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아닌 연기로 평가 받고 싶다”
“가십 아닌 연기로 평가 받고 싶다”
영화 ‘블리드 포 디스’에서 복서로 변신한 마일스 텔러, 평단의 호평 받아 배우 마일스 텔러(29)는 ‘블리드 포 디스’에서 미국 복싱 챔피언 비니 파지엔자 역을 따냈을 때 파지엔자가 자신에게 서명한 사진을 보내줬다고 내게 말했다. 그 사진엔 이런 글이 써 있었다. “마일스, 성기를 커 보이게 하려면 속옷 안에 바나나를 넣어요. 내 명성을 더럽히면 안돼요.” 하지만 그로부터 몇 개월 뒤 텔러의 명성이 위태로워졌다.
문제는 2015년 남성잡지 에스콰이어가 텔러를 주인공으로 한 커버 기사에서 그를 ‘얼간이’로 평가한 데서 시작됐다.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텔러는 자신의 성기를 하이볼 칵테일 글라스에 비교하는 등 어설픈 농담을 많이 했다. 이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많은 댓글이 달렸다.
‘블리드 포 디스’는 복서 파지엔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기 스토리다. 파지엔자는 1990년대 초 전성기 때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의사는 그에게 다시 링 위에 서는 건 고사하고 걷지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 불과 며칠 후 파지엔자는 연습을 재개했다. 그리고 13개월도 안 돼 다시 경기에 출전해 승리했다. 초인적인 의지와 불굴의 용기가 빚어낸 위업이었다. 텔러에 따르면 실제가 영화보다 더 치열했다. 영화에서는 파지엔자가 수술 후 몇 개월 동안 회복기를 거친 후 연습을 재개하는 걸로 묘사됐다.
이 영화는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로 궁지에 몰렸던 텔러의 재기작이기도 하다. 파지엔자 역은 그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안성맞춤인 배역이었다. 텔러는 ‘위플래시’(2014)에서처럼 캐릭터의 절박한 심정을 형상화해서 보여주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위플래시’에서는 드럼 연주, 이 작품에서는 머리 뼈를 뚫어 나사로 머리와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 장면이 그런 대목이다.
‘블리드 포 디스’는 지난해 가을 몇몇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연 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파지엔자의 트레이너 케빈 루니로 출연한 아론 에크하트는 “텔러는 남우주연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영국의 한 호텔 방에서 텔러를 만났을 때 그는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보다 내가 어떤 역을 맡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난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역을 맡게 되는 듯하다.” 그가 유일하게 받고 싶은 상은 미국 배우조합에서 동료 배우들의 투표로 주어지는 상이다. “그 상을 받는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배우들로 가득 찬 방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당당하게 그들과 마주하고 싶다.”
텔러는 2015년 슈퍼히어로 영화 ‘판타스틱 4’가 흥행에 참패한 후 좀 더 심각한 역할을 맡기로 마음먹었다. 차기작 ‘그래니트 마운틴’은 2013년 애리조나 주 산불로 희생된 소방관들의 이야기로 텔러는 여기서 제프 브리지스, 테일러 키치와 호흡을 맞췄다.
이 배역으로 텔러는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 촬영된 이 영화에서 그는 머리와 눈썹을 금발로 염색했는데 이런 변신은 트위터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역할을 위한 설정이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그런 사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비난해 놀랐다”고 그는 말했다. “난 뮤지션도 아니고 리얼리티 스타도 아니다. 외모의 변화가 그렇게 큰 관심을 끌다니 이상했다.”
이 경험은 텔러에게 한 가지 깨달음을 줬다. 여배우들이 어떤 배역을 위해서나 다른 이유로 외모에 변화를 줬을 때 비난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알 것 같았다. “여배우는 남자 배우에 비해 외모에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이 훨씬 더 크며 조롱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그는 말했다. “난 얼굴에 상처가 있는데 남자의 경우 상처는 더 남자답고 멋져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만약 여배우의 얼굴에 그런 상처가 있다면 아름다움과 여성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텔러는 이제 원래의 갈색 머리로 돌아왔지만 올가을 ‘그래니트 마운틴’이 개봉되면 그의 금발을 조롱하는 인터넷 밈과 소셜미디어 채팅이 다시 기승을 부릴 듯하다. “난 연기로 평가 받고 싶다”고 텔러는 말했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가십이 아니라 내 영화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의 이런 확신은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다. 파지엔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텔러가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미심쩍었다. 하지만 그는 ‘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세계 최고가 되려면 약간 건방질 필요가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에 텔러는 얼간이가 아니다. 자신감이 지나칠진 몰라도 말이다.
- 투파옐 아메드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2015년 남성잡지 에스콰이어가 텔러를 주인공으로 한 커버 기사에서 그를 ‘얼간이’로 평가한 데서 시작됐다.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텔러는 자신의 성기를 하이볼 칵테일 글라스에 비교하는 등 어설픈 농담을 많이 했다. 이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많은 댓글이 달렸다.
‘블리드 포 디스’는 복서 파지엔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기 스토리다. 파지엔자는 1990년대 초 전성기 때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의사는 그에게 다시 링 위에 서는 건 고사하고 걷지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 불과 며칠 후 파지엔자는 연습을 재개했다. 그리고 13개월도 안 돼 다시 경기에 출전해 승리했다. 초인적인 의지와 불굴의 용기가 빚어낸 위업이었다. 텔러에 따르면 실제가 영화보다 더 치열했다. 영화에서는 파지엔자가 수술 후 몇 개월 동안 회복기를 거친 후 연습을 재개하는 걸로 묘사됐다.
이 영화는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로 궁지에 몰렸던 텔러의 재기작이기도 하다. 파지엔자 역은 그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안성맞춤인 배역이었다. 텔러는 ‘위플래시’(2014)에서처럼 캐릭터의 절박한 심정을 형상화해서 보여주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위플래시’에서는 드럼 연주, 이 작품에서는 머리 뼈를 뚫어 나사로 머리와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 장면이 그런 대목이다.
‘블리드 포 디스’는 지난해 가을 몇몇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연 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파지엔자의 트레이너 케빈 루니로 출연한 아론 에크하트는 “텔러는 남우주연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영국의 한 호텔 방에서 텔러를 만났을 때 그는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보다 내가 어떤 역을 맡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난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역을 맡게 되는 듯하다.” 그가 유일하게 받고 싶은 상은 미국 배우조합에서 동료 배우들의 투표로 주어지는 상이다. “그 상을 받는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배우들로 가득 찬 방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당당하게 그들과 마주하고 싶다.”
텔러는 2015년 슈퍼히어로 영화 ‘판타스틱 4’가 흥행에 참패한 후 좀 더 심각한 역할을 맡기로 마음먹었다. 차기작 ‘그래니트 마운틴’은 2013년 애리조나 주 산불로 희생된 소방관들의 이야기로 텔러는 여기서 제프 브리지스, 테일러 키치와 호흡을 맞췄다.
이 배역으로 텔러는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 촬영된 이 영화에서 그는 머리와 눈썹을 금발로 염색했는데 이런 변신은 트위터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역할을 위한 설정이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그런 사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비난해 놀랐다”고 그는 말했다. “난 뮤지션도 아니고 리얼리티 스타도 아니다. 외모의 변화가 그렇게 큰 관심을 끌다니 이상했다.”
이 경험은 텔러에게 한 가지 깨달음을 줬다. 여배우들이 어떤 배역을 위해서나 다른 이유로 외모에 변화를 줬을 때 비난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알 것 같았다. “여배우는 남자 배우에 비해 외모에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이 훨씬 더 크며 조롱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그는 말했다. “난 얼굴에 상처가 있는데 남자의 경우 상처는 더 남자답고 멋져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만약 여배우의 얼굴에 그런 상처가 있다면 아름다움과 여성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텔러는 이제 원래의 갈색 머리로 돌아왔지만 올가을 ‘그래니트 마운틴’이 개봉되면 그의 금발을 조롱하는 인터넷 밈과 소셜미디어 채팅이 다시 기승을 부릴 듯하다. “난 연기로 평가 받고 싶다”고 텔러는 말했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가십이 아니라 내 영화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의 이런 확신은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다. 파지엔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텔러가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미심쩍었다. 하지만 그는 ‘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세계 최고가 되려면 약간 건방질 필요가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에 텔러는 얼간이가 아니다. 자신감이 지나칠진 몰라도 말이다.
- 투파옐 아메드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1심서 무죄..."재판부가 진실과 정의 되찾아"
2오피스텔 마지막 규제, 바닥 난방도 허용…생숙→오피스텔 전환 지원
3농심 오너家 신상열, 상무→전무 승진...3세 경영 속도
4MBK, 10년 내 고려아연 팔까…경영협력계약 ‘기한’ 명시 없어
5GS리테일 4세 허서홍 시대 열린다...오너가 세대 교체
68억 아파트, 6700억으로 '껑충'…손해만 봤다, 왜?
7이재현 CJ 회장 “마지막 기회 절실함” 당부…인사 이틀만에 소집
810조 대어 놓친 韓조선, ‘원팀’ 물꼬 튼 한화오션·현대重
9한동훈 "가상자산은 청년들의 희망, 힘겨루기 할 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