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이고 증거에 기초한 성교육의 부재로 생기는 공백을 음란물이 메워줘 청소년들은 섹스할 때 포르노에서 본 것을 따라한다고 말한다.성교육 시간에 배우지 못한 것을 알고 싶을 때 포르노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국 전국대학생연합(NUS)이 2015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명 중 1명 이상은 포르노를 성교육 목적으로 활용한다. 또 40%는 포르노가 섹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과학적 연구가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조사에 응한 청소년과 성인들은 섹스를 할 때 포르노에서 본 것을 모방하거나 포르노 콘텐트를 통해 새로운 테크닉을 배운다고 말한다.
최근 포르노의 영향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학술지 ‘성 연구 저널’에 발표한 미국 보스턴대학 보건대학원(BUSPH)의 에밀리 로스먼 교수는 “호기심과 정보 부족 때문에 섹스에 관해 더 많이 알려고 포르노를 봤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응답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해 원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다수 학교에서 깊이 있고 유용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그들이 인터넷 포르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미국에선 24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만이 공립학교의 성교육을 의무화했다. 미국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또 20개 주에서만 제공되는 성교육과 에이즈 교육이 의학적으로, 사실적으로, 기술적으로 정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영국에선 성과 이성 관계에 관한 교육이 11세부터 의무지만, 부모는 자녀를 일부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포르노를 어떻게 생각하든 미국과 영국을 포함하는 많은 나라에서 체계적이고 증거에 기초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공백을 포르노가 메워준다는 것이 현실이다.
포르노가 개인의 건강과 심리적 웰빙, 이성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포르노가 섹스와 이성 관계에 관해 가르침을 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연구 결과는 서로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포르노는 연구하기 어려운 주제다. 포르노가 아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콘텐트의 연속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연구 결과로 일반화하거나 포르노가 연구 대상과 다른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인터넷 덕분에 누구나 쉽게 포르노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도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다. 장기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과학자들이 사람들의 성적 행동이 포르노로 인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에서 포르노가 특히 청소년과 20대 초반의 젊은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는 많다.
지난 20년 동안 청소년이 포르노에서 받는 영향에 관해 실시된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포르노의 과잉 소비는 더욱 자유분방한 성적 행동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진지한 관계가 아닌 한순간의 가벼운 성관계로 이어지기 쉽고, 성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위험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가족 관계 전문가인 질 매닝 박사는 “치료사로 17년 동안 일하면서 내가 얻은 결론은 데이터로 볼 때 포르노의 나쁜 영향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가 대중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포르노와 관련된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는 젊은이가 별로 없다.”
매닝 박사는 데이터를 기초로 볼 때 포르노가 건강한 성에 관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주며, 비현실적인 기대를 키우고, 위험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믿는다.
영국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며 커플을 위한 섹스 훈련을 제공하는 샬롯 로즈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녀는 “종합적인 성교육이 없어 사람들은 포르노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섹스의 현실과 환상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모든 연구 결과가 포르노의 부정적인 면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포르노에서 콘돔의 사용이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남성에게 안전한 섹스를 권장하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연구는 포르노 시청이 성적인 소통을 증진하며 섹스 실험을 증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그러나 비판자들은 그 연구의 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포르노가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주며, 비현실적인 기대를 키우고, 위험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로스먼 교수는 “일부 커플에게 어느 시점에서 소통을 증진해준 특정 형태의 포르노가 있으며, 포르노가 성적 소수자인 일부 젊은이에게 유용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한두 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르노를 성교육의 일환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대한 널리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공중보건에 이롭다는 것을 시사하는 설득력 있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과학적인 데이터를 논외로 치면 새로운 추세가 드러난다. 포르노를 이용해 중요한 건강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포르노 산업을 내부에서 바꾸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중 한 명이 포르노 배우 제이슨 도미노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영국에서 가장 활동적인 PrEP·성건강 운동가로 부상했다. PrEP는 ‘노출 전 예방 요법’이라는 뜻으로 에이즈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에 대해 매일 예방약을 지원해 감염의 위험을 낮추는 방식을 말한다. 그는 최근 ‘Porn4Prep’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PrEP와 성병에 관해 교육하는 무료 포르노 영화를 만들어 배포하는 사업이다.
도미노는 “포르노는 사회의 변방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포르노 업계가 나서서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두가 포르노를 본다. 따라서 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선 포르노가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믿는다.”
도미노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테그윈은 “많은 사람이 포르노를 통해 성에 대한 지식을 얻지만 포르노 업계는 성교육이 ‘섹시’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프로젝트는 중간에서 양쪽 세계를 이어준다.”
다른 사례는 ‘포르노 말고 사랑을 나누자(Make Love not Porn)’라고 불리는 플랫폼이다. 거기선 섹스를 현실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배우가 아닌 실재 사람의 실재 섹스를 담은 비디오를 제공한다. 관음증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 운동을 시작한 신디 갤럽은 이 플랫폼을 통해 섹스와 성건강을 정상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터넷의 최대 포르노 사이트인 ‘Pornhub’도 섹스에 관한 질문을 솔직하고 사실에 입각해 답변해주는 폰허브 웰니스 센터를 개설해 비슷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 운동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이론적으로 그런 플랫폼에 접속하려면 18세가 넘어야 한다). 따라서 포르노 업계가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한 성교육을 학교 대신 전적으로 떠맡는 것도 아니다. 그런 프로젝트가 폭넓은 대중에게 호소력을 갖고 포르노 업계 내부에서 더욱 널리 확산됨으로써 실제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좋은 소식은 그런 운동이 포르노 업계가 건강에 이로운 관행을 홍보하는 문제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는 최초의 조짐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청소년이 섹스를 이해하고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주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학교나 포르노에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대안은 의사들이 청소년의 성교육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청소년 환자에게 몇 분을 할애해 성건강과 포르노의 잠재적인 위험, 건강한 이성 관계에 관해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주제는 다른 곳에선 자주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매닝 박사는 “성교육 문제에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신체 기능에 관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섹스의 물리적이고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건강한 행동이고 어떻게 하면 서로간의 애착과 유대감이 강하고 오래 갈 수 있는지를 잘 모른다.”
- 레아 수루게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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