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모기 없는 세상이 온다
[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모기 없는 세상이 온다
매년 2억~4억 명 말라리아·뎅기열 감염 … 유전자 조작 통한 모기 박멸 실험 진행 중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사자? 호랑이? 상어? 아니면 인간? 모두 틀렸다. 정답은 모기다. 지구상에 약 3500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기는 역사상 그 어떤 동물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모기가 죽인 사람의 수는 다른 동물이 죽인 사람 수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전쟁이나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 수도 훨씬 뛰어 넘는다. 지금도 모기에 물려 매년 전 세계적으로 2억~3억 명의 말라리아와 5000만~1억 명의 뎅기열 감염자가 발생한다. 이 중에서 100만 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뎅기열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는데, 지난 50년 동안 발병률이 3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뎅기열은 가벼운 독감 같은 증상에서부터 구역질, 두통, 심하면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유발한다. 오죽하면 뎅기열을 ‘브레이크본 열병(breakbone fever)’이라고 하겠는가. 그 외에도 상피병, 일본뇌염, 황열병 등도 모두 모기가 옮기는 질병들이다. 오늘날과 같은 첨단과학 시대에도 여전히 모기를 어쩌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인간이 갈 길은 먼 것 같다. 지금까지 온갖 방법이 시도됐지만, 한여름 밤의 불청객 모기의 극성은 시도 때도 없이 점점 심해져 간다. 급기야 특정 지역에만 서식하던 모기들이 이제는 팔자 좋게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전 세계로 원정을 나가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이 갈수록 무서워지는 추세다. 요즘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추가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39개국에 고루 퍼지고 있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다. 지카 바이러스는 공포를 부를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임산부가 감염되면 머리와 뇌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소두증 아기를 출산할 수 있고, 팔·다리에서 시작해서 뇌 쪽으로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길랭바레 증후군 같은 낯선 병을 옮긴다. 과연 어떻게 하면 모기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재까지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살충제다. 모기가 알을 낳을 만한 물웅덩이에 살충제를 뿌려 유충(장구벌레)을 없애거나, 살충제 성분을 기체화해 공기 중에 뿌려 날아다니는 성충을 없애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시각적·정서적 후련함에도 어쩌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모기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게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기들이 점점 더 영악해지면서 살충제의 주성분인 피레스테로이드에 내성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 문제다.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최근에 모기를 박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바로 첨단 유전공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과학자들이 만든 생명공학회사 옥시테크(Oxitec)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모기의 개체 수를 급격히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옥시테크 최고경영자(CEO)인 하이든 패리는 모기의 특성을 이용했다고 설명한다.
모기는 생물학적으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오직 암컷만이 흡혈을 한다는 점 (수컷은 식물의 즙액이나 과즙을 먹고 산다), 두 번째는 수컷들은 암컷을 정말 잘 찾는다는 점이다. 옥시테크는 이 두 가지 특징에 착안했다. 우선 수컷 모기를 잡아서 약간의 유전자 조작을 한다. 그리고 자연 상태에 놓아주면 어떻게든 암컷을 찾아 날아갈 것이다. 만약 수컷이 새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짝짓기를 거듭할수록 모기 개체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약 100개, 평생 동안 5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제대로만 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옥시테크는 인구 2000~3000명인 마을을 대상으로 현장 실험까지 마쳤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OX513A’라고 명명된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를 작은 병에 담는다. 다음은 트럭을 몰고 마을을 돌면서 가급적 마을 전체에 충분히 퍼지도록 골고루 놓아주면 된다. 나머지는 수컷 모기 몫이다. 효과는 경이적이다. 옥시테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 케이만 군도, 말레이시아, 브라질에서 이집트숲 모기를 대상으로 총 5차례에 걸쳐 실험을 했는데, 해당 지역의 모기 개체 수를 약 90% 정도 줄였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에 고무된 브라질 정부는 2016년 11월, 옥시테크로부터 유전자 변형 모기를 4년간 110만 달러어치 들여오기로 했다. 이미 영국 옥스포드에 매주 약 2000만 마리의 모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일명 ‘모기 공장’)을 갖추고 있는 옥시테크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매주 6000만 마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계약을 토대로 매주 1000만 마리에 달하는 유전자 조작 모기를 도시에 방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옥시테크의 이번 실험이 인구 1000만 명의 대도시에서도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모두 알다시피 모기는 지능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실험이 성공해서 갈수록 대담해지는 모기의 위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면 인류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수 억년의 진화를 거쳐 만들어진 자연 생태계는 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가 있고, 그 치밀한 연결고리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 오죽하면 자연(自然)이라는 말 자체가 스스로(自) 그렇게 되어 있다(然)는 뜻이겠는가.
유전자 조작 방법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해서 모기가 자취를 감추게 되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 의도치 않은 치명적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다. 만에 하나 견문발검(見蚊拔劍), 즉 모기 잡으려 칼 빼 들었는데 모기는 못 잡고 엉뚱한 곳을 베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과 연구가 필요하다. GMO(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리는 와중에 이제 GMI(유전자변형곤충)까지 걱정해야 하니 세상에 공짜는 정녕 없는가 보다.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 하나.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숲 모기(에데스 모기라고도 불린다)의 사촌쯤 되는 흉악한 모기가 우리나라에도 서식한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분포하는 흰줄숲 모기인데, 특히 숲이나 공원에서 사람을 문다고 한다. 아직은 국내 전체 모기의 3% 정도에 불과한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점차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올 여름 등산, 산책하실 때 특히 조심하셔야 한다.
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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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뎅기열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는데, 지난 50년 동안 발병률이 3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뎅기열은 가벼운 독감 같은 증상에서부터 구역질, 두통, 심하면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유발한다. 오죽하면 뎅기열을 ‘브레이크본 열병(breakbone fever)’이라고 하겠는가. 그 외에도 상피병, 일본뇌염, 황열병 등도 모두 모기가 옮기는 질병들이다. 오늘날과 같은 첨단과학 시대에도 여전히 모기를 어쩌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인간이 갈 길은 먼 것 같다. 지금까지 온갖 방법이 시도됐지만, 한여름 밤의 불청객 모기의 극성은 시도 때도 없이 점점 심해져 간다. 급기야 특정 지역에만 서식하던 모기들이 이제는 팔자 좋게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전 세계로 원정을 나가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이 갈수록 무서워지는 추세다. 요즘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추가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39개국에 고루 퍼지고 있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다. 지카 바이러스는 공포를 부를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임산부가 감염되면 머리와 뇌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소두증 아기를 출산할 수 있고, 팔·다리에서 시작해서 뇌 쪽으로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길랭바레 증후군 같은 낯선 병을 옮긴다.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 모기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최근에 모기를 박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바로 첨단 유전공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과학자들이 만든 생명공학회사 옥시테크(Oxitec)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모기의 개체 수를 급격히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옥시테크 최고경영자(CEO)인 하이든 패리는 모기의 특성을 이용했다고 설명한다.
모기는 생물학적으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오직 암컷만이 흡혈을 한다는 점 (수컷은 식물의 즙액이나 과즙을 먹고 산다), 두 번째는 수컷들은 암컷을 정말 잘 찾는다는 점이다. 옥시테크는 이 두 가지 특징에 착안했다. 우선 수컷 모기를 잡아서 약간의 유전자 조작을 한다. 그리고 자연 상태에 놓아주면 어떻게든 암컷을 찾아 날아갈 것이다. 만약 수컷이 새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짝짓기를 거듭할수록 모기 개체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약 100개, 평생 동안 5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제대로만 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옥시테크는 인구 2000~3000명인 마을을 대상으로 현장 실험까지 마쳤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OX513A’라고 명명된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를 작은 병에 담는다. 다음은 트럭을 몰고 마을을 돌면서 가급적 마을 전체에 충분히 퍼지도록 골고루 놓아주면 된다. 나머지는 수컷 모기 몫이다. 효과는 경이적이다. 옥시테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 케이만 군도, 말레이시아, 브라질에서 이집트숲 모기를 대상으로 총 5차례에 걸쳐 실험을 했는데, 해당 지역의 모기 개체 수를 약 90% 정도 줄였다고 한다!
생태계에 미치는 부작용 신경 써야
옥시테크의 이번 실험이 인구 1000만 명의 대도시에서도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모두 알다시피 모기는 지능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실험이 성공해서 갈수록 대담해지는 모기의 위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면 인류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수 억년의 진화를 거쳐 만들어진 자연 생태계는 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가 있고, 그 치밀한 연결고리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 오죽하면 자연(自然)이라는 말 자체가 스스로(自) 그렇게 되어 있다(然)는 뜻이겠는가.
유전자 조작 방법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해서 모기가 자취를 감추게 되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 의도치 않은 치명적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다. 만에 하나 견문발검(見蚊拔劍), 즉 모기 잡으려 칼 빼 들었는데 모기는 못 잡고 엉뚱한 곳을 베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과 연구가 필요하다. GMO(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리는 와중에 이제 GMI(유전자변형곤충)까지 걱정해야 하니 세상에 공짜는 정녕 없는가 보다.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 하나.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숲 모기(에데스 모기라고도 불린다)의 사촌쯤 되는 흉악한 모기가 우리나라에도 서식한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분포하는 흰줄숲 모기인데, 특히 숲이나 공원에서 사람을 문다고 한다. 아직은 국내 전체 모기의 3% 정도에 불과한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점차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올 여름 등산, 산책하실 때 특히 조심하셔야 한다.
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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