해도 순항 중이다. 2월까지 지난해 판매량의 70% 수준인 2700대 계약에 성공했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은 “가격부담, 충전부담, 방전부담이 없는 차량을 내놔 전기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바꾸겠다"면서 “2020년까지 전기차 4종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3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친환경차 시장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팔린 아이오닉, 멀리 가는 볼트
르노삼성의 전기차 트위지.
현대차가 아이오닉으로 화제를 모은 지 하루 만인 17일에는 한국GM이 볼트EV를 선보였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2017 올해의 차’로 선정된 모델이다. 항속 거리는 383㎞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편의상 2세대 전기차로 구분한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주행거리가 200㎞ 이하인 1세대 전기차만 판매돼 왔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91㎞다.

볼트를 이야기할 때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한국GM에는 한글 표기가 동일한 볼트(Volt)와 볼트(Bolt)가 있다. 지금까지 판매한 차는 볼트(Volt)다. 휘발유 엔진이 장착되어 있지만, 바퀴를 굴리는 데 쓰이지 않고 전기를 발전시키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평소에는 전기충전으로 운행하다 배터리를 모두 소모한 후부터 엔진이 만들어 내는 전기로 운행된다. 이를 특별히 ‘주행거리연장전기차(Extended Range EV·EREV)’로 부르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한 볼트(Bolt)EV는 순수 전기차다.

볼트EV의 미국 시판 가격은 3만7495달러로 수입 때 붙는 세금 등을 감안하면 43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완속 충전시간이 10시간 이하라 보조금 혜택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동일하다. 업계에선 국내 전기차 시장을 놓고 현대와 GM의 두 모델이 격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볼트EV는 한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모델”이라며 “주행거리와 성능면에 있어 한 세대 앞선 모델”이라고 자신했다.
 트위지 3년 만에 국내 진출 성공
한국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EV.
르노삼성도 전기차 신모델을 준비했다. 들고 나온 카드는 트위지다. 도로에서 주행 가능한 최저가 모델이다. 트위지는 1인 혹은 2인이 탑승 가능한 초소형 도심형 전기차다. 3년 전부터 국내 시장을 두드렸지만 인증 과정에서 탈락해왔다. 자동차를 어떻게 분류할지 조건을 찾기 어려워서였다. 지난해 전기차 법안이 개정된 덕에 한국 시장에서 선을 보인다. 보조금도 지원받는다. 일반 전기차는 140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트위지는 초소형 및 저속 전기차용 보조금 575만원을 지원 받는다. 트위지 가격이 1500만원 선이라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600만~8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치킨 배달이나 택배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트위지는 유럽에서 1만8000대가 팔렸는데, 그중 60%가 법인 차량이었다. 무게 474kg의 이 작은 전기차는 최고출력 17마력, 최대토크 5.7kg.m를 발휘한다. LG화학의 6.1kWh급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완충시 100km 주행이 가능하다. 최고속도는 80km/h다. 보조금 지원 소식에 르노삼성은 전기차팀을 기존한 개 팀에서 두 개 팀으로 확장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했다. 트위지는 현재 국내에서 14대가 팔렸다. 렌터카 사업이 활발한 제주도에 10대, KT가 업무용으로 3대, 전기차협회가 1대를 보유 중이다. 르노삼성은 세계 최장 250km 주행거리의 1t 전기 상용차 개발에도 나선다. 지난해 국내 산학연 등과 함께 전기 상용차 개발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르노삼성은 2019년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 LCV&EV 총괄 김진호 이사는 “르노삼성차는 국내 전기차 시장 개척자로 각종 인센티브와 전기택시 보급을 주도해왔다” 며 “초소형 자동차, 1t 상용차로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갖춰 전기차의 외연을 넓히는데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주행거리연장 전기차(EREV)인 ‘코란도C EV’의 장거리 시험주행에 성공했다. 주행코스는 서울 톨게이트를 출발해 부산 톨게이트에 들른 후 천안휴게소로 복귀하는 680km 구간이었다. 최고속도는 100㎞/h로, 거리나 속도 모두 세단 전기차와 대등한 수준을 확보했다고 쌍용차 측은 설명했다. SUV는 차체가 무겁고 커 장거리 주행기술 개발이 어려웠다. 쌍용차는 이번에 개발한 모델의 성능을 보강, 2년 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에 주행에 성공한 모델은 코란도EV로 중형SUV 전기차 개발을 시작한 지 6년 만의 성과”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 2011년 코란도CEV(주행거리 180km), 2012년 코란도C EV(300㎞), 2015년 티볼리 EV(500㎞)를 만들어 냈다.
 정부, 올해 전기차 1만4000대 등록 목표
지난해 한국에서 최다 판매를 기록한 현대 아이오닉 일레트릭.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에선 BMW가 가장 적극적이다. BMW는 소형 전기차인 i3를 앞세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지켜가면서 친환경 시장도 공략 중이다. 최근엔 배터리 용량을 개선한 BMW i3 94Ah를 출시했다. 신모델은 33kWh 용량, 94A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 시, 기존 모델 대비 50%가량 주행 가능거리가 늘어났다. 향상된 배터리 효율을 통해 냉난방 사용조건에 따라 한번 충전에 최대 200km까지 주행이 가능해졌다. 벤츠는 내년을 예고했다. 벤츠 관계자는 “올해 참석 못한 제주전기차 엑스포에서 내년에는 벤츠 전기차 모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인 중국의 비야디(BYD)도 법인 설립을 마치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테슬라가 고급 전기차 시장을 창출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BYD가 저가 시장을 노리는 모양새다.

올해 환경부의 전기차 등록 목표는 1만4000대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 2060억원도 확보했다. 정부는 또 다른 지원책도 준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내년 1월부터 3년간 전기차 충전 요금을 50% 깎아주고 기본요금도 면제해주는 전기차 특례요금제를 도입한다. 정부가 판을 깔아줬고, 기업들은 앞다퉈 신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2017년 한국에서 전기차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박스기사] 전기차 보조금 어떻게 신청하나 - 지자체 보조금은 울릉도가 가장 많아
전기차 보조금은 최대 26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차이가 있고 차종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전기차를 염두에 두었다면 보조금을 어떻게 챙길지 공부해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정부 보조금(1400만원)+지자체 보조금(0~1200만원)’으로 이뤄진다. 보조금은 순수 전기차에만 지급된다.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수소차는 제외다. 대신 하이브리드카에는 100만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에는 500만원, 수소차는 2750만원의 국고보조금이 붙는다.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는 본인의 주소지가 등록돼 있는 자동차 판매점을 방문해야 한다. 구매 신청서와 함께 보조금 신청서류를 작성해 영업사원에 전달한다. 판매점에서는 서류 일체를 지자체에 즉시 제출해 잔여 물량을 확인하고 보조금 대상 여부를 통보한다.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가장 많은 곳은 울릉도다. 정부 보조금 14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1200만원을 합쳐 26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무공해 청정지역이라는 특성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보조금이다. 경기도는 지자체 보조금이 500만원인 곳이 많았다. 일산·분당·용인·의정부·평택·화성·파주 등 경기도 대부분 도시에서 500만원이다. 이곳에서 4000만원인 현대차 아이오닉을 사면 보조금 덕에 21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충남·전북·경북 등은 600만원인 곳이 대부분이다. 경남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300만원인 곳이 많다. 서울은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액수가 미정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방문 또는 온라인 신청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보조금 신청자가 지급 대상보다 많으면 선착순이나 추첨으로 추가 배정하기도 한다. 보조금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개월 이내에 차량대금을 납부해야 한다.

올해 보조금 적용 대상 차량은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차 레이 EV와 쏘울 EV, 한국 GM의 볼트, 르노삼성의 SM3 Z.E와 트위지, 닛산 리프, BMW i3, 파워프라자의 라보 피스 등 모두 9종이다.

지난해 적용 대상에서 스파크 EV가 빠지고 트위지가 들어왔다. 트위지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이 금지되는 ‘저속전기차’로 국고보조금은 1400만원이 아닌 575만원(지자체 보조금 없음)이다. 1억2000만원에 판매중인 테슬라 모델S는 지원금 적용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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