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백악관’의 구멍 뚫린 보안
‘겨울 백악관’의 구멍 뚫린 보안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선 방문자 기록조차 없고 경호 비용으로 거액 지출해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본인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를 자주 찾으면서 조용한 생활을 즐기던 현지 주민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방문에 따르면 관련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주말에만 마라라고 리조트를 5차례 이상 찾았다. 그러자 플로리다 주 출신의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행차’ 때마다 막대하게 드는 비용을 주민들의 세금으로 댈 게 아니라면 방문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로이스 프랭클·앨시 헤이스팅스·테드 도이치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팜비치 주민과 소상공인들의 손실에 대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지역 주민에게 우호적으로 풀리기 전까지 방문을 자제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마라라고를 자주 찾으면서 플로리다 주의 세입에서 약 300만 달러(약 33억5000만원)가 든다며 급증한 비용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팜비치의 치안·방재당국이 부담한 추가근무 수당만 해도 170만 달러에 이른다는 게 의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반(反)트럼프 시위 현장에 투입된 치안 인력이 받은 추가 수당도 6만 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때마다 지역 공항을 관리하는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액도 3만 달러로 집계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웨스트 팜비치를 지역구로 둔 프랭클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여기 오고 싶어 한다는건 알겠다. 이곳은 파라다이스이니까”라며 “차라리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가라”고 꼬집었다. 웨스트 팜비치 시장 제리 무이오도 “대통령이 이곳에 오는 주말마다 우리의 경찰관, 소방관들은 120%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즉 우리로선 더 많이 고용하고 초과근무 수당도 줘야 한다는 걸 뜻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마라라고 방문에 따라 특별 경호비용도 급증했다. 급기야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6000만 달러의 추가예산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그러나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경호요원은 그곳을 “경호하기는 악몽 그 자체”라며 그만큼 경호 비용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 별장을 거의 매주 주말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거액의 비용을 부담하는 데도 정작 그곳에는 보안과 경호에 필수적인 방문자 기록이 아예 없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백악관이나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자주 공식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장소’를 방문하는 사람의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도록 트럼프 정부에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명 ‘마라라고 법안’(MAR-A-LAGO Act)이다. ‘미국의 정부 투명성을 위한 기록접근법’(Making Access Records Available to Lead American Government Openness Act)의 머리글자를 따온 별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마라라고 리조트를 빗대는 효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마라라고 리조트를 ‘남부의 백악관(Southern White House)’으로 부른다. 그의 보좌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래 겨울철에 따뜻한 남부 지방의 그곳을 자주 찾자 ‘겨울 백악관’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미국 대통령이 겨울 휴가를 보내는 곳이라는 뜻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 크로퍼드의 목장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 오하우 섬 카일루아 해변의 별장에서 겨울 휴가를 보낸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따뜻하고 호화로운 마라라고에서 겨울 휴가를 자주 보낼 것 같다는 의미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그곳엔 워싱턴 D.C.의 백악관에 있는 것 같은 경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온라인 정치 매체 폴리 티코는 마라라고 리조트가 손님에게 방문자 기록의 필수 사항인 중간이름 첫자, 생년월일 또는 사회보장번호 같은 세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또 비밀경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에도 출입구에서 무기를 검색하거나 폭탄탐지견으로 출입 차량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리조트 내의 보안 불감증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 안전만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관한 우려마저 제기한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마라라고 리조트에 초대했다. 두 정상은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리조트의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는 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곧바로 보안이 확보된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마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지 않고 그냥 앉아 수십 명의 식당 손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즉흥적으로 식당을 임시 상황실로 만든 것이다. 이런 장면이 사진으로 공개되자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우려와 민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마라라고 리조트 내에서 기밀정보 보안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17~2018 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에서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고 하면서도 대통령 자신과 가족을 경호하기 위한 예산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는 데 비난이 더 커지자 GAO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방문과 관련해 정부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산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통령으로서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이해상충’의 논란을 빚은 트럼프 소유 호텔의 이익이 재무부에 충실히 전달됐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외국 관리가 트럼프 소유 호텔에 머물 때 발생하는 이익을 모두 미국 재무부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마라라고는 뉴욕 트럼프타워와 함께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재력을 상징하는 초호화 부동산이다. 시리얼 제품으로 유명한 포스트의 상속녀가 연방 정부에 넘긴 것을 1985년 트럼프가 1000만 달러에 매입한 이 리조트는 현재 2억 달러를 넘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 객실 118개와 스파, 골프장을 갖춘 마라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가족의 휴양지와 회원 전용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명절마다 트럼프는 이곳에 가족을 데려와 야외에서 저녁을 먹으며 밴드 공연을 즐기곤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곳은 그와 안면을 트고 싶은 정재계 인사들의 사교장으로 변신했다는 보도가 많았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전 뉴욕타임스 신문은 “트럼프가 승리한 뒤 마라라고는 독보적인 서비스로 손님을 끌어모은다”며 “그것은 바로 차기 대통령과 가까이에서 만나 어울릴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조시 키프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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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로이스 프랭클·앨시 헤이스팅스·테드 도이치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팜비치 주민과 소상공인들의 손실에 대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지역 주민에게 우호적으로 풀리기 전까지 방문을 자제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마라라고를 자주 찾으면서 플로리다 주의 세입에서 약 300만 달러(약 33억5000만원)가 든다며 급증한 비용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팜비치의 치안·방재당국이 부담한 추가근무 수당만 해도 170만 달러에 이른다는 게 의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반(反)트럼프 시위 현장에 투입된 치안 인력이 받은 추가 수당도 6만 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때마다 지역 공항을 관리하는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액도 3만 달러로 집계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웨스트 팜비치를 지역구로 둔 프랭클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여기 오고 싶어 한다는건 알겠다. 이곳은 파라다이스이니까”라며 “차라리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가라”고 꼬집었다. 웨스트 팜비치 시장 제리 무이오도 “대통령이 이곳에 오는 주말마다 우리의 경찰관, 소방관들은 120%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즉 우리로선 더 많이 고용하고 초과근무 수당도 줘야 한다는 걸 뜻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마라라고 방문에 따라 특별 경호비용도 급증했다. 급기야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6000만 달러의 추가예산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그러나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경호요원은 그곳을 “경호하기는 악몽 그 자체”라며 그만큼 경호 비용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 별장을 거의 매주 주말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거액의 비용을 부담하는 데도 정작 그곳에는 보안과 경호에 필수적인 방문자 기록이 아예 없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백악관이나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자주 공식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장소’를 방문하는 사람의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도록 트럼프 정부에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명 ‘마라라고 법안’(MAR-A-LAGO Act)이다. ‘미국의 정부 투명성을 위한 기록접근법’(Making Access Records Available to Lead American Government Openness Act)의 머리글자를 따온 별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마라라고 리조트를 빗대는 효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마라라고 리조트를 ‘남부의 백악관(Southern White House)’으로 부른다. 그의 보좌관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래 겨울철에 따뜻한 남부 지방의 그곳을 자주 찾자 ‘겨울 백악관’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미국 대통령이 겨울 휴가를 보내는 곳이라는 뜻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 크로퍼드의 목장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 오하우 섬 카일루아 해변의 별장에서 겨울 휴가를 보낸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따뜻하고 호화로운 마라라고에서 겨울 휴가를 자주 보낼 것 같다는 의미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그곳엔 워싱턴 D.C.의 백악관에 있는 것 같은 경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온라인 정치 매체 폴리 티코는 마라라고 리조트가 손님에게 방문자 기록의 필수 사항인 중간이름 첫자, 생년월일 또는 사회보장번호 같은 세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또 비밀경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에도 출입구에서 무기를 검색하거나 폭탄탐지견으로 출입 차량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리조트 내의 보안 불감증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 안전만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관한 우려마저 제기한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마라라고 리조트에 초대했다. 두 정상은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리조트의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는 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곧바로 보안이 확보된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마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지 않고 그냥 앉아 수십 명의 식당 손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즉흥적으로 식당을 임시 상황실로 만든 것이다. 이런 장면이 사진으로 공개되자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우려와 민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마라라고 리조트 내에서 기밀정보 보안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17~2018 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에서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고 하면서도 대통령 자신과 가족을 경호하기 위한 예산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는 데 비난이 더 커지자 GAO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방문과 관련해 정부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산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통령으로서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이해상충’의 논란을 빚은 트럼프 소유 호텔의 이익이 재무부에 충실히 전달됐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외국 관리가 트럼프 소유 호텔에 머물 때 발생하는 이익을 모두 미국 재무부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마라라고는 뉴욕 트럼프타워와 함께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재력을 상징하는 초호화 부동산이다. 시리얼 제품으로 유명한 포스트의 상속녀가 연방 정부에 넘긴 것을 1985년 트럼프가 1000만 달러에 매입한 이 리조트는 현재 2억 달러를 넘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 객실 118개와 스파, 골프장을 갖춘 마라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가족의 휴양지와 회원 전용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명절마다 트럼프는 이곳에 가족을 데려와 야외에서 저녁을 먹으며 밴드 공연을 즐기곤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곳은 그와 안면을 트고 싶은 정재계 인사들의 사교장으로 변신했다는 보도가 많았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전 뉴욕타임스 신문은 “트럼프가 승리한 뒤 마라라고는 독보적인 서비스로 손님을 끌어모은다”며 “그것은 바로 차기 대통령과 가까이에서 만나 어울릴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조시 키프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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